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47화 (347/390)

347화.

제피르의 라브리에 전투마법단. 그리고 갈람프의 황실 기사단. 그들의 전투력은 몹시 출중했다.

"적을 모조리 불태워라!"

"화망을 펼쳐라! 놈들이 이쪽으로 달려들 엄두 자체를 내지 못하 게 해!"

"화력으로 압도해버리는거다!"

제피르가 커다란 목소리로 단원 들을 지휘했다.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이 발현한 폭렬폭풍 마법이 대지를 불사르고 흑마법사들을 타격했다.

콰콰콰콰콰쾅!

흑마법사들이 폭렬폭풍 마법에 휘말려 하나둘 죽어나갔고, 전진하 던 암흑기사들이 이글거리는 불꽃에 주춤주춤 물러선다.

"놈들의 기세가 죽었다! 지금이다! 돌진하라!"

"적 방진의 중앙을 돌파하라! 놈 들을 양분시켜 각개격파하는거다!"

"내가 선도하겠다! 황실 기사단! 내 뒤를 따르라!"

갈람프 또한 기사들을 이끌고 앞 으로 달려나갔다. 황실 기사단의 단 원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콰직! 서걱! 콰르릉!

기사들이 이쪽으로 전진해오던 암흑기사들을 분쇄했다.

암혹기사들은 폭렬폭풍 마법에 휘말려들었기에, 방진과 통솔이 일시적으로 흔들린 상태였었다.

때문에 놈들은 황실 기사들의 돌진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허둥거리던 암흑기사들이 우르르쓰러져갔다. 그들의 수가 빠르게 줄 어들어간다.

검은색 핏물을 흘리는 시체가 평 원 이곳저곳에 널브러진다.

이렇듯, 라브리에 전투마법단과 황실 기사단의 연계는 훌륭했다.

서로 처음 합을 맞춰봄에도 불 구, 그들의 연계는 아무런 차질 없이 매끄러웠으며. 동선과 화력배분 또한 극히 효율적이었다.

온갖 전장을 구른 전투의 전문가 들이 바로 그들이다.

구성원 하나하나의 무력과 재능 이 범상치 않았으니 .

그렇기에 수적 열세였음에도 불 구하고 선전하는 라브리에 전투마 법단과 황실 기사단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수월하게 적을 몰 아치던 제국의 마법사와 기사들.

"중지! 전투 중지!"

그들은 갑작스레 전투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평원 전체가 흑마나에 침식되고 있다."

제피르가 쯧, 혀를 차며 하는 말이었다.

그의 말대로 이 널따란 평원에는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늘이 갑작스레 암흑으로 뒤덮 였고, 공기가 무겁고 질척해졌다. 지면에서는 썩은 내가 올라와 후각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더해 영혼 깊숙한 곳을 간지럽히 듯, 진하게 일렁이는 이 극한의 불 쾌감이란.

제피르와 갈람프는 이변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 저건 뭐지?"

"대규모 흑마법이다!"

허공에는 거대한, 그야말로 하늘을 뒤덮었다고 형용할 만한 마법진 이 있었다.

마법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기세를 드높여갔고, 주변을 휩쓰는 웅혼한 기운 또한 가파르게 상승했다.

마치 전설 속 대마법사가 펼칠 법한 규모의 거대 마법진.

그것을 바라보던 제피르는 차마 믿기지 않다는 듯, 헛웃음을 내쉰다.

"말도 안 되는 규모의 혹마법이 로군…."

저 정도의 마법을 발현하기 위해 서는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해야 할까?

얼마나 많은 마나와 빠른 연산력 이 있어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렇게 제피르가 허탈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제피르!"

지척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방금 전 까지 포식자들과 전투하고 있던 한지훈이었다.

그는 어느새 제피르와 갈람프가있던 장소까지 달려와 있던 것이다.

그가 제피르에게 말해왔다.

"제피르. 마법사이니 잘 알고 있겠지. 저 마법이 발동된다면 이 평 원 전체가 소멸된다."

제피르는 고개를 끄덕여 한지훈 의 말에 긍정했다.

저 정도로 광대한 영역에 걸친 대마법이다.

응집된 혹마나의 양도, 그리고 마법진이 펼쳐진 규모도 심상치 않다.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저 흑마법이 발동된다면, 제피르와 갈람프, 그리고 한지훈을 포함해 이 근방 일대의 그 어떤 생명도 살아남지 못할 터.

한지훈이 이어 말한다.

"놈이 마법을 발현하기 전에 죽 여버려야 해. 그래야 마법의 시전을 막을 수 있어."

"죽인다라…."

"나라면 놈을 죽일 수 있다."

확실히.

마법의 발동을 막는 데는, 시전 중인 마법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무리 마법진을 형성했다 한들, 술식의 완성 이전에 술자가 죽어버 린다면 준비 중인 마법이 취소되어 버리니 말이다.

더해 눈앞의 인물은 한지훈.

