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화.
시퍼런 오러를 휘감은 다수의 기 병창들이, 파공성을 울리며 흑마법사들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전투마의 가속력과 기사의 오러가 융합된 랜스차징은 강력했고, 아무리 상급 흑마법사의 무리라 한들 그 들의 돌진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콰직! 쩌저정!
단숨에 깨져나가는 흑마법사들의 방벽마법.
방벽의 뒤에 숨어있던 흑마법사들 의 신체 곳곳이 관통 당한다.
"크아아아악!"
"쿨럭! 커허억!"
흑마법사들 수십이 단번에 죽어나 간다.
이미 상성에서 밀린 전투였다.
기사는 근접에서는 최강의 전투력을 발하는 이들.
하물며 지금은 가속에 가속을 거듭해 최상의 속도로 달려들어 랜스 차징을 가한 상태다.
근접에 약한 마법사놈들이 수천의 기사를 물리칠 방법 따위는 없었다.
"방벽으로는 놈들을 막을 수 없다…! 공격마법! 공격마법을 펼쳐 라!"
하지만 흑마법사들은 마지막까지 발악했다. 방벽마법을 취소시켜가며 모은 흑마나를 한껏 응축시켜, 공격 마법을 발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쾅! 쾅 쾅 쾅그들이 저마다 자신 있는 공격마 법을 발현했다.
검은색 마탄의 무리가 터져 나와 대기를 휘저었다. 저주계열 마법이 넘실거리는가 하면, 암흑색 불길이 대지를 불사르기도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발악과도 같은 공격마법들은, 그리 탁월한 효과 를 벌이지 못했다.
"헛수고를!"
저기사들을 이끌고 있는 이가, 다름 아닌 한지훈 라이젠이었으므 로.
그가 기병창을 길게 휘두른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푸른색 반월 이기다랗게 그어짐과 동시.
콰아아아아앙!
커다란 파공음이 터져나온다.
그와 함께 쏘아지는 푸른색 검기. 반월의 궤적이 주욱 뻗어나가며 흑마법사의 모든 마법을 지워버린다.
검은색 마탄의 무리도, 허공을 물 들이는 저주마법도, 지면을 불사르 던 암흑색 불길까지도.
그 모든 것을 지워버리며 나아가 던 청색 검기는 흑마법사들이 밀집 되어있던 공간을 타격했고.
퍼버버버버벅!
수십의 흑마법사가 동시에 절반으로 절삭되어버렸다.
피안개가 퍽 터져나옴과 동시에 흑마법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우르르 쓰러진다. 그들의 신체파편과 핏물 따위가 허공으로 비산한다.
"의장합하께서 길을 여셨다! 돌진 하라! 나머지 흑마법사들까지 모조리 쳐 죽여버려라!"
"다 죽여!"
"감히 남부대륙을 탐하려한 놈들에게 그 죗값을 똑똑히 치르게 하라!"
뒤이어 한지훈과 함께 달려든 기사들이, 우왕좌왕하는 나머지 흑마법사들을 도륙해갔다. 흑마법사들이 계속해 죽어나간다.
그리고 그전투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한스 요한바르첸.
한지훈의 대적자이자, 크라함의 대리자인 인물.
"… 한지훈. 드디어 만났군."
그는 한창 전투를 벌이는 한지훈 의 모습을 바라본다.
어째서일까. 지금 한지훈과 기사 들에 의해 휘하 흑마법사들이 도륙 당하고 있음에도, 한스의 표정은 너무나도 건조했다.
마치 흑마법사들이 죽어나가는 것 따위는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 이라는 듯이.
철그럭.
그가 자신의 손아귀에 잡혀있던 장검, 검은색 세계검을 굳세게 움켜쥔다.
"나는 네놈을 죽일 것이다."
화르르륵.
세계검에서 불길이 타오른다. 불 길의 색은 짙고도 짙은 검은색.
"예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지. 네놈은 이 세상의 주인공. 이 세상 이 네놈을 축복할 때, 일개 악역인 나는 네놈에게 죽는 역할에 불과했 으니 말이다."
한스는 세계검으로 자신의 운명과 시나리오의 개입을 절삭했다. 그와 중 그는 이 세상에 대해서 보다 정 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세계란 결국 초월적인 존재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세상. 각각의 개 체에게는 저마다의 역할과 운명이 있다. 본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지훈의 운명은 이름 없는 별. 이 세상의 주인공.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언젠가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 이 세상을 다스릴 존재.
반면 자신 한스의 운명은 대적자 의 별. 이름 없는 별의 대적자.
