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화.
"놈을 막아라!"
연방 원정군의 천인장, 데피로트는 그리고함질렀다.
그의 불안에 찬 시선이 한 인물 에게로 향한다. 데피로트의 시선에 희미한 경악과 두려음의 감정이 일 렁 인다.
'저 괴물 같은 신체능력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의 천인대는 지금 단 한 명의 인물과 전투 중이었다.
아니. 그의 천인대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군단 소속 다수의 천인대 가 고작 단 한 명의 인간을 노리고 공세를 가하고 있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마나나 오러조차 다루지 못하는 일반병사들이라 하나, 고작 한 명의 인물을 막기 위해 수천이 동원된 것이다.
하지만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일 으- 약자는 모두 꺼져라!
저 단 한 명의 인간이, 천인대 다수의 포위를 뚫고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천의 화살이 저자를 향해 쇄도했다. 하늘을 가릴 듯한 화살의 비 가 내려꽂혔으며, 방패와 장창을 장비한 중장보병이 그의 앞을 가로막 았다. 장검을 장비한 검병들이 곳곳에 어린 빈틈을 물샐 틈 없이 틀어 막았다.
제아무리 영웅적인 무력과 기세 를 지닌 기사라 한들 반드시 죽을 포위 섬멸진 이었다.
하지만 저자, 한지훈의 무력은 일개 영웅의 그것을 아득히 넘어섰다.
콰아아아앙! 콰르르르릉!
그가 장검을 휘두를 때마다 강렬 한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충격파가 화살 세례를 파훼하고, 오러서린 검날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푸른색 검기가 사방천지를 휩쓸었다.
"끄아아아아악!"
"천인장님! 막을 수 없…!"
"진형이 관통되었다! 예비대! 어서 포위망의 보완을…."
"2번, 3번 백인대가 쓸려나갑니 다!"
"놈이 궁병대의 바로 코앞까지 도착했다!"
"녀석이 포위진을 돌파합니다! 막아야 합니다!"
수천의 병사들이 무력하게 무너 져갔다.
쇄도해오는 화살비를 충격파를 일으켜 파훼해냈다.
검격 한번에 포위진의 전열이 뒤흔들렸고, 두 번째에 현장지휘관 인 백인장들이 우르르 죽어나갔다.
세 번째 검격에 이르러서는 사방을 휩쓰는 검기에 후열 예비대까지 휘말려 포위진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그리하여 한지훈은 포위망의 전 열을 꿰뚫고, 후방까지 파고들어.
지금은 화살공격을 가해왔던 궁 수들을 베어버리고 있는 와중이었 으니 .
콰콰콰콰쾅!
벼락처럼 내리쳐지는 검격 한번에 수십의 궁수가 피보라가 되어 날아갔다. 농밀한 오러로 구현된 검기가 무방비상태인 궁병대를 덮쳐 버린 것이다.
병사들이 계속해 죽어나간다.
"끄아아아아아!"
"천인장님! 천인대가 완전붕괴 위기입니다! 후퇴를 명령해주십시 오!"
"백인장 절반이 죽어나가 지휘체 계가 무력화되었습니다! 병력이 통 솔되지 않습니다!"
"… 말도 안 되는 무력이군."
자신을 보좌하는 장교들의 말에, 데피로트 천인장은 그저 그리 읊조 릴 수밖에 없었다.
천지를 뒤흔드는 전투마법사라 도 혼자서 천인대 하나를 지워버릴 수 없으며, 가공할 무력을 지닌 기사라 한들 수십의 병사들을 베면 마나가 고갈돼 절명한다.
하지만 그런 상식을 뛰어넘어, 한지훈은 단신으로 수를 압도하고 있다.
끝없는 마나와 절정에 이른 신체 능력을 십분 활용해, 수백 수천 병사들의 합동공격조차 능히 버텨내 고 있었던 것이다.
콰르르르르릉!
