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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67화 (367/390)

367화.

"아티팩트의 양산은 성공적입니다. 목표했던 생산량을 달성했고, 지금은 운송 작업 중에 있습니다."

"수송함대는?"

"제국의 모든 수송함들을 차출했습니다. 제국 수송함대들은 현재 북부 항만지역에 집결 중입니다. 일주일 안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원정에 사용할 보급품과 병장기들의 준비 또한 완벽합니다."

2주일에 달하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동안 나는 연합의 북부대륙 원정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아티팩트를 양산했고, 병력을 모 았으며, 수송함대를 마련하며 북부 대륙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나간다.

지금 나는 북부 해안지대에 있다. 원정 준비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내가 서있는 항구의 선착장 밖, 북부 해안이 보인다.

철썩-.

해수면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망 막에 잡히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바다 위 지평선에 떠올라 있는 무수히 많은 수의 수송함들까 지.

시야에 보이는 것만 수백 척에 달한다.

나는 바다 쪽을 주시하던 시선을 돌려, 항구 쪽을 살펴본다.

"천인장님! 이 보급품들은 어디에 놔둡니까?"

"저기 25번 창고에 쌓아놔라!"

"알겠습니다!"

병사들이 각종 물자를 이고 지며 창고 안으로 나르고 있다.

그들이 나르는 짐을 바라본다.

'방한전투복과 설산지대용 장구 류.'

그들이 나르고 있는 것은 설산지 대용 전투복들이다.

두툼한 털로 안감을 채운, 퍽 덥 고 둔해보이는 옷들.

그동안 전투해왔던 지대가 대부분 온난한 기후였기에 어지간해서는 볼일 없던 복장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질리도록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이 다름 아닌 북부대륙이니까.

쯧 혀를 찼다.

"시스템의 중추. 그게 하필이면 북부대륙에 있을 줄이야."

중앙대륙이나 남부대륙처럼, 접근 하기 편한 곳에 있다면 좀 좋겠는 가.

내 표정에 절로 불만이 어린다.

북부대륙.

빙설지대와 툰드라지역이 뒤섞여 있는 몹시 추운 대지.

기온은 낮고, 하루종일 눈이 내리며, 대부분의 대지가 새하얀 눈과 빙하에 뒤덮여있다.

대충, 지구의 북극지역을 떠올리 면 될까.

춥고도 황량한 땅. 그곳에 대량 의 군대를 운송해야 한다. 필요한 것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나는 그 어려움을 예상보 다도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나마 식량과 목재의 보급을 엘프측이 부담해줘서 다행이야."

엘프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엘프의 중앙대륙은 풍족한 땅이다.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가졌 으며, 세계수 덕분에 자연에는 생명력이 넘쳐 흐른다.

그 덕분에 엘프의 식량은 넉넉한 편이고, 목재 생산량 또한 막대하다.

그런 엘프가 북부대륙 원정군의 모든 식량과 목재 들을 모조리 책임지기로 약조한 것이다.

'북부대륙 원정 준비는 순조롭다.'

엘프 덕분에 연합군은 북부대륙 원정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번 원정에 투입된 병력을 헤아려본다.

'제국군 30만. 슈베츠군 10만. 트 웨인 5만. 기타 군소국가들이 10만.'

이번 원정에 동원된 병사들의 수 가 무려 55만에 달한다. 물론 그들 이 끝이 아니다.

'마법사 3천. 기사 2만.'

마법사와 기사 등 고급전력 또한 2만 3천에 달한다.

55만의 병사와 2만 3천의 기사가 이번 원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의 병력이 있다면 흑마법사 놈들의 세력과 충분히 싸워볼 만하리라.

그렇게 내가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여기 있었구나. 한지훈."

나는 시선을 돌려 내게 말 걸어 온 이, 마이사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게 지도 한 장을 내밀었다.

"원정 계획조율을 끝냈다. 여기는 수송작전 지도다. 확인해줬으면 하는데 ."

"어디."

바스락.

