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25화 (25/404)

25.마법 총

“이럴 수가. 이… 이 검이 최상급 합금 검에 버금가는 강도란 말이냐!”

보일이 놀란 얼굴로 두 동강이 난 검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카일은 검자루와 검 끝을 잡고는 서서히 힘을 줬다. 그러자 검신이 만곡을 그리며 휘어지기 시작했다.

“강철검이 철검을 자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녜요. 보통 저급의 합금검이나 철검은 너무 단단해서 되려 쉽게 부서지게 되죠. 그런데 이 강철 검은 단단하면서도 이렇게 휘어질 정도로 유연하고 질겨서 검에 강한 충격이 와도 검 자체의 탄성에 의해 힘을 분산, 흡수할 수 있는 거예요.”

카일이 휘어져 있는 검의 끝을 놓았다.

위잉-

검신은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며 부르르 떨었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간단한 원리에요. 강한 폭풍우를 생각해 보세요. 단단한 나무는 폭풍이 불면 부러지지만, 대나무는 부러지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나무만큼 질기고 단단하기도 하죠!”

카일이 검을 천천히 휘두르며 말했다. 허공을 가르는 검의 궤적을 보며 보일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강한 힘만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구나!”

보일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 카일은 천천히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일의 검술은 용병검술의 특성상 초식이 단순했다. 그렇기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강력한 힘과 스피드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 왔었다.

‘강한 힘을 더욱 강한 힘으로 부수어 버린다.’

그러나 단점은 명확했다.

보일의 검술 자체가 강검으로 발전을 해 왔기 때문에 돌파력과 파괴력은 대단했지만 그만큼 한꺼번에 큰 힘을 쏟아 내게 되어 오랫동안 전투를 지속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보일은 이런 문제를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남들보다는 강력한 체력과 힘으로 채워 왔고 지금까지 크게 문제가 없었다. 카일에게도 지금껏 꾸준히 지구력을 키워준 것 역시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일이 은연중 보일에게 알려준 검식은 태극권에 기초를 둔 검술이었다. 무엇보다 보일의 강검 일변도의 검술에 태극권의 유연함을 더하기 위해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한다.’ 는 원리를 강철 검을 빗대어 은연중에 설명해 준 것이다.

‘됐다.’

카일은 펼치고 있던 검술을 멈추고 보일을 바라보았다. 보일의 검술은 카일의 검술을 따라 부드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 * *

카일은 손에 들려 있는 검과 환도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돌려 작업실로 향했다.

처음 카일이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려 했던 것은 검이나 환도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제 시작할 수 있겠어!”

카일은 작업실 한쪽에 만들어놓은 기구로 다가갔다. 기다란 선반 위로 원형의 물레가 달려 있는 독특한 형태의 기구였다. 보기에는 조잡하고 단순한 형태로 보였으나 이 기구를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엄청났다. 공구 하나하나를 만들고 이 공구를 이용해, 다시 나사선 하나부터 부품 하나까지 모두 쇠를 직접 두들겨 만들다 보니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휴~!”

깊은 한숨을 내쉰 카일은 떨리는 마음으로 바닥에 세워 두었던 원형 쇠막대를 들어 올렸다. 대략 60센티로 보이는 이 쇠막대기는 뒤로 갈수록 굵어지는 형태로, 수십 번의 접쇠를 통해 만들어진 강철봉이었다.

끼리릭-

카일은 물레의 중앙에 들고 있던 원형의 쇠막대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물레를 돌리면 자연스럽게 봉이 회전하게 되는 방식이었다. 단단히 고정시킨 쇠막대의 반대편에도 비슷한 길이의 나선형의 날카로운 쇠막대가 달려 있었다.

카일은 물레 중앙에 고정시킨 쇠막대의 중심에 나선형의 날카로운 쇠막대를 가져다 대고서,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선형 쇠막대에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웅웅웅

카일이 정신을 집중하자 쇠막대기 위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바로 소드 엑스퍼트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오러 였다.

한껏 집중력을 끌어올린 카일은 물레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물레가 돌아갈수록 나선형의 쇠막대가 천천히 원형의 쇠막대 안으로 파고들며 서서히 구멍을 넓혀 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지루하게 구멍을 깎는 작업에 몰두하던 카일의 손에서 나선형의 쇠막대가 떨어진 것은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이었다.

꼬박 반나절 동안 쇠막대에 구멍을 뚫고 있었던 것이다.

“휴~.”

길게 숨을 내뱉은 카일은 머리 위로 흐르는 땀을 천천히 닦아냈다. 반나절 동안 정신을 집중하며 오러를 실처럼 가늘게 뽑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정신을 집중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뚫린 쇠막대의 구멍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일은 다시 선반 위에 고정을 시키고는 새로운 나선형의 쇠막대를 들었다.

원형 봉에 나선형의 날 여러 개를 감아 놓은 형태였다.

카일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뚫어 놓은 원형의 봉안에 오러를 끌어 올려 나선형 쇠막대를 밀어 넣었다.

끼이익

다행히 이번 작업은 이미 구멍을 뚫어 놓은 곳에 다시 나선형의 날을 집어넣는 작업이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카일은 쇠막대를 들어 이리저리 살피더니 이번에는 반대쪽 쇠막대의 두꺼운 쪽으로 돌려 다시 넓게 구멍을 파고, 여기에 나선형의 홈을 파기 시작했다.

“이번 작업만 끝나면 완성할 수 있겠어!”

카일은 작업장 한쪽에 놓여있는 쇠뭉치를 가지고 와, 앞쪽에 나선형의 홈을 판 뒤 그곳에 쇠뭉치와 쇠막대를 끼워 넣었다.

