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25화 (325/390)

325화.

[아이템 : 리바이어던의 핵'이 활성화 됩니다.]

이변이 일기 시작했다.

내 몸을 붕괴시켜갔던 힘의 기세 가 한껏 줄어들었다. 넝마 쪼가리 같았던 오른팔이 제 상태를 되찾았고, 터질 것 같던 심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핵의 출력이 줄어든 대신, 간신히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화 된 것이다.

- 네놈, 이제 보니 꽤 쓸만한 가 호를 가지고 있었군. 일이 편해지겠 어.

이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띠링! 띠링! 띠링!

[아이템 : 리바이어던의 핵'이 '세계수의 축복'과 반응합니다!]

[아이템 : 리바이어던의 핵'이 '엘프 여왕의 가호'와 반응합니다!]

[신체 능력치가 교정됩니다.]

세계수의 축복. 그리고 엘프여왕 의 가호.

과거 한스와 전투할 때 내 생명을 구원해주었던 이능의 잔재들.

아직 내 신체에 머무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수의 기연이 엮여 내 신체를 변화시켜갔고.

직후 나는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근력 300]

[민첩 300]

[내구 300]

[체력 300]

[마나 300]

갑작스레 모든 능력치가 상향되 었기 때문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내 몸임에도, 지금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하나도 알 수 없다.

리바이어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각성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중 폭되는 일시적인 힘이다. 본래 내 힘이라면 이 이상의 증폭도 무리는 아니다만, 네놈이 제대로 된 초월자 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한계로군.

즉, 저 막대한 능력치는 오직 내가 각성상태를 유지할 때에만 볼 수 있다.

내 신체에 어려있는 여러 축복과 기연, 그리고 리바이어던의 핵에서 흘러나온 힘을 융합해 만들어낸 일시적인 능력 증폭인 것이다.

나는 장검의 손잡이를 꽉 쥐어보았다.

콰드득, 하고 울리는 근육의 수 축음.

전신에 힘이 흘러넘친다. 의식은 극도로 상승해 전능감이 느껴졌고, 심장에서 일렁이는 마나는 거대하 고도 웅장했다.

압도적인 힘이 몸속에서 끓어오르고 있다.

이 정도라면 할 만하다.

- 인간종, 뭐하고 있나? 저 조잡한 생체병기를 처리해야 하지 않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정면을 노 려보았다.

포식자가 보인다.

놈은 어느새 그거대한 덩치를 이끌고, 내 바로 코앞까지 접근해있는 상태.

반쯤 부서져 있는 성벽 잔해를 즈려밟고, 정면을 향해 도약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내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나간다. 놈의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가 바로 지척.

나는 녀석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 가며 장검을 휘둘렀다.

번뜩이는 백색 궤적.

파공성은 들리지 않았다.

마치 진공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검날이 스쳐지나가듯, 내 장검이 아무런 저항 없이 움직인 것이다.

극도로 신속하고, 극한으로 조용 한참격.

지금 내 검격은 쾌검의 경지를 넘어선 무언가에 닿아있다.

퍼어어어어어억!

포식자의 목덜미가 깊이 절삭되어 핏물이 치솟는다.

마치 피로 이루어진 유전이 터져 나온 것 같다.

- 캬아아아아아아!

놈이 양손으로 제 모가지를 감싸 쥐고 나자빠졌다.

쿠우웅! 콰과과과광!

커다란 덩치가 구르는 통에 간신히 서있던 성벽 일부가 충격에 무 너져내렸다. 다시금 흙먼지가 치솟 아 오른다.

나는 장검을 쥔 손을 부르르 떨었다.

'… 아.' 그것은 희열이었다.

방금 전, 나는 저 포식자를 단 일격에 무력화시켰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상대는 다름 아닌 포식자.

수십만의 인명이 희생해 만든 흑마법사들의 전쟁병기. 그것은 단 하나의 개체만으로도 요새를 파괴하 며 왕국을 멸망시킨다.

그런 포식자를, 나 홀로 제압하 다니?

압도적인 강함을 얻게 되었다.

시선을 내려 손아귀에 들린 장검을 바라봤다.

'흰색 오러.'

장검에는 여전히 흰색 오러광이 번들거리고 있다.

리바이어던의 힘 일부를 받아들 여 만들어낸 이형의 기운. 이 힘 덕분에 일시적인 강함을 얻었다.

만약 대량의 포인트를 소모해 모든 능력치를 300으로 맞춘다 한들. 지금 같은 강함을 손에 얻을 수는 없을거다.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멍하니 서있을 때.

- 그만 감탄하고 저 생체병기를 마저 처리하는 게 좋을텐데. 네놈의 육신이 먼저 붕괴하기 전에 말이야.

리바이어던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온다.

