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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38화 (338/390)

338화.

서부대륙. 광활한 야생의 땅.

햇빛은 강렬하며, 바람은 선선하다. 길게 자란 잡풀들이 바람에 따 라 흔들거렸다. 끝없는 지평선이 드 넓게 펼쳐져 확 트인 시야를 보였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평야지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서부대륙이라. 듣던 대로 온통 평야지형이구만."

서부대륙에 와본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나는 주로 남부대륙에서 활동해왔으니까.

내가 평야지대를 둘러보고 있자 바로 옆에 있던 이, 라브리에 전투 마법단장 제피르가 작게 중얼거렸다.

"평야지대라. 싸그리 불태워버리 면 퍽 장관이겠어. 어서 빨리 전투 를 벌였으면 좋겠군."

"미친 전쟁광 녀석. 벌써부터 몸 이 근질거리나봐? 전쟁이 그리 기 쁘냐?"

"전투와 전쟁은 내가 살아있는 유일한 목적이지. 어찌 기쁘지 아니 할 수 있겠나?"

"못 말리는 녀석이야."

중앙대륙에서 마나하트를 과부하 시켜가며 발악했던 것이 고작 한두 달 전이다. 헌데 그럼에도 제피르는 아직도 전쟁을 반기고 있다.

하여간 정말 전쟁과 파괴를 위해 서만 사는 녀석답다.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나와 동행한 황실 기사단장 갈람프가 내게 알려왔다.

"한지훈. 트웨인 군영에서 안내인 이 왔다.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 만."

"그래. 가봐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철그럭, 하고 전신갑주 의 쇳소리가 울린다.

"오랜만에 누르비테를 봐야겠어. 갈람프, 제피르. 따라와라."

나는 트웨인 군영으로 향한다. 나와 갈람프, 그리고 제피르가 내 뒤를 따랐다.

* * *

"오랜만이네. 한지훈 라이젠 공작."

평원지대 한켠에 설치되어 있는 커다란 천막. 그곳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누르비테가 나를 반기며 하는 말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의 모습을 살폈다 기마민족 트웨인의 지도자. 한때 내적이었으나, 지금은 제국의 아래에 뭉쳐 동료가 된 이.

몇 년만에 본 그는 이전에 비해 훨씬 진보해 있었다.

햇볕에 그을려 탄 구리빛 피부는 더욱 진해져 있었고.

눈가에는 보다 진중한 카리스마 가 일렁이며, 전신에 맥동하는 근육 의 양과 패기 또한 크게 늘어있었다.

이전보다도 훨씬 높은 경지를 이 룬 모습.

내 입가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

"강해졌구나. 누르비테."

"그러는 너야말로 ."

내 말에 피식 웃는다.

그가 또렷이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한지훈, 근 몇 년 동안 얼마나 강해진거냐? 네 녀석은 이전에도 강했지만, 지금은 도대체 얼마나 강 할지 감조차 안 잡히는군."

누르비테의 말에 나 또한 피식 웃었다.

과거 트웨인과의 전쟁 이후 다수 의 전장을 전전했고, 막대한 능력치 를 얻어 신체능력을 진보시켰다.

몇 년만에 나를 마주한 누르비테는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질 터.

드르륵.

트웨인의 병사들이 의자를 날라 와 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나는 자리에 착석하며 물었다.

"해후는 나중에 하자고. 그보다 지금 상황이다. 현재 전황은 어떻게 되지? 설명해줘."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이 느껴졌 지만 일단은 임무부터다.

나는 누르비테에게 전황을 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가리켰다.

"이미 엘프에게 대략적인 소식을 받았겠지만. 현재 우리는 이곳 '칸 타라콜 대평원'에서 백중세를 이루 고 있다."

그가 지휘봉으로 넓게 펼쳐진 평 야지형을 가리켰다. 지도에는 적과 아군의 진형이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표시되어있다.

이곳 칸타라콜 대평원에는 일종 의 넓은 전선이 형성되어 있는 상태.

