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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42화 (342/390)

342화.

"우우웁! 웁!"

작은 천막의 안.

내 눈앞에서 재갈 물린 사내가 발버둥 친다.

사내는 꼼짝달삭 못하는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양팔은 잘렸고, 다리에는 힘줄이 끊어져 있는 상태였으니 .

그것으로도 모자라 의자에 완전히 묶여 철저히 구속되어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몸을 버둥거리는 것밖에 없었다.

나는 이죽거리며 놈의 코앞까지 걸어갔다.

"카테르. 이렇게 볼품없는 꼬라지 가 될 줄은 차마 몰랐겠지. 그러게 진작 항복하고 평화협상을 하지 그 랬었나?"

묶여있는 인물의 이름은 카테르.

전 유목연합의 연합장이자, 지금은 패장으로서 내게 완전히 제압당한 이.

내 놀림에 그의 눈가가 부릅떠진다.

"?읍! 우읍! 읍!"

극도로 분노한 것인지, 그가 온몸을 들썩거리며 무어라 외치려 한다.

물론 그는 재갈 때문에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

"뭔가 말하고 싶은게 있다면 말 해봐라. 꽤 재밌을것 같으니까. 마지막 유언 정도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어. 한때 서부대륙의 지배자 였는데 유언 정도야 들어줄 만하지."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의 재갈을 풀어줬다.

그러자 놈이 크게 외쳤다.

"이 탐욕스러운 제국놈이! 너희 에게 서부대륙을 순순히 넘길 성싶 으냐! 나와 우리 유목연합은 마지막까지 결코 굴복하지 아니할 것이 다!"

응 아니야.

내 입가에 더욱 진한 미소가 떠오른다.

"네놈의 확신과는 정반대로군. 이미 유목연합의 부족들은 모조리 항복했고, 이후 트웨인이 지배자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에 동의했다. 더해 제국의 영향력까지 완전히 인정받 았지."

"뭣…!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 아닌가? 네놈이 연합장이 된 후로 서부대륙 의상황이 오히려 나뼈졌더군. 하긴, 당연한 일이지. 몇몇 부족만을 친애해 그들에게 온갖 편의와 지원을 몰아주었고, 다른 힘없는 부족들 에겐 차별과 배척을 서슴치 않았으니 . 대다수 부족장이 돌아서는 건 당연하지. 안 그러나?"

"더해 제국이 이후 서부대륙에 대한 교역의 활성화와 농업기술의 전수까지 제안하니. 매우 우호적으로 바뀌더군. 네놈이 부족들을 다스 릴 때 화합보다는 억압을 택한 결과물이다."

비록 많은 전상자가 발생했으나, 이미 대다수 유목민족들은 싸울 의지를 상실해버렸다.

하긴. 고작 오백의 기사와 그들을 지휘하는 나에게 본진이 꿰뚫리고, 정예인 호위대가 돌파당해 지휘 부를 점령당했다.

강대한 제국의 무력 일부를 보았 으니 절로 겁먹을 수밖에.

더해 나는 그들에게 제국의 서부 대륙 지원까지 미끼로 던져주었다.

그들은 제국의 지원 덕에 트웨인 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실히 확인 했을테니 이득을 기대하게 되었을 터.

제국이라는 강대국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이후 있을 막대한 지원의 기대.

그 둘이 합쳐져 제국에 대한 저 항감을 상실케 할 수 있었다.

이후 서부대륙은 번영과 평화를 손에 넣을 것이다. 제국에 반기를 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나는 카테르의 입가에 천을 쑤셔 넣고, 다시금 재갈을 물렸다.

놈의 눈이 퀭하게 죽어간다.

나는 시선을 돌려 천막 한켠에서있던 제피르에게 지시했다.

"제피르. 정신방벽 파훼를."

"알았다. 그 유물이라는 것의 위치를 찾으면 되나?"

"그래."

제피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카 테르 앞에 섰다. 나는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가 피식 웃으며 마나를 끌어올 린다.

"남의 정신을 헤집는 것. 내 취향은 아니다만, 네 명령이니 해줘야 겠지. 확실히 찾아내 보이마. 이놈 의 정신은 완전히 파괴되어 폐인이 될 건데, 상관없나?"

