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화.
나는 홀로그램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근력 100]
[민첩 217]
[내구 77]
[체력 64]
[마나 134]
(남은 포인트는 365pt 입니다.)
남아있는 포인트는 365.
이모든 포인트를 사용할 터인 데. 어디에 투자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피식 웃었다.
"마지막까지 포인트로 고민인가? 이 구두쇠 마인드 좀 바꿔야 하는데 ."
어차피 마지막 발악으로 포인트 를 모조리 소모해버릴 심산이다.
헌데 굳이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겠는가.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자.
"… 체력. 100포인트 상향."
먼저 투자하는 것은 가장 낮은 능력치. 체력.
적의 수는 많다. 최대한 많은 적을 죽이려면 내 체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검을 휘두르다가 지쳐 쓰러 져서는 안 되니까.
명심하자. 내 목적은 단일의 강 적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죽기 전 최대한 많은 적의 섬멸이다.
"내구. 100포인트 상향."
그다음으로는 내구다.
사방 천지에 적이 있고, 이곳저곳에서 적병이 쏘아대는 화살과 마법 공격이 들이닥친다.
눈먼 화살이나 마법공격에 당해 고꾸라지는 것은 사양이다.
적의 공격을 더욱 오래 버티기 위해서 내구를 상향한다.
"마나. 100포인트 상향."
마나 또한 빠트릴수 없다.
내 오러를 더욱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유 마나량의 증가가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마나에 100포 인트를 갈아넣는다.
"민첩. 65포인트 상향."
마지막으로 민첩. 내 강점을 강화한다.
이로서 365포인트를 모조리 소모했다. 그리고 직후,
- 띠링!
[능력치 : 체력'을 100포인트 상향합니다.]
[능력치 : 내구'를 100포인트 상향합니다.]
[능력치 : 마나'를 100포인트 상향합니다.]
[능력치 : 민첩'을 65포인트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도합 365pt가 필요합니다.]
[상향하시겠습니까?]
[수락/거절]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한번에 여러 능력치를 올려서 그런지, 재확인 안내창조차 평소보다 훨씬 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수락."
- 띠링! 띠링! 띠링! 띠링!….
홀로그램이 길게 이어진다.
"놈들이 제2성벽을 포기하고 1성 벽으로 후퇴했습니다."
"적의 남은 전력. 보병대 약 1천, 기사 약 1천 5백, 마법사는 마나가 부족한 것인지 마법을 발현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제압이 순조롭군요. 머지않아 저 요새를 함락시킬 겁니다."
연방 참모들이 그리 보고한다.
그에 헤르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군. 적 요새의 완전 섬멸까지 남은 시간은?"
"넉넉잡아 한 시간 안에 모조리 소탕 가능할겁니다."
"으음."
참모들이 밝은 얼굴로 대답하고, 헤르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생각한다.
'내 불길한 직감, 역시 빗나갔군.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이었어.'
오늘 요새 공략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심상 가득 불길한 예감이 가득 차오르던 그였다.
때문에 초조했었고, 이번 전투에서 무언가 변수가 일어 자신이 대 패하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요새 공략은 순조로웠고, 이쪽의 압도적인 물량과 화력 덕분에 요새는 완전히 제압되어 가고 있었으니 .
피식.
그가 실없는 미소를 짓고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술병을 들어올 린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나 가는 코르크 마개.
참모들이 하나둘 농담을 던졌다.
"이런. 사령관 각하. 벌써 축배를 드시는 겁니까?"
"적 요새 제압이 끝난 뒤 드셔도 늦지 않습니다."
"되었다. 저 개같은 요새를 드디어 함락했다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 는군. 조금 마시겠나?"
"주시면 받겠습니다."
"이래봬도 군무 중이니 딱한잔 만 받게나."
쪼르르륵.
술을 따르는 헤르베르트. 참모들 이 술잔 한잔씩을 쥐어들고는 하나 둘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저 요새 공략에 꽤나 많은 병력을 잃었군요. 60만 병력 중 20만 가량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저 괴악한 요새구조가 꽤나 효율적이었습니다. 공병대에게 저 요새 구조를 조사해 본국에 알린다면 우리 연방의 요새 축성술을 발전시 킬 수도…."
"남은 병력은 40만인가. 처음 100만에서 많이 줄었군. 그래도 핵심전력인 기사와 마법사들의 손실 이거의 없어서 다행이야. 중앙대륙 공략에 차질은 없겠어."
"그러게 말이야. 정말 다행인 일 이지."
지휘부의 참모들은 긴장이 완전히 풀린 모습이었다.
하긴, 저 요새가 무너진 시점에서 연방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요새 공성전으로 많은 피해 를 보았지만. 앞으로의 진격로에 남 아있을 적의 방어지형물은 전무할 터.
앞으로는 오직 대규모 야전만이 있을 뿐.
그리고 야전에서 연방군은 무적.
남아있으리라 추정되는 제국군 병력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 현재의 연방군 전력.
아무리 적이 군을 효율적으로 다룬다 한들, 진군하는 연방측을 막아 낼 수 없는 것이다.
달그락.
