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19화 (319/390)

319화.

[근력 100]

[민첩 282]

[내구 177]

[체력 164]

[마나 234]

현재 나의 능력치였다.

그야말로 미친 능력치가 아닐 수 없다.

대량의 포인트를 갈아 넣은 덕분에 모든 능력치가 2차 리미터를 해제했으며, 특히나 민첩과 마나는 200을 넘어 '지성체의 격을 초월' 했다고 한다.

' 대단해.'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장검을 휘두른다.

장중한 파공성이 현장을 뒤흔들고, 푸른색 궤적은 '검기'가 되어 다소 떨어져 있던 적 병력에게 격 돌한다.

퍼버버버벅!

직후 튀어 오르는 것은 적의 피 와 육편 조각들.

허공에서 후드드득 떨어져내리는 적의 잔해를 고스란히 맞아가며 생각했다.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신체능력 향상이다.'

전반적인 신체능력이 극도로 폭 증해 있는 상태다.

몸놀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 고민첩했으며, 격렬한 움직임을 받쳐줄 신체 내구도 또한 출중했다.

더해 오랫동안 검을 휘두르며 지면을 내달려도 숨조차 차지 않는다.

게다가 마나를 듬뿍 밀어 넣어 오러를 장시간 마음껏 휘두르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심장 속에 자리해 있는 마나량은 꽤나 넉넉했으니 .

덕분에 나는 예상보다도 수월하 게 적들을 쳐부수고 있는 와중이었다.

후우욱.

천천히 숨을 고르고는 주변을 돌아본다. 꽤나 잔혹한 경관이 시야 속에 잡혔다.

"천, 천인장님께서 전사하셨다!"

"지원왔던 기사전대 또한, 완전 전멸했습니다!"

"망할 놈…! 마나량이 대체 어떻게 된거지?! 저 정도면 진작 오러가 끊겨야 하지 않는가!"

"아직도 저렇게 선명한 오러광이 라니…. 보유 마나량이 어찌 되먹은 건가."

이곳저곳에 연방군 기사와 병사들의 시체들이 힘없이 널브러져있다.

진한 혈향이 공기에 넘실거리고, 놈들이 흘린 핏물이 성벽과 흙바닥 이곳저곳에 고여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순식간에 나는 무수히 많은 수의 병사와 기사를 참살한 것이다.

그 규모가 적 일개 천인대의 반파, 그리고 4개 기사전대의 격파였다.

단신으로 했다기에는 나 스스로 도 믿겨지지 않는 성과.

시체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으니 , 어느새 후열에서 이쪽을 포위 하고 있던 적 지휘관이 크게 소리 쳤다.

"천인장님의 원수를 갚아라! 차석인 내가 천인대를 지휘하겠다. 궁 병대! 일제사격이다!"

"궁병대 일제 사격!"

"조준해!"

끼기기기긱.

수백에 달하는 궁수들이 일제히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먹인다. 날카 롭게 갈린 화살촉이 오후의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물론 저 화살촉들이 향하는 방향 은 이쪽. 수백의 궁수가 나를 노리고 있다.

"사격!"

적 궁병대 지휘관이 우렁차게 외쳤다. 그 직후, 피피피피피핑!

수백의 화살이 일제히 이쪽으로 쇄도해온다.

단일 대상을 노리고 가해지는 화살의 비. 백인대 한두 개쯤은 순식간에 반파시켜버릴 위험한 공격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후욱."

지면을 밟아, 앞으로 도약.

번개처럼 튀어나가며 눈을 부릅 떴다.

'보인다.'

이쪽으로 날아오는 화살의 세례 가 똑똑히 보였다.

마치 슬로우 모션 영상을 보는 것처럼, 발사된 화살들이 미약하게 출렁이는 것마저 선명하게 인식되는 것이다.

저 화살들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이유.

당연하게도.

[엑스트라 스킬 : 몰입' 이 활성화 됩니다.]

내가 지닌 엑스트라 스킬의 효과였다.

달려가며 전방을 향해 검격을 내 질렀다.

'엑스트라 스킬 : 몰입' 과 민첩 능력치 282가 중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었다.

콰아아아아앙!

일순 내 검날이 음속을 아득히 초월해,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킨 것 이다.

때문에 나를 노리고 쏘아진 수백 의 화살들이 충격파에 힘없이 튕겨 나가 후드득 떨어져내렸다.

솔직히, 감탄했다.

'오러조차 쓰지 않은 채 검으로 음속을 뛰어넘었다.'

오러를 사용해 신체를 강화하고 장검의 절삭력을 극대화시킨다면, 검으로 충격파를 일으키는 기예를 보이건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전대장급 기사들이라면 모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방금 전 나는 오러를 쓰 지 않고, 신체조차 강화시키지 않은 채, 순수한 신체능력만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

'2차 리미트를 풀고 지성체의 격을 뛰어넘었다는 게 이런건가.'