단 일격에 포식자조차 처치할 수 있는 극강의 무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그라면 저 강대한 기운을 발하고 있는 흑마법사에게 치명타 를 가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제피르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저놈을 타격할 수단이 없지 않은가."

제피르가 다시금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본다.

저 흑마법사는 여전히 흑마나의 유동을 거듭해가며 마법의 시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잠깐의 시간 뒤.

놈이 발현한 마법은 비로소 발동 될 것이며, 이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완전히 소멸시켜버릴 터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놈을 죽여야 하는데 .

도통 그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

"놈은 하늘 위에서, 마나장벽까지 두른 채 마법을 축성중이다."

그렇다. 하늘 위에 놈이 있다.

근접에서 강력한 공격력을 발하는 기사들은 놈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으며.

원거리 화력투사가 가능한 전투 마법사들이라 한들 거리가 원체 멀 기에 제대로 명중시킬 수 없다.

그리고 명중한다 해도 문제다.

놈은 꽤나 견고해 보이는 마나장 벽까지 두르고 있는 상태다.

어느 정도의 화력은 그리 어렵지 않게 튕겨내겠지.

"놈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그렇기에 제피르와 갈람프는 이 도저도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 고는 별것 없다.

기사들은 각자 오러를 끌어올리고, 마법사들은 방벽을 형성해 방호력을 보완하는 것뿐.

하지만 얼마나 방호력을 보충한 다 한들, 저 강력한 마법에서 살아 남을 가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때 한지훈이 제안했다.

"제피르. 나를 하늘로 날려보내 라."

"… 그게 무슨 소리지? 한지훈."

"일단 놈에게 접근하기만 한다면. 내가 녀석을 죽여서 마법을 취소시 킬 수 있어."

확실히 그러했다.

한지훈은 그 어떤 기사보다도 강 한 무력을 지닌 이.

더해 유물의 힘까지 활성화한 지금의 한지훈이다.

그 강력한 포식자조차 그리 어렵 지 않게 무력화시키는 무위를 지니 고 있다.

그런 그가 저 흑마법사에게 근접 할 수만 있다면. 놈을 죽여 막을 수 있다.

한지훈이 재차 요청한다.

"수단방법은 가리지 말고. 나를 저 위로 올려보내줘."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라…. 부 유마법 같은 고상한 것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소리로군."

"그래. 부유마법은 시전하는데 어느 정도 준비시간이 필요하잖아. 그래서야 늦고 말아."

부유마법은 나름의 연산력과 마나가 필요한 마법.

아무리 우월한 능력을 지닌 마법사라 한들, 시전 준비에만 몇 분의 시간이 소모된다.

그리고 지금은 그 몇 분이 다급 한 상황.

부유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피르, 너는 유능한 전투마법사지. 너라면 무언가 방법이 있을거다."

한지훈의 말에 제피르의 머릿속에서 어떤 방법이 떠올랐다.

다소 단순무식한 방법.

'이 방법'을 쓴다면 제시간 안에 한지훈을 저 흑마법사 앞으로 '배달'할 수 있다.

다만 문제라면 극도로 위험하다는 것.

다른 기사였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방법이다.

하지만 제피르는 한지훈의 무시 무시한 신체강도와 강력한 무력을 알고 있다.

그라면 다소 험하게 취급해도 멀 쩡할 것이리라.

"좋아. 한지훈, 네놈을 저 흑마법사놈의 코앞까지 날려보내주지."

씨익. 제피르가 웃는다.

"다만. 기분이 조금 더러울거다."

나는 오러를 전신에 둘렀다.

온몸을 휘감는 백색 광휘. 내 신체가 극한으로 강화되어간다. 강대 한 힘이 들끓는다.

제피르가 내게 말했다.

"네 말대로, 부유마법을 발현하기 에는 시간이 모자라다. 그래서야 저 흑마법사 놈의 마법 발현까지 시간에 맞출 수 없지."

부유마법. 온갖 매체에서는 아주 쉬운 저서클 마법으로 묘사되지만, 실상은 대단한 마법이다.

이 행성의 거대한 질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간의 휘어짐이 중력의 정체이다.

그러한 중력의 속박을 거스르고 허공으로 부유시키는 것이 바로 부 유마법.

막대한 연산력과 마나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마법의 준비와 시전까지 나름의 시간이 소모된다.

일 분 일 초가 아까운 지금 같은 상황에선 시도할 수 없는 방법이었 으니 .

그에 제피르는 다소 무식하고 원 시적인 방법을 사용하려고 한다.

"네 발 밑 지면을 폭발시켜서, 네놈의 몸뚱이를 저 흑마법사 놈에 게 날려보낼거다."

일종의 대포였다.

육중한 포탄이 화약의 폭발에 의 해 추진력을 얻듯.

제피르는 내 발밑 지면을 터트 려, 그 충격파로 나를 멀리까지 날려보내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었다.

'인간 포탄 노릇이라니.'

오직 나만이 시도할 수 있는 단순무식한 방법이었다.

