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의 용병라이더-4화 (4/404)

04.RPG!

작전지역은 사막 한쪽에 위치한 바위산 일대였다.

위장을 위해 주변 모래나 사막의 환경과 비슷한 연한 황토색 위장복을 입고 위장포를 덮고 있던 김 중사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곳 주변은 테러지역과는 먼 곳이지만 일단 주변을 잘 살펴보라고. 중간 중간에 목표물을 선정해 줄 테니까 훈련을 한다고 생각하라고!”

“알겠습니다.”

김 중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최일은 스코프를 통해 앞쪽 일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좋아. 어디 보자…. 뭐가 좋을까?”

김 중사가 쌍안경을 바라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좋은 목표물이 보이는군. 한시 방향으로 도마뱀 친구들이 나오셨다.”

김 중사의 말에 최일이 스코프를 통해 1시 방향을 살폈다.

“거리 760m. 바람은 2시 방향에서 5마일.”

“알겠습니다.”

“어때, 감은 좀 잡을 것 같아?”

“…아직 잘은 모르겠습니다.”

“당장 사격은 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계속 목표물을 살피며 감을 익혀 보자!”

“알겠습니다.”

그 뒤로도 김 중사는 몇 번 더 타깃을 지정해 주고 바람의 세기와 거리를 알려 주었다.

이번 작전은 최근 사막 파이프라인 건설현장 일대에서 일어나는 테러 사건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본래 이 지역 일대는 미군들이 관리하는 곳이지만 적은 병력으로 워낙 넓은 지역을 감시하다 보니 힘에 부쳐 동맹인 한국군에게 지원을 요청해 온 것이다.

“최 하사. 긴장되나?”

“아닙니다.”

“하하! 좀 긴장한 것 같은데…. 그리 걱정할 것 없어. 이곳은 넓기만 하지 다른 곳보다는 다소 위험도가 떨어지는 곳이니 말이야. 일단은 크게 숨을 내쉬며 긴장감을 가라앉히라고.”

“휴~. 감사합니다. 처음이라 저도 모르게 조금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군이 맡은 곳은 지역만 넓을 뿐 이전에 공격받았던 곳보다도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그만큼 중요도가 떨어지는 곳이었다. 물론 이곳 역시 테러를 당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는 곳이라, 마냥 비워 둘 순 없어 한국군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처음에는 다 그런 것이지. 훈련이라 생각하게나. 이렇게 실전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힌 최일은 다시 스코프를 통해 신중하게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최일처럼 파견을 온 신입 부사관이 이렇게 빠르게 실전에 투입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최일에 대한 기대가 큰 강찬석 소령이 조금 더 빠르게 실전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 부사수로 경험 많은 중사 김동석을 함께 배치한 것이다.

김동석 중사 역시 이번 작전을 그저 신입 부사관 실전훈련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황에 맞는 타깃을 지정해 주면서 실력을 키워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김 중사의 생각은 하루가 지난 새벽녘이 되었을 때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었다.

부르릉-

일교차가 심한 사막의 밤을 보내기 위해 두꺼운 위장포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던 최일의 귓가로,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의 거친 배기음이 들려 왔다. 최일이 조심스럽게 김 중사를 흔들어 깨웠다.

“중사님.”

“무슨….”

비몽사몽한 김 중사가 뭐라 말을 하려 하자 최일이 급히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바위산 아래를 가리켰다.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려 아래쪽을 바라보던 김 중사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바위산 아래쪽 파이프라인 주변으로 두 대의 픽업트럭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쪽에 타고 있던 사내들이 차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AK 계열의 소총이 들려 있었다.

“젠장. 놈들이 이곳으로 왜 온 거야!”

화난 얼굴로 중얼거리는 김 중사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몇 번의 교전 경험이 있는 김 중사지만 그 당시에는 항상 전투경험이 많은 미군들이나 베테랑 동료들과 함께였다. 하지만 지금은 옆에 있는 사람은 처음 부사관이 되어 실전을 겪어야 하는 최일뿐이었다. 그러니 김 중사로서는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새벽빛이라 스코프에 반사될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광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스코프가 햇빛에 반사되는 면적이 줄어들었다 해도 스나이퍼의 위치가 발각될 아주 작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은 최일은 스코프에 눈을 바싹 가져다 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AK 계열의 PSL 루마니아제 반자동 저격 총을 어깨에 멘 사내 한 명이, AK소총을 든 사내 두 명을 끌고 최일과 김동석 중사가 있는 곳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 생각은 다 똑같다더니. 아무래도 저격수라 저격하기 좋은 위치를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았다.