하여튼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오러까지 운용한 다면?

'아무도 나를 막을 수 없지.'

한번에 천명, 혹은 그이상에 달하는 기사들이 달려든다면, 아무리 이런 극강의 무력을 가지게 된 나라 한들 위험하다.

허나 지금 이곳 제1성벽은 난전 상황이다.

성벽의 위와 아래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움직일 공간 또한 그리 넓지 않아 협소하다.

즉. 개인의 무력이 집단에게 휩 쓸리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발휘 된다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했다.

'저 보병 천인대를 정리한 뒤,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사냥한다.'

이미 적 기사들은 내 존재를 파악하고 이곳저곳에서 달려오고 있다.

일반 병사들이야, 제1성벽에 있는 아군 병력이 막을 수 있다. 문제되는 것은 오직 기사들뿐이니.

헌데 내 강력한 무력으로 적 기사들에게 한껏 어그로를 끈다면?

그리하여 적 기사 전력이 내게 집중된다면?

'아군 병사와 기사들의 부담이 훨씬 덜어지겠지.'

그렇다면 1성벽도 좀 더 오래 버 탈 수 있을거다.

본래 패배를 직감했기에 했던 발 악이었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 니, 잘 하면 이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나는 씩 웃었다.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란 건가."

위대한 옛 영웅이 말씀하시길,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했다.

그 말대로 죽어라 싸워보니 정말 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 결심했다."

철그럭. 장검을 내리고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곳에는 적 병사들이 우르르 도주하는 꼴이 보이고 있었다.

오러조차 운용하지 않고 수백 발 의 화살을 모조리 파훼해버리니 겁을 먹고 도주하는 것이다.

뭐. 상관없는 일이다.

저런 잔챙이 따위 하나하나 추격 해 죽여버릴 필요는 없었으므로.

"우선 적 기사들을 친다."

나는 아군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기사들을 노리려고 한다.

화르르륵.

장검에 푸른색 불길이 일렁였다.

"일단 기사단의 지휘관들 위주로 죽이다보면, 놈들의 지휘체계를 어 그러트릴 수 있겠지."

아무리 강화된 나라고 한들 이자리에서 적 기사 모두를 죽일 순 없다.

수가 너무 많으니까.

하지만 단장이나 전대장급 등, 지휘관들 위주로 노리며 행동한다 면?

효율적으로 놈들의 전력투사를 방해할 수 있을거다.

"간다."

콰앙!

나는 지면을 밟고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 기사들의 오러가 느껴지는 방향이었다.

- 놈이 이동합니다!

비콘에서 연방군 장교의 보고가 들려온다. 헤르베르트는 아직도 경악에 차 있는 상태.

- 저게 정녕 사람이란 말입니까?! 말도 안 됩니다. 저건 사람이 아닙니다. 그 어떤 강자도 저토록 대단한 무력을 지니지 못했단 말입 니다….

헤르베르트 또한 보고해오는 장 교와 같은 심정이었다.

그 어떤 강자라 한들 집단 앞에서는 무력하기 마련.

헌데 적의 최고지휘관, 한지훈은 달랐다.

그는 개인임에도 집단을 능가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공성전으로 난전이 벌어진 와중 이라, 보병대와 기사들이 제대로 된 대열을 꾸리지 못한 상태였다곤 해 도.

한지훈은 무려 하나의 천인대를 파괴했으며, 4개의 기사전대를 무 너 뜨렸다.

1천의 병사와 4백의 기사가 완전히 전력외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완전섬멸이 아닌, 상위 지휘관과 휘하에 있는 중간지 휘관들의 제거로 인해 벌어진 지휘권 붕괴라 하나.

그럼에도 강력한 무력임엔 변함 없었다.

그리고 지금, 한지훈은 그 강력 한 무력을 십분 활용할 생각인 듯했다.

- 각하! 놈이 기사단을 노리고 움직입니다!

"…허."

- 놈의 경로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기사단의 기사단장과 전대장을 노리고 강습하는 것으로 추 정됩니다!

"지휘관들을 사냥하겠다는 것이 로군. 이미 많은 지휘관들이 놈에게 사냥 당했고 말이야."

헤르베르트는 그리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크게 움직여 잡념을 털어비렸다.

적장의 가공할 만한 무력에 경악하는 것은 이쯤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자신 또한 지휘에 신경 써야 할 때.

물론 놈은 개인이기에 한계가 있고, 녀석이 얼마나 강력한 무력을 보인다 한들 결국 요새는 함락당 할 터다.

