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34화 (334/390)

334화.

그날 루벤 영지 내에 있는 모든 마탑과 드워프 부족에게, 어떤 소식 이전파되었다.

- 아티팩트 제작을 의뢰할 것이다. 모든 드워프 부족장과 마탑주는 영주성으로 즉시 집결하라.

꽤나 무례한 명령.

한 마법학파의 수장들인 마탑주 들과, 루벤의 공업능력을 책임지는 드워프들의 수장인 부족장들이다.

비록 작위는 없으나, 일개 귀족 이상으로 존중받으며 큰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

그들 개개인에게 개별적으로 초대장을 보내 정중히 초대해도 모자 를 판에, 반 명령조로 영주성에 모 일 것을 지시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처음 마탑주들은 영주 의 집결 명령을 거스를 심산이었다.

"이 집결 지시는 무엇인가? 허! 우리를 일개 영지민으로 아는군."

"제아무리 한지훈이 제국의 전쟁 영웅이라 한들, 우리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녀석의 턱짓에 오라 가라 할 정도로 마탑주의 권위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영주의 집결명령에 참석 하지 않을 것이다. 정 우리를 부르 고자 한다면 예의를 지켜 정중히 초대하도록."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사란 이곳 블랙 오케스트라 세계관의 최고 지식인들.

그들의 콧대는 고위 귀족과 비견 될 정도로 드높았으며, 가진 세력과 권위 또한 중앙 귀족 못지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곧 그 무거운 엉덩이를 급히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뭐?! 세계수의 가지로 아티팩트 를 만들 거라고?!"

"빌어먹을! 그 말을 먼저 했어 야……"

"밍기적거릴 시간 없다! 당장 가 야한다! 늦으면 우리 마탑에게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마차를 타고 갈 시간 없다! 어서 도약 마법진을 준비하거라!"

한지훈이 만들고자 하는 아티팩트의 재료가 다름 아닌 세계수의 나뭇가지였기 때문에.

세계수의 나뭇가지, 전설에서나 간간히 그이름을 보일.

그 어떤 금속보다도 단단하고, 그 어떤 물질보다도 튼튼하며, 막대 한 힘을 품고 있다.

모든 장인과 기술자들이 단 한번 만이라도 다뤄보기를 열망하는 꿈 의 재료.

그런 세계수의 가지로 아티팩트 를 만들기회라니?

참석하지 않을 수 없다.

마탑주들과 드워프 족장들이 속 속들이 영주성에 집결한다.

소식이 전파된 직후. 그들이 영주성에 모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30분에 불과했다.

영주성의 회의실.

크고도 널따란 공간.

나는 회의실 내부에 들어차있는 인영들의 모습을 살폈다.

대략 오십이 조금 안 되는 많은 수의 인영이 이 회의실 내부에 자리해있다.

모두 마탑주, 혹은 드워프 족장 들이었다.

그들을 바라보니 흐뭇한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세계수의 가지가 귀물이긴 귀물 이야. 마탑주들… 저 엉덩이 무거운 양반들이 이리 급하게 달려오다니."

드워프 족장들이야, 굳이 세계수 의 가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곧장 달려왔을 것이다.

나는 연방과 흑마법사의 공격에서 드워프들의 고향인 중앙대륙을 수호해냈으니까.

그리고 루벤에서 나오는 여러 희귀광물들을 아낌없이 드워프 부족 에게 지원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마탑주들은 다르다.

비록 작위는 없으나, 중앙귀족과 비견될 정도로 큰 권세를 누리는 이들.

그들은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일반 귀족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으 며, 지식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때문에 아무리 고위귀족인 내가 불렀다 한들, 최대한 시간을 질질 끌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을 터였다.

본래였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저들은 발 빠르게 영주성으로 달려왔다.

이유야, 당연하게도….

"정말, 세계수의 가지가 있는 것 인가?!"

"우리 피란토 마탑을 반드시 아티팩트 제작에 참여하게 해주게. 절대 후회하진 않을걸세."

"엘프와 우호관계를 다진 영주라 하더니… 설마 세계수의 가지까지 받을 줄은"."

"우리 마탑이 역사에 이름을 남 길 기회다. 절대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세계수의 가지가 내 손에 있기 때문에.

나는 웃었다.

'귀여운 녀석들. 표정 좀 봐라.'

안달하며 눈깔을 데굴데굴 굴려 대는 마탑주들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온다.

전설 속에나 나올 법한 고격의 아티팩트 재료.

세계수의 가지.

그것을 사용한 아티팩트 제작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더해 새로운 지식을 얻어 가진 마법을 발전시킬 수도 있고 말이다.

지식과 업적에 집착하는 마법사 들로선 참석할 수밖에 없다.

웅성웅성.