“젠장, 하필!”

김 중사는 급히 본부로 무전을 날렸다.

“여기는 아기 새, 어미 새 나와라. 취이익~ 여기는 아기 새, 어미 새 나와라~ 오버.”

상황이 급박한 탓인지 무전을 받는 통신병의 목소리가 더디게만 느껴졌다.

“이놈의 통신병, 무전은 안 받고 뭘 하는 거야! 돌아가기만 하면….”

-취이익

“취이익~ 여기는 어미 새, 아기 새 응답하라. 이상!”

나른하면서도 다소 짜증스런 음성이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동트기 전, 경계심이 무너질 시간, 한참 졸음이 밀려올 때 갑작스런 무전이 달갑지 않은 듯 했다.

급박한 상황 속, 통신병의 태도에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겨우 참아낸 김 중사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보고했다.

“여기는 아기 새. 지금 둥지로 살모사 세 마리 접근 중. 이상~ 취이익~”

“아기 새, 다시 말하라!”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통신병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반복한다. 살모사 세 마리 둥지로 접근 중! 반복한다. 살모사 세 마리 둥지에 접근 중!”

김 중사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고함이라도 치고 싶지만, 적들이 다가오는 중이라 여의치 않았다. 결국 무전기를 입에 꼭 붙이고 작은 목소리로 분명하게 반복할 뿐이었다.

“아기 새, 잠시 대기하라. 이상.”

“알겠다.”

본부에선 현재 상황을 당직사관이 지시를 내릴 상황이 아니라 여긴 것 같았다.

대략 1~2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김 중사는 몇 시간이 지난 것 같다 느꼈다.

“젠장. 왜 이렇게 늦는 거야!”

김 중사가 투덜거리는 그때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앞선 목소리와 전혀 다른 음성이었다.

“아기 새, 현재 상황 다시 보고하라. 이상.”

다소 딱딱한 음성의 주인은 강찬석 소령이 분명했다.

“현재 살모사 다섯 마리 중 세 마리가 아기 새 둥지로 접근 중. 이상.”

“살모사가 아기 새 둥지를 발견했나? 이상.”

“아니다. 살모사는 현재 아기 새 둥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살모사는 아기 새 둥지를 살모사 둥지로 만들 것 같음. 이상.”

“살모사가 아기 새 둥지를 발견하지 못한 게 확실한가? 이상.”

“확실하다. 이상.”

김 중사의 보고에 잠시 무전기가 잠잠해지더니 다시 무전이 날아왔다.

“현 시간부로 작전을 승인한다. 살모사를 제거하라. 반복한다. 살모사를 제거하라! 이상.”

“현 시간부로 살모사 제거 작전에 돌입하겠다. 이상. 교신 끝.”

김 중사는 최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최일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비록 사람을 상대로 실전 사격을 하는 건 처음이건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오히려 차분히 안정됐다. 긴장이 걷혀 맑아진 시야 사이로 목표물이 정확하게 보였다. 자신의 손안에 다섯 명의 생명이 달려있었다. 더불어 자신과 김 중사의 목숨까지도.

‘우선 저격병부터.’

“후~.”

깊게 심호흡한 최일은 숨을 참은 후 천천히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는 저격 총을 메고 오던 사내를 조준했다.

탕-!

저격 총을 들고 다가오던 저격병의 머리가 터졌다. 핏방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그 광경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였다. 뒤이어 다가오던 병사들 역시 갑작스러운 저격에 당황한 듯, 병사들이 쓰러지는 저격병의 시체를 붙잡았다.

-철컥

최일이 능숙하고 여유롭게 볼트를 후퇴시키자 황금빛 탄피가 약실에서 튕겨져 나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탄피가 빠져나오자 볼트를 다시 밀어 넣어 자연스럽게 다시 장전했다.

탕- 탕-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저격병을 붙잡았던 두 명의 소총수가 연이어 쓰러졌다. 예기치 못한 총성에 저격병을 포함한 세 명의 사내들이 연달아 쓰러지자, 트럭에 대기하고 있던 두 명이 급히 차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탕-

최일의 총구가 다시 불을 뿜었다. 탄환이 정확하게 트럭 운전석 창문을 박살내며 트럭 앞 유리를 붉게 물들였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내가 황급히 몸을 숙이며 차량 밖으로 기다시피 내렸다.

