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53화 (353/390)

353화.

연합 체제가 비로소 준비되어가 기 시작했다.

루벤 영지에 연합 본부가 건설되었다. 더해 각국의 수도에 연합 사무소가 차려졌으며, 통신망이 연결 되었고, 초장거리 도약 마법진 또한 설치되었다.

이로써 연합의 가맹국들은 긴밀 히 연락하고 교류할 수 있게 되었 또한 예산의 확보도 순조로웠다.

연합은 제국, 슈베츠, 트웨인, 엘프 네 열강국이 주축이 되어 세워 진 국제기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자금을 아낌없이 투자하여 예산을 넉넉 히 마련했다.

더해 다국적군의 창설 또한 어렵 지 않았다.

사실 말이 다국적군의 창설이지, 실상은 흑마법사가 활동할 때에 한 정해 군의 최고 지휘권을 연합측이 가져올 수 있도록 협상한 것이 고작이다.

따로 병사를 양성할 필요가 없으니 , 군의 형성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그 연락체계와 지휘체계를 공고히 했을 뿐.

이렇게, 연합의 모든 체제가 정비 되었고.

나는 고작 한 달만에 연합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녀석들이 잘 해준 덕분이지."

모두 내가 끌어들인 인재들 덕분 이다.

제국의 황제 아르테니아는 다른 군소군주들과의 외교적 노력- 다른 말로는 협박과 회유라 한다.- 를 통해 순조롭게 연방의 세를 넓혔으 며.

마이사는 군의 수장을 맡아 군의 체제를 다졌다.

엘프여왕 니디아는 마법적 지원 과정보망 형성을 맡았으며.

내 루벤 영지는 흑마법사의 군대 를 상대할 여러 아티팩트의 개발, 물자 확보 및 운송, 유물의 연구에 온 힘을 다했다.

이렇게 보니 꽤나 쉬운 일처럼 여겨지겠지만, 전혀 아니다.

만약 나 혼자 처리했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년은 걸렸을 것 이다.

그러한 연방의 설립을, 친우들의 도음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다.

이제는 연합이 제대로 활동하는 것만이 남았으니 .

그렇게 내가 뿌듯한 얼굴로 집무실에 앉아있을 때였다.

- 한지훈 씨. 지금 계시나요? 알 려드릴 일이 있는데요.

갑작스레 통신이 들어왔다.

통신을 걸어온 인물은 다름 아닌 엘프여왕 니디아. 연합의 마법과 정보부문을 맡고 있는 그녀가 내게 연락해온 것이다.

나는 손을 수정구 위에 얹고 그녀의 통신에 응답했다.

"니디아. 알려줄 것이라, 무슨 일 이지?"

- 정보 수집에 성공했어요. 많은 수의 마법사와 정령사들을 동부대륙에 침투시켜 적의 동향과 정보를 어느 정도 수집할 수 있었지요. 그에 대해 알려드리려고요.

"호오. 벌써?"

내 입가에서 절로 감탄어린 기색 이 흘러나온다.

연합을 조력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중이던 니디아. 그녀는 기어코 흑마법사들의 정황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연합의 일에 힘을 쓰기 시작한 지는 고작 몇 주에 불과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조직을 정비 하는 데만 해도 부족한 시간.

헌데 그녀는 자신의 엘프 수하들을 능숙하게 다루어 효율적으로 조직을 정비했을 뿐만 아니라, 엘프들 의 우월한 능력을 한껏 살려 벌써 부터 나름의 정보를 수집해냈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일.

니디아의 말이 이어진다.

- 지금 흑마법사들은 군대를 만들고 있어요.

"군대라면?"

- 말 그대로 흑마법사들이 부리는 군대에요. 키메라 군단, 타락한 인간들로 만든 노예병사들, 그리고 광인과 포식자들까지 뭉쳐 군대로 만들고 있어요. 그리 머지않아 나름 의 병력이 확보될 것으로 보이네요.

"그 규모는 어떻게 되지?"

- …막대한 규모에요. 그 수가 대략….

잠깐 말을 흐리는 니디아.

그녀가 한숨 쉬듯 고한다.

- 50만 정도에요.

"… 50만?"