여러 말소리가 울려 혼잡스러운 회의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나는 나무상자를 원탁 위에 거칠 게 내려놓았다.

쿠웅!

크게 울리는 격돌음.

시끄럽게 떠들던 마탑주들이 거의동시에 입을 닫는다.

저들 또한 고위 마법사들.

때문에 이상자 안에 세계수의 가지가 들어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씩 웃으며 상자를 개봉했다.

"잘 봐라. 이것이 바로 세계수의 가지다."

철컥. 하고 열리며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광휘.

상자에서 가지를 꺼내 원탁 위에 놓았다.

진한 갈색을 넘어서, 실상 검은색이라 부를 정도로 높은 밀도로 구성되어 있는 나뭇가지.

그것이 원탁 위에서 존재감을 과 시한다.

가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마탑 주들과 드워프들의 표정에 하나둘 감탄이 올라온다.

"맙소사! 이토록 진한 마나와 자연력을 품고 있다니…. 정말 세계수 의 가지로군…!"

"무지막지한 존재감이다."

"이런 대단한 재료를 다룰 기회 가 있다니…."

"전설은 틀리지 않았군."

이제는 감탄하는 걸 넘어 표정마 저 몽롱해질 지경.

나는 원탁 위에 올려진 가지를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소식은 들었겠지만, 나는 이 세계수의 가지로 아티팩트를 만들거다. 자네들 드워프 족장들과 마탑주 들을 모은 건 참여할 인원을 추리 기 위해서고."

"… 무얼 만들 생각이지?"

"검."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장검 또한 풀어서 원탁 위에 올려놨다. 내 애검인 가르강이었다.

쿠웅.

묵직하게 울리는 격돌음.

무게가 무게인지라. 큰 소음이 울릴 수밖에 없다.

나는 이어 말했다.

"이전에 회색망치 부족에서 만들어줬던 내 보검 가르강이다. 이 세계수의 가지를 가르강에 이식시켜 줬으면 좋겠는데 ."

내가 만들 아티팩트는 당연하게 도 검이었다.

나 스스로가 장검을 사용하는 검사이며, 더해 세계'검'이란 그이름 대로 검의 형태를 하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 던 것일까.

"세계수의 가지로 마법지팡이가 아닌 검이라니!"

"낭비다! 하찮은 검 따위를 만드 는데 귀물을 쓸 생각인가?!"

"세계수의 가지는 반드시 지팡이 로 만들어야 한다!"

몇몇 마탑주들이 목에 핏대를 세 워가며 반발했다.

내 표정이 절로 썩어 들어간다.

'딱 봐도 마법 우월주의자 놈들 같은데.'

마법사들 중간간히 그런 놈들이 있다.

마법사라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차고 넘친 나머지, 검과 오러 를 멸시하는 자들.

저 반발한 마탑주놈들이 딱 봐도 그런 종류의 녀석들일 터다.

세계수의 가지로는 '하찮은' 검 따위를 만드는 것이 낭비라는 놈들 의 태도가 녀석들의 사상을 증명했다.

나는 쯧쯧, 혀를 차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너, 너, 그리고 너. 너희 세 마 탑은 이번 아티팩트 제작에서 빠진 순순히 협조하지 않는 마탑따위는 필요 없다.

"뭣! 그게 무슨…."

"아티팩트 제작에서 우리를 뺀다 니?!"

그런 내 말에 눈을 크게 뜨는 세 명의 마탑주.

나는 원탁 위에 놓인 세계수의 가지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초장부터 저리 뻣대는데 아티팩트 제작에 제대로 참여하겠는가. 네 놈들은 아티팩트 제작에서 배제한다."

"그게 무슨 소리요! 검을 만드는데 반발했다고 제작에서 제외라니! 너무한 처사이외다!"

"세계수의 가지는 세상의 보물이 요! 그런 세계수의 가지를 검 같은 조잡한 물건에 사용한다는데 찬성 할 수 있겠소?!"

"세계수의 가지는 반드시 마법의 발전에 사용해야 하오!"

과연 마법 우월주의자들이었다.

녀석들은 검을 무시하고, 마법을 숭상한다.

헌데 세계수의 가지라는 귀물로 검 따위를 만드니 분노할 수밖에.

하지만 아쉬운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란다.

"아, 꼬우면 니들이 세계수의 가지를 구해오던가."

가지는 내꺼다.

내 물건 내 마음대로 사용하겠다 는데 어디서 반발이야?

"기사. 저놈들 ?아내."

"알겠습니다."

내지시에 근처를 호위하던 황실 기사들이 움직였다.

그들이 반발하는 마탑주들을 제 각기 이끌고 회의실 밖으로 퇴장한 목에 핏대마저 세우고 난리치던 놈들도 차마 황실 기사에게는 반항 할 수 없는 것인지, 순순히 끌려나 갔다.