주인공에게 여러 고난과 역경을 부여한 뒤, 결국 쓰러지는 존재.
즉, 한스의 패배는 처음부터 정해졌다는 이야기이다. 그 누구도 아닌, 엘로힘이라는 이 세상의 창조주격 존재에게.
"하지만 나는 시나리오의 주박을 파훼했다. 내게 부여된 강제적인 운명을 극복해냈단 말이다!"
지금 그에게 부여된 모든 운명과 시나리오의 개입은 파훼된 상태다. 세계검을 사용해 시나리오의 간섭을 완벽히 절삭해낸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한스는 더 이상 시나리오의 일개 부품이 아닌, 하나 의 독립된 개체로서 오롯이 존재하 게 되었으니 .
그의 붉은색 안광이 더욱 진하게 타오른다.
"네놈을 죽이고,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 될 것이다!"
한스는 시나리오의 주박을 파훼하는 순간 깨달았다.
대적자의 운명을 타고난 자신이, 저자 한지훈을 직접 죽이게 된다면.
이름 없는 별의 운명, 이 세상의 주인공 자리를 자신이 빼앗을 수 있다고 말이다.
콰아아아앙!
한스는 지면을 박차고 한지훈에게 달려든다.
- 한스가 각성했군.
동부대륙, 연방 수도 폐허.
검은색 수정구를 바라보던 크라 함. 그가 모처럼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그의 매마른 음성이 폐허를 울린다.
- 예정대로다. 시나리오의 주박을 파훼하고, 드디어 기회를 얻게 되었 어.
크라함은 한스를 각성시키기 위해 대량의 군세를 쥐어주고, 남부대륙으로 보내 한지훈을 상대케했다.
예상대로 한스는 각성했고, 덕분에 완전히 시나리오의 주박을 벗은 육신과 영혼이 되었으니 .
그가 작게 읊조린다.
-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군.
우우우웅.
크라함이 게이트마법을 발현했다. 게이트가 열린 장소는 바로 남부대륙, 루벤영지의 동쪽 평원.
지금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였다.
크라함이 게이트 너머로 발을 옮 간다.
나는 한창 기병창을 휘둘러 흑마법사들을 죽여나갔다.
콰직, 서걱. 와지근!
기병창을 휘두를 때마다 검은색 방벽이 깨져나가고, 흑마법사의 마법이 지워져간다. 오러광이 일렁이는 기병창에 의해 흑마법사들이 하나둘 꿰뚫려 죽어간다.
그렇게 내가 한참 순조롭게 흑마법사들을 도륙해가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앙!
갑작스레 들려온 굉음. 그리고 내 측면을 노리고 달려드는 하나의 기 척.
나는 기병창을 좌로 뻗어 이쪽으로 달려드는 인영에게 휘둘렀다.
쩌어어엉!
직후 터져나오는 격돌음. 내 오러 서린 기병창이 검은색 검날을 막아 튕겨낸다.
나는 이쪽으로 달려들었던 인물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기병창을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한스."
"한지훈..!"
이쪽으로 달려든 인물은 한스였다. 놈이 시커먼 검은색 세계검을 쥐고, 나를 노리고 돌진해왔던 것이다.
나는 전투마 위에서 자세를 다잡 고는 놈에게 이죽였다.
"흑마법사 무리 안쪽에서 가만히 서있더니, 갑작스레 달려들 줄이야. 흑마법사 놈들이 죽기 전 덤비지 그 랬나? 그랬다면 좀 더 승산이 높았을 텐데."
"놈! 닥쳐라!"
녀석이 재차 달려들며 검을 휘두 른다.
내가 전투마 위에 있기에 불리하다고 여긴 것일까. 놈이 노린 것은 내 급소가 아니었다.
퍼억!
한스가 노린 것은 내가 타고 있는 전투마였다.
놈의 세계검이 전투마를 베고, 전투마는 힘없이 바닥에 털썩 쓰러진다.
나는 자리에서 도약, 지면에 가뿐 하게 착지하고는 놈과의 거리를 벌렸다.
"의장합하! 괜찮으십니까?!"
"제기랄! 당장 가세하겠…."
갑작스레 습격 받은 내가 염려된 것인지, 기사들이 다가오려 했지만.
"아니! 오지 마라. 접근한다면 말 려들 뿐이야."
나는 손을 뻗어 그들을 물러나게했다.
"목숨 보전하고 싶으면 나와 놈 주변에 붙지 말고, 흑마법사와 키메라 소탕에 집중해라."
나와 한스의 전투에 휘말려든다면 저기사들이 허무하게 죽어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라리 주변에 보이는 흑마법사와 키메라 소탕을 맡기는 편이 낫다.
