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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62화 (362/390)

362화.

연합 지휘부 막사. 지금 이전장을 지휘하는 연합군측 고위 장성과 군관들이 자리해있는 곳.

그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병사들이 하나둘 복귀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통솔이 제자리를 찾아갑 니다! 방어선이 다시금 형성됩니다!"

"다행! 다행이야!"

와해의 조짐을 보이고 있던 그들 의 군대가, 점차 통솔력을 되찾고 있기에.

방금 전까지도 수많은 병사들이 도주하고 있었고, 고위 장성들과 군 관들은 이번 전쟁의 패배를 직감하고 절망 중이었으나.

이제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 대신 희망이 자리해가고 있다.

모두 단 한 명의 인물 덕분이다.

"한지훈 라이젠 의장 합하 덕분 입니다…."

지금 전장에서 포식자들을 상대 로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인물. 한지훈 라이젠.

그 덕분에 군의 통솔이 재정비 되고 있다.

본래 전투에서 한번 무너진 통 솔력을 복구하는 것은 몹시나 힘든 일이다.

전투 중인 전장은 극도로 혼란하 기어]

, 뿔뿔이 흩어진 병력을 다시 불러모으기 힘들다.

하물며 도주한 이들을 자발적으로 불러들인다니?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 일을 훌륭히 해내보였다.

"설마 단신의 무력을 과시해 아 군의 사기를 드높일 줄은."

한지훈은 전장에서 유물을 운용 해 강대한 힘을 취했다.

그리고 그 힘을 마음껏 휘둘러 수십, 수백의 포식자를 상대로 압도 적인 무력을 펼치는 중이었다.

죽음이 확인된 포식자들이 벌써 백수십 개체.

전투가 시작된 지 고작 10분 만 에, 믿기지 못할 빠른 속도로 얻어 낸 결과였다.

그에 전선을 이탈했던 병사들이 하나둘 돌아오고, 부대의 붕괴 기미 또한 완화되어가고 있으니 .

승산이 있다.

고위 군관들의 얼굴에 희망의 빛 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자리에서 모두가 안색을 피고있을 때.

단 한 명만은 차마 웃지 못했다.

"… 한지훈. 결국, 이렇게 되는건 가."

마이사 슈베츠. 연합군 최고사령 관의 직책을 지닌 인물.

그녀가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결국 유물을 쓰게 만들었어…."

이자리에 있는 다른 군관들은 한지훈의 드높은 무력에 감탄하고, 호전되어 가는 전황에 기뻐할 뿐이다.

하지만 마이사는 한지훈과 유물 의 관계를 알고 있기에 순순히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지금 한지훈은 자신의 목숨을 깎아가며 싸우고 있단 말이다.'

한지훈이 저토록 신적인 무위를 발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유물을 운용해 자신의 신체를 손상시켜가며 싸우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이사는 한지훈이 이번 전투에서 유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돕고 싶었지만.

결국 한지훈은 유물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이사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결국 나는 짐덩이에 불과하구나, 한지훈.'

그녀는 줄곧, 스스로 자립했다고 여겼었다.

어릴 적 슈베츠 왕국이 멸망 당 한 이래로 남부대륙을 떠돌아다녔으니까. 너무나도 어린 나이부터 철 이 들어버렸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자신은 전혀 자립하고 있지 않았다. 자립하기는커녕, 아직도 누군가 에게 의지하고 있다.

"한지훈."

한지훈 라이젠. 그가 모든 것을 도맡아 해주었다.

소년병 신분이던 그녀를 구해준 것도, 그녀에게 군략의 재능을 일깨 워준 것도, 대륙을 떠돌던 자신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것도, 심지어 숙원이었던 슈베츠 왕국의 해방까 지.

모두 다 한지훈이 이루어줬다.

그녀가 한 일?

스스로 단언할 수 있다.

없다.

마이사 슈베츠란 인간은 결국 한지훈의 옆에선 있으나 마나한 조력 자.

고작 그뿐에 불과했던 것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어."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뜬다.

"언제까지 그 녀석이 모든 부담을 지게 할 수는 없단 말이다."

마이사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이곳 지휘부에 앉아 모든 걸 한지훈에게 의지하는 자신이 너무도 나약해 보였기에.

한지훈이 자신의 목숨마저 소모 해가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자신은 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 기에.

한심한 일이다.

그녀가 후욱, 숨을 내쉬더니 지도를 노려본다.

타오르듯 반짝이는 호수색 눈동자.

"한지훈. 더 이상 네가 모든 부담을 지게 하지 않을거야."

자신의 무능함과 마주한 그녀는, 곧 무력감을 떨치고 의욕을 고취시켰다.

그녀의 정신이 점차 각성해간다.

내면에서 격렬하게 타오르는 전투의지.

