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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71화 (371/390)

371화.

요새의 남쪽성벽 지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높고도 견고 한 성벽이었으나, 지금은 마법공격 으로 완전히 무너져내려 파편 언덕 으로 화한 곳.

그곳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 지고 있었다.

"몰아붙여라! 이 교두보를 확보 해야 한다!"

"보병대 전진! 전진하라!"

"와아아아아!"

병사들이 파편 무더기의 언덕을 타고 오르며 창칼을 휘둘렀다. 그들 의 날카로운 병장기들이 적의 몸을 난자했다.

퍼억! 콰직. 후드득.

힘없이 죽어 쓰러져가는 키메라 와 노예병사들.

흑마법사의 하수인들은 연합군의 맹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놈들은 죄다 빈사상태다! 지금 이라면 쉽게 해치울 수 있어! 이 기회를 노려야 한다!"

놈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쪽성벽에 자리해있던 키메라와 노예병사들 대다수가 광역마법에 휩쓸려 죽어버렸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놈들조 차 상태는 결코 좋지 않다.

성벽 위에서 떨어지고 파편에 짓 뭉개져, 팔다리가 떨어져나가고 바닥을 기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흑마법사의 마법 으로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다면 부상을 회복하고 전투에 가세할 터다. 병사들이 유리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은 지금뿐이다.

"최대한 많이 죽여버려!"

그러니, 놈들이 채 회복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수를 제거하려는 연합군 병사들이었다.

퍼버버벅!

병사들이 창칼을 내지르고, 키메라와 노예병사를 죽여갔다.

혹여 놈들이 목숨을 부지해 회복 할까, 목과 급소 따위에 창칼을 한번 더 박아넣어 확인사살까지 시행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무너진 남쪽성벽 지역을 그리 어 렵지 않게 장악해가는 연합군 병사들이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더더욱 상승해간다.

하지만 그들의 사기는 곧 나락으로 처박히게 되었다.

- 가소로운 놈들이!

적의 지원군이 남쪽성벽지대에 등장했으므로.

쿠르르르르르르….

번들번들 피어오르는 암흑색 기운. 허공을 일렁이는 흑마나의 잔 향.

암흑색 파동이 공기를 유린하며 전장에 소름 끼치는 소음을 발한다.

한창 전투에 집중하고 있던 병사들이 시선을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본다.

허공에 떠오른 암흑색 기운 수백 여 개.

흑마법사의 도약마법이었다.

병사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 해진다.

- 감히 우리의 수하들을 도륙하고 있는 것이더냐. 하찮은 인간 주제에 말이다!

- 놈들을 죽여 없애라! 녀석들을 몰아내고, 남쪽성벽을 탈환해야 한다.

- 광역마법을 전개하라!

번쩍!

흑마나의 파동이 터져나옴과 동시, 허공에 암흑색 마법진이 떠올랐다.

저들은 합동마법을 발현해 남쪽 성벽에 자리해있는 연합군 병사들을 전멸시킬 생각이다.

마법진이 중첩에 중첩을 거듭해 간다.

1중첩, 10중첩, 70중첩을 넘어, 비로소 100중첩에 달했을 때.

"흑마법사! 흑마법사다!"

"도망쳐라! 이길 수 없어!"

"망할..! 기사, 기사가 필요해!"

"아아아악!"

이미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후방으로 달려나가고 있는 와중이었다.

흑마법이 발동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연합군의 초급 지휘관이자, 제국 북부군 소속 백인장, 라보니아는 도망치며 생각한다.

'이대로 죽는건가?'

우세한 전장이었으나, 흑마법사가 전투에 가세하고 말았다.

흑마법사.

그 누구보다도 위험한 적.

그들의 마법은 성벽을 파괴하며, 저주는 일국을 혼란시키고, 그들의 하수인들은 도시를 유린하고 학살을 자행한다.

그런 흑마법사 수백여 명이 자신 과 같은 평범한 병사들의 앞에 나타났다.

