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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57화 (357/390)

357화.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드넓은 창공 위에는 지금 현재 다수의 마법진이 떠올라있었다.

도합 27개에 달하는 대규모 광역 마법진. 그것들은 저마다 지닌 속성 의 빛을 반짝이며 기세를 끌어올리 고 있다.

쿠르르르르…

웅혼하게 울려퍼지는 마나의 울음. 27개의 마법진이 한껏 마나를 흡입하며 굉음을 사방천지로 흩뿌 린다.

공기가 떨리고, 지면이 흔들렸다.

- 최대한 효율적으로 화력을 전개해야 한다! 타격영역을 조율하라! 내지휘를 따르라!

- 엘프 마법사! 100명 단위로 화력을 분산하겠습니다.

직후 울려퍼지는 제피르와 마게브의 목소리. 그들의 마나 담긴 음성이 전장 전역에 쩌렁쩌렁 울린다.

지금 제피르와 마게브는 각각 전투마법사들이 최대한 효율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도록 공격좌표를 지정하고 있다.

화력이 너무 밀집되지도, 그렇다 고 너무 분산되지도 않게. 각 전투 마법단이 공격해야 할 장소를 짚어 주고 있는 것이다.

쿠르르르르르르.

그 와중에도 계속해 드높아지는 마법진의 기세.

허공에 떠올라있는 27개의 광역 마법진이 중첩에 중첩을 거듭하며 투사할 화력을 응축시켜간다.

1중첩, 3중첩, 5중첩…

이윽고 30중첩을 넘고, 70중첩을 넘어. 100중첩에 달했을 때.

- 전 전투마법사! 마법 발현 준비! 총대장의 신호를 기다려라!

전투마법사들의 화력투사 준비가 비로소 끝이 났다.

직후 이쪽을 향해 집중되는 전투 마법사들의 시선.

나는 연합의 의장. 여기서 최고 의 권한을 가진 인물. 내 명령이 없는 한 공격은 시작되지 않는다.

나는 하늘로 올라갔던 시선을 내려, 성벽 밖 동쪽 대지를 바라봤다.

드넓게 펼쳐진 밀밭이 보인다.

밀려오는 바람에 너울너울 흔들리는 황금색 대지.

그 위를 흑마법사의 군대가 밀고 들어오고 있다.

- 키아아아아!

- 키이이이!

그것은 검은색 물결이었다.

키메라와 노예병사들로 이루어진 적의 대군.

저 정도의 숫자라면 몇 명 정도 될까.

최소한 10만. 많다면 30만 정도는 되어보인다. 그 정도로 저지평 선 너머부터 달려들어오는 놈들의 수가 많았다.

놈이 지나온 길에 거뭇한 흑마나 의 잔향이 남아 토양을 오염시키고 있다.

나는 쯧, 혀를 찬다.

"쓰레기 같은 놈들. 존재 자체가 민폐야. 그저 달려오는 것만으로도 대지를 저렇게 오염시키다니."

저 토양을 정화시키려면 몇 명의 마법사가 달라붙어 화염계 마법을 난사해야 할까.

이번 전투가 끝난다면 뒤처리 작업으로 골치가 아프리라.

하지만 그것은 이전투가 끝난 뒤 생각해야 할 일.

나는 이쪽으로 달려오는 적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고는, 통신수정 구를 집어들어 지시했다.

"제피르. 지금이다. 놈들이 킬존에 들어왔다. 당장 갈겨버려."

- 크하하하하!

제피르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웃 어 재낄 뿐이었다.

곧 있을 무지막지한 화력이 꽤나 기대되는 모양.

하긴, 나도 기대된다. 역사상 유 래 없는 대규모 화력투사가 곧 있을 예정이니.

얼마나 멋진 경관이 펼쳐질까.

- 발현! 발현하라! 각 전투마법 단은 지정된 타격영역을 향해 광역 마법을 발현시켜라! 놈들의 흔적조 차남겨두지 마라!