‘휴~.’

최일은 참았던 숨을 내쉬며 스코프로 남아있는 한 명을 찾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있던 김 중사의 얼굴엔 놀라움이 가득했다.

보통 신입 부사관이 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실수가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힘든 훈련을 하더라도 실전에서의 긴장감이 사소한 실수를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순식간에 4명을 사살하고 한 명을 고립시키기까지 한 것이다.

평시에 보이던 어리숙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중사가 특히 놀란 부분은 목표를 저격한 이후, 다른 목표를 파악하고 저격하는 순간이 일반 저격수보다 극히 짧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때야 그는 최일의 훈련평가서에 적힌 내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일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체력과 체격적인 한계에 있었다.

보통 이 경우 중요한 작전을 수행하는 파견부대에 파견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최일에게는 이런 조건을 무시할 만큼 큰 장점이 있었다. 체력과 체격적인 한계가 명확함에도 중요 작전을 수행하는 파견부대에 파견될 정도로 극히 커다란 장점. 바로 천부적인 사격 실력과 목표를 판단하는 판단력과 집중력, 그리고 빠른 대처능력이었다.

“최 하사. 남은 한 명 보이나?”

“차량 뒤쪽으로 완전히 은폐했습니다. 여기서는 저격이 힘들 것 같습니다.”

최일의 말에 김 중사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두 사람은 오늘 12시까지 철수를 목표로 이곳에 왔기 때문에, 적어도 두 시간 전에는 철수지점으로 걸어서 이동을 해야 했다. 더군다나 테러범들까지 사살했으니 최대한 빨리 이 지역을 이탈해야만 했다.

“곤란하군. 일단 내가 내려가겠다. 엄호해.”

“차라리 미군에게 연락해 철수 시점을 조금 늦추거나, 그들을 이곳으로 부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번 철수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니야. 철수지점에서 다른 작전부대와 만나 같이 이동할 거야. 철수 시점을 늦추면 이번 작전에 참여한 전체 부대에 문제가 생길 거야! 더군다나 우리의 행적이 노출된 이상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으니, 저놈만 처리하고 바로 이탈하자.”

생존자를 남겨 자신들의 행적이 노출되는 것만은 무조건 막아야 했다. 생존자가 남아있을 시 자신들의 이동 방향을 알아챈 그들이 중간에 기습할 수도 있을 뿐더러, 미군과의 합류 지점에서 공격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놈이 고개도 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좋아.”

김 중사는 소총을 들고 우측으로 우회해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트럭에 가까워졌을 무렵, 김 중사는 크게 당황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적병의 숫자를 잘못 파악하고 있던 것이다. 도망친 자까지 포함해 5명인 줄 알았건만. 트럭 뒷좌석 창문 너머로 그동안 미처 존재하는지 몰랐던 사내 하나가 트럭 뒷좌석 창문 너머에 앉아있었다. 그 남자는 길고 커다란 무언가를 어깨에 걸치고 창밖을 조준하고 있었다.

“RPG!”

김 중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분명 저들은 저격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다.

워낙 순식간에 4명이 쓰러졌고, 남은 한 명은 살기 위해 트럭에서 기어 내리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차 안에 남아있던 놈이 위치를 파악했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신이 성급하게 뛰쳐나오면서 저격 위치가 적에게 확연하게 노출되고 말았다.

이건 분명 자신의 실수였다.

김 중사는 다급히 트럭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따다다 당-!

이미 최일로부터 상당한 거리가 벌어진 상황이라, 소리치는 것보다 총을 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최일은 급히 스코프를 통해 김 중사를 확인했다. 절박한 표정의 김 중사는 트럭의 뒷좌석을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그 방향을 확인한 최일은 RPG-7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로켓포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멀리서 김 중사가 뭐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젠장!”

꽈앙-

이윽고 엄청난 충격과 함께 어둠이 찾아 들었다.

* * *

“뉴스를 알려드립니다. 오늘 새벽, 파병부대에서 차량이 뒤집히는 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C모 하사는 커다란 부상을 입었으며, 병원으로 후송 도중 끝내 사망했습니다. 사망한 C모 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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