헤르베르트가 유리잔을 내려놓으 며 읊조렸다.
"저 요새 뒤편으로 세계수가 있다. 그곳까지 가는데 넉넉잡아 사흘 내지 나흘이 걸리겠지. 그곳까지 진군해 엘프와 제국 잔당을 밀어버리 기만 하면…."
"이전쟁이 끝나는군요."
"그래. 이 지긋지긋한 중앙대륙 전쟁이 끝나고, 우리는 영광스러운 승전군으로 본국에 귀환할 수 있게 되는거다."
"저희들의 전공이 꽤 화려하게 되겠군요."
"당연하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대륙을 정복한 우리의 위대한 크루거 연방! 그 가장 큰 공을 세 운 것이 바로 자네들, 연방 중앙대륙 원정군이다. 자부심을 가지게. 아마 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훈장 이 수여될 거다."
"정말 기대됩니다."
"자. 건배하지."
"위대한 우리의 조국, 크루거 연 방을 위하여 !"
챙!
유리잔이 맞부딪히고, 참모들의 얼굴에 더더욱 진한 미소와 뿌듯함 의 감정이 올라온다. 헤르베르트 또한 긴장을 완전히 풀고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때였다.
- 사령관 각하! 긴급입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커다란 수정구, 비콘.
그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적 사령관이…!
헤르베르트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 * *
나는 눈을 감고 내 몸의 변화를 음미했다.
콰드득, 우직.
?와 관절이 비틀리고, 근육이 팽창하는 소리.
폐부 깊숙이 공기를 밀어 넣을 때마다 온몸으로 청아한 기운이 퍼 져나갔으며, 가슴 깊숙한 곳 어딘가 에는 진한 마나가 한없이 들이찼다.
전능감이 차오른다.
전신에 연결된 신경이 보다 민감 하게 감각을 알려왔다. 오감이 강화 되었다.
다양한 능력치가 이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상향되었다.
그것은 일종의 환희였다.
내 육신이 단시간에 진보해 이전 보다도 훨씬 강건해지는 그 감각이 란.
여태껏 수없이 경험해왔음에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짜릿함이 몰려온다.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보였다.
[한계초월!]
[마나하트- 지성체의 격을 초월합니다!]
[마나회로- 지성체의 격을 초월합니다!]
[마나감응- 지성체의 격을 초월합니다!]
[근지구- 리미터가 '완전히' 해제 되었습니다!]
[심폐지구- 리미터가 '완전히' 해 제…]
아주 길게 이어져있는 안내창.
굳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확인할 필요 없다. 언제나 그렇듯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가장 아래에 있으니까.
시선을 내려 홀로그램의 가장 끝 단을 바라보았다.
[유저가 모든 2차 리미터를 해제 했습니다!]
[격'이 한단계 상승합니다!]
[능력치 : 마나'가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과 반응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엑스트라 스킬 : 전투예지'로 변화 되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려본다.
"격의 상승…. 그리고 전투예지 스킬이라."
저놈의 격이란 건 도통 뭔지 모르겠다.
뭔가 중요한 것 같긴 한데 능력치처럼 수치로 알려주거나 확실한 효과가 나오지 않으니 .
쓸모를 모르겠단 말이지.
다만 스킬이 변화하는 건 확실했다.
격의 1차 상승 땐 내 '집중'이 '몰입'으로 변화했고.
2차 상승인 지금은 '전투분석'이 '전투예지'로 변화했다.
과연 저 전투예지의 효과는 뭘 까.
'사용해보면 알겠지.'
굳이 지금 탐구해야 할 필요는 없다. 고개를 휘저어 잡념을 털어낸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올려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보인다.
"밀어 붙여라! 요새의 함락이 직전이다!"
"기사단! 각 전대장은 내가 지시 하는 경로를 돌파해 적을 몰아친 다!"
"성벽의 좌측면이 마법공격으로 무너져내렸다! 보병대 돌진! 무너진 성벽면을 타고 올라 내부로 진입하 라!"
연방놈들의 파도.
여전히 적의 수는 많았다.
그 말인즉, 내가 죽여버릴 수 있는 적들이 사방 천지에 널려있다는 거다.
물론 내가 놈들을 향해 갈 필요는 없었다.
"저기! 적의 최고지휘관이다!"
"놈을 잡아! 녀석은 원정군 총사 령관이다! 처치한다면 전공을 인정 받을 수 있다!"
"오오오오오!"
한창 성벽 위에서 전투하던 연방 군 보병대. 녀석들이 우르르 달려들 어왔다.
창칼을 앞세우고 이쪽으로 발맞 춰 돌진해오는 꼴이 퍽 위압적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일반 보병대에 불과할 뿐.
놈들은 나를 어쩌지 못한다.
검을 좌에서 우로, 길게 그었다.
단순한 횡 베기.
허나 그 여파는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콰르르르룽!
푸른색 궤적이 허공을 가르고, 공기가 반으로 잘라졌다. 이쪽으로 달려들던 적 병사들 또한 반으로 쪼개졌다.
선두에 있던 놈들이 핏물을 쏟아 내며 우르르 쓰러진다.
"뭐…?!"