"의장 합하, 하지만…."
"명령이다. 접근하지 마. 허무하게 부하가 죽는 꼴은 보고 싶지 않은 데?"
"… 알겠습니다. 의장 합하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내 단호한 명령에 결국 기사들이 물러난다.
이제 저들은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흑마법사와의 전투를 이어갈 것 이다.
적어도 나와 한스의 싸움에 휘말 려들어 죽지는 않겠지.
나는 시선을 돌려 정면의 한스의 모습을 바라봤다.
놈이 들고있는 것은 검은색 장검. 암흑색 기운이 스멀스멀 일렁이고 있다.
그것을 바라보고는 작게 쯧, 혀를 찼다.
'세계검이라… 기병창으로는 상대 할 수 없겠군.'
놈의 검격을 가로막은 기병창의 모습을 살핀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병창은 특 제였다.
흑마법사의 혹마나에 대항할 수 있도록, 미스릴을 비롯해 정화의 성질을 담은 여러 호화금속을 아낌없 이때려박아 만든 드워프제 명품 기 병창인 것이다.
하지만 그 기병창이 고작 한번 의 검격을 막았음에도 이가 나가고 여러 실금이 아로새겨져있다.
이래서야 한번만 더 격돌해도 완전히 부서질 판.
역시 세계검을 일반 아티팩트 병 기로 대적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나는 미련 없이 쥐고 있던 기병창을 바닥에 버렸다.
탱그랑!
울리는 쇳소리.
그대신 등 뒤에 짊어지고 있던 커다란 대검, 세계수의 가지로 만든 세계검을 꺼내들었다.
철그럭.
세계검의 육중한 무게감이 손목에 실린다. 썩 듬직하다.
검을 쥐고 한스를 바라본다. 놈은 한 발자국씩 발걸음을 옮기며 이쪽 으로 점차 접근해오고 있는 상태.
녀석이 이를 악물며 말해온다.
"네놈을 죽이고 네 격을 빼앗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크라함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그래."
"죽어라!"
한스가 재차 달려든다.
전력을 다한 것인지, 가공할 만한 속도다. 내가 상대했던 그 어떤 적 보다도 빠르고 기민한 돌진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놈은 내 대적자의 운명을 타고난 놈. 나와 동일한 수준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 신체의 모든 힘을 한번에 터 트려가며 시도하는 것이 바로 지금 의 돌진이니, 썩 강력할 수밖에.
허나 그렇다 한들 놈은 나를 이 길 수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오직 나만이 가진 무기 가 있으니 말이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몰입' 이 활성화 됩니다.]
바로 스킬!
스킬의 활성화와 동시, 사고가 가속되었다. 시야 속 모든 움직임이 느려진다. 이 세상이 감속해간다.
나는 미소 지었다.
' 보인다.'
놈의 움직임이 훤히 보인다.
감속한 세상 속, 한스의 움직임은 몹시 빨랐지만.
그렇다고 스킬을 활성화한 내가 못 따라잡을 속도는 아니다.
게다가 내가 활성화하는 스킬은 오직 몰입뿐만이 아니었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전투예지' 가 활성화 됩니다.]
전투예지 스킬 또한 활성화했다. 내 입가에 어린 미소가 더욱 진해져갔다.
'느껴진다.'
놈이 어디를 노릴지. 녀석이 어떤 경로로 검을 휘두를지 훤히 느껴진다.
전투예지.
과거 전투분석에서 발전한 스킬. 전투에 관련된 행동을 거의 예지에 가깝게 예상할 수 있는 스킬이다.
몰입과 전투예지가 있는 한, 그 어떤 강대한 적이라 한들 나를 이길 수는 없으니 .
나는 내 목을 노리고 돌진해오는 한스의 검격, 그 웅흔한 기세를 품고 있던 찌르기 공격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쩌어어어엉!
격돌음이 주변을 크게 울리고 충격파에 흙먼지가 후욱 일어난다.
그리고 눈을 크게 치켜뜨는 한스 요한바르첸.
설마 이토록 여유롭게 막아낼 줄 은 몰랐다는 것일까.
놈의 적색 눈동자에 일순 놀람의 기색이 스쳐지나간다.
그 덕분에 미약하게 드러난 녀석 의 틈. 나는 그 틈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서걱!
세계검을 찔러넣어 녀석의 옆구리 를 베었다.
피익. 미약하게 튀는 검은색 핏물. 놈의 피부를 베어내는 감각이 검의 손잡이를 타고 확실히 느껴진다.
허나 얕다.
놈의 피부아래 근육과 장기들을 제대로 절삭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괜찮다.
