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화.
허공에 수천 개에 달하는 폭렬구 가 생성되어 지상으로 내리꽂힌다.
직후 터져나오는 굉음.
콰콰콰콰콰쾅!
무수히 많은 폭발이 터지고, 적의 피와 육편 따위가 사방으로 흩 어진다.
불길이 일었다. 전선의 일부가 혼란에 휩싸인다.
철컹.
나는 투구의 바이저를 닫으며 입을 열었다.
"황실 기사들, 돌진 준비."
"돌진 준비! 전투마에 올라라!"
"전선을 돌파할 준비를 하라!"
내지시를 황실 기사들이 복창하 며 전투 전 준비태세에 돌입한다.
이번에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트웨인의 전사들과 함께 적진으로 돌진, 적의 저항을 돌파하며 적 진 내부 지휘부를 친다.
적의 수장인 연합장을 사로잡거 나 처치한다면 내전을 끝낼 수 있을 것이고, 이후 유물을 탐색할 수 있을 터.
나는 통신수정구를 들어올렸다.
"이쪽은 준비가 끝났다. 트웨인 은?"
- 바로 나설 수 있다네.
"좋아. 시작하지."
부우우우우-.
뿔피리소리가 울려퍼진다. 이후 전장 곳곳에서 올려지는 붉은색 신호기.
트웨인의 대규모 병력이 동시에 지면을 박찬다.
"전진! 전진하라!"
"가증스러운 유목연합 놈들을 제 압하고, 이곳 서부대륙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려주는거 다!"
"돌격하라!"
와아아아아아!
트웨인의 기병들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말발굽 소리가 울리고, 뿌연 흙 먼지가 일어나 시야를 가렸다.
수만에 달하는 기병이 전방을 향 해 쏘아져나간다.
"가자!"
나 또한 말의 배를 찼다.
두두두두두.
말이 거세게 앞으로 나아가고, 오백에 달하는 황실 기사들이 내 뒤를 따른다.
나는 고삐를 꽉 움켜쥔 채 전방을 노려봤다.
뿌연 흙먼지 너머로 보이는 적의 기병들. 유목연합의 전사들이었다.
나는 허리춤에 패용했던 장검을 꺼내들었다.
거검인 세계검은 아니었다. 평소에 사용하던 가르강이었다.
'말 위에서 거검을 휘두를 수는 없으니 말이야.'
세계검 말고도 가르강까지 소지 한 것은 잘 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나와 황실 기사들은 앞으로 계속해 달려나갔고, 곧 적의 병력과 조우할 수 있었다.
무려 천이 넘는 수의 기병들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다.
놈들이 이쪽을 보더니 크게 외친다.
"군기를 봐라! 저놈들은 트웨인 놈들이 아니다! 제국기를 들고있 다!"
"제국 기사들인가?!"
"제국이던 트웨인이던 상관없다! 놈들의 수는 고작 몇 백에 불과하다. 다 죽여라!"
"오러를 발현하라!"
화륵. 화르르륵.
우리와 조우했던 적 기마전사들 이하나둘 오러를 끌어올렸다.
천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오러를 발현하자 그 오러광이 꽤나 환하고 선명하다.
기마민족의 전사는 기사와 동급 의무력을 지니고 있다.
더해 그들의 능숙한 기마술은 일반 제국기사들의 기동력을 압도하 니.
본래 기마전에서 일반적인 제국 기사는 유목민족 전사를 절대 이겨 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일반 기사들이 아니다.
나는 제국의 영웅인 한지훈이며, 내 뒤를 따르는 이들은 제국의 최고 엘리트 기사들인 황실 기사들이다.
유목연합의 전사들 따위.
상대가 안된다.
콰르르르르릉!
말 위에서 장검을 휘둘렀다.
터져나오는 파공성. 허공을 가로 지르는 푸른색 궤적.
이후 높게 솟구치는 적들의 피.
나는 단 한번의 검격으로 세 명의 적 기마전사를 처치해버렸다.
놈들의 목이 잘리고 허리가 베어 힘없이 낙마한다.
"대단하군! 한지훈!"
내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갈람프 가 그 광경을 보고 감탄성을 내질 렀다.
기마상태에서 다수의 적을 동시에 베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갈람프 또한 그것을 알고 있기 에, 내가 동시에 적 여럿을 처치하 자 놀란 것이다.
"자네가 싸우는 것을 보니 내 피 가 끓는군!"
물론 갈람프가 놀란 것과는 별개 로, 그 또한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황실 기사단장. 내가 등장 하기 전까지 제국 최강의 검이었던 이다.
그런 그의 무력이 하찮을 리 없으니 .
콰르르르릉!
갈람프가 장검을 휘두르고, 반월 모양의 푸른색 궤적이 허공을 절삭했다.
동시에 두 명의 적이 죽어 피를 뿌리며 낙마한다.
