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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14화 (314/390)

314화.

진동하는 공기. 장엄하게 퍼져나 가는 마나의 파동.

청색과 녹색 광휘가 피어오르고, 대량의 마나가 유동해 드높은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헤르베르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 대량의 마나는 대체…."

그 또한 무인이었기에, 하늘을 뒤덮어가는 마나의 파동을 온전히 느 낄 수 있었다.

너무나도 대량의 마나였다.

무려 천 명의 전투마법사를 투입 한 이쪽과 상응할 정도.

헤르베르트는 적의 마법전력이 예상 외로 출중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표정을 굳혔다.

"엘프 마법사들인가!"

그의 추측은 를리지 않았다.

저 하늘 드높이 상승해가고 있는 대량의 마나. 그것의 색깔이 점차 녹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으니까.

녹색 마나를 다루는 것은 오직 엘프뿐.

번쩍!

하늘에서 환한 섬광이 터져나왔다. 직후 두 종류의 마법이 허공에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천여 명의 연방군 전투마법사들이 발현한 공격마법과, 그를 막아내고 자 하는 제국과 엘프의 방호마법이 격돌한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쾅!

고막을 유린하듯 커다란 폭음이 울렸다.

날카로운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 으며, 요새 주변으로 흙먼지가 후욱일어났다. 시야가 가려진다.

헤르베르트는 쯧, 혀를 찼다.

"빌어먹을 엘프놈들. 놈들만 없었다면 저 요새를 금방 함락시킬 수 있었을 것을."

휘날리는 흙먼지가 조금씩 걷혀가고, 헤르베르트의 시야에 요새의 모습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요새는 건재했다.

무려 천 명의 전투마법사들이 가 진 화력을 발현했음에도, 요새의 성 벽은 그이전처럼 굳건히 자리해있는 것이다.

헤르베르트의 얼굴에 짜증이 어린다.

"엿같이 단단한 요새로다."

예상과 달리 저기괴한 모양의 요새는 너무나도 견고했다.

몇 시간 동안 투석 공격을 했음 에도, 성벽의 한 구획조차 무너뜨리지 못했다.

"직접 성벽을 넘을 수밖에 없군."

헤르베르트는 대량의 병력을 투입 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그가 휘하 참모에게 지시했다.

"제1파. 출진하라."

"1파. 출진합니다. 각하, 전투마법사들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적 또한 이쪽의 마법공격을 방어 하기 위해 마나를 아낄 것이다. 적의 마법사 전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굳이 마나를 소모할 필요는 없지. 일단은 휴식을 취하며 마나를 비축해놓으라 전하라."

"알겠습니다. 당장 명령을 전파하 겠습니다!"

"제1파, 출진!"

참모가 통신수정구를 집어들고 명령을 전파한다. 직후, 브으우-길게 울리는 뿔피리 소리. 붉은색 깃발들이 우수수수 올라온다.

연방 원정군 병력 제1파, 도합 6만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이 전진을 시작했다.

"놈들이 몰려옵니다!"

장교의 목소리가 내 귓청을 울린다. 하지만 곧 그의 목소리는 커다란 소음에 묻히게 되었다.

쿵, 쿵, 쿵, 쿵, 쿵!

웅장한 적의 발구름 소리. 연방군 의 병력이 이쪽으로 쇄도해오고 있다.

놈들의 모습을 살폈다.

이 요새의 동, 남, 북 삼면을 감 싸안듯이 적의 대군이 전진해오고 있다.

각 방면에 접근해 오고있는 적의 병력은 제각기 2만.

세 방면을 합쳐 6만에 이르는 거대한 군세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인간의 파도네."

6만의 병력이 무수히 많은 공성 병기들을 이끌고, 삼면으로 짓쳐들 어오고 있는 것이다.

"투석공격도, 마법도 통하지 않으니 본격적으로 병력을 갈아넣겠단 이야기로군."

놈들은 지금 파상공격을 펼치고 있다.

요새 공략에 과도하게 병력이 밀 집된다면, 기동공간이 협소해 제대로 된 전투력 발휘가 힘드니.

다수의 제파로 이루어진 부대를 간격을 두고 순차투입해, 공격측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요새나 성채 공략에서 가장 기본적인 전술.

하지만 결코 쉬운 전술은 아니다.

각 제파의 간격을 정밀히 조율해 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각 제파 간 간격이 너무 협 소하다면 기동공간 부족으로 전투력 이 약화될 것이요, 반대로 간격이 너무 멀다면 축차투입의 형상이 되어 안 하느니만 못한 꼴이 나버리 니.

그런 의미에서 적은 파상공격에 꽤나 능숙해보였다.

부우우우우--.

전진에서 길게 울려퍼지는 다수의 뿔피리 소리. 다시금 우수수 올라오는 붉은색 깃발. 전진하는 적의 병력.

연방군 제2파 또한 전진을 시작했다.

"적 지휘관. 확실히 졸장은 아니야. 제파식 전술의 간격이 꽤나 좋아."