단숨에 1열의 병사들이 모조리 갈려나가자, 그 뒤에서있던 적 지휘관놈의 경악한 얼굴이 보인다. 저 병사들을 통솔하는 백인장 같다.
죽여야겠다.
이번에는 사선베기.
콰콰콰콰쾅!
검날의 파공성이 공기를 쩌렁쩌 렁 진동시켰다.
"아아아아악!"
적 백인장의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잘려나가고, 그럼에도 내 검기는 멈추지 않고 전진해 배후의 병사 십수 명을 동시에 베어버렸다.
피와 내장을 흩뿌리며 우르르 고 꾸라지는 연방군 병사들.
적 백인대가 지휘관을 잃고 병력이 반파되어 통솔불가 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는다.
콰앙!
지면을 즈려밟고 도약, 피안개가 휘날리고 있는 전면을 향해 뛰어들었다.
흐트러진 적의 진형 깊숙이 파고 드는 내 신형.
"허억!"
갑작스러운 난입에 놈들이 당황 해 주춤 물러섰다.
덕분에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을 얻었으니 .
거리낄 것 없이 검을 크게 휘둘 렀다.
부우우우웅!
왼발을 축으로 삼아, 원심력을 가득 담아서.
검을 뻗은 채 한바퀴 크게 회전했다.
퍼버버버벅! 후드득.
적 병사들을 말 그대로 갈아버렸다.
사방에서 핏물이 치솟고, 놈들의 시체와 병장기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우수수 쓰러졌다.
진하게 풍겨오는 피비린내. 바닥에 고이는 붉은색 웅덩이.
"그 잠깐 사이에… 우리 백인대 과반이 죽어나갔다고?!"
"이길 수 없어! 괴물…! 괴물이 다! 도망쳐!"
놈들이 허겁지겁 도주한다.
이로서 백인대 하나가 거의 반파 되어 , 통솔이 완전히 붕괴해 버렸으니 .
철그럭.
장검을 회수하고 읊조린다.
"고작 검격 세 번에 적 백인대 와해라."
능력치의 상승이 예상보다도 훨씬 대단하다.
썩 만족스러운 신체능력.
이 정도라면….
"내가 죽어 쓰러지기 전까지. 꽤 많은 수의 적들을 길동무로 데려갈 수 있겠어."
같이 저승으로 갈 친구들이 많아 서 기분이 좋다.
이 몸이 쓰러질 때까지 최대한 많은 적을 죽여 없애보자.
콰앙!
나는 지면을 박차고, 시야에 보이는 또 다른 적들을 향해 달렸다.
- 적 사령관이, 아군 병력을 학 살하고 있습니다!
"학살! 그게 무슨 소리인가?!"
헤르베르트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학살이라니? 도무지 영문 모를 소리였다.
이미 자신의 연방군은 적의 요새 를 완전히 초토화시켰으며, 놈들은 제1성벽 내성에 틀어박혀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는 상황.
전황은 이쪽이 놈들을 압도하고 있으니 . 잠시 후 요새는 아군의 차 지가 될 것이리라, 그리 믿었기 때문이다.
헌데 갑작스레 아군이 학살당하고 있다니.
비콘 너머 휘하군관의 보고가 이어진다.
- 말 그대로입니다! 적의 최고지 휘관이 단신으로 난입, 아군을 무차 별적으로 죽이고 있습니다!
"허. 적장이 한지훈이라 했나. 소문에 따르면 대단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 했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가보군. 그나저나 귀관, 호들갑이 심하군 그래. '학살'이라? 하! 헛소 리 하지 말고 전투에 집중하게."
헤르베르트는 그러면 그렇다는 듯, 피식 웃고는 술잔을 마저 기울였다.
학살이 라.
확실히, 강력한 무력을 가진 존재가 현장에 난입해 무력을 최대한 발한다면 꽤나 위압적인 모습일 터 이지만.
그래봤자다.
개인의 무력은 한계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대한 무력을 발하는 기사라 한들, 오러를 언제까지나 유지 할 수는 없다.
아무리 가공할만한 화력을 발하는 마법사라 한들, 가진 마나량은 무한하지 않다.
그 어떤 고위의 인물이라 할지라 도, 단신으로는 결코 무수한 다수를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 다급한 보고는 당황 한 현장 지휘관의 호들갑이리라. 그리 여기는 헤르베르트였다.
하지만 휘하 지휘관의 보고가 이어졌을 때.
- 호들갑이 아닙니다…! 적 사령관이 단신으로 아군 기사단 3개 전 대를 무너뜨렸고, 하나의 천인대를 무력화시켰단 말입니다!
"푸숩!"
헤르베르트는 입에 머금고 있던 술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경악해 되물었다.
"그게, 그게 정말인가?! 정말 단 신으로 기사 수백을 처치했다고?! 말도 안된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차마 헤르베르트는 그의 보고를 믿지 못했지만.
- 방금 전기사 편대 하나가 더 무너졌습니다! 망할…! 보고 있는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어찌합니까?!
"뭐…."
휘하 지휘관의 경악어린 보고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헤르베르트는 무어라 대답할 수 없었다.
그가 멍하니 비콘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