"알고 있잖아? 이놈은 어차피 죽을 운명이야. 정보를 얻어낸 뒤 바로 처리할거다. 정보만 제대로 찾을 수 있다면 이자리에서 죽여버려도 좋아."

"알았다. 내게 맡겨라."

제피르가 모았던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한다.

키이이이잉- - !

날카롭게 울리는 마나의 울음.

그의 손이 카테르의 정수리 위로 향하고, 카테르는 고통에 온몸을 비틀며 발광하고 비명을 내지르려했다.

허나 지금 그의 몸은 완전히 결 박되어있으며, 아가리 안에는 큼지 막한 천조각과 재갈이 물려있으니 .

제대로 반항할 수도, 그렇다고 비명을 내지를 수도 없는 상태.

정신방벽 파훼작업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다.

"1단계 정신방벽, 파훼. 2단계 정신방벽… 파훼. 3단계 정신방벽…."

제피르는 푸르른 마나광을 천막 가득히 채워가며 파훼작업을 계속 해갔다.

그의 섬세하게 조율된 마나가 유 동해 카테르의 정수리 안쪽으로 파고들어간다.

울컥, 울컥!

눈에서도, 코에서도 핏물을 줄줄 흘리는 카테르.

그의 눈동자가 회까닥 넘어가 허 연 흰자위가 드러난다. 정보추출 작업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게 나는 옆에서 제피르의 작업 모습을 계속 살폈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덜걱.

카테르가 절명해 고개를 축 늘어 뜨림과 동시.

우우우웅….

제피르가 마법을 종료하고, 마나 를 갈무리하며 나에게 알려왔다.

"추출작업이 끝났다."

"유물의 위치는? 알아냈나?"

"알아냈다."

"좋았어. 이 넓은 대평원 곳곳을 뒤지고 다닐 수고는 덜었군."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역시나 내 추측대로, 연합장이었 던 카테르는 유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있었다.

제피르가 입을 열어 말한다.

"유물이 있는 곳은 대평원의 서쪽, 커다란 산맥과 강을 낀 평야지 역이다. 그곳 어딘가에 작은 신전이 있고, 그 안에 유물이 있다는군."

"여기서 머나?"

"아니. 꽤 가깝다. 하루 안이면 도착할 거리지."

"좋아. 그럼 내일 움직이지. 전투 의 피로를 해소하고, 황실 기사들과 라브리에 전투마법단과 함께 그리로 가야겠어."

나는 다음 유물을 얻기 위해 움직인다.

"우리의 주인이시여."

동부대륙, 구 크루거 연방의 대 의사당이 있던 폐허.

그곳에서 크라함의 심복인 테르본이 입을 열어 크라함에게 보고했다.

"서부대륙 유물의 위치를 확인했 나이다."

그가 보고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유물의 행방.

크라함이 이끄는 볼라바아 학파는 모종의 방법을 사용해, 서부대륙 유물의 위치를 확인한 것이다.

그에 크라함이 테르본을 바라보 며 묻는다.

- 정확한 위치라. 어찌 알아냈 지? 확실한 정보인가?

"은밀히 구 유목연합 부족장 몇을 납치해 정보추출 작업을 진행해 위치를 확인하였나이다. 교차검증 작업까지 완벽히 끝냈으니 , 확실한 정보이옵니다."

- 그렇군.

테르본의 대답에 크라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가에 질척한 미소가 어린다.

- 그렇다면, 취해야겠군. 한지훈 의 동향은?

"저희와 거의 동일한 시점에 유물의 위치를 확인한 것 같사옵니다. 지금 놈은 하루 동안 휴식해 전투의 피로를 푼 뒤, 곧장 유물을 찾 으러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옵니다."

- 꽤나 재빠르게 움직이는군. 우리도 지체할 수 없지.

그리 읊조린 크라함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전방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커다란 붉은색 수정구 슬이 떠올라있다.

한스 요한바르첸의 부활 작업이 한창인 수정구슬.

크라함의 전신에서 농밀한 검은색 기운이 일어 수정구슬을 향해 빨려들어가고 있다.

크라함이 테르본에게 지시한다.

- 허나 나는 이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다. 알고 있겠지?

