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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35화 (335/390)

335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수의 가지. 이 세상 그 어느 물질보다도 단단하며 강대한 힘을 품은 물건.

그것을 가공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번 보게나."

회색망치 드워프 부족의 족장 드루바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공방. 그곳에는 수십의 드워프들이 들러 붙어 하나의 재료를 가공하고 있었다.

아니, 저것을 '가공'이라고 해야 할까.

콰앙!

쩌어엉!

드워프들은 모루 위에 올려놓은 세계수의 가지를, 망치로 열심히 두 들겨대고 있을 뿐이었다.

울긋불긋하게 솟은 힘줄. 맥동하는 근육. 그리고 망치에서 일렁이는 오러의 광휘.

드워프들의 힘은 평범한 인간의 그것을 한참이나 초월했으며, 하물 며 일반 드워프도 아닌 족장급 드워프라면 그 어떤 기사보다도 강대 한 근력을 지니고 있다.

허나 그런 드워프 족장들조차 세계수의 가지는 가공할 수 없었다.

카아아아앙!

망치가 내려쳐질 때마다 불똥이 튀긴다. 물론 세계수의 가지에서 튄 불똥은 아니었다. 두드리는 망치와 받쳐놓은 모루가 갈려나가며 튄 것 이었다.

세계수의 가지에는 홈집조차 나 있지 않은 상황.

드루바의 말이 이어졌다.

"어떤 방법을 이용해도 저 세계수의 가지를 가공할 수 없었다네. 오러를 운용해 망치로 내리쳐도 멀 쩡하고, 화로에 달구어도 전혀 변형 되지 않았어. 우리의 힘과 기술로는 저 세계수 가지의 불멸성을 훼손할 수 없었네."

물질의 가공이란 결국 훼손과 재 구축이다.

강철을 만들 때 철광석을 녹여 훼손하고, 단조와 열처리 과정을 거쳐 비로소 강철로 빗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즉, 재료를 훼손할 수 있어야 가 공이라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드워프들은 세계수 의 가지를 전혀 가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단단 한 물질이니, 본격적인 가공은커녕 훼손조차 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직감했다.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말 그대로 저 세계수의 가지를 어떻게 든 변형시켜달라는 것이로군."

"그렇다네. 우리 드워프들의 힘과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자네가 가진 힘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흐음…."

확실히. 내 힘은 범상치 않다. 시스템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작게 중얼거렸다.

"내 정보."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한지훈][북부 야전군 사령관]

[스킬 : 군단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상급)]

[스킬 : 기마술(상급)]

[스킬 : 투창(입문)]

[스킬 : 은신술(하급)]

[엑스트라 스킬 : 몰입]

[엑스트라 스킬 : 전투예지]

[근력 100]

[민첩 282]

[내구 177]

[체력 164]

[마나 234]

(남은 포인트는 400pt 입니다.)

나는 오랜만에 마주한 정보창을 잠시 살폈다.

눈여겨보는 것은 근력 능력치와 남아있는 포인트들.

'근력은 100. 그리고 남은 포인트는 400pt인가.' 근력 100. 내 능력치 중 가장 낮지만, 그럼에도 강대한 힘이다.

평범한 인간은 5정도의 근력을 지니고 있다. 숙련된 병사라면 10정도의 근력.

대장장이 드워프라면 20정도의 근력을 지녔을 것이고, 족장급 드워프라면 최소 50이상의 근력을 지녔을 터다.

하지만 나는 100의 근력 능력치 를 지녔다. 더해 오러까지 운용해 신체를 강화한다면 그야말로 패도 적인 힘을 낼 수 있다.

이 정도의 힘이라면 세계수의 가지를 훼손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해봐야겠어. 망치 줘봐."

"여기 있네."

드루바가 나에게 망치를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어 살폈다.

꽤나 좋은 망치였다.

온갖 레어메탈을 아낌없이 퍼부 어 만들어낸 대장장이용 망치.

표면에는 여러 마나회로가 아로 새겨져 은은한 빛을 머금었고, 망치 그 자체는 내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를 받아들여 증폭하고 있다.

그야말로 드워프 족장이나 쓸법 한 최고급 아티팩트.

이것을 사용해 저 세계수의 가지 를 가공해야한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중얼거렸다.

"망치질은 처음인데."

본의 아니게 드워프들을 도와줘 야 할 상황이 되었다만, 내가 대장 장이 노릇을 해봤을 리 만무.

망치를 쥐어들자 잘 할 수 있을 까 걱정이 올라온다.

그런 내 말에 드루바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기술적인 것은 우리 드워프 족 장들이 도와줄 것이다. 세세한 것은 이쪽이 알려주지. 한지훈, 그대는 저 세계수 가지의 모양만 잡아주면 된다."