쇠뭉치와 연결된 쇠막대를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고개를 끄덕인 카일이 미리 만들어놓은 나무에 고정을 시키자 어느 정도 모양이 잡혔다.

“휴! 다됐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을 보며 카일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비록 조잡하고 투박한 모습이지만 이만큼이라도 만들기 위해 강철부터 공구, 부품까지 직접 만들다 보니,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다.

카일에게는 태극권이라는 뛰어난 마나 연공법이 있고 보일에게서 실전 형 검술을 배웠다곤 해도, 모든 것이 안전해 졌다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인류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 있는 건 물론이요, 그보다 위험하고 불안한 치안과 오러와 마법 그리고 강력한 군사력으로 유지되는 신분제가 있는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총이었다.

이곳에는 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오직 마법과 검술이 전부인 세상에서 자신만의 비장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총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 중 하나가 바로 강철을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일반적인 주철로는 총신 안에서 일어나는 폭발력을 견디지 못할 테고, 합금을 이용한 방법은 너무 엄청난 골드가 필요하기에 불가능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강철이었다. 처음 이 세상에 강철이 없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강철을 만들어 내면서 강철검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총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면 강철검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강철을 만드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강철만 만든다고 총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공구부터 시작해 모든 부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어렵기는 해도 어찌어찌해낼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가장 문제였던 건 쇠를 깎아 강철에 구멍을 뚫어 총신을 제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해결을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던 중 떠오른 것이 바로 오러였다.

무쇠를 잘라내는 강력한 힘인 오러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수련에 최선을 다했고 카일은 14살의 나이에 소드 엑스퍼트에 올라 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엑스퍼트에 오르자 그동안 깎지 못한 강철을 깎을 수 있게 되었고 작업속도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여러 고난 끝에 총을 완성했지만 가장 큰 두 번째 문제가 남았다.

바로 총에 사용할 화약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카일은 공작기계를 다룬 경험이 있고, 특전부사관 시절 직접 저격용 소총에 들어갈 부품을 깎아 커스텀 할 정도로 총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구조가 간단한 볼트액션 소총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총을 사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화약에 관하여 카일은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물론 기본 지식으로 흑색 화약을 유황과 숯에 염초를 섞어 만든단 것 정돈 알고 있지만, 염초를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일은 이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만약 화약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총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일은 완성된 총을 한번 보고는 품 안에서 작은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바로 1서클의 익스플러젼이 인챈트 된 하급스크롤이었다.

이것이 바로 카일이 총을 만들게 된 원인을 제공한 물건이었다.

* * *

보일이 용병이 되면서 가지고 다니던 물건중 하나인 스크롤을 보면서 카일은 총을 떠올렸다.

보일이 시범을 보여줬던 스크롤은, 몬스터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1서클 마법인 익스플로젼이 인첸트 된 가장 구하기가 쉬운 마법 스크롤이었다.

이후에도 외곽순찰을 돌며 몇 번 스크롤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폭발력이 총에서 사용되는 탄약의 폭발력과 비슷해서 탄환을 발사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카일이 가지고 있는 스크롤은 모두 3장으로, 보일과 함께 정찰하던 중 남겨 놓은 것들이었다.

우선 카일은 스크롤을 이용해 탄환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통 탄환의 재료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총열에 손상을 주지 않는, 보통 구리 도금이 된 납을 사용하지만 여기서는 당장 납을 구할 수가 없었다.

카일은 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동전은 1쿠퍼로, 100쿠퍼가 은화 하나에 해당했는데 구리에 약간의 아연이 첨가되어 순수한 구리보다는 조금 더 단단한 동전이었다.

카일은 이것으로 총탄을 만들 심산이었다.

일단 동전을 도가니에 넣어 녹이고 만들어놓은 20개의 틀에 부어보니 얼추 탄두 100개를 만들 수 있어 보였다.

우선 카일은 말아 놓은 마법 스크롤에 아교로 탄두를 붙여 3개의 총탄을 완성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총탄은 길이가 대략 6센티 정도였다.

총탄을 장전하면 내부에 있는 십자가 형태의 칼날이 공이처럼 튀어나와 스크롤을 찢으며 작동되는 원리였다.

카일은 완성된 총을 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넣고, 작은 주머니 안에 총탄을 넣어 방 한쪽에 놓아두었다.

* * *

이틀 뒤면 자경단에 들어가야 할 나이가 되는 날이었다. 아마도 자경단에 들어가면 곧바로 단독 정찰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지금도 세 명이서 교대를 하며 단독 정찰을 하고는 있지만 상당히 무리한 일정임은 분명했다.

“모래면 자경단에 들어오는 날이다.”

“알고 있어요. 두 달 동안 열심히 준비했어요.”

보일은 카일이 두 달 동안 검과 환도를 만들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아무래도 난 더 이상 정찰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구나!”

“이틀 뒤 제가 바로 정찰에 투입되는 건가요?”

“그래. 아무래도 쟝과 조셉의 상처가 거의 나아가니 말이다.”

쟝과 조셉이 갈비뼈와 다리가 부러져 자경단 안에 갇혀 있지만, 어느 정도 치료를 한 상태라 회복을 완전히 마친다면 이들을 상대할 사람은 보일밖에 없어 마을에 남아 있어야만 했다.

“벌써 두 사람의 상처가 나은 건가요?”

“엑스퍼트 급 실력자들은 몸 안의 오러가 상처를 치료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는 상처가 빨리 아문단다.”

“그렇다면야 알겠어요. 두 사람의 상처가 아문다면 아버지가 마을에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죠.”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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