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68화 (368/390)

368화.

연합군이 항해를 시작한다.

남부, 중앙, 서부대륙의 여러 항구에서 적게는 수십 척, 많게는 수백 척에 달하는 수송함들이 출발했다.

도합 1천여 척이 넘는 수송함들 이동원되어 수십만에 달하는 병력 과 물자를 운송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연합군의 수송함대들은 곳곳의 기항지를 거쳐 가며 북부대륙으로 나아갔고.

곧 나는 기함 위에서 볼 수 있었다.

"유빙이다."

바다 위해수면에 떠올라 둥둥 떠내려오는 유빙들의 무리.

어느덧 연합군 함대는 북부대륙 인근 해역에 당도했다.

"척후선을 전진시켜 대륙 연안지 대를 정찰시켜라. 상륙지점에 위협 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내가 지시하는 것은 다름 아닌 척후명령.

대규모 병력의 상륙 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병사들의 보급과 건강상 태도 다시 한번 확인해. 혹시나 방 한군복을 아직 받지 못한 병사들이 있을지 모르니 말이야."

"명령을 따릅니다!"

"가봐."

척.

선원과 장교들이 경례하고는 통신수정구를 집어든다.

이제 그들은 내 명령을 통신망을 통해 내 명령을 전군에 전파할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다시금 북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얼어붙은 유 빙의 무리.

저 유빙의 무리 뒤쪽으로 펼쳐진 지평선 쪽에, 희미하게 보인다.

"북부대륙."

나와 흑마법사의 세력이 마지막 전쟁을 치를 극북의 오지.

시스템의 중추가 자리해있는 곳.

도착이 머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북부대륙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본다.

"상륙! 상륙한다!"

"병력 내려!"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해안가를 완전 장악하고 요새화 하라."

"공병대!"

상륙작업이 시작되었다.

수송선단에서 출발한 수십 개의 상륙함이 눈으로 뒤덮인 해안가에 도착, 병력과 물자를 내뱉었다.

상륙함에서 내린 병력들은 대부분이 전투공병들이었다.

이곳 북부대륙에는 그 어떤 항만 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백 척에 달하는 수송함 들이 한번에 정박하기 어려웠고, 이에 먼저 공병대를 내려 임시 항만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공병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목재 이쪽으로 날라!"

"항구시설부터 설치해라. 병력 부터 내려놔야해."

물론 공병들만 상륙 전 교두보 설치작업에 투입된 것은 아니다.

"드워프와 전투마법사들이 도착했다."

"알았다. 저들이 도와준다면 오래 걸리지 않겠어. 넉넉잡아 반나절이 면 되겠는데 ?"

수송함에 함께 타고온 드워프 장인들. 그리고 이번 전쟁에 종군한 전투마법사들까지 .

그들이 함께 작업해 해안가를 재정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동원된 총 인력이 도합 2만 가량.

덕분에 교두보 설치작업은 신속 히 진행됐다.

대지계열을 다루는 전투마법사들이 해안가의 진흙을 높이 쌓아올리 면, 수계열 전투마법사들은 쌓아올 려진 진흙을 얼려 굳혀버렸다.

이후 공병들이 달라붙어 목재들을 날랐으며, 드워프들이 합류해 탄 탄하게 다졌다.

순식간에 그럴 듯한 선착장이 생 겨났다.

선착장의 크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해졌으며, 그렇게 반나절이 흐르자 수송선 수백 척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꽤나 넉넉 한 크기의 선착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마이사가 내 옆에서 중얼거렸다.

"몹시 빠르구나, 한지훈."

그녀는 선착장 건설작업의 속도에 감탄하는 듯했다.

하기야, 아무리 날림으로 지어도 이삼 일은 족히 필요한 일이다.

그걸 고작 반나절 만에, 그것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혹한 지대에서, 저토록 준수한 형태의 선착장을 완성해보이니 놀랄 수밖에 없는 것 이다.

그녀가 말을 잇는다.

"전투마법사들의 능력이 정말 빼어나구나. 설마 저들이 합류한다고 작업속도가 저토록 향상될 줄은 몰 랐는데 말이야."

그 말에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전에 연합놈들이 공사에 대지 계열 마법사들을 동원하더군. 그때 당했던 걸 잊지 않았지."