제피르가 명령했다.

번쩍!

환한 광채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번쩍!

환한 광채가 시야를 가득 메운다. 눈이 멀 것만 같은 화려한 빛.

한스는 이거대한 섬광의 정체를 알고있다.

"마법의 발현광…."

27개에 달하는 광역마법들이 동시에 발현되었다. 그에 가공할 만한 빛이 동시에 터져나와 일순 시야 전체를 그득 메운 것이다.

한스는 눈을 가늘게 떠 터져나온 섬광에서도 눈앞의 상황을 파악하 고자 했고.

곧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콰르르르르릉 하늘을 가득 메울 정도로 무수히 많은 투사체가 날아오고 있다.

투사체의 종류 또한 몹시나 다양했다.

붉게 번들거리는 폭렬구의 무리.

마른하늘에서 내려치는 수천 줄기의 뇌전.

무수히 많은 수의 얼음 창들이 햇빛을 반짝이며 쇄도해오는 한편.

바람의 속성을 한껏 담은 윈드커 터 수백여 개가 공기를 가로지르며 접근해오기도했다.

그야말로 하늘 전체가, 온갖 투사체들로 빼곡히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저 투사체들은 찰나의 순간 뒤, 자신이 이끌고 온 군대 전체를 타격하리라.

한스 그 본인도 분명 심각한 타 격을 입을 터. 일순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흔들린다.

그렇게 한스가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 종주의 대리자를 보호하라!

- 방호마법을 펼쳐라! 마나를 끌어올려!

한스의 곁에서있는 상위 흑마법사들이 마법을 발현했다.

그들이 발현한 마법은 다름 아닌 흑의 장막. 진한 흑마나 밀도를 한 없이 응축해 만들어낸 장벽을 쌓아 올려 한스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웅! 우웅! 웅! 웅!

한스와 흑마법사의 주위로 검은색 장벽이 겹겹이 쌓여간다.

한 겹, 두 겹, 열 겹을 지나 백여 겹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최상급을 목전에 둔 상급 흑마법사들이었고, 그런 그들이 전력을 다해 마법을 발현하니 결국 제시간에 맞춰 방벽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막 그들이 백여 겹의 방벽을 만들어낸 그 순간.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온 광역공격마법의 투사체들이, 지면을 두드 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그들이 서있던 대지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화했다.

수천 줄기의 벼락이 내려쳐 이곳저곳을 들쑤셔댔다.

붉은색 폭발이 곳곳에서 일며 키메라와 노예병사들의 온몸을 터트 리고 분쇄해갔다.

날아온 윈드커터의 무리는 마치 낫으로 밀을 베어내듯이, 노예병사 들과 키메라의 몸을 절반으로 절삭 하며 나아갔다.

키메라와 노예병사들의 육신 파편이 이곳저곳에서 비산한다.

충격에 흙먼지가 일어나고, 그 흙먼지를 가릴 기세로 검은색 피안 개 또한 크게 솟구쳤다.

질척하고도 역겨운 혈향이 진하 게 내리깔린다. 충격에 공기가 쉼없 이 진동한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쨍그랑! 콰직! 우지근.

키아아아아악!

고막을 유린하는 폭음의 파도. 무언가 부서지고 터져나는 소리. 절 명하는 키메라와 병사들의 괴성.

한스는 흑마법사들이 펼친 방벽 안에서 그 모습을 똑똑히 바라봤다.

"이것이…"

한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가 눈동자를 굴려 성벽을 바라 본다. 정확히는 성벽의 위, 가장 높은 자리에서있을 어떤 인물을.

"이것이. 네놈이 가진 힘인 것이 냐. 한지훈."

한지훈 라이젠. 놈의 힘은 대단했다.

개인의 무력과 군대를 움직이는 지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가진 진정한 힘은, 무수히 많은 집단을 하나로 모으는 인망에 있었다.

저 마법을 발현한 이들은 한지훈 의 부하들이 아니었다.

