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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32화 (332/390)

332화.

이후 나와 황제는 회의실 밖으로 자리를 옮겨, 황제의 집무실에서 그 와 독대했다.

그리고 내 모든 것을 밝혔다.

본래 나는 이 세상의 태생이 아니며, 다른 세상에서 게임을 했던 것. 시스템의 가호를 받고 있는 것. 크라함과 나의 관계. 그리고 흑마법사의 목적까지.

숨기고 있던 모든 것을 낱낱이 황제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내 말을 묵묵히 듣던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황제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솔직히, 황제가 나를 미친놈 취 급을 하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누가 온전 히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황제는 그저 별다른 반발 없이 수긍해버렸다. 정작 비밀을 털 어놓은 내가 당황할 정도로 말이다.

내 당혹감이 표정에 드러났던 것 일까.

황제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내 반응이 예상 외였나? 한지훈."

"뭐, 그렇습니다. 솔직히 쉽사리 믿을 만한 내용은 아니지 않습니까?"

"좋아. 자네가 솔직히 비밀을 털 어놓았으니 , 나도 하나 밝히도록 하지."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숨을 고른 황제. 그가 나에게 알려왔다.

"한지훈. 사실 나는 그대를 조사했었네."

"조사라 하신다면?"

"자네의 태생. 출신지. 성장 배경. 그 모두를 조사했었단 말이네."

내 출신 성분의 조사.

그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나는 하나의 야전군을 책임지는 사령관이자, 평민출신으로서 공작위에 이른 고위귀족이며, 황제의 최측 근이 되었다.

그런 나를 조사하지 않을 황제가 아니다.

내가 제국에 해를 끼칠 인물인 지, 혹은 제국 황실과 원한 관계가 있는지.

고위층으로 진출하기 전 미리 검 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

만약 내가 황가와 원한 관계가 있는 집안 출신이기라도 한다면, 나중에 반란 따위가 일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는 궁금해져 물었다.

"조사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깨끗하더군. 자네의 군 입대 전기록은 너무나도 깨끗했네. 아니, 깨끗한 걸 넘어서 아예 존재하지 않았지. 언제 군직에 몸담았는지, 언제 십인장으로 진급했는지. 모든 기록이 존재하지 않았어."

제국의 행정체계는 그리 허술하지 않다.

제국군의 모든 관료와 병사들은 출생일자와 출신지, 가족구성원부터 시작해 언제 자원했고 언제 어떤 직위에 도달했는지 그 모든 과정이 꼼꼼하게 기록된다.

겉보기로는 중세이지만 마법의 발전 덕분에 현대에 준할 정도의 행정력을 갖춘 것이 바로 이 블랙 오케스트라의 세계다.

그중에서도 제국의 행정력은 상당히 완성도 높았고 말이다.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기에, 마법사까지 동원해 자네의 이전 행 적을 찾아보았네. 제국군 십인장이 되기 전 모든 기록이 백지라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지 않나?"

"마법사라… 그래서 제 이전 행 적은 나왔습니까?"

"아니. 마법사, 심지어 마법성 장관 우르겔까지 수사에 직접 나섰음 에도 자네의 이전 행적을 찾을 수 없더군. 그야말로 어느 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마냥 말이야."

헌데 그런 치밀한 행정력과 마법을 이용한 수사에서도 내 이전 행 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반대로 황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자네의 말은 진실이다. 자네가 정말 이 세상 태생이 아닌, 상위차 원의 존재였다가 어느 순간 이곳으로 끌려들어 왔다면. 기록의 공백은 이해가 되네."

황제가 피식 웃는다.

"사실 나는 중간까지 자네를 의심했네. 무력과 활약이 극도로 뛰어난 반면, 과거 행적이 묘연하니 말 일세. 여러 가지 경우를 가정했었 지. 연방의 스파이, 귀를 숨긴 엘프…. 심지어 변신한 용이 유희를 즐기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지."

"용이 실제로 존재합니까?"

"아니. 전설로나 내려오던 존재 지. 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용은 없다.

엘프, 드워프, 오크 따위는 있지 만. 용은 환상종의 시대가 끝나며 멸종해버렸다.

살아있는 용은 존재하지 않으며. 아주 가끔씩 화석 따위가 발견될 뿐이다.