본래 이 세상 전투마법사들의 능력은 대부분 전투에서만 발현되었다.

광역마법을 발현하고, 강대한 화력으로 적을 쓸어버리는 것.

그것이 이 세상 전투마법사들의 존재의의였다.

하지만 과거 연방과의 전쟁, 요새 방어전 당시.

놈들은 요새를 사수하는 내게 수 공을 가했었다.

대지계 마법사들을 이용해 하루 만에 댐을 짓고, 터트려 요새를 물 로 쓸어냈던 것이다.

나는 그때 당했던 것을 잘 기억 해두고 있었다.

"뭐, '전투'마법사라 한들 오직 전투에서만 활약할 필요는 없지. 안 그래?"

"마법사들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텐데?"

"그딴 게 뭔 상관이야. 이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야 할 시기야. 마법사 녀석들 눈치 보기에는 적이 너무 강해."

"그렇긴 하지…."

마법사를 공병처럼 운용하는 일.

그들의 자존심이 상할 법하지만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뭘 어쩌겠는가? 내가 의장인데.

게다가 그들은 그다지 불쾌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웃으면서 작업하고 있는데 ?"

"사실, 대지계 전투마법사들은 다른 속성을 다루는 전투마법단들에 비해 다소 홀대받고 있었거든."

대지계열 전투마법사들은 다른 전투마법사들에 비해 한 단계 아래 로 평가받는 경향이 있었다. 그이유는 다름 아닌,

"다른 계열 마법에 비해, 대지 계열 마법은 제대로 된 살상 능력 이 없으니 . 어쩔 수 없는 일이었 지."

살상력의 부족.

동일 경지에 있다 한들, 대지계 마법사는 타계열 마법사들에 비해 살상능력이 부족했다.

그들의 공격마법 대부분이 살상보단 전장 상황을 조율하는 유틸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지면에서 암석창들이 솟구치게 하거나, 바닥을 울퉁불퉁 하게 만들거나, 혹은 협곡을 무너뜨리거나 하는 일뿐.

그들의 살상력이 온전히 발현되기 위해선 지형과 상황이 크게 뒷 받침되어야 했던 것이다.

반면 다른 전투마법단의 광역마 법에는 장애물이 없다.

수천 개의 폭렬구를 흩뿌려 전장을 불지옥으로 만들어버리거나.

뇌전세례를 불러와 적을 모조리 감전시켜 버리거나.

전투마법사라는 위명답게, 학살에 특화된 공격마법들을 보유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하니 그들이 대지계 마법사들이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이다.

"이렇게라도 해 자신의 강점을 살릴 방책을 찾았으니 , 나름대로 만족하는 거 아닐까?"

나는 대지계 마법사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줬다.

그들을 화력동원의 목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전투에서 사용한다 면 그들의 능력을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음이라.

나는 선착장 공사현장을 주시한다.

북부대륙. 설원으로 이루어진 차 가운 땅. 그곳에 첫 번째의 항구가 곧 완성된다.

마침내 항만과 선착시설이 완성 되어 병력과 물자가 운송되기 시작했다.

공병대와 드워프, 대지계 전투마법사들이 원정군 임시 본영을 설치했다.

그리고 나는 임시 본영의 가장 중앙에 있는 천막, 사령부 막사에 들려 상황을 확인했다.

"정찰 결과는 어떻지?"

"정찰대를 운용해 선도정찰을 시 행해본 결과, 이 앞 하루거리까지 적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예상대로 놈들은 곧장 윈터아르 비엔으로 향한 듯 합니다."

"음. 그럼 지금쯤 놈들이 요새에 도착했겠군. 흑마법사 놈들이 굳이 우리처럼 상륙을 서두를 필요는 없을 테니까 곧장 요새로 향했겠지."

보급과 체력의 제한이 따르는 우리는 먼저 남쪽에 상륙한 뒤 재정비 작업을 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먹지도, 자지도, 쉬어야 할 필요도 없는 흑마법사의 군세다. 놈들은 굳이 재정비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을 터.

때문에 흑마법사의 군세는 곧장 요새로 향해, 지금쯤 윈터아르비엔을 점거하고 방어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휘하 참모의 말이 이어진다.

