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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36화 (336/390)

336화.

나는 근력을 강화했고, 본격적인 세계검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리고 망치질했다.

하염없이. 며칠 내내 잠자고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말이다.

그만큼 세계검을 어서 빨리 완성 시키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지만.

그이상으로 대장장이 노릇이란게 꽤나 재미있었다.

'사실 내 천직은 대장장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눈앞에 있는 물건을 내려치며 점차 완성시켜간다.

망치질은 결코 헛짓거리가 아니었다.

한번의 망치질은 완성으로 다가가는 발걸음이었으며, 수백, 수천 번의 망치질은 물체의 형상을 보다 완벽하게 변화시켰다.

세계수의 가지를 내려치면 내려칠수록, 뿌듯함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왔다.

아무런 생각 없이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것.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고, 적성에 맞았다.

그렇게 나는 쉼 없이 망치를 휘둘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 띠링!

[새로운 행동으로 인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 야금술 (입문)]

스킬을 얻었으며

[경험의 반복!]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킬 : 야금술 (입문)' 이 '스킬 : 야금술 (하급)'으로 상향되었습니다!]

얻었던 스킬이 자연스레 진보되 기까지했다.

그 덕분일까. 내 망치질은 가파 르게 노련해졌다.

내려치고자 하는 부위를 정확하게 내려칠 수 있게 되었으며, 물질을 원하는 형상으로 가공하기 보다 수월해졌다.

더해 기본적인 대장장이 노릇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하여튼. 스킬을 얻은 덕분에 내 망치질은 점차 정교해졌고, 그렇기에 작업의 진척속도가 나날이 가속 되어갔다.

그런 내 진보에 혀를 내두른 것은 다름 아닌 드워프들이었다.

"기가 막히는 망치질이로군. 정말 며칠 전 처음으로 망치를 잡아본 사람이 맞나?"

"고작 며칠 만에 저 정도로 숙달 되다니. 귀족만 아니었다면 내 도제 로 삼고 싶을 정도야."

"본래부터 오러를 다루는 무인이 었으니 . 그만큼 몸을 쓰는 일에 재능이 풍부하다는 것이겠지."

"어쨌든 너무나도 빠른 숙달이다."

드워프들이 보기에도 내 망치질 숙련 속도는 범상치 않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보기에 모자란 구석 이 많을 터지만, 나는 고작 며칠 전망치를 처음 잡은 초보였다.

헌데 이제는 능숙하게 망치를 다 루니 놀라지 않을 수 없겠지.

그렇게, 결국 완성했다.

[세계검의 검신]

검신.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양은 지팡이 같은 생김새였다.

그도 그럴 게, 나무 재질의 길고 납작한 걸 보면 지팡이밖에 연상이 안 되었다.

물론 이외형을 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저 가지에 온갖 레어메탈을 덕지 덕지 바른 뒤, 날을 세우고, 가드와 자루, 폼멜을 달아버린 뒤. 온갖 마나회로를 아로새겨넣게 된다면.

그리하여 세계검이 완성된다면.

외적으로 세계수의 가지가 드러 날 일은 없게 될 테니까.

완성된 세계검은 겉보기로 호화 로운 장검에 불과할 터다.

비록 그 내부 중심에는 세계수의 가지가 자리해있더라도 말이다.

검신이 완성되었다는 소리에 드워프 족장들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좋아! 가지가 완전히 다듬어졌 군. 이제부터는 우리에게 맡기게나, 한지훈."

"역사에 남을 아티팩트 장검을 만들어주지."

"검날부터 만든다! 준비해놨던 아다만티움부터 꺼내와!"

"혈조에 부을 미스릴은 아직인 가?!"

드워프 족장들이 우르르 달려들 어 하나둘 작업을 개시했다.

이제 저들은 온갖 레어매탈과 호 화로운 재료들을 들이붓다시피 소모해 세계검을 완성시킬 것이다.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몇 주일 정도.

수십 개의 마탑과 드워프 부족들 이 매달렸기에 가능한 극도로 빠른 속도였다.

넉넉잡아 한 달 뒤면 세계검이 완성될 것이다.

나는 기지개를 피며 중얼거렸다.