"… 화살공격을 가할까요?"

"아니. 아직이다. 놈들이 사거리에 닿지 않았어. 화살공격을 가하는 건 놈들이 확실히 사거리에 들었을 때다. 지금은 일단 발리스타를 운용하 지. 적의 공성병기부터 파괴해."

"명령을 따릅니다."

콰앙! 쾅! 콰아앙!

요새의 발리스타들이 적을 향해 투사체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전진! 전진하라!"

"공성탑을 밀어!"

"각 부대! 대열을 유지하라! 대열을 흐트러트려서는 안된다!"

연방 1제대 병사들이 전진한다.

그들이 방벽차에 몸을 숨기고, 공성탑과 사다리차를 밀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전진은 곧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발리스타 공격이다!"

요새에서 발리스타 공격이 시작되 었기 때문에.

콰아아앙!

묵직한 파공음. 두껍고 길죽한 쇠창이 날아온다. 그에 방벽차를 밀고 있던 병사의 두 눈이 크게 떠졌고, 퍼억!

그의 머리통이 사라졌다.

발리스타 투사체가 그의 머리를 터트리듯 관통해 방벽차의 바퀴에 꽂힌 것이다.

그런 발리스타 투사체가 쉼 없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퍼억! 콰직! 우지근!

커다란 쇠창이 각종 병기들을 타 격하기 시작했다.

방벽차가 망가져 주저앉고, 사다 리차가 토막났다. 공성탑의 기둥이 박살나 무너지려 한다.

"공성탑! 공성탑이 쓰러진다!"

"피해!"

콰르르르르르!

공성탑이 무너져내리며 굉음이 일었다.

내부에 탑승해있던 병사들은 물론, 공성탑을 밀고 있던 병사들이 파편에 파묻혀 압사했다. 수십의 병사들이 힘없이 절명한다.

물론 제국군 요새에서는 단순히 발리스타 공격만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화살! 화살공격이다!"

"방패 들어 올려!"

"방벽차 뒤에 몸을 엄폐하라!"

연방군 1제대가 충분히 접근하자, 요새 위에 올라있던 제국군 궁병대 가 일제사격을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수천 발의 화살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연방군 병사들을 우르르 죽 여나갔다.

이곳저곳에서 병사들의 경악성과 신음소리가 울린다.

위풍당당하게 발맞춰 걷던 그들의 전진속도가 하나둘 굼떠진다.

연방측 병사들 사이로 공포가 전 염되어갔다.

허나 그들은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곳에 있다가는 모조리 죽을 뿐 이다!"

"움직여! 발을 멈추지 마라!"

"위대한 연방의 군대는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

서걱. 콰직.

연방군 부대에 소속되어있던 독전 관들이 장검을 빼들고 멈춰선 병사들을 하나씩 죽여갔다.

제 아군을 죽여서라도 전진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전진하지 않는다면 죽을 뿐이다! 가라! 가서 저 요새를 함락시키는 거다!"

"부대 전진! 전진하라!"

"으아아아아!"

연방의 병사들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겨, 요새를 향해 나아갔다.

발리스타에서 쏘아진 투사체가 공성병기를 부수고, 비처럼 떨어지는 화살들이 그들을 착실히 죽여나간다.

대지에 무수히 많은 시체와 공성 병기의 잔해들이 널브러졌다.

그런 피로 물든 대지를 넘어, 연 방군은 마침내.

요새 성벽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적의 제1파! 성벽에 도달했습니다!"

"공성탑과 사다리차가 놓여집니 다! 놈들이 곧 성벽 위로 올라올 것 입니다!"

장교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역시나 쓸모없는 보고였다.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있었으니까.

"성벽 위 궁수들을 사격을 계속하라. 근접 전투병들은 전투태세 갖추 고."

"근접전투 준비! 무장을 확인하 라!"

"창칼 꺼내!"

철그럭, 철컥, 척.

병사들이 장검과 창을 꺼내들고, 방패를 들어올렸다. 그들이 쥐어든 병장기가 정오에 이른 햇빛을 반사 해 반짝인다.

직후.

덜컹! 쿠웅!

성벽에 붙었던 공성탑들의 문짝들 이 일제히 열리고, 다리가 놓이는 소리.

공성탑 내부에 자리해있던 연방군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성벽에 도달했다! 돌진! 성벽 위 의 제국놈들을 쓸어버려라!"

"비열한 제국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거다!"

놈들이 기세 좋게 도약해 하나둘 성벽 위에 착지해온다.

물론 적이 성벽 위에 올라오는 수단은 공성탑뿐만이 아니었다.

"올라가! 올라가란 말이다!"

"놈들이 화살을 쏘아댑니다!"

"빌어먹을-! 방패 올려라! 머리 위를 가려!"

"아아아악!"

성벽에 붙은 사다리차들을 통해 연방군 병사들이 성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공성탑에서 튀어나오고, 사다리를 오르며, 성벽 위에 도달하는 연방군 병사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놈들을 가만히 놔두지는 않는다.