이길 가능성 따위 없다.

라보니아를 비롯한 병사와 지휘관들은 오러도, 마법도 다룰 수 없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니 말이다.

평범한 인간이 마법사를, 하물며 그 잔혹성과 호전성이 극에 달한 흑마법사들을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때문에 간신히 병장기만 쥐어든 채 도주하고 있는 연합군 보병들이었다.

쿠르르르르르…!

점차 절정에 달해가는 합동마법 진.

"망할…!"

라보니아는 눈을 꾹 감았다. 곧 있을 충격에 대비해 자세를 낮추고 이를 악문다.

하지만 그런 라보니아의 행동은 전혀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흑마법사다! 놈들을 모두 죽여 버려라!"

이쪽 또한 새로운 지원군이 나타 났으니까.

그것도, 그 어떠한 아군보다도 믿음직한 인물이 직접 말이다.

두두두두두.

전장을 관통하는 말발굽 소리. 그리고 뿌연 흙먼지 너머, 요새 밖에서 달려오고 있는 이들의 윤곽.

라보니아는 꾹 감았던 눈을 뜨고, 경악과 기쁨이 뒤섞여 환희에 가득찬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지훈…! 제국 영웅 한지훈 라 이젠이다!"

한지훈 라이젠. 연합의 의장이자 세계 최고의 무력을 가진 인물.

그가 몸소 기사들을 이끌고 전장에 당도했다.

나는 전투마를 타고 돌진해가며 앞을 바라보았다.

전투의 경관이 자리해있다.

무너져내린 남쪽성벽. 그 잔해로 이루어진 언덕 위에서 자리해있는 연합군 병사들.

그들은 와해되어 있었다. 통솔이 고 규율이고 없이 뿔뿔이 흩어져 도주하고 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이 저렇게 밀리고 있는 이유를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 놈들이 남쪽성벽에 가 세했군. 예상대로야.'

남쪽성벽이 무너져내렸다. 흑마법사 놈들이 가만히 놔둘 리 만무.

그들은 예상대로 흑마법사 전력을 긴급히 파견했다. 키메라와 노예 병사들과 달리 흑마법사들은 도약 마법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일단 무너진 남쪽성벽을 틀어막고, 연합군 병력을 몰아내기 위해 흑마법사들을 파견했으리라.

나는 기세를 돋웠다.

"흑마법사놈들이 아무리 많다 한 들."

철그럭.

나는 오른손에 쥐고있던 세계검을 수납하고, 전투마 옆에 메어져있 던 투창을 꺼냈다.

지금 흑마법사 놈들은 허공에 떠 올라있다. 우리 기사들의 등장에 대비해 부유마법을 시전 중인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몰랐을 거다.

이쪽 또한 허공을 타격할 수단이 있다는 것을.

나는 집어든 투창을 어깨 위로 들어올렸다.

창을 역수로 쥐고, 상체를 폈으 며, 팔과 어깨를 한계까지 당겨 긴장시켰다.

"이쪽의 상대는 안 돼."

들고있는 투창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화르륵.

하고 타오르는 푸른색 광휘.

투창의 창날에서 번들거린다. 청 색 광휘가 흙먼지 속에서 번들거리며 그 기세를 발한다.

"뒈져라."

나는 전투마의 가속력과 내 근력을 살려, 투창을 강하게 쏘아보냈다.

부우우우우웅!

묵직한 파공성을 울리며 날아가는 투창.

내가 내던진 창날은 공기를 가르며 허공의 흑마법사들에게 쇄도했고, 곧 정확히 적 흑마법사의 머리 통을 맞출 수 있었다.

퍼어어억!

머리가 터져나가는 소리.

순식간에 절명한 적 흑마법사의 시체가 힘없이 바닥에 툭 떨어진다.

- 마, 맙소사! 수석께서 사망하 셨다!

- 광역마법이 취소되었어!

