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17화 (317/390)

317화.

"제국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려라!"

"가라! 가서 위대한 연방의 힘을 보이는거다! 전원 돌진! 성벽을 올라 적을 쳐라!"

"오오오오오!"

연방군 병사들이 제2성벽 공략을 시작했다.

그들이 사다리를 대고 기어올라와 성벽 위의 제국군 병사들과 전투한다.

온갖 소음이 귓가를 때렸다.

병사들의 악과 고함소리. 병장기 끼리 마주치며 나는 쇳소리.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음이 고막을 긁어댔고, 시체들이 바닥을 뒹굴다가 성벽 아래로 쏟아 져 내린다.

난장판인 제2성벽의 위.

그곳에서 나는 검을 휘두른다.

파앙!

장검이 호쾌하게 공기를 갈랐다.

번뜩이는 푸른색 검광.

적병의 피가 치솟는다.

촤아아악!

피안개가 흩뿌려졌다. 적 병사 다섯을 동시에 베어버린 나는 크게 외쳤다.

"진열을 유지하라! 방패병 앞으로! 창병과 궁수를 보호하라!"

"사령관 각하! 궁병대의 화살이 거의 고갈 직전입니다! 어찌합니까?!"

"망할… 염병할 수공 때문에. 궁 병대는 가진 화살을 모조리 소모한 뒤 장검을 사용하라. 화살이 없다고 쉴 수는 없어!"

"그대로 전파하겠습니다!"

궁병대 지휘관이 서둘러 되돌아 간다.

나는 성벽 위에서 움직이며 보이는 적병을 모조리 베어 없앴다.

철퍽. 처벅.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밟히는 피 웅덩이들. 진한 혈향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는 고개 돌려 성벽 밖을 바라 보았다.

"개같이 많이도 몰려오네."

연방군 병사들이 끝없이 밀려들 고 있다.

어제의 공격으로 이미 제1성벽은 무력화 된 상태. 지금은 제2성벽에서 방어전을 진행하고 있다.

적과 아군이 끝없이 죽어나간다.

드워프들이 축성한 이성형요새는 몹시나 견고했고, 극도로 수성에 유리한 구조를 지니고 있었지만.

대량의 공세에는 답이 없다.

"사령관 각하! 12번 백인대가 용 맹히 싸우다 전원 전사했습니다…!"

"15번 백인대는 절반이 죽어나갔습니다! 지금 부상자 수습과 부대 재편을 위해 일시 후퇴 중입니다!"

"놈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제1성벽으로 후퇴해야 합니다!"

제국군 장교들이 아우성친다.

적의 4제대가 2성벽을 공략해왔 고. 그에 아군 보병대 5천중 2천이 넘는 수가 갈려나갔다.

그리하여 지금 남아있는 보병대 전력은 대략 3천 남짓에 불과하니.

심각한 피해였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 제기랄, 한지훈!

통신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피르의 목소리였다.

그가 짜증이 한껏 어린 음색으로 말해온다.

- 빌어 처먹을 포션이 다 떨어졌다. 더 이상적의 마법공격을 막을 수 없어!

"… 그런가."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창 벌어지고 있는 연 방과 제국의 화력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쏟아지는 적의 광역공격 마법.

정오에 달하는 태양빛을 압도하 듯 극도로 환한 빛을 흩뿌린다.

그것을 방어해 나가는 아군 마법사들의 방벽.

콰르르르르르르!

커다란 소음을 일으키며 적의 공격마법이 방벽에 격돌했다.

웅장한 소음이 일었지만 놈들의 마법은 이쪽의 방벽마법에 가로막 혀 파훼된다.

하지만 저것이 마지막이었다.

- 이제 적의 공격마법에 완전히 노출되었다. 본대, 이 굼뱅이새끼들은 도대체 언제 오는거냐?!

"조금만 버텨라. 머지않아 올거다."

- 염병! 알았다. 마나회로를 폭 주시켜서라도 최대한 막아보겠다. 전부 막을 수는 없을거다.

"그래. 무리해줘. 미안하다."

통신수정구에 연결된 통신을 끊었다.

절로 한숨이 흘러나온다.

'마법사도 이제는 한계.'

제피르 휘하 전투마법사들은 마나회로를 폭주시켜가며 방어마법을 펼치고 있다.

극도로 위험한 행위였다.

거의 고갈된 마나를 한계까지 끌어올려, 내상을 입어가며 적의 마법을 방어하는 것이니.

운이 좋다면 기절하거나 약간의 내상을 입겠지만.

운이 나쁘다면 마나회로가 파괴 되어 더 이상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혹은 목숨까지 잃게 될 수 있다.