문득 나는 궁금해져 황제에게 물었다.

"헌데… 그렇다면 어째서 저를 고위직으로 올린 것입니까? 과거행 적이 묘연하다면 제 진급을 막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자네가 제국에 충성한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네. 한지훈, 자네가 제국을 배신할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지. 하지만 그대는 언제나 제국을 배신하지 않았어. 그 어떤 고난 과 역경이 있다 한들, 부수고 나아 가 승리해 제국에 공헌했지. 그것도 오랜 기간 수도 없이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내가 세운 업적들은 의심을 날려버릴 정도로 방대했다.

묘연한 내 출신과 과거에도 불구 하고, 그 누구도 내가 충신이란 것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황제가 나를 신임하는 것은 당연 한 일.

"어쨌든. 한지훈, 자네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들을 나는 믿네. 그래…. 상위차원, 그리고 시나리오 라. 제국의 황제가 되었음에도 이 세상에는 모르는 일투성이로군."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고민하던 황제.

그가 시선을 들어올렸다. 눈이 마주친다.

이쪽을 또렷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황금색 눈동자. 아무런 흔들림조차 없다.

진한 신뢰가 깃들어있는 눈빛.

황제가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한지훈. 원하는 것이 있어 내게 정보를 털어놨겠지. 무엇을 원 하는가?"

나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지원을 주십시오."

"지원? 어떤 지원이지? 병력인 가? 아니면 물질과 재화인가?"

"둘 다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

황제의 전폭적인 지원.

물론 나는 제국의 고위귀족이자 야전군 사령관으로서, 황제의 막대 한지원을 받고 있었으나.

그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로는 흑마법사를 막을 수 없을테니 말이다.

나는 원하는 것들을 읊었다.

"유물을 수집하는데 동원할 병력 의지원, 그리고 세계검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재료와 물자의 지원. 더 해 그 모든 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산 지원이 필요합니다."

즉 군사고 물자고 돈이고 다 내 놓으라는 소리다.

피식. 황제가 재차 웃는다.

"욕심이 많구나."

"흑마법사를 막는데 필요한 것들 입니다."

"알고 있네. 그토록 강성했던 연 방조차 단숨에 소멸시켜버린 것이 바로 흑마법사 놈들이지. 녀석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 할 터.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좋아. 지원을 해주겠네. 소모된 자네의 북부군을 충원해주고, 추가 예산을 지원해주지. 더해 그 세계검 이라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재료 물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나는 미소 지었다.

예상보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았 기에.

황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면, 흑마법사들에 대비하는 일이 보다 수월해지리라.

하지만 아직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추가로 도움이 될 만한 병력을 하나 붙여주지."

"도움이 될 만한 병력이라… 북부군의 충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건 아니라네. 자네의 임무 수행을 보좌할 만한 기사들을 붙여주겠네. 중요한 일이니, 그만큼 능력 있는 이들을 붙여줘야겠지."

"기사라면, 설마…."

지금 황제가 말한 기사들은 결코 평범한 기사들이 아닐 터다.

그도 그럴 게, 황제가 '능력 있는'기사라 칭했으니까.

황제가 씩 웃는다.

"한 500명 정도 붙여주지. 나름 대로 쓸 만할 걸세."

나는 멍하니 황제를 바라본다.

"오랜만이네! 한지훈 사령관. 이번 중앙대륙에서도 승리를 거머쥐 었다고 들었네만. 승전을 축하하 네."

"오랜만입니다. 한지훈 사령관 각하.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나는 바로 앞에 도열해있는 인물 들을 바라보았다.

도합 500명에 달하는 이들이 전 신갑주를 장비한 채 도열해있다.

그들이 장비한 전신갑주는 몹시 나 화려했다.

은빛으로 번쩍이는 갑주 곳곳에 새겨진 금색 장신구들. 어깨에는 제국의 문양이 박혀있으며, 가슴팍에는 제국 황실의 문양이 선명하게 양각되어있다.

나는 그들의 수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갈람프 황실 기사단장님. 오랜만이군요. 베이어, 너도 오랜만이다."

"하하! 이거 참, 한지훈. 나와 그대는 둘 다 공작으로서 동일한 작위를 가졌다. 말을 높일 필요는 없다네."