그리고 내가 투창으로 죽여버린 흑마법사는 적의 수석 흑마법사였다.

수석흑마법사는 합동마법의 모든 것을 조율하는 존재.

그런 자가 대규모 합동마법 발현 직전에 죽었으니 , 마법을 제대로 제 어할 수 있을 리 만무.

쿠르르르….

허공에 떠오른 광역마법진이 순식간에 소멸되어간다.

- 쿨럭! 빌어먹을! 혹마나가, 역 류한다…!

그와 함께 각혈하며 추락하는 적 흑마법사들.

놈들은 마나역류 현상으로 인해 더 이상 부유마법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털썩, 콰직.

놈들이 지면에 곤두박질쳤다. 팔다리가 깨져 신음하고, 부들거리는 몸뚱아리로 바닥을 긴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놈들을 향해 돌진했다. 비어있는 오른손에 다시 금세계검을 쥐어든다.

"오러를 발현할 필요도 없군."

저 흑마법사 놈들은 간단한 방호 마법조차 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어 있다.

마나역류 현상이란 그만큼 지독했다.

지금쯤 녀석들은 심장이 망가져 제대로 움직이지도, 그럴 듯한 연산 작업도 수행할 수 없으니 .

손쉽게 죽여버릴 수 있다.

나는 전투마를 타고 흑마법사들 의사이사이를 누볐다.

서걱! 후드득. 콰직!

놈들을 스쳐 지나가며 검을 휘둘 렀고, 그때마다 녀석들의 머리통이 붕 떠올랐다. 검은색 핏물이 왈칵왈 칵 터져나온다.

물론 적 흑마법사들을 참하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하하! 대단했다! 한지훈. 투창으로 허공에 있는 흑마법사놈의 머리통을 부숴버릴 줄이야!"

내 뒤로 베르겐이 그리 외치며 검을 내질렀다.

내 뒤를 따라오던 1만에 달하는 기사들. 그들 또한 전투에 가세해 흑마법사를 사냥하는 것이다.

적 흑마법사들을 모조리 죽이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남은 흑마법사의 가슴팍에 검날을 박아넣었다.

퍼억!

로브를 가르고, 갈비뼈를 부수어, 심장을 부수는 내 세계검.

나는 검의 손잡이를 비틀어 놈의 내장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커, 쿨럭…!"

왈칵, 각혈하는 흑마법사.

놈은 무어라 입술을 달싹거리더 니, 곧 이내 절명해 축 늘어지고 말았다.

나는 녀석의 시체를 치워버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주변에는 병사들이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눈빛을 읽었다.

안도와 존경, 선망 같은 감정이 그들의 눈빛 속에 자리해있다.

나는 피식 웃었다.

'하긴. 흑마법사 놈들에게 갈려나 가기 바로 직전에 내가 도착했으니까.'

저들에겐 내가 구세주처럼 보일 것이리라.

"어쨌든. 이로써 남쪽성벽은 완전히 장악한 것인가."

나는 시선을 돌려 내 뒤를 바라 보았다.

그곳에는 1만에 달하는 대규모의 기사 병력이 주변을 수색하고, 흩어 진 병사들을 다시 규합하고 있는 광경이 보인다.

남쪽성벽을 완전히 차치해, 아군 의 요새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 한 것이다.

아니, 어디 남쪽성벽뿐일까?

- 한지훈. 동쪽과 서쪽 성문을 열었다.

때마침 동쪽과 서쪽 또한 공략을 완료한 듯하다.

나는 통신수정구를 들어올려 그녀에게 물었다.

"꽤나 빠른데. 어떻게 벌써 동쪽 과 서쪽까지 집어삼켰지?"

- 그대 제1군이 남문에 전력을 집중시킨 덕분에, 동쪽과 서쪽에는 방어병력이 그리 밀집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부터는 마물들을 지휘하던 흑마법사 놈들이 전장을 이탈하더군. 필시 그쪽으로 갔겠지.