"모양만 잡으라고?"

"그렇다. 일단 검에 이식할 수 있는 모양만 잡아놓는다면 나머지 과정은 우리가 진행할 수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망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후우. 작게 숨을 내뱉으며 오러 를 끌어올린다.

쿠르르르르르….

심장 속 청아한 기운이 전신을 순환한다.

마나. 이 세상을 구성하는 이형 의 기운. 그것이 혈관을 타고 망치 로 응집되어갔다.

화르르르륵!

망치에서 일렁이는 푸른색 불꽃.

장중한 오러의 파동이 공기를 진동시키며, 환한 청색 빛 무리가 사방천지를 밝게 물들인다.

지켜보던 드워프 족장들이 저마다 감탄했다.

"대단한 오러로군…. 과연. 제국의영웅이라는 위명은 헛것이 아니 었는가."

"인간임에도 이토록 강대한 힘을 품고 있다니."

"저 정도의 힘이라면 이 가지를 가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검사가 아니라 대장장이를 했어 도 대성할 수 있었겠어."

그리고 나는 망치를 내려쳤다.

쩌어어어어엉!

커다랗게 울리는 충돌음.

망치가 세계수의 가지를 타격하고, 그 아래에 깔려있는 모루가 반 쪽으로 쪼개진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바닥면에 쩌저적 금이 아로새겨 진다.

그리고 나는 표정을 찌푸렸다.

"염병… 더럽게 단단하네."

온 힘을 다해 가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세계수의 가지는 아직도 멀쩡했다.

주변이 파괴되어 난장판이 될 정도의 충격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홈 집 하나 없이 온전한 상태를 유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의 충격에도 약간의 변형 조차 없다니…. 도대체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강도인 것인가."

"미쳤군. 세계수의 가지. 말로만 들었지 이토록 대단한 물건일 줄 은…."

드워프들의 표정이 꺼멓게 죽어 간다.

그야, 이토록 강대한 힘을 가했 음에도 아무런 변화조차 없으니 . 절망할 수밖에.

하지만 아직이다.

"근력. 100상향."

나에게는 포인트가 있다.

- 띠링!

[능력치 : 근력'을 100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100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수락."

포인트를 사용한다면. 보다 강한 힘을 발할 수 있다.

나는 다량의 포인트를 사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세계수의 가지를 가공할 심산이다.

세계검의 완성. 시나리오를 끝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능력치 : 근력' 이 200을 돌파 했습니다!]

[한계 초월!]

[근신경계- 리미터가 '완전히' 파훼 되어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근력제어- 리미터가 '완전히' 파훼 되어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근섬유효율- 리미터가 '완전히' 파훼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유저의 근력이 지성체의 격을 초월합니다!]

직후 변화가 일었다.

쩌저적. 우득. 으직.

내 전신에 자리해있는 온갖 근육 들에서 소름끼치는 소음이 들려왔다. 근력이 강화되어 내 신체가 개 변되며 울리는 소음이었다.

근육이 한없이 응축되고 팽창했다. 전신의 근육에서 막대한 힘이 느껴졌다. 망치를 쥐어든 내 손아귀에 울긋불긋한 힘줄이 도드라진다.

포인트를 무려 100이나 소모한 덕분에, 지금 내 근력 능력치는 200에 달해있다.

그야말로 평범한 지성체의 그것을 초월한 근력 능력치.

이 정도의 힘이라면 세계수의 가지를 훼손할 수 있을 터.

"… 다른 모루 가져와. 다시 해보 지."

"아, 알았다네!"

바뀐 내 분위기를 느낀 것일까. 드워프 족장들이 긴장한 채 서둘러 움직인다.

그들이 새로운 모루를 가져오고, 그 위에 세계수의 가지를 올려놨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쇠사슬 따위로 세계수의 가지를 칭칭 감아두기까지했다.

후욱.

나는 뜨거운 숨결을 뱉어내며 망 치를 드높이 치켜 올렸다.

여전히 망치에는 푸른색 기운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는 상태.

꿀꺽.

지켜보고 있던 드워프 족장들이 긴장에 마른침을 삼킨다.

나는 이를 악물며, 온 힘을 다해 망치를 내려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숫제 폭탄이 터진 것마냥 거대한 굉음이 공방 전체를 울렸다.

충격파가 터져 나오고, 지면이 흔들렸다. 공방 내부의 먼지들이 후 욱 날아오른다.

직후 나와 드워프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건…!"

"변형되었다! 세계수의 가지가 변형되었어!"

"오오오!"

감탄을 내지르는 드워프 족장들. 내 입가에서도 희미한 미소가 그려 진다.

그렇다. 세계수의 가지가 변형되었다.

물론 아주 약간의 변형에 불과했다.