하지만 놈은 천인장이나 전대장 등, 지휘관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는 와중이다.

놈이 죽어 쓰러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의 지휘관과 기사들이 죽어 나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후의 전쟁에 큰 차질이 있을 터.

그렇게 놔둘 수는 없는 헤르베르 트였다.

결국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놈의 좌표를 전투마법사들에게 통보하라. 다수의 100중첩 광역공격마법으로 녀석을 성벽째로 날려버린다."

- 각하? 그게 무슨…! 놈은 아군 영역을 가로지르며 움직이고 있습니다! 성벽을 공략 중인 아군이 마법공격에 휘말릴 것입니다!

"놈이 움직이며 얼마나 많은 지휘관들이 죽어나갈지 모른다. 다소 아군의 손실이 있더라도 당장 녀석을 제압해야 해."

헤르베르트는 마법화력을 쏟아부 어 한지훈을 제거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수의 병사들이 아군의 마법공격에 휘말려 죽어나 갈 것이다.

평범한 지휘관이라면 결코 택하지 않을 일.

허나 예의 그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지금 제압해야 한다.'

그의 손이 다시금 떨리고 있다.

- 각하! 결정을 재고해주십시오! 아군까지 마법공격에 휘말려든다면 최소 수천의 손실이….

"그만! 나라고 이런 결정을 내리 고 싶은 줄 아나!"

콰앙!

그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노기어린 목소리가 이어진다.

"네 녀석도 직접 보아서 알겠지만, 녀석의 무력은 일반적인 기사단 장들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그런 놈이 아군 기사단장과 전대장들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단 말이다!"

비콘 너머 장교가 침음을 삼킨다.

장교 또한 결코 멍청한 인물은 아니기에, 헤르베르트가 어째서 아 군을 희생하면서까지 한지훈을 죽 이려 하는지 깨닫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뜻 동의하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아군의 희생이란 잔인한 일이었으니까.

그런 장교의 기색을 알아차린 것인지, 헤르베르트가 장교를 설득 하기 위해 이어 말했다.

"지금 놈의 무력과 기동성으로 예상해 보건데, 이대로 놈을 놔둔다 면적어도 아군 기사단장 서너 명의 목이 잘릴 것이다. 어디 단장들 만인가? 전대장과 차석지휘관까지 모조리 없앨 기세다."

믿기지 않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아직까지는 기사단장은 그에게 당하지 않았지만. 벌써 네 명의 전대장과 차석전대장이 전사해 4개 전대가 무너졌던 것이다.

이대로 놈을 방치한다면 더 많은 수의 지휘관이 당해 죽을 터.

"그 어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놈을 지금, 이곳에서 처치한다. 어서 놈의 위치좌표를 송신하게. 정밀 보정은 마법사들이 한다."

-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서둘러!"

통신이 끊겼다.

"…빌어 처먹을!"

헤르베르트는 테이블 위에 자리 해있는 유리잔을 집어던졌다.

쨍그랑!

흙바닥에 부딪혀 깨져나가는 유리잔.

파편이 비산해 주변에서있던 참 모의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반응할 수 없었다.

"내 손으로 병사들을 죽이게 만들다니. 한지훈! 이 개자식…!"

그만큼 헤르베르트의 노기가 대 단했으므로.

"죽여버리겠다! 기필코, 어떤 수단을 써서든. 반드시!"

한지훈에 의해 전황이 변화하고 있다.

* * *

- 곧 놈이 내게 매달리겠군.

어둑한 동굴 안. 크라함이 메마른 목소리로 그리 중얼거렸다.

그에 그를 보좌하는 최상급 흑마법사, 테르본이 대답한다.

"헤르베르트를 도와주실 심산이 십니까?"

- 돕지는 않을거다.

"허면…."

테르본이 말끝을 흐리고, 크라함 은 클클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이용해야지. 모처럼 수십만 단위의 피실험체를 얻을 기회다. 제대로 챙겨야 하지 않겠나.

"아아. 그렇군요. 역시 현명하십 니다."

- 칭찬으로 알지.

펄럭!

크라함이 검은색 로브를 휘두르 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로브 의 색처럼 검은색의 수정구였다.

빛조차 반사하지 않을 정도로 짙은 검은 구슬.

그것을 바라보며 크라함이 읊조렸다.

- 그나저나, '그릇'이 더욱 성장 했군.

크라함은 한지훈의 성장을 민감하게 알아챘다. 평소에도 그의 별과 운명을 추적하던 그였기에 금방 알 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질척하게 웃는다.

- 어서 성장하거라, 한지훈. 그리하여 나의 힘이 되어라.

크라함은 한지훈의 성장을 진심 으로 기꺼워하고 있다.

그의 붉은색 안광이 어둠속에서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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