"당장 해야 할 일은 끝났…다!"

으드득, 하고 온몸에서 울리는 관절 소리.

며칠 동안이나 하루 종일 망치질을 하느냐 꽤 피로가 쌓여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쉴 수는 없는 노릇.

나는 곧장 영주성으로 돌아가다음 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음 일'이란 당연하게도 유물의 수집이다.

통신수정구를 집어 들고 회선을 연결한다.

- 오랜만이로군, 한지훈. 중앙대륙에서의 승전소식은 들었네. 축하 하네.

"너희 트웨인도 서부대륙 정벌이 순조롭다고 들었어. 미리 승전을 축하하지. 누르비테."

- 다 그대 덕분일세.

내가 통신하는 인물은 누르비테였다.

한때 적국이었던 기마민족 트웨 인의 군주이자, 지금은 제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서부대륙 정벌을 진행중인 대전사.

나는 그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곧 서부대륙을 정리할거다."

나는 서부대륙에 있을 또 다른 유물을 노린다.

누르비테 한. 위대한 기마민족 트웨인의 군주.

그는 자신의 앞에 펼쳐져있는 드넓은 평야지대를 바라보았다.

광활한 땅이 보인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아 온기를 머금은 기름진 땅.

평원을 바라보던 누르비테의 입가에 푸근한 미소가 어렸다.

그는 최근 들어 기분이 좋았다.

'국토의 복원이 머지않았다!'

자신의 숙원이었던 서부대륙의 정벌이 머지않았으니까.

과거 트웨인은 제국의 적국이었다.

람셀 왕국, 코르자카 공화국, 카 렌 왕국, 요한바르첸 공국과 동맹을 맺어 동맹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하지만 트웨인은 제국에게, 한지훈에게 패해 굴복했고.

지금은 제국의 제후국으로서 막 대한 지원을 받아가며 서부대륙 정 벌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서부대륙.

과거 트웨인 기마민족의 고향이 었던 땅이었다.

드넓은 평야와 온난한 기후. 그 들 트웨인 기마민족이 되찾기 바라 마지 않았던 고향땅.

제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트웨인 은 강력했고. 덕분에서부대륙 정벌 전쟁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누르비테는 자신의 측근인 데키 타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아까 전 한지훈에게서 통신이 왔었다."

"한지훈에게서말입니까!"

데키타는 한지훈이라는 인물의 이름을 듣고는, 놀라 고개를 황급히 치켜올렸다.

트웨인에게 한지훈은 은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가 직접 트웨인을 굴복시키고, 이후 제국의 제후국으로 삼아준 덕분에 그들은 서부대륙 정벌을 시행 할 수 있었다.

그런 한지훈에게서 통신이라니.

과연 그가 무슨 용건으로 통신을 걸어온 것일까?

고작 안부 따위를 묻지는 않았으 리라. 왠지 모르게 그리 예상하는 데키타였다.

누르비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그렇다. 그가 말하기를, 서부대륙을 곧 정리할 것이라 하던데."

"서부대륙의 정리…."

"한 달 뒤, 제국 내부의 일이 모두 정리된 뒤 자신이 직접 이곳으로 오겠다는군."

한지훈이 직접 서부대륙으로 오 겠다는 내용의 통신.

분명 반길 만한 일이었다. 한지훈은 제국의 북부 사령관으로서 막 대한 병력을 통솔하며, 그 개인의 무력과 지략 또한 대단한 인물이었 으니까.

하지만 그런 한지훈의 말을 순순 히 수긍할 수 없는 데키타였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허나, 한이시여. 한지훈에게는… 아니, 지금의 제국에게는 원정을 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지금 제국에게는 원정전 쟁을 벌일 여력이 없었다.

수십만의 병력을 중앙대륙으로 파견하고, 막대한 전비를 소모해가 며 간신히 승리를 거둔지 얼마 되지 않았다.

헌데 중앙대륙 전쟁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대륙원정을 준비하다니?

말이 안된다.

아무리 제국이 부강한들 대륙 원정 전쟁을 또다시 벌일 정도로 국 고가 풍족하진 않을 터.