이토록 단시간 안에 그 정도의 전력을 양산하다니. 절로 헛웃음이 나오는 규모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네. 인간 노예병과 키메라의 수가요. 정확히는 노예병 45만, 키메라 5만 정도네요. 광인과 포식자는 정확한 수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쪽도 적지는 않겠죠.

"돌았군."

너무나 막대한 병력이었다.

노예병과 키메라만 50만이라 한다. 더해 놈들에게는 위협적인 상위 개체, 광인과 포식자까지 있다.

흑마법사 놈들의 군대 규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욱 위협적 이었다.

나는 작게 혀를 찼다.

'전생보다도 훨씬 큰 규모인데.'

내가 생각하던 이전 시나리오에서의 흑마법사 군대보다도 더욱 큰 규모였다.

하긴, 동부대륙 전체를 집어삼킨 크라함과 흑마법사들이었다. 놈들은 지성체의 육신과 영혼을 소모해 마법을 발하는 이들.

그런 그들이 과거 연방령에 있을 모든 지성체를 죽이고 그 육신과 영혼을 유용하게 되었으니 . 이전에 비해서 훨씬 큰 세력을 일구는 것은 당연한 일.

- 그리고, 크라함은 저희 연합의 창설을 감지해낸 듯해요.

"그러겠지."

모든 지성체들을 하나로 모은 거대한 기구가 바로 연합이다. 크라함 이 그 정보를 얻지 못할 이유가 없다.

허나 니디아가 짚고자 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 크라함은 연합의 창설소식을 듣고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요. 과할 정도로요.

"과할 정도로 반응한다니?"

과연 그게 무슨 의미일까.

곧 알 수 있었다.

- 크라함이 군세를 일으켜 연합을 초전 분쇄하려고 해요.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아직 초창기에 불과한 연합을 제대로 싹을 틔우기도 전에 짓밟아 없애버리려는 것.

내 미간이 찌푸려진다.

"벌써부터? 우리 연합은 이제 막 창설되었을 뿐 별다른 활동을 하지 도 않았는데 ?"

- 네, 맞아요. 확실히 기이한 일 이지요? 아직 초창기에 불과한데 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불분명한 연합을 이토록 대규모 병력을 동원 해가며 분쇄하고자 하다니. 어째서 일까요?

확실히 크라함의 반응은 기이했다.

연합.

말이 연합이지, 아직 제대로 된 활동조차 한 적이 없다.

지금은 그저 연합을 창설하기만 했을 뿐, 내부는 제대로 된 정비조 차 끝나지 않았으니까.

헌데 크라함은 그런 연합을 벌써 부터 경계하고, 심지어 예정되어 있는 활동을 미리 앞당겨가면서까지 이쪽을 분쇄하고자 하고 있다.

대단히 과민한 반응이다.

하지만 나는 그 원인을 어렵지 않게 추측했다.

"크라함은 전생의 시나리오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연합의 등장을 경계하는 것이겠지."

크라함 또한 이전 시나리오의 기억을 가진 이.

그리고 이전 시나리오에서 연합 의 힘은 꽤나 거대했다.

"놈은 연방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 그래서 연합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고."

시나리오가 끝나는 마지막에 마 직까지, 연합군은 정복자인 제국과 맞서 싸웠다.

연합. 모든 지성체들의 하나 된 힘이란 강력했고, 그렇기에 당시 제국을 이끌고 있던 나는 연합과의 전투에 큰 자원과 심력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당시 연합처럼, 또다시 전 지성체가 뭉친 기구가 새로이 나타나게 되었으니 .

크라함은 연합의 창설에 민감하 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연합이 완벽하게 만들어 져 자신을 대적하게 된다면 큰 걸 림돌이 될 터. 아직 초장기에 불과 한지금, 제대로 연합을 부숴버리고 자 하겠지."

- …그렇군요. 제게는 기억이 없지만, 이전 시나리오에서 연합이란 꽤나 큰 존재였나 보군요.

"그래. 연합은 당시 내게 있어 마지막 적이었어. 그만큼 강력했지. 크라함도 그 연합의 강함을 경계하고 있을 테니, 놈이 민감하게 반응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 한지훈 씨. 그렇다면 더더욱 크라함의 군대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해요.