"한지훈 사령관 각하께서는 몇 년만에 보셨음에도 얼굴이 그대로 이시군요. 세월이 빗겨나가시는 것 만 같습니다."

내 전면에서있는 이는 갈람프 디 브리기테 황실 기사단장이었고, 옆에서있는 이는 베이어 알크미르 황실 상급 기사였다.

그런 그들의 뒤에는 오백에 달하는 황실 기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 도열해있다.

그렇다. 황제는 내 개인적인 병력으로 황실 기사 오백을 빌려준 것이다. 그것도 기사단장인 갈람프 를 포함해서 말이다.

절로 헛웃음이 지어진다.

'설마 황실기사들까지 지원해줄 줄은 몰랐는데 .'

황제는 황실기사단의 절반, 도합 천명의 단원들 중 오백을 떼서 나 에게 붙여주었다.

제국 황궁을 지키기 위한 최소병력만을 남기고 내게 돌린 것이다.

솔직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제국 황실 기사단은 황가의 가장 직접적인 무력이었다.

황궁을 수호하며, 황제의 옥체를 보호하는 임무를 지닌 이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위 귀족의 혈 통을 타고났으며, 그이상의 무력과 전공을 지니고 있다.

제국 황실 기사단.

혈통으로도, 실력으로도 일류에 달해있는 기사단.

모든 기사들이 소속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 제국 황실의 검.

그런 황실 기사 오백이, 내 임무수행을 돕기 위해 나와 합류하게 된 것이다.

갈람프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황제폐하께서 이르시기를, 한지훈 그대가 흑마법사에게 대항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셨네. 우리의 임무는 자네의 보좌와 전투지원이다."

"그렇군요. 다른 설명은 들은 것 없으십니까?"

"다른 설명은 없었다네. 그저 자네의 명령이나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아, 그보다도 말은 그만 높이게. 제국의 영웅인 자네에게 존대 받으면 내가 다 부담스러워. 그대가 존대할 사람 은 오직 황제폐하 뿐이네."

"알겠습… 아니. 알았다. 갈람프. 그대의 지원에 감사한다."

그래도 나이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편히 말하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나는 손을 뻗어 갈람프와 악수했다. 갈람프는 씩 웃으며 내게 물었다.

"좋아.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뭐지? 흑마법사 놈들을 섬멸하러 가는 것인가?"

"흑마법사와의 전투라… 아직 멀 었어."

꽤나 전투적으로 나오는 갈람프 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흑마법사와의 전투는 몹시 나중에 이루어질 일이다.

지금은 놈들과의 전투에 대비해 힘을 길러야 할 때.

나는 시선을 돌려, 내 옆구리에 들려있는 나무상자를 바라봤다. 엘프에게서 받았던 포상이 상자 안에 자리해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일단 세계검부터 만들어야지."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세계검의 완성과 유물의 수집.

유물의 수집은 타 대륙까지 가야 하는 일이다. 때문에 보다 준비가 필요하다.

반면 세계검의 제작은 지금 당장 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당장 필요한 핵심재료인 세계수의 가지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갈람프에게 말했다.

"할 일이 있으니 내 영지 루벤으로 가야겠어. 갈람프. 초장거리 도약 마법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은 데."

"으음. 영지부터 가는건가. 알았다. 황실 마법사들을 부르지. 녀석 들이라면 금세 초장거리 도약 마법을 준비해줄거다. 조금만 기다리거 라."

갈람프가 손짓하고, 그의 휘하 기사가 마법사를 부르기 위해 움직 인다.

나는 달려가는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쨌든, 황실기사들을 지원받은 이상 일이 쉬워지겠어.'

고작 오백에 불과한 숫자이나 , 그들은 능히 수천의 기사들을 상대 할 수 있을 정도의 강자들.

그런 황실 기사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유물의 수집은 훨씬 편해질 터다. 그들의 무력이라면 가로막는 적을 쉽게 분쇄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가볼까."

이제 몇 달만에 내 영지로 돌아 갈 수 있다.

내 영지 루벤. 그동안 얼마나 발전해 있을까?

곧 확인해볼 수 있으리라.

나는 초장거리 도약 마법을 통해 루벤 영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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