세계검에는 정화의 기운이 가미되어 있으니 말이다.
"으윽!"
고통스러운 것인지. 한스가 와락 표정을 구긴다.
정화의 기운에 의해 타들어가는 녀석의 신체. 검푸른 연기가 절상면에서 뭉개뭉개 일어나고 있다.
나는 다시금 놈과의 거리를 벌리 고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한스 요한바르첸. 네놈의 신체는 나의 것과 동일하지. 내 대적자인 네놈이라면 나와 동일한 수준의 신체를 부여받았을 테니까."
나는 다시금 놈의 빈틈을 포착하 고는, 망설임 없이 세계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허벅지였다.
콰득!
내 세계검이 녀석의 갑주와 함께 허벅지를 깊게 베어낸다.
"크아아아악!"
놈의 비명이 더욱 크게 울린다.
허리를 베어 상체의 틈을 만들었고, 하체인 허벅지를 베어 기동성을 손상시켰으니 .
녀석의 움직임이 다소 굼떠졌다.
점차 상황이 이쪽에 유리해져 가 고있다.
"하지만 경험이, 그리고 가진 능력이 다르다. 네놈이 나와 동일한 신체능력을 지녔다 한들. 너는 결코 나를 이길 수 없다."
검을 휘두른다.
이번에는 목덜미.
서걱!
"크윽…!"
검은색 핏물이 튀었다.
목덜미를 노리고 검을 휘둘렀으나 놈이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다만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했다. 목을 지킨 대신, 어깨를 내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스는 어깨에 깊은 자상을 입게 되었다.
'승기는 이쪽이 잡았다.'
비록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이런 자잘한 이득들을 계속 쌓아간다면 결국 승리하는 건 놈이 아닌 내가 될 터다.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 .
나는 자세를 다잡고 계속해 놈의 빈틈을 살핀다.
"순순히 죽어라. 네놈을 죽이고, 크라함까지 처치하기만 한다면 이 개같은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고 모든 걸 끝낼 수 있어."
"어림도 없다!"
이대로 간다면 자신이 패배하리란 것을 직감한 것인지.
한스가 발악하듯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파공성과 함께 뻗어나온 기다란 검은새 궤적. 내 머리로 향하고 있다.
' 염병.'
역시나 꽤나 빠른 속도다. 비록 자잘한 부상을 입혀놨다 한들 방심 할 수는 없다.
나는 급히 허리를 숙여 놈의 검격을 피해냈다. 녀석의 검날이 내 머리의 투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콰르르르르릉!
직후 강렬한 파공성이 공기를 쩌 렁쩌렁 진동시켰다.
검이 휘둘러지며 일어난 풍압으로 인해 주변의 흙먼지가 더더욱 크고 넓게 비산한다. 그 정도로 강대한 힘을 품은 공격이었다.
꽤나 큰 한스의 공격 동작.
나는 놈의 공격을 무사히 피해냈고, 반면 놈은 큰 공격을 직후인지 라 지금 하단부가 훤히 비어있는 상태.
내가 노리지 아니할 이유가 없으니 .
나는 녀석의 무릎을 노리고 세계 검을 휘두른다.
퍼억!
"크아아아아아!"
한스가 비명지르며 비틀거린다.
비록 무릎 자체를 잘라낼 순 없었으나 꽤나 깊게, 무릎 관절을 파괴하고 내부의 신경과 힘줄까지 절삭한 일격이다.
놈의 무릎은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게 될 터.
털썩.
한스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세를 무너뜨렸다. 녀석이 한쪽 무릎을 꿇는다.
나는 직감했다.
'끝낼 때다.'
자세는 무너졌고, 움직임은 고통에 굼떠졌으니 .
지금이라면 결정타를 가해 놈의 목숨을 끝낼 수 있다.
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세계검을 들어올렸다.
쿠르르^^….
검신을 물들이는 화려한 광휘.
푸르게 타오르던 오러가 백색으로 물들어간다. 신성한 기운이 터져나 오고, 웅혼한 파장이 주변을 뒤흔든다.
"죽어라, 한스."
그리고 나는 온 힘을 담아 검을 내려치려 했고. 그 순간.
- 물러나라. 놈.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내 고막을 울렸다.
질척하고도 메마른, 기분 나쁜 목소리.
나는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 지. 아주 잘 알고있다.
'크라함…!'
설마 놈이 이곳에 있던 것인가.
내가 그리 경악함과 동시.
콰아아앙!
이형의 반발력이 내 전신을 두드렸다. 내 몸이 거대한 충격에 떠밀 려 뒤로 날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