지금 마법사들은 자신의 마법사 인생과 목숨까지 걸어가며 마법을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

'궁병대 또한 화살이 고갈.'

시선을 돌려 궁수들을 바라본다.

"죽여! 죽여어어어!"

"화살이 떨어졌습니다!"

"장검이라도 들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다!"

"막아!"

그들은 활을 내려놓고 보조무장 인 장검을 꺼내들어 적과 맞서 싸우고 있다. 화살이 없기에 더 이상 활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적이 몰려들고, 아군 병사들이 점차 빠르게 죽어나가고 있다.

나는 지시할 수밖에 없었다.

"제2성벽은 포기한다! 3성벽으로 후퇴하라!"

"후퇴! 후퇴한다!"

"성벽을 포기하라!"

내 마나어린 목소리가 전장 전역 으로 퍼져나가고, 제국 병사들이 우르르 성벽 아래로 달려 내려간다.

그들이 제3성벽으로 후퇴한다.

"적이 도망친다!"

"요새의 함락이 머지않았다! 더욱 거세게 몰아쳐라! 적을 모조리 죽여버리는거다!"

"와아아아아!"

연방군 새끼들이 기쁨의 함성을 내지른다. 우리 제국군이 물러나는 것을 보자 놈들의 사기가 급증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함성을 무시하며 후 욱, 거친 숨을 내쉬었다.

'언제 오는거냐, 마이사…!'

그녀가 이끄는 본대가 와야지만 이길 수 있다.

마이사가 도착하기 전 3성벽마저 뚫린다면, 이 요새는 함락당하고 전쟁은 제국의 패배로 끝나게 된다.

그전까지 본대를 이끌고 있는 그녀가 도착해야 할 텐데.

나는 마이사를 기다린다.

철그럭, 철그럭, 저벅, 저벅.

20만의 대군이 행군한다. 제국군 본대와 엘프 전사들이 합쳐진 연합 군이었다.

그런 대군을 이끌고 있는 이, 마 이사 슈베츠는 말 위에서 병사들을 재촉했다.

"발걸음의 속도를 높여라! 요새 가 함락당하기 전 도착해야 한다!"

그녀는 위기에 빠진 제3요새를 구원하러 가고 있었다.

마이사의 얼굴에 초조함이 어린다.

'적의 공세가 너무나도 거세다.'

그녀는 본대를 이끌고 행군하며 그동안 여러 번이나 제3요새와 통신하며 전황을 확인했다.

확인된 전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적의 수공으로 잃어버린 화살과 마나포션. 절반 이하로 떨어진 병력. 예상보다도 훨씬 거센 적의 공세.'

수만 단위로 이루어진 적의 파상 공격을 이틀 동안 무려 다섯 차례 나 막아냈다.

훌륭한 전공이었으나. 그것도 이제 거의 한계에 닥치고 있다.

근 이틀간 지속된 대규모 공세로 지금 요새가 함락당하기 직전인 것 이다.

마이사는 이를 악문다.

'반드시 제시간에 도착해야 한다.'

시간싸움이었다.

요새가 함락당하기 전 그녀의 본 대가 전장에 합류한다면, 제국군의 승리일 것이요.

그녀가 도착하기 전 요새가 함락 당한다면 연방측의 승리일 터.

마이사는 서둘러 군을 이끌고 나 아간다.

그녀가 요새에 합류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 * *

"적의 광역 마법입니다!"

"산개! 산개하라! 몸을 숙여!"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수의 속성마법이 쇄도해왔다.

얼음송곳, 불덩어리, 전격의 비.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들까 지.

그것들이 요새의 제1성벽을 덮친다.

콰과과과과과!

"끄아아아아악!"

"아악! 살려…!"

제국군 병사들이 피를 토하며 죽 어나갔다.

이곳저곳에서 피안개가 터져나오고, 공기가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병사들의 비명소리와 마법의 격돌음이 전장을 뒤흔든다.

'적의 마법에 완전히 노출되고 말았다.'

휘하 병력이 무력하게 쓸려나가 고 있다.

아군 전투마법사들은 그동안 잘 해주었다.

그들은 적의 광역마법 공격을 계속해 막아냈고, 심지어 마나회로를 폭주시켜 가면서까지 분투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이었다.

부족했던 마나포션은 기어코 완전히 고갈되고 말았고.

이쪽의 마법사들이 더 이상 마법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 되고 만 것이다.

그리하여 적은 거리낄 것 없이 광역마법 공격을 퍼붓고 있었으니 .

콰콰콰콰콰콰!

각종 마법이 하늘에서 지상을 향 해 떨어져 내린다.