그에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몸을 살폈다.

절로 시선이 가늘어진다.

'확실히. 붕괴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다.

하지만 내부 장기와 골격은 조금씩 바스라지고 있다. 배 속 장기가 녹아내리고, 골격과 관절이 비틀리 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내 신체가 각성해 일시적 으로 강화되었다 한들, 이토록 거대한 힘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는 법.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 크르르르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치명타를 입어 쓰러져있는 포식자의 신체. 놈 은 목이 반쯤 잘리고 대량의 피를 뿜어냈음에도 회복하고 있다.

나는 놈의 모가지 옆에서서, 장검을 드높이 치켜들었다.

최대한의 기운을 집중한다.

쿠르르르르….

거대한 힘이 장검에 한껏 응축되었다.

"아무리 포식자라 한들, 목이 떨 어진다면 죽을 수밖에 없지."

나는 장검을 내리그었다.

번쩍. 터져 나오는 흰색 섬광.

백색 궤적이 공간을 가르고 포식 자의 목을 절삭했다. 하얀색 검기가 발현된다.

그러나 포식자의 목을 가른 검기는 그 기세를 멈추지 않고 끝없이 전진했다.

섬광이 배후의 성벽을 가르고, 들판과 숲속을 가로질렀으며, 그 여 파가 하늘에도 미쳤다.

허공에 떠올라 있던 구름이 절반 으로 쪼개진다.

콰콰콰콰콰콰쾅!

한차례 늦게 들려오는 파괴음. 뒤이어 충격파가 내가 서있는 장소 를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흙먼지가 크게 일어 사방천지를 뒤덮었다.

"…허."

나는 순간 믿기지 않아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나 강대한 힘이었다.

단 일검에 포식자의 목을 베고, 그 뒤의 성벽을 갈랐으며, 숲을 양 단해, 여파로 하늘의 구름까지 쪼개 놓을 정도라니.

이건 결코 인간의 힘이 아니다.

그렇게 내가 경악해 멍하니 서있을 때.

- 반푼이 초월자치고는 쓸만한 놈이로군.

리바이어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하지만 부족해. 그 잠깐 동안 내 힘을 운용했다 한들 목숨을 잃을 정도라니.

'목숨을 잃다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지금 나는 이토록 멀쩡한데.

착각이었다.

"쿨럭."

갑작스레 기침이 올라왔다. 나는 입가에 흐르는 액체를 손등으로 홈 쳐냈다. 손등에는 검게 죽어있는 핏물이 보인다.

아무래도, 내 체감보다도 신체의 부담이 대단한 것 같다.

- 내 힘을 제대로 다루고자 한다 면, 지금 이상의 몸을 만들어야 할 거다. 인간종 초월자.

리바이어던의 말을 끝으로, 시야 가 검게 물들어 갔다.

나는 의식을 잃었다.

"콜록, 콜록!"

니디아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그녀는 한참 기침하며 몸을 추스 르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꼴사납게 기절해버렸네요…."

니디아는 방금 전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광경을 떠올려본다.

한지훈의 신체에서 갑작스레 터져 나왔던 푸른색 빛기둥.

너무나도 거대했으며, 아득히 고 격이었던 힘이었다.

니디아는 그 기운의 정체를 알고 있다.

'환상종의 힘.'

지성체가 탄생하기 전, 환상종의 시대. 세계의 삼분지 일을 지배했던 고위 환상종.

리바이어던.

그것이 가졌던 힘의 편린이, 한지훈의 각성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 낸 것이다.

"드디어 각성했군요. 한지훈 씨."

오직 상위차원의 존재였던 한지훈만이 다룰 수 있는 것이 바로 유물의 힘이다.

그것을 위해 그녀는 한지훈의 각 성을 유도했고, 성공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반파된 요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후드드득. 투둑. 쿠르르르….

지금 이 순간에도 충격을 견디지 못해 하나둘 붕괴되어 가는 성벽들 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난장판인 공간 속, 니디아는 서둘러 한지훈을 찾았다.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

"한지훈 씨!"

저기, 바닥에 쓰러져있는 목 잘 린 포식자의 시체 앞. 한 인영이 쓰러져있는 것이 보인다. 각성의 여 파로 정신을 잃고 있는 한지훈이었그녀는 가볍게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드높은 성벽에서 한 낙하였으나, 니디아는 뛰어난 정령사. 의지만으로 정령들을 불러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프. 나를 받아줘.'

후우웅.

그녀는 바람의 정령을 다루어 낙 하속도를 조절했다.

덕분에 그녀는 아무런 부상 없이 지면에 부드럽게 착지할 수 있었고, 한지훈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 필수 있었다.

한지훈의 상태는 결코 좋지 않았다.

