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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16화 (316/390)

"당장 창고에 있는 물자들을 성 벽 위로 옮겨라! 적은 수공을 가해 이쪽의 보급품을 쓸어버릴 심산이 316화.

"날이 밝았군."

헤르베르트는 그리 중얼거리며 눈앞에 펼쳐진 경관을 바라봤다.

지금 그는 어떤 인공호 앞에서 있는 상태였다.

그의 시야 속에 커다란 둑과 그 속에 고여있는 대량의 물이 잡힌다.

씨익.

헤르베르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지어진다.

"역시 대지계 마법사들은 유용하 군. 이런 대규모 토목공사조차 야간 중에 완성하다니."

저수지로 쓸 법한 커다란 둑이다.

수백에 달하는 농민이 약 한 달 내지 두 달에 걸쳐 작업해야 만들 규모.

한데 헤르베르트는 저 인공호와 그 앞에 파놓은 물길까지, 고작 하룻밤 만에 만들어버렸다. 휘하 대지 계 마법사들을 동원한 결과물이었다.

대량의 물이 둑 안에 갖혀 터져 나갈때만을 기다리고있다.

"이 정도로 대량의 물을 저 요새에 쏟아붓는다면, 놈들에게도 유의 미한 효과를 볼 수 있을 터."

그는 오늘중으로 저 요새를 함락 시킬 심산이었다.

물의 힘을 빌려서 말이다.

그가 나직이 지시한다.

"터트려."

콰르르르르릉!

커다란 둑이 무너져내리고, 모여 있던 대량의 강물이 미리 파놓은 물길을 따라 밀려내려가기 시작했다.

연방군이 수공으로 요새를 공략 하고자 한다.

사실 공성전에서 수공은 그리 파괴력 높은 공격 방법이 아니다.

기껏해야 허술한 방어구조물을 부수고 지면을 진창으로 만들 뿐.

대량의 병력을 수몰시키지도 못 할 뿐더러, 튼튼한 석제 성벽을 무 너뜨리는 큰 규모의 피해를 입히기는 힘들다.

그마저도 지형의 영향이 지대하 니, 애당초 평지 위의 성이자 드워프 장인들의 작품인 내 성형요새를 수공으로 무너뜨리는 건 상식적으 론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의 수공을 얕 봐서는 결코 안된다.

파괴력은 보잘 것 없어도, 그이상으로 개같은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쏴아아아아아아J 놈들이 몰래 파놓은 물길을 따라 방대한 호숫물이 요새를 덮쳤다.

물길은 요새의 사이사이, 돌벽의 틈을 따라 거세게 유입되었고 곧 요새 내부와 주위가 온통 물바다가 되어갔다.

물길은 수십 분 동안 요새를 관 통하듯 크게 휩쓸더니, 이내 지면으로 흡수되거나 흘러가 사라졌다.

잠시 후, 물길이 완전히 가라앉 은 뒤.

병사들이 보고해온다.

"요새 중앙 창고에 있던 보급품 다량이 유실되었습니다."

"비축해놓았던 포션들이 절반가 량 사라졌고, 얼마 안 남아있던 화살들 또한 물길에 쓸려가 부서지거 나 흩어졌습니다."

"예비 병기류와 식량 또한 상당수…."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망할. 식량이야 어차피 오늘 하루만 버티면 되니 그렇다 쳐도. 화살이랑 포션들마저 유실되다니."

그나마 적의 수공이 시작되기 전에 눈치채서 다행이었다.

적의 수공이 시작되기 직전.

나는 병력을 동원해 창고에 있는 보급품들을 성벽 위로 옮겼고, 한 박자 앞선 지시 덕분에 어느 정도의 물량을 적의 수공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쪽의 피해는 결코 적지 않다.

나는 이마로 향했던 손을 천천히 내리고는, 창고 내부의 모습을 살폈다.

"깝깝하구만."

창고는 그야말로 개판이나 있는 상황이었다.

물길이 이미 한번 휘젓고 갔기에 지면은 진창이 되어있으며, 바닥에는 깨진 유리병과 물먹은 화살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화살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러지고 꺾이고, 더해 깃마저 물에 푹 젖어버린 꼴을 보니 절로 혀가 차진다.

성한 화살을 골라내 줍는 것도 일이다.

품을 들여 성한 화살을 주워 모아도, 진흙과 물기를 털어내 말린 뒤 깃까지 곧게 펴야 사용 가능하 리라.