"아. 그놈들은 모두 해치웠어."

시선을 내려 지면에 널브러져있는 흑마법사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놈들의 시신에서는 여전히 걸쭉 한 검은색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흑마법사들. 아무래도 남쪽성 벽이 무너지자 다급히 달려온 타 방면의 흑마법사들인 듯하다.

나는 피식 웃었다.

"흑마법사놈들. 생각보다 더 어리 숙한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움직이다니 말이야. 이번 전투, 어쩌면 예상보다도 더 쉽게 끝낼 수 있겠어."

놈들은 멍청했다.

남쪽에 우리의 공세가 집중될 것을 파악하고, 전력을 집중시켜 놓았 던 것은 좋았다.

하지만 놈들에겐 예비대 따위 쥐 뿔도 없었다.

성벽이 함락되고, 통제가 와해되 었을 때를 전혀 대비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껏해야 타방면을 지휘하고 있던 흑마법사들을 다급히 불러모아 남쪽으로 보냈을 뿐.

하긴 당연한 일이다.

흑마법사란 결코 모습을 드러내 지 않고 배후에서 암약하는 존재.

그들은 모든 국가와 역사에서 배 척되어 왔으며, 전쟁경험 또한 일천 하다.

그런 놈들이 이런 대규모 전투에서 정규군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일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뭐, 어쨌든.

가뜩이나 통솔하기 어려운 키메라와 노예병사다. 지휘관마저 부재 하게 되었으니 손쉽게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일.

덕분에 우리는 적의 제1성벽을 손쉽게 차지할 수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올라온다.

- 방심은 금물이야, 한지훈.

그때 내 정신을 다잡는 마이사의 목소리.

- 총 4개의 성벽 중고작 하나 의 성벽을 돌파했을 뿐이다. 아직 3개의 성벽이 남아있어.

"그건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이곳, 윈터아르비엔은 도합 4겹 의 성벽으로 이루어져있다.

우리는 그중 첫 번째 성벽을 돌파했을 뿐이다.

아직 3개의 성벽이 남아있다.

- 그리고 적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광인과 포식자들 또한 아직 나타나지 않았어. 놈들의 수장인 크 라함 또한 보이지 않았고. 필시 요새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겠지.

그녀의 말대로 이번 전투는 그저 전초전에 불과했다.

애당초 적은 제일 외곽, 제1성벽에 그리 많은 병력을 배치해두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만 정도에 달하는 키메라와 노예병사들뿐.

그들의 진정한 전력이라 할 수 있는 광인과 포식자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 한지훈. 군대의 정비를 끝마치는 즉시 제2성벽을 공략하겠다. 그때 가장 먼저 돌입하는 건….

"나겠지."

요새 윈터아르비엔의 구조는 복잡하다.

4겹에 달하는 성벽이 꾸역꾸역 들어차있고, 곳곳에 해자와 함정 같은 공간이 즐비하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는 나와 기사 들이 가장 선두에서야 한다.

병사들을 밀어넣었다간 얼마나 많은 병력이 갈려나갈지 모르니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한다.

"그럼 나는 이곳이 정리된 뒤, 곧장 제2성벽을 공략하겠다."

- 알았다. 통신 종료.

마이사와의 통신이 끝났다.

나는 통신수정구를 품속에 갈무 리하고는, 시선을 돌려 북쪽을 바라 보았다.

다음에 공략해야 할 성벽이 보인다.

제1성벽보다 좀 더 높고, 좀 더 견고하게 지어진 제2성벽.

그 위에는 이미 무수한 키메라와 노예병사들이 빽빽이 들어차있다.

픽 웃었다.

"참 엿같이 커다란 요새도시야. 저런 게 3개나 남아있다니."

저런 커다란 성벽을 세개 더 공략해야, 크라함을 만나 녀석과 결판을 지을 수 있음이라.

나는 다음 성벽 공략을 위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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