제국, 슈베츠, 엘프.

세개의 거대 세력의 마법사들을 차출해내 만든 대규모 화력이다.

이 이질적인 세력을 한데 모을 만큼, 확고한 인망과 능력, 리더십을 갖춘 자는 과연 누구인가.

비로소 한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네놈이 이 세상의 주인공 이란 것인가…".

한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이란 말인 가. 주인공인 네놈을 가로막는 한낱 악역에 불과하단 말인가? 내 인생 은, 나란 존재는 결국 네놈을 돋보 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란 말이 냐!"

콰직! 우지근! 콰르르르르….

광역마법 폭격은 계속되었다.

그 와중 흑마법사들이 만들어둔 암흑색 방벽은 계속해 파괴되어 녹아내렸고, 주변에서있던 흑마법사 들의 마나가 역류해 하나둘 피를 쏟으며 쓰러져갔다.

이제 남아있는 방벽은 채 열장이 안되는 상황.

콰드득.

한스는 장검을 꽉 세게 쥐었다.

"인정할 수 없다. 내 존재 의의 가 네놈에게 죽기 위함이라니. 그딴 운명을 내가 받아들일 것 같으냐!"

그의 시선이 자신의 오른손에 들 린 장검으로 향한다.

빛조차 반사하지 않을 정도로 진 한 검은색 장검. 무수히 많은 인명을 갈아넣어, 흑마법으로 빗어낸 고 격의 아티팩트.

세계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절삭할 수 있는 힘을 지닌 물건이다.

한스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세계검을 보는 순간, 과거 크라함이 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 세계검은 모든 것을 절삭할 수 있다. 이 세계의 법칙, 개인의 영혼, 그리고 영혼이 지닌 운명까지 도.

- 이것이 있다면 네가 가진 운명 의 주박을 끊고 한지훈에게 대항할 수 있겠지.

크라함이 한스에게 세계검을 하사하며 했던 말.

- 하지만 이 세계검은 정상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과거 환상종 의 힘 대신 수많은 인간의 영혼을 갈아넣어 만든 것이다.

- 그렇기에 사용하고자 하자면 어마어마한 의지가 필요하다. 세계 검에 녹아있는 모든 사념을 이겨낼 정도로 강인하고 굳건한 의지가.

- 네놈이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 세계검을 사용해 네가 지닌 시나리오의 주박을 끊어내라. 그리 한다면 한지훈을 이기고 네 복수를 성취할 수 있을 터이니.

크라함은 말했다.

세계검으로 무언가 상위의 개념을 베어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의지 가 필요하다고.

한스의 눈동자에 귀기가 어린다. 그의 붉은색 안광이 더욱 진해져 격렬하게 타오른다.

철그럭.

그가 세계검을 역수로 쥐어들었다.

"나는 운명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흥분과 분노로 흔들렸던 눈빛은 차분히 정돈되었고, 입가는 우묵하 게 닫혀있다. 다만 그의 눈동자는 또렷하게 지성의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복수를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각오가 되어있다.

"나는 내게 걸려있는 시나리오의 주박을 파훼하고. 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겠다."

그는 역수로 쥔 세계검을 자신의 배에 쑤셔박았다.

푸우우욱!

움찔. 한스가 몸을 떤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콰르르르르르릉!

광역마법의 세례가 흑마법사의 군세를 뒤덮었다.

광활한 영역에 걸쳐 쏟아져내리는 각종 마법. 지평선을 뒤덮듯이 몰려오던 흑마법사의 군세가 갈기 갈기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훅 치솟은 커다란 흙먼지.

그리고 그 흙먼지에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자욱하게 내리깔리는 검은색 피안개.

충격파에 밀려나온 공기가 비릿한 혈향을 이곳까지 실어나른다.

나는 크게 감탄했다.

"대단해."

단 한번의 공격이었다.

그리고 이 한번의 공격으로, 추 산 30만에 달하는 적의 군세가 반 파되었다.