"2군과 3군이 이틀간 재정비작업을 거친 뒤 출발입니다. 그이후 저희 1군 또한 교두보 정비작업을 마친 뒤 출발할 것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살 폈다. 북부대륙 전체를 그려둔 군사 지도였다.

북부대륙 지도의 남쪽 해안가에는 커다란 점이 하나 찍혀있다. 우리군이 상륙한 지점이었다.

그 상륙지점 위에서 올라가는 세 갈래의 길. 저 세갈래 길이 우리군 의 진군경로였다.

나는 윈터아르비엔 공략을 위해 군을 세 개로 나누었다.

내가 직접 지휘하는 제1군.

슈베츠 여왕, 마이사 슈베츠가 지휘하는 제2군.

그리고 내 측근이자, 북부군 차석인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가 지휘 하는 제3군까지.

55만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세 개로 쪼개 운용하는 것이다.

'지휘해야 할 병력이 너무 많으니 . 한데 뭉쳐서 움직여서는 안 되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55만에 달하는 병력이라면 출발하는 데만 며칠이나 걸리고 만다.

이래서야 기동력에 큰 차질이 생길 터.

집단으로서의 힘은 다소 희생하 더라도 기동력을 챙겨야 한다.

'더해 요새를 포위하기 위해서는 3개로 나누는 게 적당해.'

물론 기동력만을 위해 군을 나눈 것은 아니었다.

요새유적지 윈터아르비엔. 몹시나 광활한 면적을 지닌 그곳을 제대로 포위하기 위해선 삼면으로 에워싸 야 하리라.

"윈터아르비엔까지 전진한 뒤 요새를 포위한다. 내가 지휘하는 1군 은 요새의 남쪽, 마이사의 2군은 동쪽, 오스카의 3군은 서쪽이다. 질문 있는 군관?"

"주공은 몇 군입니까?"

주공.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량의 군대를 세 개로 쪼갰다 한들, 병력을 공평하게 분배해서는 안된다.

요새를 부수는 것은 결국 화력의 집중이었으니 . 하나의 방면에 화력 과 전력을 집중시켜 적을 쳐부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주공이 누가 될지는 이자리의 모두가 짐작하고 있다.

순순히 대답한다.

"주공은 내가 이끄는 제1군이 될 것이다."

"역시나. 의장합하께서 주공을 맡 으시는군요."

"이자리에서 내가 가장 개인의 무력이 뛰어나니까."

나는 이번 전쟁에서도 뒤에 물러 나 있을 생각이 전혀 없다.

여타 사령관들과 달리, 그 누구 보다도 앞에서서 병력을 이끌 것 이다.

선봉장이 되어 앞에 설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말이다.

'전체적인 지휘는 마이사와 오스카에게 맡기고. 나는 눈앞의 적을 말살하는데 집중하면 돼.'

그렇기에 편성한 인선이 바로 마 이사와 오스카였다.

뛰어난 지략으로 전장을 예지하는 천재 군략가, 마이사 슈베츠.

그리고 다방면에 걸쳐 유능한 모습을 보이는 오스카 디 로드게리스다.

그들이라면 능히 55만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을 터.

"현장의 상황은 선봉에 선 이쪽 이 통제할 것이다. 마이사, 그리고 오스카. 너희들은 전체적인 상황을 제어해줘."

현장에서 직접 교전하는 내가 전체상황까지 파악해 지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때문에 나는 전쟁의 전체적인 과정을 그들에게 일임할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눈앞의 적을 말살하 는데 집중하기 위해서.

"그리고, 크라함의 모습이 관측된 다면 곧장 알려줘. 녀석은 오직 나만이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니."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크라함. 볼라바아 학파의 종주.

녀석의 개인 무력은 강대하며, 심지어 유물마저 두 개나 보유 중 이다.

일반 병사나 기사, 마법사들이 아무리 많이 투입된다 한들 놈을 대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놈을 상대할 수 있다.

"알겠어. 한지훈."

"그리하지요. 의장합하."

내 말에 마이사와 오스카가 차례 로 대답한다.

회의가 끝나고, 북부대륙에 당도 한 연합군이 북상할 준비를 해간다.

펑펑 쏟아져 내리는 눈보라 속.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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