그렇지 않다면 명중률이 절망적인 수준일 테니.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미리 성벽 위로 옮겨놨던 화살들만 사용해야겠어. 저 화살들을 하나하나 골라내고 다듬을 시간 따위는 없단 말이다."

"궁병대의 화력은 기대하지 못하 겠군요."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야. 비축해 놨던 포션 중 절반만 남아있어. 이 정도면 마법사들이 반나절 정도만 버틸 수 있겠는데 ."

마법사들은 대규모 공격마법을 운용할 때 포션을 쉼 없이 퍼먹는다.

마법을 발현하는데 필요한 마나 가 원체 많기도 하고, 포션에 내성이 있기에 대량의 포션을 섭취해야 만 간신히 마법운용에 필요한 마나 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마나 포션 량은 그리 많지 않다.

마법사들은 길게 화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 자명한 일.

'이쪽의 원거리 전력을 급작스레 반토막 내다니.'

이제 버티기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개같은."

콰직!

나는 손에 들린 화살을 손아귀에서 부러트리고는, 장교들에게 지시했다.

"적의 수공이 성공한 이상, 이제 놈들은 이쪽의 원거리 전력 하락을 확신하고 몰아쳐 올거다. 전 병사와 기사들 전투준비시켜."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어서 움직여!"

나를 수행하던 장교와 병사들이 우르르 창고 밖으로 빠져나간다.

직후 창고에 내려앉은 적막.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빌어먹을 연방 새끼들, 한 방 먹었어."

공성전에서 원거리 전력의 약화는 너무나도 치명적인 일이다.

다른 지휘관이라면 항복이나 후 방으로의 퇴각을 고려할 터.

하지만 나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쪽에도 믿는 구석이 있었으니까.

'마이사가 오늘 저녁까지는 도착 할 것이다.'

지금쯤 마이사는 제국군 본대와, 엘프 전사들을 이끌고 이곳 제3번 요새를 향해 전속 행군해오고 있을 터다.

그런 마이사의 전력이 요새에 합 류하기만 한다면 전황을 완벽하게 반전시킬 수 있다.

"후우… 예정시각까지 버티려면 아슬아슬하겠어."

나는 분노하지 않고 감정을 차분 히 갈무리했다.

병력을 지휘하는데 과한 흥분은 독이니까.

그렇게 내가 잠시 감정을 추스르 고 있을 때.

- 사령관 각하! 적이 움직입니 다!

적이 다시금 요새를 노리고 전진해오고 있다는 휘하 병사의 보고가 귓가를 때린다.

나는 빠르게 움직여 성벽 위로 향했다.

"4제대! 전진하라!"

"우리의 영광스러운 조국, 크루거 연방을 위하여 !"

"통령각하의 군대에게 패배란 없다!"

쿵! 쿵! 쿵! 쿵! 쿵!

연방의 군대가 오와 열을 이루어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의 통일된 발걸음이 지면을 때릴 때마다 큰소리가 울린다.

도합 6만으로 이루어진 4제대의 진군. 그들이 힘차게 제국 요새를 향해 나아간다.

전진하는 그들의 얼굴 표정에는 어제와는 달리 한껏 여유가 그득했다.

"적에게는 발리스타도, 궁수도 없다! 겁먹지 말고 대열을 갖추어 앞 으로 나아가라!"

독전관들의 고함 소리.

병사들의 얼굴에서린 안도의 빛 이 더욱 진해진다.

저지옥 같은 제국 요새의 방어 능력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렸으니까.

성벽 위 발리스타를 모조리 파괴하고 적의 병력을 반절가량 갈아버 린 것도 모자라, 수공으로 화살과 마나 포션 등의 소모품을 철저히 망가뜨렸으니 .

적의 수성 능력은 극히 약화되었을 터.

그 증거로, 지금 제국군은 연방 군의 군세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음에도 화살을 쏘지 않고 있다.

어제만 해도 사정거리 내에 들어 오자마자 일제사격을 가해오던 것 과는 전혀 다른 반응.

멀리서 지켜보던 연방군 고위 장 교와 참모들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어린다.

"수공이 성공적이로군요. 물자의 상당수를 잃은 것이 확실한 것인지, 놈들은 활공격조차 해오지 않고 있습니다."

"필시 놈들의 사기가 극도로 하락했을 터."