누르비테의 말이 이어진다.

"적의 전력은 구 기마민족 연합 의 전사 약 20만 명. 자유마탑의 마법사 일부. 그리고 놈들을 상대하는 우리의 전력은 기마전사 10만 정도다."

"적은 20만. 그리고 너희 트웨인 은 10만인가. 용케도 백중세를 만들어냈어."

"적의 수가 많지만 모두 허접한 놈들이다. 정면으로 맞붙으면 우리 가 이겨. 문제는 놈들의 마법사들이다."

누르비테가 적 진형의 후방을 지휘봉으로 짚었다. 적의 마법전력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장소였다.

"현재 우리에게는 마법사가 없다. 하지만 적에게는 마법사가 있지. 비록 잘 통솔된 전투마법사들이 아니 라, 자유마탑의 허접쓰레기 마법사 들이지만, 그 수가 꽤 많아."

"적의 마법사들 수는? 어느 정도 지?"

"정확하진 않지만. 추정 이천정도 될거다."

"음…."

내 표정이 절로 찌푸려졌다.

마법사 2천. 몹시 많은 수의 적 전력이다.

전문적으로 전투마법을 수련한 마법사들만큼 강력한 화력은 지니 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2천이라는 수는 꽤나 큰 수다.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잊고 있었다.

"하! 허접쓰레기 자유마탑 놈들 이 아무리 수가 많아봤자다. 놈들은 별다른 위협이 안 돼."

내게는 최강의 전투마법단, 라브 리에 전투마법단이 있다는 것을.

치익. 화륵.

제피르가 꼬나문 연초에 불을 붙 이며 그리 말했다.

"한지훈. 네 녀석은 마법사라면 모두 나나 다른 전투마법사들처럼, 강한 화력을 발할 수 있다고 여기 겠지."

"… 뭐. 그렇지."

"를렸다. 우리 전투마법사들이 괜히 전투마법사라 불리는 것이 아니야. 나와 내 라브리에는 전투마법의 전문가다. 허접한 자유마탑의 마법사라면 그 수가 몇이든 우리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하물며 허접한 서부대륙 놈들이라니! 상대조차 제대로 안되겠군."

자신감이 너무나도 충만해 보인다.

제국 제일의 전투마법사라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니.

그가 이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지훈. 어째서 놈들이 어째서 '자유'마법사인줄 아나? 제대로 된 후원자를 얻지 못할 정도로 덜떨어 진 놈들이어서다."

확실히 그러했다.

마탑에는 두 종류가 있다.

국가나 영지에게 후원을 받아 성장하고 발전하는 일반 마탑과, 아무런 지원조차 받지 못해 오지에 근거지를 두는 '자유'마탑.

자유마탑인 이유는 별게 아니다. 자신들을 후원해줄 귀족이나 군주 를 얻지 못해서다.

마법사는 마나로 이능을 발하는 존재. 더없이 유능하다. 그렇기에 어지간한 마법사와 마탑들이라면 대부분 제대로 된 후원자를 두고 있다.

헌데 후원자가 없다면?

그것도 마법 불모지에 가까운 서부대륙 놈들이라면?

그 경지는 뻔하다.

"우리 라브리에가 적 마법사 2천을 상대하지."

그렇기에 제피르의 자신감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적아의 마법 전력비는 1: 20에 달 하고 있으나, 그이상으로 수준 차이가 압도적이다.

비유하자만 건장한 청년이 다섯 살 애송이 스물을 상대하는 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제피르, 네게 적 마법전력의 맞상대를 맡기지."

"맡겨만 둬라 한지훈. 압도적으로 쓸어버려주마."

후욱. 제피르가 회색 연기를 내 뱉는다.

나는 시선을 돌려 지도를 바라보 며 누르비테를 바라봤다. 그는 허허 힘없이 웃고 있었다.

"…골칫거리였던 마법사들을 그토록 쉽게 여길 줄이야. 과연, 제국 의 마법사들은 대단하군."