벼락이 내리쳤고, 불덩이가 성벽 곳곳을 불살라버렸으며, 얼음창들이 병사들을 관통해가며 갈아버리고 있다.

적의 마법을 막아줄 아군의 마법 이 없다면 일반 보병들은 이토록 무력하다. 평범한 병사는 압도적인 화력에 힘없이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령관님! 어서 대피…!"

퍼억!

내게 무어라 말하려 하던 병사가 얼음송곳에 관통당해 즉사했다.

그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피웅덩이에 철퍽 쓰러지고 만다.

"… 제기랄."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다.

이글거리는 분노가 마음속 깊숙 한 곳에서 일렁였다.

'연방 새끼들.'

지금 이 요새에서 죽어나가는 병사들. 내 휘하 제국 북부군 병사들 이었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내 정예병들.

그들이 이토록 무력하게 죽어나 가고 있다.

분노가 가슴을 태워간다.

일만에 달했던 보병이 구천이나 죽어나갔다.

- 아드네 기사단이 전멸했습니다!

- 고르간트 기사단은 반파되었습니다! 사령관 각하! 적 기사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더해 통신수정구에서는 기사들의 전사소식이 속속들이 들려오고 있다.

이천을 넘던 기사들 또한 일천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그들이 오러를 돋워가며 제3성벽을 방어했지만 적의 기사는 무려 일만에 달했기에, 끝없이 밀리고 있었으니 .

나는 전장을 바라본다.

"지옥이구나."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하늘에서는 끝없이 적의 마법이 내리꽂히고 있었으며, 성벽 위를 지키는 병사들이 힘없이 죽어나간다. 기사들은 적의 압도적인 수에 밀리 고 밀려 하나둘 쓰러져갔다.

"어떻게 해야."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무수히 많은 전투를 지휘했고, 전쟁에 참여했다.

그동안 나는 다양한 시련에 마주 했지만 그때마다 극복해낼 수 있었다.

어떨 때는 가진 무력을 활용해 서. 어떨 때는 내지략을 동원해서.

어떻게 해서든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별다른 해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죽어어어!"

"와아아아아아!"

적아의 전력비가 너무나도 극악 하다.

하긴. 일대 육십이다.

고작 1만의 병력으로 60만에 달 하는 대군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그리하여 아군은 거의 전멸 직전에 닿았으니 .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 실책인 것인가.'

요새가 있다면. 1만의 병력으로 육십만 대군을 이틀정도 지연시키는 것, 충분히 가능하리라 여겼었다.

실제로 가능한 일이었을 터다.

이성형요새의 방어력은 출중하 며, 궁수와 마법사를 비록한 원거리 전력 또한 제대로 갖춰놓았으니까.

허나 적의 수공이 치명적이었다.

마법사들이 힘을 잃었고, 궁수들 이 활을 쏘지 못하게 되었다.

원거리 화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게 되었으니 .

결국 아군은 힘없이 밀리고 있는 상황.

'패배한건가.'

나는 전쟁의 패배를 직감했다.

비록 압도적인 교환비를 내고 있다 한들, 이 요새가 뚫린다면 제국 은 전쟁에서 패배한다.

요새 이후 놈들을 막을 만한 방어시설이 전무하니까.

방어시설 없이 소수인 제국군으로 다수인 연방군을 이겨낼 수 없다.

물론 나름대로 최선의 방책이었 다고 자신했다.

허나 이렇게 되고 나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하게 되는 지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끝까지 싸워보자."

자책할지언정, 마지막까지 투기를 잃지는 않는다.

화르르륵!

오러를 끌어올렸다.

장중한 오러의 파동이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장검을 따라 푸른색 불 길이 이글거리며 타오른다.

'이 요새의 모두가 전멸하는 한 이 있더라도.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죽는다.'

그게 내 성격이었다.

패배했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지 않는다.

주저앉을 바에 마지막까지 검을 휘두르다가 죽는다.

어차피 내가 쓰러진다면 멸망할 이 세계다.

항복한다 한들 살지 못하는 거, 후회가 남지 않도록 끝까지 발악이 라도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나직이 읊조렸다.

"내 정보."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나에게 남아있는 포인트의 수는 도합 365.

본래였다면 미래에 쓰기 위해 남 겨뒀던 것이었지만, 지금 이자리에서 모조리 소모하고자 한다.

어차피 패배한 전쟁이다.

미래를 위해 포인트를 아낄 필요 가 없으니 .

나는 다짐한다.

"죽기 전까지 내 모든 것을 동원 해, 최대한 많은 놈들을 저승길 길 동무로 데려가주마."

내 검신에 어린 오러가 더욱 격렬하게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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