천둥소리가 울린다. 한지훈이 휘 두른 검날의 파공성이었다. 이후 충격파가 지상을 휩쓸고, 검기가 병사들의 진형을 헤집었다. 다시금 피안 개가 터져나온다.
후드드득.
허공에서 내리는 피의 비. 데피로트 천인장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비릿한 피의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잠시간 침묵하던 데피로트.
그가 나직이 지시한다.
"후퇴는 없다. 병력이 모두 죽는 한이 있더라도, 놈을 이곳에 묵는다."
"천인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 니까?!"
"저놈은 괴물입니다! 저희 일반 보병대뿐만이 아닌, 기사들이 달려들어도 막지 못했단 말입니다!"
"후퇴해야 합니다!"
데피로트 천인장이 눈을 뜬다.
"헤르베르트 원정군 최고사령관 각하께서, 직접 우리 천인대에 하달 하신 명령이다. 놈을 막아야 한다. 불가능하다면 놈을 이자리에서 최대한 지연시키라 하시는군. 모든 병력이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 야."
"사령관 각하의 명령이라니…!"
백만 원정군의 정점, 헤르베르트 최고사령관이 직접 천인대에 하달 한 명령이라니.
차마 후퇴하자는 소리를 계속할 수 없는 장교들이었다.
그들이 겁에 질려 후퇴한다면, 그 피해는 자신들만이 아닌 본국의 가족과 가문에게까지 미칠 것이기 에.
그만큼 헤르베르트 사령관의 명령은 무겁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를 악물고 인내하는 장교들이었다.
데피로트 천인장은 생각한다.
'사령관 각하께서 무언가 노리시는 게 있을 터. 이 정도의 인명피 해를 감수하고 우리 보병들을 투입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는 지원을 기대했다.
보병들로 발을 묶고, 기사단장을 포함한 고위 기사들의 투입으로 한지훈을 처치한다. 그리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무참히 빗나 가고 말았다.
"천인장님! 저, 저기! 저길 보십 시오!"
그의 곁에서 있던 한 장교가 허공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에 데피로트 천인장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보고.
두 눈이 크게 떠진다.
"마법진! 마법진입니다!"
"마법진이라니, 어째서…."
드높은 하늘에는 거대한 마법진 이 떠올라 있었다.
하나의 마법진이 아니었다. 형형 색색 다양한 속성을 발하는 다수의 거대마법진이 천공에서 강대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쿠르르르르르….
굉음을 일으키며 중첩되어가는 마법진. 광역공격마법의 전조였다.
그제야 데피로트는 헤르베르트 사령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경악에 차 외친다.
"설마! 아군인 우리들까지 희생 할 생각인가!"
그 설마가 맞았다.
다수의 광역 마법진이 일제히 발동되었다.
번쩍!
사방천지를 뒤덮은 환한 광휘. 직후, 콰콰콰콰콰콰 콰콰 !
연방의 전투마법사 천여 명이 발동한 광역마법진이, 그들 천인대를 향해 쏟아져내렸다.
무수한 투사체가 허공에서 쏟아 져내렸다.
얼음송곳이 지상을 뒤덮었다. 이글거리는 불길이 성벽과 흙바닥을 불살라갔고, 수백 수천의 벼락이 지상을 타격했다. 지면이 깨져나가고 성벽이 부서져내렸다.
포위섬멸진을 펼쳐 빽빽이 서 있던 연방군 보병들은 그 강대한 화력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연방 병사들의 골통을 얼음송곳 이 꿰뚫었고, 그들의 군복에 화염이 어려 피부와 장기를 불살라갔다. 깨 진 지면에 그들이 나자빠져 굴렀다. 그 위로 무너진 성벽의 잔해가 덮 쳐 그들을 생매장시켰다.
수천에 달했던 연방군 병사들이 모조리 죽어나가는 데에는 아주 잠깐의 시간만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엑스트라 스킬 : 몰입' 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예지' 이 활성화 됩니다.]