물론 놈의 군대가 완전히 몰살당 한 것은 아니다.

키메라와 노예병사들 중 절반에 달하는 수는 아직 살아있다.

다만, 크게 부상입었을 뿐.

- 키아아아아!

- 끼이이이….

팔다리가 날아간 키메라가 바닥을 긴다.

충격에 머리가 진탕난 노예병사는 온몸을 경련하며 휘청거렸으며, 무리하게 방호마법을 펼치다 마나역류가 일어난 흑마법사들이 기절한 채 지면에 드러누워있다.

30만에 달했던 적의 수.

그중 절반은 이번 공격으로 모조리 죽어나갔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절반 또한 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압도적인 화력!

그로 인한 일방적인 피해 강요!

만족스레 웃으며 중얼거려본다.

"괜히 한국군이 포병에 그리 집 착하는 게 아니라니까."

현대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화력 덕후라 불렸다. 한국군이 자주포와 견인포, 박격포 등. 포병전력에 극 도로 집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압도적인 화력을 실제로 목도하게 되니, 나 또한 화력덕 후가 되어버릴 것만 같다.

단 한순간 만에 몇만단 위의 적을, 그것도 일반적인 병사도 아닌 키메라와 노예병사 십수만을 치워 버렸다.

경도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나는 전장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통신수정구를 집어들어 마이사에게 연락했다.

"마이사. 한지훈이다. 상황은 잘 보고있었겠지?"

- 잘 봤다. 한지훈. 대단한 화력 이었어. 저 많은 적의 절반 이상이 단번에 쓸려나갔는데 ?

마이사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 또한 저 강력한 화력을 보고는 흥분한 모양.

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가진 모든 화력을 한번에 투사 했으니 , 한동안 전투마법사 전력을 사용하진 못해. 이제 나머지 잡졸은 병사와 기사들로 상대해야 하는 데…"

- 내가 그들을 지휘하는건가?

"당연하지. 네가 총사령이니까."

후우우웅.

바람이 몰려오고, 전장에 일렁이 고있던 흙먼지가 피안개가 점차 옅 어져 갔다.

이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참 상.

드넓고 평탄했던 루벤 동쪽 평원 지대. 그곳은 지금 지형 자체가 바 뀌어 있었다.

크고 작은 크레이터들로 무수하 게 뒤덮여져 있어 마치 곰보빵처럼 주름진 지형이 되어있는 것이다.

나는 지형을 살펴보고는 마이사 에게 말한다.

"마이사. 그럼 네가 병력을 지휘 하라."

- 알았다, 한지훈. 그럼 가만히 쉬며 지켜보고 있거라. 저 전장을 제대로 정리하고…

"쉬고 있으라니? 왜?"

철그럭. 저벅, 저벅.

나는 발걸음을 돌려 계단을 밟아 성벽 아래로 향했다. 성벽 아래에는 기사단이 도열해있다.

씩 웃으며 말한다.

"나도 전장에서 뛰어야지. 자, 명령을 내려줘. 마이사 슈베츠 총사령 관."

적은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가 진 병력 대다수가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남아있는 잡졸을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터이니.

나는 전투마 위에 오르며 읊조린다.

"한스를 죽여야겠지."

저 반파된 흑마법사의 군세 어딘 가에, 한스 요한바르첸이 있을 터다.

적의 잔당을 제압섬멸함과 동시, 한스까지 제대로 죽여버린다면 이번 전투는 성공적으로 끝나게 될 터.

철컹!

나는 투구의 바이저를 닫으며 외쳤다.

"성문을 열어라! 성문 밖 적의 잔당을 소탕한다!"

"한지훈 라이젠 의장합하를 따르 라!"

"출진! 출진하라!"

내 전투마가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나아가고, 기사들이 뒤따른다.

화력투사는 끝났다. 이제는 소탕 전이다.

나와 내 뒤를 따르는 기사들이 대지를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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