제국의 영웅인 나한테 뻣대는 건 되고, 황제의 수족인 황실 기사들에게는 얌전히 따르는건가.

나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스로 우월하다 생각하는 것들 이 항상 문제라니까."

우월의식은 타 집단에 대한 배척을 낳는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우월 하다 여기는 이들은 어딜 가던 문제를 일으켰다.

과거 시나리오 초창기에 겪었던 귀족 우월주의자들이 그러했고.

이번에 마법 우월주의자 놈들 또한 그러했다.

하여간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은 밥맛이다. ?아내야겠다.

나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랑스 에게 지시했다.

"랑스. 방금 퇴장한 마탑들, 지원을 모두 끊어라."

"정말 그리합니까? 마탑들이 타 영지로 이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으면 해서 하는 소리야. 저런 놈들이 영지에 남아있어 봤자 발전은커녕 갈등만 일으킬거다. 내 앞에서 검이 하찮다는 개소리를 지껄일 정도이니, 다른 곳에서는 더하 겠지."

내 말에 랑스가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방금 전 쫓겨난 마탑주 들의 마탑이 평소에도 문제가 많은 듯싶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남아있는 이들에게 다시금 입을 열었다.

"좋아. 검을 만든다는 내 의견에 반대하는 녀석들. 더 이상 없지?있다면 지금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 한창 아티팩트 제작에 몰두할 때 분란을 일으키게 놔두느니 지금 내 보내는 것이 나으니까."

"… 반대하는 탑주는 더 이상 없소이다. 우리 또한 마법사인 만큼 마법지팡이를 만들면 좋겠다는 소망은 있다만. 세계수의 가지는 그대 의 것이니. 그대의 선택에 참견하지는 않겠소."

"우린 어리석지 않소. 저런 귀물을 다룰 기회를 걷어찰 수는 없지."

"의뢰대로 세계수의 가지를 검에 이식하지. 믿고 맡겨주시오."

"좋아. 아주 좋아."

방금 전 마탑주 세 명이 퇴장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일까. 마법사들 의 태도가 공손해졌다.

내가 아쉬울 거 없다는 것을 마침내 깨달았을 거다.

제아무리 콧대 높은 마탑주들이 라 한들, 자신들에게 목메지 않으니 절로 조심할 수밖에.

나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 이고는, 근처에 앉아있던 바네사에 게 지시했다.

"바네사. 네가 아티팩트 제작의 총괄을 맡아라."

"… 제가요?"

눈을 땡그랗게 뜨는 바네사.

하기야, 아무리 아티팩트 제작의 권위자라 한들 이자리에는 마탑주 들과 드워프 족장들이 있다.

하나하나가 자신의 분야에서 정 점을 달성한 위인들.

그들이 무려 수십이나 이 회의실에 자리해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자신 혼자서 통솔하 라니. 너무나 갑작스러운 제안이었 겠지.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녀에게 아티팩트 제작 총괄을 맡길 심산이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오직 너만이 유물을 다룰 수 있지."

나는 품속에서 유물을 꺼내보였다. 푸른색 수정구가 품속에서 빠져 나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환상종, 리바이어던의 핵.

강대한 기운을 품은 수정구가 사방 천지에 존재감을 흩뿌리자 주변 의 마탑주들이 숨을 삼켰다.

하긴. 언뜻 보기에도 너무나도 강대한 힘을 품고 있는 수정구였으니 . 경악할 수밖에.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며 바네사 에게 이어 말했다.

"이유물의 힘을 제대로 끌어다 쓰기 위해서 저 검을 강화하는거다. 때문에 유물을 잘 아는 사람이 모든 과정을 총괄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유물의 전문가는 바로 너, 바네사지."

당장 이유물을 정제해준 것이 바로 바네사다.

수년이나 유물 연구에 매진했던 그녀야말로 유물의 권위자.

그녀가 아니라면 마땅히 중책을 맡길 인물이 없다.

내 말에 바네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어요. 해볼게요."

"좋아. 믿고 맡긴다."

이제 바네사는 저 마탑주들과 드워프들을 조율해, 모든 공정을 관리 하게 될 것이다.

나는 기대감에 빙그레 미소 지었다.

무려 17개의 마탑과 20개의 드워프 부족이 참여하는 아티팩트 제작 이다.

더해 황실과 엘프의 막대한 지원 이 있으니 . 물자와 자금걱정 없이 최단기간 내에 세계검을 완성할 수 있을 터.

그리 머지않아 세계검을 취할 수 있다.

기대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런 내 기대는 며칠 못 가 배신당하고 말았다.

"세계수의 가지가 너무 단단하다. 가공이 불가능하다."

"… 뭐?"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예상외의 차질.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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