마이사는 지휘에 집중하기 위해 통신수정구를 집어들었다.

나는 지면을 박차고, 눈앞의 포 식자에게 쏘아지듯 도약한다.

부웅 떠오르는 시야. 오른손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세계검의 무게 감.

나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검날을 부웅 돌렸고, 검날은 한바퀴 빙 글 돌며 막대한 원심력을 축적했다.

화르르륵.

세계검의 검신을 타고 백색 오러 광이 타오른다.

나는 가속된 검을 크게 휘둘렀다.

퍼어어어어억!

포식자의 목을 절삭하고 지나가는 백색 궤적. 파공성과 동시, 놈의 목이 깊숙이 잘려나가 떨어진다.

나는 가볍게 지면에 착지했고.

쿠우우웅!

그와 거의 동시. 포식자의 잘린 목 또한 바닥에 충돌한다.

이후 떨어져 내리는 검은색 핏물후드드드득.

질척한 괴물의 피가 내 전신갑주 곳곳을 두드린다. 내 갑주가 점차 검은색으로 물들어간다.

파앙!

나는 검을 휘둘러 세계검에 묻어 있던 괴물의 피를 털어내고는, 시선을 돌려 적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괴물새끼들. 엿같이도 많이 남았 네."

아직도 포식자의 수는 많았다.

각성한 뒤 20분이 지난 지금 대략 200여 개체의 포식자를 처치할 수 있었다.

대단한 전공이 아닐 수 없다.

한 명의 인간이 단 한 개의 포식 자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고작 20분 동안 200개체에 달하는 포식자를 처치해냈으니까.

유물을 활성화한 것으로도 모자 라, 몰입과 전투예지 스킬까지 아낌 없이 사용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표정은 펴지 지 못했다.

"아직도 100여 개체는 남아있 군."

나는 가슴을 더듬어 남아있는 내 수명을 확인했다.

10분. 앞으로 10분간 움직일 수 있다. 그이후는 내 신체가 붕괴해 버린다.

그전까지 나머지 100여 개체를 죽여버릴 수 있을까?

단순히 시간 대비 처치수를 생각 해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20분 동안 200여 개체를 죽였으니 , 10분간 100여 개체를 죽이는 건 불가능은 아니니까.

하지만 포식자 놈들의 움직임이 문제였다.

'놈들이 나를 경계하고 있어.'

처음 전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 도전장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개별전투를 진행하던 놈들이었다.

놈들은 그저 제 압도적인 힘만을 믿고 단독으로 행동하던 이들.

덕분에 유물의 힘을 빌려 놈들을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놈들의 개체수가 수백이라 한들 결국 전투의 양상은 1: 1의 반복이 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놈들은 더 이상 개별행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포식자들을 노려본다.

- 오오오오오오!

- 크아아아아!

쿠웅! 쿵! 쿵! 쿵!

커다란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포식자들. 놈들 약 10여 개체가 한데 모여 이쪽으로 돌진해오고 있다.

놈들은 마침내 나를 혼자서 감당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저들끼 리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가 지휘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놈들에게는 저런 조직적인 행동을 할 지성이 없으니까.

내 무력을 경계해 본능적으로 취 한 행동이리라.

쯧, 혀를 찼다.

'위험한데.'

그리 긴장하다가, 픽 웃었다.

생각해보면 위험하지 않은 전투 가 있긴 했었나?

전장은 항상 위험하다. 언제나 목숨이 걸려있다.

그러니, 지금 이상황도 평소와 하등 다를 게 없다는 소리다.

나는 세계검을 고쳐잡았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 한들 내가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기세를 드높였다. 전투감각을 날카롭게 벼렸다.

화르르르르륵!

보다 격렬하게 타오르는 세계검 의 백색 광휘.

포식자들이 달려든다. 그에 나는 피하지 않고 마주 달려들었다.

콰앙!

지면을 밟고 도약. 포식자들의 눈높이까지 뛰어오른다. 직후 검을 크게 휘둘렀다.

퍼어어억!

- 크아아아아아아!

고통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 지는 포식자의 거체.

쿠웅, 하고 묵직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놈의 몸이 무너져내리며 진 한 흙먼지가 시야를 가린다.

그렇게 내가 하강해 지면에 착지 하려 할 때.

- 크오오오오오오!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로 인한 사 각 속, 하나의 주먹이 날아온다.

내 몸뚱이보다 훨씬 커다란, 집 채만 한 주먹이.

나는 세계검을 옆으로 돌려 막아 냈다.

허나 크기 차이가 무시무시한지 라,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 리 만 무퍼어어억!

"크윽…!"

결국 주먹에 치여 날아간다. 내 몸이 파리채에 치인 파리마냥 지면 으로 처박혔다.

콰앙!