"…'대적자'의 부활 작업에 전력을 다하고 계시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 나를 대리해 유물을 취하고, 내게 가져와라. 이를 위해 네게 병력을 내려주지.

크라함의 말에 테르본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한지훈과 관련된 일에는 항상 본인이 나서던 크라함이었다.

한데 그런 그가 직접 병력을 내려줄 터이니, 본인을 대리해 임무를 수행하라 한다.

더해 그가 내려주는 병력이 심상 치 않았다.

- 암흑기사 일천, 상급 흑마법사 일백, 그리고 광인 백 기와 포식자 열 개체다. 이 정도의 병력이라면 충분히 한지훈을 제압하고 유물을 탈취할 수 있겠지.

광인 백 기와 포식자 열 개체!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왕국 하나 를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 있는 강력하고도 막대한 전력이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이고 강대한 힘.

크라함은 그것을 테르본에게 맡기려 하고있다.

최상급 흑마법사 테르본의 눈가에 진한 감격이 어린다.

"주인님의 대리! 더해 그토록 강 대한 병력마저 내려주신다니! 감사, 또 감사합니다!"

- 실패는 용서치 않는다.

"실패하지도 않을 것이며,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대가라도 치 를 것입니다. 서부대륙 유물의 획 득…. 결단코, 반드시 성공시켜보이 겠나이다!"

- 가라. 가서 유물을 취해 대계 의 달성에 조력하라. 다가올 그날, 볼라바아의 비상을 위해.

"다가올 그날, 볼라바아의 비상을 위하여 !"

화르르륵!

테르본의 발치에서 검은색 불길 이 치솟아 그의 몸을 휘감았다. 전이마법이었다.

그는 크라함의 명령대로 서부대륙에 있을 유물을 차지하기 위해 곧장 움직인 것이다.

테르본이 물러나자 순식간에 정 적에 휩싸인 폐허.

크라함이 작게 중얼거린다.

- 성공 가능성은… 반반인가.

비록 테르본에게 넘긴 광인과 포 식자들은 강력한 전력이었으나, 크 라함은 성공 확률을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 세계검이 없다면 놈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지. 놈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자 세계검의 보유자. 테르 본을 상대하기 위해서 유물의 힘을 온전히 다루게 될 터이니.

크라함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검은색 불길이 일더니, 완전히 암흑색의 형상을 가 진 하나의 장검이 소환되었다.

그가 연방을 소멸시켜 무수한 인 명을 대가로 만들어낸 흑의 세계검 이었다.

크라함이 세계검을 쥐고 읊조린다.

- 허나 그렇다고 내 세계검을 빌 려줄 수는 없지.

크라함은 테르본에게 막대한 병력을 맡겼을지언정, 세계검만은 그 에게 빌려주지 않았다.

이유는 퍽이나 단순했다.

- 테르본. 충성스러운 수하이지만, 인간을 신뢰할 순 없지.

비록 지금은 무한한 충성심을 보이는 테르본이었으나, 오랜시간 윤 회를 반복한 그는 알고 있다.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하고 영악 한 존재인지.

그는 반복된 윤회를 경험하며 수십, 수백 번이나 동료 혹은 수하들에게 배신당했고, 이용당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았다.

크라함에게 있어 부하란 결국 자신에게 이용당하는 도구에 불과했 으니 .

그런 그가 세계검을 타인에게 맡 길 리는 만무.

세계검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베고 없애 본질마저 변화시킬 수 있는 신기.

이것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놓을 생각이 없는 그였다.

하물며 오랜 윤회에서 완성했던 세계검들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이번 세계검은 더더욱.

그렇기에 임무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봄에도 불구하고, 크라함은 부하 에게 절대 세계검을 넘기지 않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음침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 …유물의 취득에 실패해도, 그리고 테르본을 잃어도 상관없다. 내 대계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니 .

크라함은 그리 확신하며 붉은색 수정구를 바라본다.

한스 요한바르첸의 부활. 점점 더 가까워져온다.

- 나는 엘로힘이 되어 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

크라함은 한참이나 핏빛 수정구 를 바라본다.

서부대륙에서 있을 한지훈과 테 르본의 충돌이 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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