하늘에서 이쪽을 향해 쇄도해오는 공격들을 피하고 쳐냈다.
쨍그랑!
내 머리를 향해 쇄도해오는 얼음 송곳들을 쳐냈다. 단단한 얼음송곳 들이 허공에서 깨져 비산하며 마치 눈처럼 흩어졌다.
콰아아앙!
장검을 음속을 아득히 뛰어넘는 속도로 내찔러 충격파를 만들었다. 내가 서 있는 대지를 향해 덮쳐오는 불 무더기를 허공에서 소멸시켰다.
쾅쾅쾅쾅쾅쾅!
대지 이곳저곳을 두드리는 벼락 무리를 피해 움직였다.
그야말로 천공에서 내려꽂히는 번개이기에 보고 반응할 수는 없었 지만, 어째서인지 벼락들이 어디에 내려꽂히는지 예상하고 피해낼 수 있었다.
사실, 아무리 나라 한들 저 미칠 듯한 광역공격마법들의 폭우에서 살아나온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의 공격조 차 허용하지 않고 모조리 쳐내거나 피해냈다.
이유는 아름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몰입과 전투예지의 힘.' '몰입'은 인지능력과 신체의 운동 능력을 극도로 증폭시켜 민감한 반응속도를 구현했으며.
'전투예지'는 저 공격 하나하나의 경로와 예상 타격지점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나는 저 투사체의 폭우를 가까스로 피해낼 수 있었고.
"… 살았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 러보았다.
주변은 온갖 굉음이 고막을 유린 하던 방금 전과 달리, 소름끼치는 고요가 자리해있다.
"끄으으그… 으으…."
"쿨럭! 콜록…."
들리는 것이라고는 타닥타닥는 나무 타는 소리와, 가까스로 목숨만을 건진 병사들의 신음소리뿐.
믿기지 않아 중얼거렸다.
"연방도 참 또라이구나. 나를 잡 기 위해 제 아군까지 희생한거냐?
정말로 ?"
방금전 쏟아져내린 마법공격은 분명 연방의 것이었다. 애시당초 아 군 전투마법사들은 마나의 고갈로 마법을 발현할 수 없기에, 연방군의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그 연방군의 공격에 수천 명에 달하는 연방군 병력이 증발해 버렸다.
내 발을 붙잡기 위해 제 아군까지 희생양으로 모조리 쓸어버린 것 이다.
"미친새끼들."
나 또한 군을 지휘해봤기에, 반드시 필요한 희생을 감수하는 경험 은 여러 번 해보았다.
아군이 죽는 것이 뻔한 전장에 병력을 밀어 넣는 일이 필요할 때 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적과 전투 중 전사하는 것이다.
헌데 저들은 아군의 마법공격에 희생당했다.
필요한 희생이었다 한들, 적에게 죽는 것과 아군에게 죽는 것이 같을 리 없다.
"너희들도 불쌍하구나."
방금전까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치열하게 덤벼들었던 저 보병들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가로젖고는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처벅, 철퍽.
핏물로 진흙탕이 되어버린 지면을 밟아 나아가며 읊조린다.
"이제 기사단 사냥이다."
조금 전 광역공격에서 살아남느 라 상당량의 마나를 소모해버렸다.
이제 심장 속에 남아있는 마나는 대략 반절가량.
그 모든 마나를 소비할 때까지 뛰어다닌다면, 얼마나 많은 수의 기사단장들을 격살할 수 있을까? 목표는 크게 잡을수록 좋다.
'기사단장 10명 모두 죽인다.'
지금 이 요새 안에 투입된 기사단은 도합 10개.
놈들의 최고지휘관인 기사단장과 예하 중간지휘관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다면, 이전장에서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심장 속 마나를 추스르며 이동을 서둘렀다.
- 놈이, 한지훈이 현장에서 빠져 나갔습니다!