그에 누르비테가 고개를 가로저 으며 대답했다.

"중앙대륙처럼 수십만 단위의 원정군을 이끌고 오지는 않는다는군. 그저…."

"그저?"

"기사와 마법사를 조금 이끌고 와 우리를 지원하겠다는데 . 기사 오 백. 마법사 일백이라 한다."

"마법사와 기사. 그것도 천 명 이하. 애매하군요."

데키타는 그럼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지금의 제국은 중앙대륙 원정 때 처럼 수십만 단위의 원정군을 움직 일 수는 없다.

이미 상당량의 국고를 소모했기 에, 더 이상 전비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사와 마법사로만 이루 어진 소규모 정예병력을 파견하는 것 정도는 그리 큰 무리가 아니었다.

비록 전쟁과 내정으로 대량의 재정을 소모했다 하나, 제국이란 그거대한 덩치만큼 국력이 부강한 상태였으니까.

허나 제국의 지원군은 그리 큰 도움까진 안 될 듯싶었다.

"없으면 아쉬운 전력이라지만, 단숨에 이쪽이 승기를 휘어잡을 정도는 아니군요."

"그렇지. 어지간한 기사들은 우리 눈에 차지 않으니 말이야."

하지만, 하고 피식 웃는 누르비테.

"이쪽으로 오는 기사와 마법사들 이 꽤나 정예들이다."

"정예라 한들 수가 너무 적습니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만. 그들은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전력이야."

누르비테의 흐뭇한 얼굴.

그에 데키타는 재차 표정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무리 정예라 한들… 도대체 누가 오기에 그리 확신하시는 겁니까?"

"황실 기사단의 기사."

"… 무슨."

"그리고 라브리에 전투마법단."

"그게 정말입니까?!"

계속 못미덥다는 듯한 태도를 내 비치던 데키타의 얼굴이 확 달라졌다.

황실 기사단? 제국의 모든 기사단 중에서 그 혈통도, 실력도 정점에 이른 기사단이다.

기사들 중 어쭙잖은 이는 단 한 명도 없으며, 지휘관은 모두가 유능 하고 고강한 실력을 갖췄다.

하물며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이라.

말하는 것이 입에 아플 정도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정복전쟁 시절부터 최근 있었던 중앙대륙 전쟁까지. 무수히 많은 전공을 세우며 활약했던 이들. 명실상 부 최강의 전투마법단이라는 수식 어를 갖춘 이들이다.

더해 그런 그들을 지휘하는 제국 의 전쟁영웅, 한지훈 라이젠까지.

그 수는 고작 일천이나 그 인선 은 극도로 화려한 이들이 지원군으로 오는 것이다.

"… 그 정도의 전력이라면. 큰 도움이 되겠군요."

"그렇지. 한지훈은 정말 서부대륙을 근시일 내에 정리할 생각이야. 우리 트웨인으로서는 몹시 다행인 일이지."

"이 지긋지긋한 칸타라콜 대평원에서 벗어날 날이 곧이로군요."

"서부대륙 정벌이 끝날 날이 머 지않았어."

지금 서부대륙 전쟁은 거의 끝을 향해가는 와중이었다.

제국의 제후국인 트웨인은 서부 대륙의 삼분지 이를 장악했으며, 남 아있는 적의 연합전력은 칸타라콜 대평원지역에서 결사적인 항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곳 칸타라콜 대평원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이후 트웨인은 파죽지세로 서부 대륙 거의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될 터.

누르비테의 눈이 빛난다.

"한 달 뒤. 제국의 지원군이 온 다면 그때 대규모 공세를 가하겠다. 그동안은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키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우리의 위대하신 한이시여."

"자유마탑들을 쓸어버리고, 우리를 몰아냈던 유목연합 놈들을 숙청 한다. 트웨인은 다시금 과거 영광된 기마제국의 주인자리를 되찾을 것 이다."

누르비테는 확신했다.

한지훈이 이끄는 정예병력이 이곳 서부대륙에 도착한다면, 단숨에 이전쟁이 끝나고 드디어 숙원을 이룰 것이라고.

그는 드넓게 펼쳐진 평야지대를 바라보며 한지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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