"누르비테. 우리가 해야 할 일 은?"

그가 지도를 가리킨다.

"한지훈. 자네와 제국 황실 기사단들은 급습조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급습조라면?"

"적의 지휘부를 급습하는거다."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우릴 상대로 아주 뽕을 뽑아먹 으려 하는군."

"기왕 도와주러온 강력한 전력이다. 제대로 써먹어야 하지 않는가."

"뭐, 동감이야. 적 지휘부 급습은 황실 기사들 아니면 하기 힘들지."

적 본영 깊숙한 곳에 있을 지휘 부 급습.

가장 힘든 일이지만, 가장 드높 은 전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우리의 전열 정비가 완성되는 대로 적에게 대규모 공세를 가할거다. 그리 되면 적진에 혼란이 일겠지. 그때를 노리고 적 지휘부를 습격해주면 된다. 적장을 사로잡거나 처치한다면 더욱 좋고 말이야."

"적진의 방비는? 지휘부의 호위 병력이 두텁다면 습격에 실패할거다."

"지휘부 호위병력이 많지는 않아. 고작해야 3천 정도일거다. 하지만 모두 정예이지. 아무리 황실 기사들 이라 해도 고생 꽤나 할거다."

"그래?"

피식. 나는 웃었다.

"놈들의 호위가 아무리 정예라 한들. 나한테는 안 될거다."

"… 뭐. 그렇겠지. 한지훈 자네의 무력은 범상치 않으니까. 믿고 맡기 겠네."

누르비테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는 이쯤이나 하지. 일단은 자네와 오랜만에 만난 것을 기념해 서 연회나 할까 하다만. 혹시 양고 기 좋아하나? 어린 양들을 잡아 누 린내는 별로 없겠지만, 제국인들중 싫어하는 이들이 많아서 말이야."

"없어서 못 먹지."

"그거 참다행이군. 그보다 자네 가 술을 가져왔기를 바라네. 여기 서부대륙의 술은 즐길게 못되거든."

"걱정마라. 괜찮은 것들로 챙겨왔 으니까."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 회를 진행하기 위해 천막 안에 자리해있던 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간다.

나는 천막 밖으로 향하는 와중, 걸려있는 지도를 흘깃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곧 새로운 유물을 얻는건가."

이곳 칸타라콜 대평원 어딘가에 유물이 있을거다.

누르비테를 도와 적을 처부수고, 칸타라콜 대평원을 제국과 트웨인 의 영향력 아래에 둔다면.

다음 유물을 취할 수 있다.

새로운 유물을 얻는다면 나는 얼마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기대하며 밖으로 나섰다.

"트웨인 놈들이 잠잠하군."

유목연합의 최고지도자, 카테르. 그는 자신의 본영에서 남쪽 방향을 바라보며 그리 읊조렸다.

그의 시야에 드넓은 평원고 함께, 저 멀리 흐릿하게 적진이 보인다.

카테르의 옆에 대기하고 있던 한 대전사가 입을 열었다.

"놈들은 여기서 전쟁을 멈출 셈 이 아니겠습니까? 트웨인은 이미 서부대륙의 삼분지 이를 장악했습니다. 이쯤에서 만족할 가능성이 높 지요."

"음…."

카테르는 측근의 말에 잠시 생각 해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누르비테 놈은 여기서 멈 출 위인이 아니다. 연합에서 축출된 것에 복수심을 지니고 있는 녀석이 야. 분명 나를 죽이고, 트웨인이 유 목연합의 지배민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전쟁을 멈추지 않을거다."

쯧. 카테르가 혀를 찼다.

누르비테 한. 지긋지긋한 놈이다.

먼 옛날 다른 부족과 연계해 놈 이 이끄는 트웨인 민족을 축출하고, 서부대륙에서 추방한 뒤.

카테르는 한동안 누르비테라는 이름을 잊고 살았다.