나는 그녀가 내민 지도를 받아 살펴보았다. 커다란 세계지도였다.

지도에는 남부, 서부, 중앙대륙에서 병력이 집결하는 날짜와 그들이 나아갈 해로가 표시되어있다.

전세계에서 55만이 넘는 막대한 병력이 북부대륙으로 집결하는 일 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출발지는 이곳 남부대륙의 북부 항만 한 곳이 아니었다.

다수의 대륙에서, 다수의 해로를 따라 제각기 항해해 북부대륙에서 합류하는 것이다.

나는 지도를 살핀 후 고개를 끄 덕였다.

"훌륭한데, 마이사. 이렇게 일정을 조율하기까지 꽤나 힘들었겠어."

"힘들었지. 그래도 그나마 제국황 제와 엘프여왕이 도와줘서 계획을 완성할 수 있었어."

"이제 남은 건 원정뿐인가?"

"그래."

그녀가 시선을 돌려 바다를 바라 본다. 바다 위에는 여전히 수백 척에 달하는 수송함들이 떠올라있다.

마이사가 나직이 말을 이었다.

"이제 북부대륙으로 나아가 흑마법사들을 밀어내고, 최북단 유적요 새 윈터아르비엔을 점령하기만 한 다면."

"놈들과의 전쟁이 끝나지 ."

마이사가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 본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한동안 침묵 한다.

잠시 후. 침묵을 끝낸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한지훈."

"왜."

"죽지 마."

그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발걸음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한다.

나는 피식 웃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죽긴 왜 죽어. 곧 끝이 가까운 데."

시나리오가 끝을 맺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여태까지 해온 고생이 있는 만큼, 나는 이제 와서 쓰러지지 않는다.

나 또한 발걸음을 돌려 다른 곳 으로 향하며 생각해본다.

'크라함은 남아있는 모든 전력을 북부대륙으로 보내고 있겠지.'

북부대륙에 얼마나 많은 수의 흑마법사 전력이 모일까?

마지막 전투인 만큼, 필시 놈은 남아있는 모든 전력을 북부대륙에 집결시킬 터.

최소한 수십만은 있다 봐야한다.

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이쪽에도 놈을 상대하기에 충분한 병력을 그리로 보낼 거니까.

진정한 문제는 다름 아닌….

'크라함 그 자체.'

크라함. 확실히 강적이다.

놈의 흑마법은 정점에 달해있어, 죽은 사람마저 온전히 소생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그리고 더는 날 살려둘 의미가 없으니 , 본신의 무력을 십분 발휘해 나를 죽이고 내 격을 빼앗으려 할 터.

놈 또한 전장에 등장할 것이다.

녀석의 무력은 필시 대단하겠지.

게다가 녀석이 가진 유물 또한 결코 적지 않다.

본래 동부대륙에 잠들어있던 환 상종-지즈의 핵.

그리고 동부대륙에 있는 모든 인구를 소멸시켜 빗어낸 새로운 유물 까지.

도합 두 개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유물의 수는 두 개로 동일. 본신 의무력은… 어떨지 모르겠어.'

나 또한 유물을 두 개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본신의 무력이 누가 더 뛰어나냐에 따라 승부의 결과가 갈 릴텐데.

과연 누가 이길까?

알 수 없다.

놈과 마주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녀석과 목숨을 걸고 끝까지 맞 붙어본 적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승리하는 것은 내가 될 것이다.'

전혀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는 승리할 것이다. 그런 직감 이내 심상을 가득 채웠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항구를 배회하며 원정준비과정을 살폈다.

곧 출발이다.

* * *

"연합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 의 주인이시여…."

크라함의 수하 흑마법사가 입을 열어 그리고한다.

그는 천천히, 그 노쇠한 입을 움직여 계속해 보고했다.

"첩자가 얻어온 정보에 따르면, 모인 병력은 55만 가량. 개중에는 전투마법사 삼천과 기사 2만 가량 이 포함되어있다 합니다."

"많이도 모았군."