"아직 성벽 위에 올라온 적병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밀어! 밀어붙여라!"

"오오오오오오!"

제국군 병사들은 성벽 위에서 미리 전투진형을 이룬 상태였다.

반면 연방군은 성벽 위에 오르기 만 급급해 미처 대열을 이루지도 못 한상태.

"죽여어어어!"

제국군 병사들이 창칼을 꼬나쥐고 적을 처치해나가기 시작했다.

놈들이 갈려나간다.

퍼억! 서걱. 후드득.

창이 적병의 복부를 꿰뚫고, 장검 이놈들의 전신을 난자했다. 방패에 밀려 뒷걸음질 친다.

연방군 병사들 또한 창칼을 휘둘러 이쪽의 대열을 파훼하고자 했지만, 애시당초 적의 진형은 난잡하게 어그러져 있는 상태였다.

집단으로서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는 없었다.

"밀어라! 놈들을 성벽 밖으로 떨어뜨리는거다!"

제국군 백인장 장교가 외치고, 병사들이 방패로 놈들을 밀며 압박했다.

방패의 사이사이에서 튀어나온 창 칼이 그들을 찌르고 베어댄다.

그에 주춤주춤 뒷걸음치던 연방군 병사들.

"떨어, 떨어진다!"

"으아아아아아!"

그들이 하나둘 죽어 나자빠지거 나, 성벽 바깥으로 밀려나 낙사했다.

이런 광경이 성벽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꾸역꾸역 몰려오는 연방의 병사들. 그들과 맞서 싸우며 몰아치는 제국군 병사들.

궁수들은 쉼 없이 시위를 당겨대 며 성벽 아래에서 기어 올라오는 적을 죽여나가고, 창칼을 쥐어든 근접 보병들이 성벽 위의 적을 물리쳐간다.

나 또한 장검을 휘둘러 전투에 참여했다.

서걱!

"꾜륵…!"

연방군 백인장의 모가지에서 피가 치솟는다.

녀석이 제목을 감싸쥐며 주저앉고, 나는 계속해 장검을 휘둘렀다.

"적 사령관이 여기 있다! 놈만 죽 인다면 전공을…!"

콰직! 후드드득.

"으윽!"

"아아아악!"

내 검날이 움직일 때마다 핏물이 치솟고, 적병이 죽어 나자빠졌다.

오러조차 운용하지 않았음에도, 일반병사들은 내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상급 검술을 제까짓 놈들이 당해 낼 수는 없으니까.'

퍼억!

적 병사의 심장에 검신을 꽂아넣고, 손잡이를 비틀었다. 놈의 심장이 난자당함과 동시에 축 늘어진다.

털썩.

쓰러지는 놈의 시체. 나는 검을 휘둘러 핏물을 털어낸 뒤. 다음 적을 찾아 나섰다.

철퍽, 철퍽.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울리는 물 소리. 적의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가 성벽 위 이곳저곳에 자리해있다. 붉은색 발자국이 석제 타일 위에 찍힌다.

나는 걸어가며 생각했다.

'제1파는 대충 정리했다.'

시선을 돌려 주변의 모습을 확인 해본다.

성벽 위에 수없이 쌓인 연방군의 시체들. 그리고 그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시체가 성벽 아래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거나 전투 의지를 잃고 도주하고 있다.

무려 6만으로 이루어진 적의 제1제대였다.

성형요새의 방호력과 휘하 병사들 의 분투 덕에, 천 이하의 손실로 놈 들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점차 놈들을 막아내기 힘들 것이다.'

이미 상당량의 발리스타 투사체를 소모했다.

더해 성벽 위에 올라온 연방놈들 이 발리스타부터 부수기 시작한 탓 에, 삼분지 일에 달하는 발리스타들 이 파괴되어 무력화된 상황.

뿐만 아니라 성벽 이곳저곳에 자리해있는 공성탑과 사다리차들까지.

적이 성벽 위로 오를 수 있는 '길'이 생겨버렸다.

물론 병사들이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대 그것들을 점차 처리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모조리 불태워 없앨 수는 없었다.

이미 성벽에 붙은 사다리차와 공성탑에 수가 너무 많으니까.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들을 운용 하기 시작하겠지."

뻔한 일이었다.

연방측의 기사전력은 많다.

아마도 적 지휘부는 일반 병사들을 갈아넣어 이쪽의 성벽 위를 안전 하게 확보한 다음, 기사전력을 투입 해 단숨에 돌파할 심산이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30시간 동안 버텨야 하는데 ."

마이사가 이끄는 주력군이 도착하 기까지 약 30시간가량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이 요새를 사수해, 연방 군의 전진을 지연시켜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할만 하다.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사령관 각하! 2파가 옵니다!"

"… 보급조! 화살과 발리스타 투사 체를 수송하라!"

"궁병대! 적이 사거리 내에 든다 면 일제 사격이다! 화살 장전!"

요새 방어전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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