사람을 저 멀리 날려보낼 화력을 버틸 일반 기사는 없다.

분명 폭발하는 순간 온몸이 갈기 갈기 찢겨 폭사할 터.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지성체보다 도 강건한 신체강도를 지니고 있고.

더해 유물과 세계검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초월자의 힘을 얻은 상태이다.

폭발의 여파 따위, 웃으며 받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제피르가 씩 웃는다.

"자. 술식과 경로 계산이 끝났다. 네놈을 저 멀리 날려보내주지. 한지훈! '비행'을 준비해라. 팔다리 움직이지 말고. 예상 경로가 틀어지니 말이다."

제피르가 지팡이를 휘저었다.

직후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지면 위에 아로새겨지는 붉은색 마법 진들.

평소 제피르가 전투에서 애용하 던 폭렬폭풍 마법이 아니다.

폭렬폭풍 보다는 다소 화력과 범위를 줄인 대신, 온 힘을 일점에 집중한 마법.

정밀폭파 마법이다.

그 정밀폭파 마법이 내가 서있는 지면 아래에 형성되고 있다.

제피르가 말한다.

"셋 하면 날려보낸다."

"그래."

"셋."

'하나랑 둘은 어디 갔어?' 그런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쳐지나 가는 그때.

콰아아아아아아앙 !

발밑 지면이 터져나갔다.

직후 터져나오는 강렬한 충격파.

폭렬폭풍 급의 화력을 단 일점에 집중시킨 마법이다. 그 충격파가 강 렬하지 않을 리 없으니 .

내 몸은 그 충격에 밀려 허공으로 치솟았다.

'염병!'

절로 욕지기가 올라온다.

물론 아프진 않다.

유물과 세계검의 힘을 온전히 끌어올린 덕분에, 저 강력한 폭발조차 내 몸에 생체기조차 내지 못했으니까.

다만 기분이 엿 같았다.

말 그대로 포탄마냥 폭발에 밀려 날아가는 꼬라지다.

마치 2차대전기 일본군 가미카제 가 된 것만 같아서 기분이 영 불쾌하다.

하지만 지금은 불만에 표정을 구 기기보단, 이 한번의 기회에 온 정신을 집중시켜야 할 때.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허공을 가로지르며 빠르게 상승 해가는 내 신체.

저기 허공에 오연히 떠올라있는 흑마법사, 테르본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녀석에게 쏘아져가는 와중, 나는 마나로 시각을 강화해가며 테르본 의 모습을 살폈다.

'놈은 주변을 전혀 살피지 못하고 있어.'

과연. 놈?이 운용하고 있는 혹마 법은 녀석에게조차 꽤나 버거운 일 이었을까.

녀석은 이쪽에는 약간의 신경조 차 쓰지 못한 채, 온 정신을 마법 의 축성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놈은 내가 접근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다만 최소한의 방비는 해둔 것으로 보였다.

'방호마법을 둘러쳐놨어.'

마법을 연산중인 테르본의 주위에는 반투명한 회색 방호벽이 겹겹 이자리해 있었다.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무방비해 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호벽을 주위에 둘러둔 것이다.

후욱.

폐부 가득 숨을 몰아넣었다.

'기회는 단 한번.'

지금의 나는 오직 충격에 의해 허공을 날아가고 있는 상황.

놈과 단 한번만 접촉해도, 힘없이 땅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다.

그 찰나의 접촉으로 녀석의 방호 벽을 파쇄하고, 놈을 베어야 한다.

나는 집중했다.

[엑스트라 스킬 : 몰입' 이 활성화 됩니다.]

그러자 활성화 되는 스킬.

사고의 속도가 한없이 가속된다.

시야 속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 가기 시작한다.

극한의 인지가속.

그 상태에서, 나는 온 힘을 그러 모아 최선의 일격을 준비한다.

양손으로 세계검을 쥐고,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온 마나를 그러모 아 검신에 집중시켰다. 백색 광휘가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쿠르르르르르…!

장엄하게 타오르는 오러의 광휘.

내 세계검이 환한 빛을 퍼트리며 기세를 드높여간다.

그러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것일까.

- 뭣…!

테르본이 고개를 들어올려 이쪽을 바라보고는, 경악어린 한마디를 외친다.

마침내 이쪽을 확인한 테르본.

허나 이미 나는 놈의 바로 지척 까지 도달한 상태.

대응할 틈 따위 주지 않는다.

나는 온 힘을 집중시킨 세계검의 검날을, 수직으로 내리꽂았다.

콰르르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것만 같은 광오한 소음이 임과 동시.

내 검날이 백색 검광을 흩뿌리며 녀석의 방호벽을 파고든다.

카카카카캉!

순식간에 깨져나가는 놈의 방호 마법들.

방호마법들을 모조리 부쉈음에도, 내 검날은 기세가 줄지 않은 채 놈 의 머리를 향해 나아갔고.

콰직!

놈의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테르본의 몸을 절반으로 갈라냈다.

질척한 흑색 핏물이 울컥 터져나 온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