가지에 내 망치가 내려쳐진 부위 가 아주 약간, 찌그러진 것에 불과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몹시나 고 무적인 일이었다.

세계수의 가지를 변형시킬 수 있다니!

이런 망치질을 반복한다면 검신에 맞는 알맞은 형상으로 성형할 수 있을 터.

일단 성형하기만 한다면. 온갖 약품과 마법을 통해 속성과 마나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나는 씩 웃으며 드워프 족장들에게 지시했다.

"새로운 모루 가져와. 계속 망치 질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자고."

"알았소!"

"모루! 모루를 가져와라!"

드워프들이 급하게 움직인다. 나는 재차 망치에 대량의 마나를 흘 려 넣어 오러를 구현한다.

내 망치질이 계속되었다.

* * *

중앙대륙 엘프의 숲, 그 정중앙.

세계수가 자리해있는 공간.

"여왕님. 이름 없는 별이 세계검 의 제작에 착수했습니다."

세계수의 앞에서 두 여인이 대화했다. 엘프 여왕 니디아와, 그녀의 앞에서 부복한 채 보고하는 타냐였다.

타냐의 말이 이어진다.

"세계수 가지의 가공작업에 난황을 겪을 것이라 예상했었지만, 이름 없는 별의 힘 덕분에 간신히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군요."

"엘릭서는 사용하지 않았지요?"

"그렇습니다. 여왕님."

"흐음… 대단하군요. 설마 했지만, 정말 엘릭서를 사용하지 않고 세계수의 가지를 가공할 줄이야."

세계수의 가지는 불멸성을 지니 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격의 영물인 세계수. 그것의 가지. 하물며 가장 강한 힘을 품었던 가지는 이 세상 그 어떤 물질보다도 단단하다.

가공이 힘들 수밖에.

그렇다면, 엘프는 어떻게 세계수 의 가지를 본체에서 잘라낼 수 있었던 것일까?

"본래 세계수의 가지를 변형하기 위해서는 엘릭서가 필요하지요."

정답은 엘릭서였다.

막대한 자연력과 마나를 품은 귀 물. 그것을 세계수에 흘려 넣는다면 일시적으로 연화되어 가지의 강도 가 약해지고, 그 틈을 타 세계수를 잘라냈던 것이다.

한지훈에게 엘릭서를 세 병이나 주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세계수의 가지를 가공하는데 엘릭서가 필요하기에.

하지만 한지훈은 엘릭서를 사용하지 않고, 단순 완력과 오러를 이용해 세계수 가지를 가공하고 있다.

시스템의 가호를 받아 지성체의 격을 초월한 한지훈. 오직 그자만이 할 수 있는 기예.

니디아가 픽 웃는다.

"일부러 세계수 가지의 가공과정을 알려주지 않은 보람이 있네요."

니디아는 세계검의 제작과정을 알려주며, 일부러 그중 세계수 가지 의 가공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혹시나 엘릭서를 소모하지 않고 가지를 가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니디아의 기대는 빗 나가지 않았다.

한지훈은 세계수 소모 없이 오직 단신의 힘으로 가지를 변형하는데 성공했고, 덕분에 엘릭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세계검 제작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엘릭서 하나를 아꼈으니 . 한지훈 씨가 조금 더 유리하게 되었네요. 타냐?"

"네. 여왕님."

"수고했어요. 계속 이름 없는 별 의 동향을 파악해주세요. 그리고…."

니디아는 그리 말하고는, 시선을 돌려 다른 인물을 바라본다. 타냐처럼 엘븐 가디언들 중 하나이자, 마법을 주로 다루는 이. 마게브였다.

"마게브. 유물의 위치는 특정했나요?"

그녀가 묻는 것은 다름 아닌 유물 의 위치.

엘프는 여전히 유물의 위치를 추적 중이었다.

엘프는 그 어떤 인간국가보다도 훨씬 진보한 마법체계를 가진 종족. 그들의 마법은 몹시나 발전되었고, 그 덕분에….

"예. 특정했습니다."

간신히, 유물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마게브가 고개를 숙이며 보고한다.

"서부대륙의 대평원 유적지 '칸타 라콜'에 유물이 있습니다. 세계검이 완성된 뒤, 한지훈을 그곳으로 보낸 다면 유물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아요."

니디아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세계검이 완성되기를 기다려야겠네요. 세계검이 완성된 뒤 한지훈 씨를 서부대륙으로 보내 기로 하지요. 마게브는 그때까지 계속 유물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해주 세요."

"알겠습니다. 여왕님."

세계검이 완성된 뒤, 한지훈은 서부대륙으로 향하여 또 다른 유물을 찾을 것이다.

니디아가 이끄는 엘프들이 세계 검의 완성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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