무수히 많은 열강이 자리해있는 남부대륙이다. 그곳에서 일개 외부 세력인 트웨인이 살아남을 수 없다 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트웨인은 위기에 몰렸었다.

협상전쟁이 일어났고, 트웨인은 제국과 전쟁을 벌여 패배했던 것이다.

이후 카테르는 트웨인이 제국에 게 탄압당해 멸망하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런 카테르의 예상은 빗 나가고 말았다.

"트웨인이 제국의 제후국이 되다 니."

어찌된 것인지, 제국은 트웨인을 정당한 제후국으로 받아들였고. 더 해 그들의 숙원이었던 서부대륙 정 벌까지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카테르의 눈가가 찌푸려진다.

"빌어먹을 트웨인 놈들. 얌전히 남부대륙에서 멸망할 것이지, 기어이 서부대륙으로 돌아오다니…. 그것도 외세의 힘까지 빌려서. 바퀴벌 레 같은 놈들."

돌아온 트웨인의 힘은 강력했다.

그들은 제국의 막대한 지원에 힘 입어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했고, 고작 몇 년만에서부대륙 삼분지 이 를 장악해버렸다.

평시상태라 여겨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목연합은 강대해진 트웨인 의 힘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겨우겨우 모든 유목연합 의 힘을 모아 대적하는 것이 바로 지금. 칸타라콜 대평원의 대치상태 였으니 .

"이곳 칸타라콜에서 패배한다면 다시는 승기를 잡을 수 없다. 반드시 승리해야한다."

다음 기회는 없다.

이미 유목연합의 모든 힘과 능력을 끌어낸 상태였다.

각 부족의 전사들을 끌어내 전쟁에 참가시켰으며, 가진 재화까지 모조리 털어 서부대륙의 자유마탑들을 고용했다.

더 이상의 여력은 없다.

이곳에서 패배한다면 유목연합은 다시 이전처럼 트웨인의 것이 되리라.

차마 그렇게 놔둘 수는 없는 카 테르였다.

그가 지시한다.

"놈들이 한 달 동안이나 잠잠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경계를 강화하고, 척후대를 더욱 많이 운용하도 록."

"알겠습니다. 연합장."

"사소한 이상 하나라도 발견하는 즉시 내게 알려라."

그렇게 카테르가 지시하고, 수하 인 대전사가 그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일 때.

그때였다.

번쩍!

"뭣..!"

갑작스레 허공에서 터져 나온 섬 광. 카테르는 놀라 기겁하며 허공을 바라봤다.

그의 시야에 어떤 마법진이 보였다.

커다란 붉은색 마법진.

품고 있는 기세는 웅혼했고, 마나의 울음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쿠르르르르….

굉음을 울리며 마법진이 점차 중첩되어 갔다.

카테르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저토록 거대할 수가…?! 설마, 저것이 광역 마법진인가!"

카테르는 세상에 광역 합동 마법 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목격해본 적은 없었다.

그가 활동하는 서부대륙의 마법 수준이 극히 미개했기 때문이었다.

자유마탑은 있지만 그들은 합동 마법을 발현할 수도 없는 하찮은 이들에 불과했으며, 제대로 숙달된 전투마법사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유목연합의 연합장인 카 테르라 하더라도 광역마법진을 볼 기회가 아예 없던 것이다.

그 광역마법진이 이곳 서부대륙에서 등장했다?

이는 단 한가지만을 의미했다.

카테르는 경악에 차 소리 질렀다.

"제국! 제국의 전투마법사다!"

중앙대륙을 정리한 제국이 드디어 제후국인 트웨인에게 지원군을 보낸 것이다.

카테르가 다급히 외친다.

"산개! 전군은 산개하라! 적의 대규모 마법공격이다!"

"아군 마법사를 불러! 방호마법을 발현하라!"

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직후.

콰르르르르르릉!

무수히 많은 수의 폭렬구가 허공에 생성되어 , 비처럼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붉은색 궤적무리가 하늘을 뒤덮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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