안색은 창백했으며, 팔다리 곳곳 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있다. 눈꺼풀을 벌려 안구를 확인해봤으나 동공 은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 또한 조금씩 멎어간다.

일시적이라 하나 너무나도 거대한 힘을 다룬 대가로, 그 신체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 머지않아 한지훈은 완전히 목숨을 잃고 그 생을 마감할 터.

"하지만 아직 살아있어."

물론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하지 못할 니디아가 아니다.

그녀는 품속에서 작은 포션병을 꺼냈다.

꺼낸 포션은 녹색 액체가 담겨있다. 이미 여러 번이나 한지훈의 목숨을 살렸던 세계수의 수액.

하지만 그녀가 꺼낸 세계수의 수액은 놀랍게도 전혀 희석된 것이 아니었다.

엘프 여왕인 그녀조차 쉽사리 다 루지 못할 정도로 귀한 물건.

완전한 세계수의 수액.

다른 말로는 엘릭서라 불리는 고위의 영약.

니디아가 픽 웃는다.

"환상종의 힘을 다룬 여파는 희석된 수액으로도 어찌할 수 없으니 까요."

지금의 한지훈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것 외에는 없다.

그녀는 조심스레 한지훈의 입가에 녹색 액체를 흘려넣었다. 그러자 그의 상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녹아가던 내부 장기가 재생을 시작했고, 비틀렸던 뼈와 관절 또한 맞춰져 갔다. 다 죽어가던 심장박동 또한 점차 정상으로 되돌아 온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가간 그의 신체가 회복해간다.

후우. 한숨 쉰 니디아가 이마의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쳤다.

"아슬아슬했어요."

만약 10분이라도 늦게 그녀가 깨어났다면, 한지훈은 그대로 절명했을 것이다.

지금 한지훈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엘릭서밖에 없었으니까.

니디아는 천천히 한지훈의 얼굴을 바라본다.

검은색 머리카락은 전투의 여파 로 볼품없이 흐트러져있다.

얼굴 이곳저곳에는 땀과 피가 엉 겨 붙어 더러웠으며, 입 안쪽에서는 미처 뱉어내지 못한 핏물이 그득하다.

그녀가 보았던 한지훈의 그 어느 때 보다도 볼품없는 모습.

니디아는 그의 뺨에 묻은 오물을 닦아내주며 중얼거린다.

"잠깐만 실례할게요."

그녀가 고개 숙여 한지훈의 뺨에 입을 맞췄다.

뺨과 입술이 맞닿아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올린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기회이지만, 기절한 사람 상대로 입술은 매너가 아닌 거 같네요. 뺨 정도면 괜찮겠지요?"

그녀가 자애로운 손으로 한지훈의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렇게 니디아가 그의 곁을 지키 고 있을 때였다.

"한지훈! 어디에 있나!"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일렁이는 흙먼지 너머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니디아는 시선을 돌려 소음이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한 여성이, 전투마를 타고 이쪽 으로 달려오고 있다.

"한지훈!"

마이사였다.

그녀가 재빨리 말을 몰아 가까이 오고는, 전투마의 안장에서 뛰어내렸다. 쓰러져있는 한지훈의 모습을 살피며 다급히 물었다.

"한지훈은… 한지훈은 어떻게 된 것이냐?! 엘프! 대답해라!"

니디아는 마이사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마이사의 얼굴 또한 엉망이었다.

눈가에는 말라붙은 눈물자국이 나있으며, 안색은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하다.

그만큼 그녀는 한지훈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마이사의 모습을 살피던 니디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저뿐만 아니라 마이사까지인가 요. 이거 참, 한지훈 씨도 죄가 많은 사람이네요."

"무슨 소리야?"

"뭐, 그냥 헛소리 좀 해봤어요. 신경쓰지 마세요."

어깨를 으쓱이는 니디아. 그녀가 바로 앞에 누워 있는 한지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보다 한지훈 씨는 괜찮아요. 엘릭서를 사용했거든요."

"…엘릭서."

엘릭서란 소리에 잠시 흠칫한 마 이사이지만, 이내 곧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엘릭서.

희석되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세계수의 수액.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지닌 지고의 영 약.

어떠한 저주나 지병, 부상조차 단숨에 회복시킬 정도로 대단한 효 능을 지니고 있는 물건이다.

"다행이네."

그런 엘릭서를 섭취시켰으니 한지훈은 무사할 터. 가까스로 안심하는 마이사였다.

털썩. 그녀가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한다.

"그럼 설명해줘."

"설명이라니요?"

"아까 전 그 빛기둥이 무엇이었 는지. 어째서 한지훈이 이렇게 강한 힘을 다루게 된 것인지."

마이사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이름 없는 별'이란 게 도대체 뭔지."

찬동게임판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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