"놈들이 북부대륙에 대량의 병력을 투입하려 합니다. 필시 이쪽의 목적을 파악했겠지요…."

노쇠한 흑마법사의 말에 크라함 은 전혀 놀라지도, 그렇다고 당황하 지도 않았다.

그저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을 뿐.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북부대륙에 시스템의 중추가 있다는 사실, 그 빌어먹을 엘프 여왕이 예상치 못할 리 없지. 그년은 세계수와 계약한 수호자. 일반 지성체들이 알지 못하는 지식을 보다 손쉽게 알아낼 수 있으니 ."

"어찌하시겠습니까? 계획을 수정 하시겠습니까?"

"계획은 변경하지 않는다."

펄럭.

크라함이 팔을 크게 휘두른다.

그러자 나풀거리는 로브자락. 그 와 함게 그의 전면에 검은색 연기 가 일렁이더니, 암흑색 홀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세계지도가 떠오른다.

동부대륙부터 뻗어진 수십 갈래 의 길이 북부대륙, 그중에서도 가장 최북단에 자리한 윈터아르비엔으로 이어져있다. 동부대륙에서 출발한 흑마법사의 군세가 이동할 예상 경 로들이었다.

이미 동부대륙에 자리해있던 수십만의 키메라와 노예병사들, 그리고 암흑기사와 포식자까지. 대부분 의 전력이 출발한 상태.

그들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북부대륙에 당도할 것이고. 목적지인 윈터아르비엔을 점거해 요새화시킬 것이다.

한스의 얼굴을 한 크라함이 씨익 웃는다.

"오히려 바라던 바다. 놈이 제발로 사지에 기어들어 오는 꼴이니 이쪽의 수고를 덜었군."

당초 크라함의 목적은 먼저 북부 대륙 요새유적, 윈터아르비엔을 완전히 점령한 뒤.

자신이 직접 움직여 남부대륙에 있을 한지훈을 죽이고 그의 격과 혼을 빼앗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한지훈은 흑마법사의 움직임을 파악했고, 그에 대응해 병력을 모아 북부대륙으로 원정을 떠 나려고 한다.

"윈터아르비엔을 완전히 점거한 뒤 놈들을 맞이한다."

윈터아르비엔.

북부대륙에서도 가장 최북단에 자리해있는 거대한 요새도시.

이전 시나리오에서는 연합군이 먼저 그곳을 점거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으로 기어들어가 마지막 농성을 펼쳤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자신이 이끄는 흑마법사의 군세가 그곳을 먼저 차지한다.

"윈터아르비엔은 방어에 최적화 되어있는 요새도시다. 아무리 지성 없는 노예병사와 키메라들이라 할 지라도 그곳을 지켜내는 것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음이라."

드넓은 면적의 부지, 구불구불하 게 꼬여있는 요새의 내부구조, 무려 네 겹에 달하는 두텁고 견고한 성 벽들.

오랜 시간 설산 속에서 방치되었 음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은 견고한 요새 유적.

그곳을 선점해 방어에 집중한다 면적들은 결코 함락시킬 수 없을 터다.

더해 그는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나는 강해졌다."

화르르륵.

그가 오른손을 활짝 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에 암흑색 불길이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그의 손에 피어오른 불길은 그 색이 너무나도 신묘했다.

언뜻 보기에는 흑마나로 이루어 진 검은색 불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단순 한 검은색 불꽃이 아니었다.

암흑색 화염 사이사이, 붉은색과 황금색 빛이 번들거리고 있는 것이다.

후욱. 크라함이 주먹을 쥐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불꽃.

"두 개의 유물을 손에 넣었고, 그 힘을 온전히 체화시켰다. 아무리 주인공의 운명을 가진 한지훈이라 한들 나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니."

방금 전 그가 일으킨 불꽃은 단순한 흑마나의 불꽃이 아니었다.

그가 얻었던 두 개의 유물의 힘 이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신묘한 기운의 불꽃이었던 것이다.

크라함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다.

그렇게 연합과 볼라바아. 두세력은 북부대륙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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