"그래야지. 이대로 앉아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함이 마침내 연합의 존재를 깨닫고, 박살내고자 움직이기 시작 한다. 그에 대비해야 한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크라함이 연합을 분쇄하고자 한다면, 어디를 노릴 것인가.'

사실 길게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는 일이었다.

나는 쯧 혀를 차며 읊조렸다.

"이곳, 루벤을 노리겠군."

내 영지, 루벤에는 연합의 본부 가 있다.

더해 이곳은 연합의 물자와 연구 개발 상당부분을 부담하는 후방 중요거점 대도시.

루벤을 잃는다면 사실상 연합의 전력은 반토막이 나거나, 최악의 경우 연합 그 자체가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

만약 내가 크라함이라면 루벤을 노리고 군을 움직일 터.

나는 니디아와의 통신을 끊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제대로 대비해야겠군. 한동안은 바쁘겠어."

나의 영지이자 연합의 구심점인 곳이 바로 이곳 루벤이다.

만약 루벤을 잃게 된다면 연합 도, 시나리오의 승리도 없다.

반드시 이곳을 지켜야 하니.

나는 통신수정구를 집어들었다.

"마이사. 지금 바쁘나?"

모처럼 만든 연합. 이제 제대로 움직일 때다.

과거 크루거 연방의 수도였던 장소.

지금은 멀쩡한 건물 하나 없는 폐허에 불과한 곳이지만, 한때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도시로서 그 위명을 떨치던 장소였다.

그곳을 진한 암흑색 로브를 푹 뒤집어쓴 한 흑마법사가, 폐허된 길거리를 거닐며 작게 중얼거렸다.

- 가소로운 것들. 연합이라니, 쓸 데없는 발악을 하는군.

목소리의 주인은 크라함. 볼라바 아 흑마법 학파의 주인이자 현재는 전 인류와 지성체를 적으로 돌린 인물.

그의 혼잣말이 이어진다.

- 연합이 완성되도록 놔두어서는 안된다. 놈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 기 전 완전히 파괴해야 하니.

크라함은 전생의 기억을, 그중에서도 연합의 활약상을 떠올려본다.

이전 시나리오의 중후반부, 흑마법사와 제국이 동맹관계를 맺고 모든 대륙을 향해 군대를 일으켰을 당시.

연합이 등장했고.

그 힘은 거대했었다.

대륙과 국가, 인종과 종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성체들이 뭉쳐 만든 거대조직.

연방은 당시 남아있던 모든 자원 과 인력을 가용해 흑마법사와 제국을 대적했고, 하마터면 제국과 흑마법사 측이 패배할 뻔하기도했다.

결국 한지훈과 크라함 자신의 노력 덕에 그들은 세상을 정복할 수 있었지만.

그런 그들이 애먹을 정도로 연합 이 지닌 힘이 대단했던 것이다.

물론 당시 단순 전력은 제국과 흑마법사 측이 훨씬 거대했었다. 허 나 그럼에도 연합측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연합군 쪽에 있던 여러 영웅들 탓이 컸다.

'전략의 천재 마이사 슈베츠. 불 가해의 직감 한스 요한바르첸. 야전 의 패왕 누르비테 한….'

당시 혜성처럼 등장해 이름을 날 리던 여러 군웅들.

그들은 위대했고, 유능했으며, 저마다의 영역에서 정상을 달성한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찬란한 힘과 재능을 지닌 영웅들 이 연합이라는 하나의 세력으로 뭉 쳐 저항하자 그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연합이, 이전 시나리오보다도 훨씬 이른 시점에 등장한 상황.

크라함으로선 절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 구겨지는 것 도 잠시.

곧 그는 피식 웃고는, 나직이 읊조렸다.

- 괜찮다. 지금은 연합의 초창기에 불과하니 아직 놈들은 제대로 단합되지 않았을 터.

지금이라면 그리 큰 수고를 들이 지 않고 놈들을 분쇄할 수 있다.

연합의 이른 등장은 확실히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으나.

그것은 연합이라는 집단이 제대로 자리 잡은 뒤 본격적인 활동을 할 때의 이야기.

지금의 연합은 그저 간판만 올린 임시조직에 불과하다.