내 몸은 지면에 격돌하고도, 기 세를 멈추지 못해 몇 번이나 튕겨 가며 바닥을 굴렀다.

나는 그 충격에 신음했다.

"염병할…!"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두드린다. 정신줄을 놔버리고 싶을 정도로 극 악한 고통이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다.

허나 이대로 가만히 누워서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 오오오오오!

또 다른 포식자가 나를 공격하려 했으므로.

부우우웅.

포식자의 발길질이 날아온다. 시야 가득 놈의 발바닥이 자리한다.

나는 크게 욕했다.

"개같은 새끼들! 괴물 주제에 합 공이라니!"

파앙!

나는 자리에서 도약, 이후 지면을 한번 굴러 녀석의 발길질을 피해내고는 세계검을 휘둘렀다.

콰르르르르릉!

백색 검격이 공기를 가르고 포식 자의 발목을 절삭했다. 퍼억 튀어나 오는 암흑색 핏물.

- 크아아아아아!

쿠우우웅.

포식자 하나가 아킬레스건이 잘 려 쓰러진다. 다시금 뿌옇게 일어나는 흙먼지.

후욱. 한숨을 내쉬고는 세계검을 들어올린다.

"… 망할. 빌어 처먹을."

욕지기가 쉼 없이 나온다.

쿠웅, 쿠웅, 쿵, 쿵, 쿵.

지면을 울리는 발걸음 소리.

그리고 뿌연 흙먼지 너머로 흐릿 하게 보이는 포식자들의 거대한 인영들.

그 수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나는 직감했다.

"남아있는 포식자 놈들이 죄다 이쪽으로 몰려들고 있어."

감지한 주변 포식자들의 수가 몹시 많아지고 있다.

처음의 10개체에서 순식간에 삼십삼천0개체로, 30개체에서 곧 50여 개체로.

남아있는 100여 개체 대부분이 이곳에 모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터.

솔직히 말하자면, 승산은 희박하다.

1: 1의 반복이라면 얼마든지 저 백여 개체의 포식자를 처치하고 승리를 거머쥘 자신이 있다.

그만큼 내가 가진 힘과 스킬의 능력은 몹시 대단했으니까.

하지만 1: 100의 전투라면 무리다.

적은 평범한 인간 병사나 기사가 아닌, 포식자. 흑마법사가 만든 생 체병기.

단 하나만으로도 성벽을 파괴하고 도시를 유린하는 괴물들이다.

그런 포식자 백여 개체를 한번에 상대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

패배의 기색이 스멀스멀 척수를 타고 올라온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냐, 괴물새끼들아!"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세계 검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쥐었다.

화르르르르륵!

더욱더 격렬하게 타오르는 백색 오러광. 내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안 광이 번들거린다.

"나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아, 이 새끼들아!"

적아의 격차가 아무리 심대하든. 그리고 앞에 자리해있는 적들이 얼마나 강하고 많든.

내 전투의지를 누그려뜨리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

나는 이름 없는 별의 운명을 타고난 세상의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이란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존재다.

그러니, 나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 오오오오오오오오!

쿠웅! 쿵! 쿵! 쿵! 쿵! 쿵!

포식자들이 일시에 달려든다.

그 수 약 백여 개체. 단번에 끝 낼 생각인가. 놈들의 속도가 꽤나 빠르다.

백의 포식자들이 한꺼번에 덤벼 드는 공격이다.

아마도 내가 살아남아 승리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겠지.

아니, 전무하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나는 죽기 직전까지 검을 휘두르다 죽을 생각이다.

본래 내 성격이 그러하다.

절망에 빠져 진창을 허우적거리다가 죽는 인물 따위, 나는 될 수 없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발악하다 웃으며 죽을거다.

그렇게 내가 끝을 직감하고, 온몸을 긴장시키고 있을 때.

- 한지훈! 아직 무사하나?!

통신수정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이사 슈베츠였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려 할 때, 그녀가 내 대답조차 듣지 않고 곧장 지시했다.

- 당장 숨어!

다소 생뚱맞은 지시.

나는 표정을 찌푸리고, 그녀는 크게 알려왔다.

- 그곳에 마법사들의 폭격이 떨 어질거야! 숨어!

그녀가 그리 말을 맺음과 동시.

번쩍!

순간, 웅장한 섬광이 이 드넓은 전장 전체를 그득 메워버렸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방금 전까지 창창했던 푸른 하늘. 그곳에는 27개의 광역 마법진 이자리해있었다.

나는 직감했다.

"살 수 있겠는데 ."

27개의 광역 마법공격이 발현된 다면 포식자놈들이 다소 약화될 것 이고, 그렇다면 승기가 생길 터다.

역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다면 언젠가 기회가 찾아온다.

다만 일단은 저 마법공격의 파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나는 세계검을 지면에 박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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