"하하하! 적의 허둥거리는 모습이 이 멀리서도 보이는 것 같군요."

어제만 해도 극도로 초조했던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참모 들이었다.

그만큼 수공의 성공은 그들에게 있어 꽤 고무적인 소식이었다.

저 가증스러운 제국의 요새 방어력을 크게 약화시켰으니 , 병사들의 목숨을 헛되이 버리지 않았다는 위 안이 되는 것이다.

참모들을 지켜보던 헤르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 말했다.

"적의 원거리 능력이 극도로 약 화된 이상, 요새는 금세 함락시킬 수 있다. 참모장!"

"예! 사령관 각하. 하명하십시오."

"4제대 이후 전진할 5제대, 6제 대에 기사들을 투입하라. 적의 제 1성벽이 무력화되었고, 저항 또한 심히 약화되었으니 기사전력을 투 입할 때가 되었다."

기사는 일반 병사들과 달리 귀족 이며, 육성과 모집에 막대한 재화가 소모되는 고급병종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공성전에 있어 서 보통 기사의 투입은 미루고 미 뤄진다.

값싼 보병들을 대량으로 갈아넣 어 적의 방어능력을 분쇄한 뒤, 결정적일 때에 고급전력인 기사들을 일시에 밀어넣는다.

고급병종인 기사전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한편 아군의 승기를 굳 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기사를 투입 할 때.

투입하는 이상, 결코 어중간한 숫자를 투입하지 않는다.

"5제대, 6제대에 각각 1만의 기사를 투입하라."

도합 2만의 기사. 이 정도로 강력한 전력이라면 아무리 방어하는 적의 기사 수가 수천에 달한다 한 들 수로 압도할 수 있다.

물론 헤르베르트는 이것으로 멈 출생각이 없었다.

"더해 가능한 모든 마법전력을 투입하라. 적의 마나포션 또한 상당수 유실되었을 터이니. 전투마법사 들의 단기화력은 비등하다 한들, 화력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이쪽 이 훨신 유리할 터!"

쿵!

그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지도 위에 올려져 있던 표식들이 흔들리고 튕겨나간다.

"물량전, 그리고 화력전이다! 마법사의 고강도 지속 화력으로 놈들을 압박하고, 대규모 보병 물량으로 적의 방어능력을 분쇄하며, 기사전력은 놈들을 쓸어버릴 것이니!"

약화된 적에게 최대한의 화력과 대규모 물량 및 병력의 집중.

그리하여 도출되는 적의 신속한 완전섬멸.

헤르베르트가 노리는 것이다.

"으음!"

"사령관 각하의 지엄한 명령을 바로 군에 전파하겠습니다!"

"5, 6제대에 기사들을 편제하는 것은 차질이 없을 것입니다."

"명령만 내려 주신다면, 대규모 광역마법의 연속발현을 마법사들이 버티는 데까지 유지하겠습니다."

"저지랄같은 요새도 이제 끝이 로군요."

"완벽한 전력의 집중…. 놈들이 어제 하루는 잘 버티어냈지만, 오늘 은 결코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모든 참모와 군관들이 승리를 확신했다.

그 누가 지금 상황에서 패배의 가능성을 입에 담을까.

고작 오천의 병사와 이천의 기사 가 있는 적 요새에, 수십만 군대의 공격이 집중되는 것이니.

패배를 떠올릴 수 없는 압도적인 전황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감이 안 좋다.'

참모들을 바라보고 있던 헤르베 르트는 꺼림칙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적의 요새는 수공으로 방어 능력이 반쯤 무력화 되었으며, 이쪽 의 수와 물량은 적을 압도하는 데다, 사기 또한 하늘을 찌를 지경인 데.

어째서 그는 이토록 불길한 감각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망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초조한 감정이 그의 머릿속을 휘젓는다.

무수한 전쟁에서 여러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구원하고 아군을 승리 로 이끌었던 날카로운 직감이다.

한데 그 직감이, 이토록 유리한 상황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가리키 고 있었으니 .

으득!

그가 이를 악물었다.

'이불길한 직감은 착각이다!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 패배할 리 없으니 ! 승리를 의심할 필요가 전혀 없도다!'

스스로에게 그리 되뇌었으나.

여전히 이불길한 감각을 조금도 떨쳐내지 못한 헤르베르트였다.

초조함에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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