갈람프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나는 두 명이 한계로군! 아쉽게도 동시에 세 명은 무리야!"
사람을 죽이며 저토록 해맑게 웃는 것도 참 능력이다.
그렇게 나와 황실 기사들은 계속 해 전진했다.
많은 수의 적 전사들을 베고 죽였다.
놈들이 피를 흘리며 낙마하고, 우리는 쉼 없이 검을 휘두르고 기 병창을 찔러대며 적의 저항을 돌파했다.
얼마나 전진했을까.
"저기로군!"
갈람프가 피로 젖어있는 장검으로 앞을 가리켰다. 나는 그가 가리 킨 방향을 살폈다.
갈람프가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적의 군영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기마민족 전사들 의 저항을 돌파해 놈들의 군영까지 닿아있는 것이다.
물론 군영에도 적의 병력이 있었다.
"적! 적이다! 적이 아군 군영에 당도했다!"
"마법사를 불러! 놈들을 마법으로 제압할거다!"
"마법사놈들은 어디 있나?!"
몰려오는 마법사들.
내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제대로 단련된 이들이 아니라 해 도, 마법사는 마법사다.
합동 광역마법을 발현할 수는 없지만, 개개인의 마법으로 화망 정도는 구성할 수 있을 터.
놈들이 화망을 구축한다면 말을 타고 달리는 기사들에게는 꽤나 위협적이다.
하지만 괜찮다.
이쪽에도 마법사들이 있으니까.
그것도 제대로 단련된 베테랑 전투마법사들 말이다.
나는 통신수정구를 집어들었다.
"제피르."
- 적의 군영에 도착했나보군. 맡 겨만 둬라.
길게 통신할 필요도 없었다.
번쩍! 번쩍! 번쩍!
내 주변에서 환한 빛무리가 생성 되었다.
이후 빛무리를 해치며 나타나는 회색 로브의 인물들.
후욱.
뿌연 담배연기가 피어오른다.
"마법사 놈들은 내가 상대하겠다. 한지훈, 예정대로 너는 적 지휘부를 급습하라."
등장한 인물은 제피르와, 그가 이끄는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의 마법사들이었다.
내부름에 제피르가 단거리 도약 마법을 발현, 아군 군영에서 적진인 이곳으로 순식간에 전이해온 것이다.
화르르륵! 화륵!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의 마법사들 이하나둘 화염계열 마법을 준비한다.
"쓰레기 놈들. 허접한 주제에 수는 많군."
그가 지팡이를 앞으로 겨누며 이어 말한다.
"여기서 모조리 다 죽어라."
직후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의 마법사들이 동시에 마법을 발현했다.
화르르륵! 콰앙! 콰콰콰쾅!
폭렬구가 터져나가며 적 마법사 들을 유린했고, 불타는 화살무리가 공기를 가로질렀다. 이글거리는 화 염이 대지를 불사르고 뿌연 연기를 피워 올린다.
과연 라브리에 전투마법사들은 강했다.
광역마법이 아닌, 개개인의 능력 으로 적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적을 제압하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투마에서 내려섰다.
"적 마법사들은 제피르가 상대해줄거다."
황실기사들 또한 말에서 내려서 두 발로 지면을 디뎠다.
지금 이곳은 적의 군영. 천막과 목책 따위가 사방에 빽빽이 널려있 기에 말을 타고 움직일 수 없다.
걸어가야 한다.
철그럭. 스르릉.
나는 쥐고 있던 가르강을 검집에 넣어 수납했고, 그대신 등 뒤에 메고 있던 세계검을 꺼내들었다.
내 뒤에 도열해있는 황실 기사들에게 말한다.
"마주치는 적은 모조리 죽여라."
"알겠습니다!"
"자, 가자!"
그렇게 나와 기사들이 적의 군영 내부로 달려나간다.
그러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적의 병력들.
"적이다! 적이 군영 내부로 침투 했다!"
"전사들을 불러! 놈들이 오러를 다룬다!"
"막아!"
적 병사 수백여 명이 순식간에 진형을 구성하더니, 우리를 막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녀석들이 창과 방패 따위를 들이민다.
꽤나 숙련된 것인지, 놈들의 방진형성속도와 사기가 예사롭지 않다. 과연 기마민족의 병사들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단련된 병사들 이라고 한들, 우리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묵직한 소음과 함께 허공을 가르는 내 거검.
이쪽으로 창을 찔러 들어오던 적 병사의 복부를 가른다.
퍼억! 후드득.
"컥…."
"끄아아아악!"
단 한번의 검격에 다수의 병사가 반 토막이나 후드득 쓰러졌다.
그 수가 무려 열 명.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러도 운용하지 않고 이 정도 라. 나도 꽤나 성장했어."