비명과도 같은 장교의 보고. 그에 헤르베르트의 얼굴이 꺼멓게 죽 어간다.
차마 믿기지 않는 것일까.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되물었다.
"그, 그게 사실인가? 전투마법사 천명, 10개의 100중첩 광역마법의 집중공격이다. 필시 현장은 완전히 초토화됐을 터인데. 놈이 살아나갔 다고?"
- 그렇습니다, 각하….
"허."
털썩.
헤르베르트는 힘없이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그가 멍한 눈으로 힘없이 읊조린다.
"4개 천인대, 병사 4천을 동원해 놈의 발을 묶었다. 10개의 광역마 법을 한 곳에 쏟아부어 가능한 최대의 화력을 한 점에 집중시켰다. 헌데도 죽지 않다니…."
방금 전, 전투마법사들의 공격으로 4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모조리 죽었다.
필요한 희생이라 생각했다.
한지훈만 죽일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는 손실이라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한지훈은 저 대규모 마법 공격을 견디어 냈고.
- 놈이 기사단 지휘부를 향해 돌진했습니다! 교전 중… 허!
마침내 목적을 이루기 시작했다.
- 맙소사! 고작 두 번의 검합만에 기사단장이 전사했습니다! 차석 인 부단장이 지휘권을 인계… 하기 도전에 부단장까지 전사! 망할! 차석까지 당했습니다!
한지훈은 헤르베르트의 예상처럼 기사단의 지휘관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아무리 고격의 강함을 지닌 기사단의 지휘관들이었다 하나.
한지훈의 불합리한 강함 앞에서 버틸 수 없었다.
- 전대장들까지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기사단장과 부단장, 그리고 전대장 다수가 순식간에 전사. 지휘 권이 붕괴된 듯합니다. 우왕좌왕 하는군요.
- 하이베르트 기사단 완전 붕괴. 놈이 치링겐 기사단을 향해 움직입 니다.
"제기랄…. 이러다 모든 기사단장들이 죽어나가겠군. 각기사단에게 통보해! 요새 공략은 중지! 기사단 장과 전대장급 고위 지휘관들의 보호가 우선이다. 전진을 멈추고 방어 대열을 갖추라!"
- 전파하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장교가 그리 대답하고, 헤르베르 트는 으득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부조리한 강함이다. 저것이 정녕 사람이란 말인가."
"사령관 각하. 한지훈을 어찌하시 겠습니까?"
"… 빌어먹을."
참모에 물음에, 헤르베르트는 무어라 지시하지 못하고 그저 욕지거 리를 뇌까릴 뿐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더이상 한지훈을 저지할 수단이 생각나지 않았다.
전투마법사 천명의 화력집중에서 살아나오고, 기사단장급 강자조차 아주 손쉽게 죽여버리는 무력을 지 니고 있는 한지훈을 어찌 저지한단 말인가?
그는 별다른 지시조차 내리지 못 한 채 침묵하고. 그때.
- 사령관 각하! 보고드립니다!
비콘에서 또 다른 장교의 음성이 터져나온다. 이번에도 다급한 음성.
헤르베르트는 저 보고가 그리 유 쾌한 내용이 아닐 것이라 짐작했고.
- 적의 증원이, 요새 서쪽 세계수 방향에서 등장했습니다!
역시나 연방측에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 서쪽에서 등장한 군세는 제국 군과 엘프의 연합군으로 보입니다! 그 수는 최소 20만 이상! 적의 대규모 증원군입니다!
- 각하! 보고드립니다! 남쪽 다수의 요새에 배치되어있던 제국군 병력이 일시에 기동을 시작했습니다! 놈들이 우군의 측면을 노리고 진격해옵니다!
- 서쪽과 남쪽에서 적의 협공입 니다!
- 사령관 각하! 지시를 내려주십 시오!
헤르베르트의 표정이 와그작 일 그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