그렇게 불완전한 상태인 지금이 라면, 수월하게 파괴해 이후 있을 지성체간 협력체계를 초장부터 어 그러트리는 것도 가능할 터.

크라함은 시선을 돌려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그가 입을 열어 그자의 이름을 읊는다.

- 한스 요한바르첸.

대적자의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 자, 자신의 손에 의해 여러 번이나 부활한 이.

이후의 대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신의 '그릇'.

크라함은 한스를 바라보고, 한스는 그의 부름에 답했다.

"그래. 불렀나, 크라함."

- 네가 연합을 쳐부숴줘야겠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크라함은 한스 요한바르첸을 시 켜 연합을 붕괴시킬 심산이었다.

그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우우우우웅…!

크라함의 주위를 통해 여러 회색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홀로그램에는 세계지도가 펼쳐져있다.

흑마법으로 구현해낸 홀로그램 마법. 이를 통해 크라함은 한스에게 정보를 전달할 심산이다.

크라함이 이어 말한다.

- 연합이 창설되었고, 전세계 대다수의 지성체 국가들이 가맹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크나큰 걸림돌이 될 터. 그이전에 치워버 려야 한다.

"연합이라. 그래 부술 필요가 있군. 헌데 그걸 어찌 부순다는 거지? 물리적인 파괴인가, 아니면 집단의 와해인가. 노리는 게 무엇이 지?"

- 둘 다이다. 한스.

크라함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떠올라있던 세계지도 홀로그램이 확대에 확대를 거듭하더니, 곧 어떤 지방을 비추었다.

한스의 눈가가 찌푸려진다. 그가 알고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저곳은… 루벤 지방인데."

크라함이 비추는 곳은 과거 요한 바르첸 공국의 한지방이자, 지금은 한지훈 라이젠의 영지가 된 땅. 루 벤이었다.

크라함의 말이 이어진다.

- 맞다. 루벤이다. 지금은 멸망한 과거 너의 고국, 요한바르첸 공국의 지방 중 하나였지. 지금은 한지훈의 영지가 되었다만.

으드득.

한스의 이가 갈린다.

"나의 고국, 요한바르첸의 땅이… 놈의 영지가 되었다니!"

한지훈이 루벤 지방을 영지로 받았단 사실. 한스 또한 이전에 들었 던 적이 있었기에 알고는 있었다.

허나 정보로 알고 있던 걸 실제로 봐버린 순간, 한스는 극한의 분노를 느꼈다.

게다가 홀로그램 속 루벤의 모습 은 크게 발전해 있었다.

무수히 많은 고층 건물들. 대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유동하며, 시장은 분주히 움직였다. 지평선이 보이 지 않을 정도로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차있다.

극도로 성세한 루벤 지방의 모습.

저것을 한지훈이 일구었다고 생각하니.

콰드드득.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를 더더욱 세게 악무는 한스였다. 그러자 그의 어금니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삐걱이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울린다.

크라함은 그런 한스의 격한 반응을 무시한 채, 담담히 해야 할 말을 이었다.

- 저 루벤 지방에 한지훈이 있고, 놈이 이끄는 연합의 본부가 있다. 그곳을 파괴해야 한다. 놈의 영지와 연합의 본부를 동시에 파괴해 연합의 와해를 노리는거다.

크라함은 루벤으로 병력을 보내, 영지채 초토화 시킬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에 대한 적임자를 잘 알고 있다.

한지훈에 대한 극한의 증오심을 가졌으며, 출중한 무력과 날카로운 직감을 보유한데다, 전투장소가 될 루벤 영지에 대해 잘 아는 인물.

- 한스 요한바르첸. 네가 병력을 지휘하라.

크라함의 말에.

"… 좋군."

한스의 시뻘건 안광이 더욱 붉게 타오른다.

"놈의 목을 갈라 죽이고, 놈이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하고 빼앗겠다. 놈의 생명, 가진 휘하, 녀석이 다루는 영지와 세력. 그리고 놈이 만든 그 같잖은 연합까지!"

한스의 광기어린 외침에 크라함 이 흡족하게 웃는다.

흑마법사의 군세가 연합의 중심지이자, 한지훈의 영지. 루벤으로 향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