방금 전 나는 오러를 운용하지 않았다. 그저 신체능력만을 사용해 세계검으로 적 병사들을 베었다.
세계검은 몹시나 묵직한 무게를 지닌 거검이었고, 내 근력은 그런 세계검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하니.
일반 잡병들 따위야 오러 운용 없이도 모조리 죽여 없앨 수 있다.
적 병사들이 경악한다.
"저놈은 괴물인가?!"
"오러 없이 어떻게…."
"제기랄! 막아! 막아라! 전사들이 올 때까지 놈들의 발목을 잡아야 한단 말이다!"
적 병사들이 발악하듯 창칼을 들 이밀고, 방패를 세웠다. 녀석들의 진형이 더욱 견고해진다.
물론 그딴 방진 따위는 우리 기사들에게 별다른 효용이 없다.
콰르르르릉! 콰직, 우지근!
기사들이 돌진해 오러 실린 장검을 휘둘렀다.
그들이 검격을 가할 때마다 적병 의 창칼 따위가 깨끗하게 잘려나갔고, 놈들의 신체가 절단되었으며, 적병들이 피를 쏟아내며 쓰러져갔다.
병사들이 아무리 정예이고 단련 되었다 한들, 오러를 다루는 기사의 상대는 되지 않는다.
기사를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동 급의 기사뿐이다.
그렇게 나와 황실 기사들은 적병사를 도륙해갔고.
"빌어먹을..! 상대할 수 없다!"
"아군 전사들은 아직인가?!"
"방진이 붕괴되었습니다!"
"도망쳐! 도망쳐라! 여기 있다간 모조리 죽는다!"
하염없이 밀리던 놈들은 방진을 풀고 뿔뿔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주하려던 적 병사 하나를 잡아, 다리를 베어 제압했다.
"끄아아악!"
녀석이 째진 비명소리를 내지르 며 지면을 뒹군다.
나는 병사의 멱살을 잡고 일으킨 뒤 물었다.
"유목연합의 지휘천막은 어디 있지?"
"이, 이거 놔라!"
"지휘천막의 위치."
"내가 알려줄 것 같은가!"
생각보다 악바리 같은 병사가 잡 힌 듯하다. 좋은 말로 해서는 정보 를 토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허나 그래봤자다.
고통 앞에는 장사 없으니까.
나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든 뒤, 검날을 놈의 허벅지에 쑤셔박았다.
푸욱!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는 혈액.
"아아아아악!"
병사가 고통어린 비명을 토해낸다.
나는 놈의 허벅지에 여전히 꽂혀 있는 검날을 비틀어대며 다시 물었다.
"지휘천막의 위치. 이번에도 안 분다면 다음은 없어."
"끄으윽… 으윽…! 저쪽! 저쪽방 향으로 쭉 간다면…!"
"정보 고맙다."
털썩.
나는 신음하는 병사를 바닥에 내팽개친 뒤, 기사들을 이끌고 병사가 알려준 방향으로 움직였다.
내 뒤를 따라오던 갈람프가 물었다.
"저 병사는 안 죽이나 ? 정보를 알려줬다고 굳이 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만."
"어차피 죽을거다. 허벅지의 대동맥을 쑤셨으니까."
포션이 없다면 저 병사는 과다출혈로 죽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개 병사에게 포션 따위 를 쓸리는 없고 말이다.
갈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계속 가지."
우리는 전진을 계속했다.
적의 군영 내부였기에 많은 수의 적들이 등장해 우리의 앞을 가로막 았지만, 우리는 그런 놈들을 반복해 분쇄하며 앞으로 우직하게 나아갔다.
다수의 천인대를 격파하고 수백 의 전사들을 해치웠다.
그렇게 한참을 나아간 뒤.
"저건…?"
나와 황실 기사들은 꽤 커다란 천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막 주제에 2층 건물 정도 되는 커다란 크기.
천막의 꼭대기에는 유목연합의 연합기가 걸려 펄럭였으며, 천막의 주변에는 꽤나 정예로 보이는 전사 들이 진을 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확신했다.
"저기가 지휘부네."
저 과하게 커다란 천막 안에 연합장과 그 수하들이 있을 것이다.
놈들을 모조리 죽이거나 사로 잡는 것이 우리의 목표.
그리고 목표의 달성까지 얼마 남 지 않게 되었으니 .
후우.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이제 적 지휘부를 칠거다. 오러 를 끌어올려라. 지휘부를 지키는 적 호위 병력과 전투한다."
"알겠습니다. 전투 준비!"
"지휘부를 지키는 적 병력과 교 전한다!"
"전투를 준비하라!"
갈람프가 이끄는 황실 기사들이 하나둘 오러를 끌어올린다. 푸른색 광휘가 환하게 빛난다.
나는 크게 외쳤다.
"돌진!"
내가 달려나가고, 그런 내 뒤를 황실 기사들이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