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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11화 (311/390)

311화.

연방군은 계속해 서쪽으로, 서쪽 으로 나아갔다.

60만에 달하는 대군이 골짜기를 타고, 때때로 산과 능선을 넘어가 며.

준수한 속도로 대산림지대를 주 파했다.

그리하여 연방군은 마침내 엘프 의 숲 초입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령관 각하! 도대체 저건 뭡니까?!"

한 장교의 경악성에, 바로 옆에서 있던 헤르베르트는 무어라 답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크고 이상한 구조물은 난생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크고… 기괴하군."

마치 톱니바퀴를 옆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뾰족뾰족 튀어나와있는 성벽.

성벽은 꽤나 견고하고 높았으며, 그 위에는 발리스터로 보이는 물건 들이다닥다닥 자리해있었다.

그런 커다란 구조물이 시야에만 3개 정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엘프의 숲 초입을 가로막는 것처럼, 하나의 선을 이루며 길게 이어져있는 것이다.

잠시 그 커다란 건축물의 모습을 살펴보던 헤르베르트.

그가 나직이 읊조렸다.

"아무래도 요새로 보이는군."

"요새라기엔… 모양이 너무 괴상 합니다만."

"커다란 석제 성벽에, 위에는 발리 스타가 설치되어있다. 비록 처음 보는 양식으로 지어진 것 같다만… 저건 분명 요새다."

"요새…. 확실히, 요새라고밖에 볼 수 없군요."

헤르베르트의 말에 참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구조물은 명백히 방어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저 정도로 드높은 성벽과 위에 올려진 발리스타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요새 외의 쓸모가 떠오르지 않았다.

헤르베르트의 말을 경청하던 참 모들이 하나둘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참 비효율적으로 지어 진 요새로군요. 굳이 저렇게 삐죽삐 죽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만. 쓸데없이 자제를 낭비한 꼴이나 다름없습니다."

"맞습니다. 저런 비효율적인 요새 하나를 지을 자제라면 동급 대형요 새 두 개는 축성할 수 있을 터인 데."

"엘프의 축성법으로 지어진 건물 아니겠습니까? 녀석들은 제대로 된 전쟁을 겪어보지 못했으니 . 효율적인 축성술 따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저 쓸데없이 삐죽거리는 성벽들 도 순전 과시용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뾰족뾰족하게 튀어나온 게 꽤 위압감을 품고 있긴 하군요. 그래봐야 우리 연방의 정병들에게 금세 함락당 할 것이 뻔합니다만."

연방 참모들의 목소리에는 상대 를 얕잡아보는 비웃음이 그득했다.

사실, 저들의 값싼 언동은 주변에 듣고 있는 병사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말이었다.

미지의 적을 어떻게든 홈잡고 깎아내리고 아군의 우월성을 드높여, 밑바닥까지 처박힌 아군의 사기를 조금이나마 끌어올리고자 하는 발 악이었던 것이다.

물론 말 그대로 발악이었을 뿐이 었지만 말이다.

헤르베르트는 자신의 주변에 도 열해 있는 참모들에게서 시선을 떼, 멀찍이 떨어져 있는 병사들의 안색을 살폈다.

그의 미간이 좁혀진다.

'역시. 겁먹고 있군.'

병사들의 표정은 역시나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마침내 엘프의 숲에 당도했는데, 낯선 요새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으니 .

미지는 공포를 부른다.

견고하고, 위협적이면서도, 정체 를 알 수 없는 성벽은 병사들의 사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또한 요새의 크기로 볼 때, 한 요새당 적군이 1만은 충분히 주둔 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 것이 눈앞에만 3개나 자리 해있으니 .

헤르베르트가 생각한다.

'적은 저 3개의 요새를 중심으로 방어선을 펼치고자 하는군.'

분명 저 요새로 인해 많은 전상 자가 나올 것이다. 본래 전쟁이란 방어측이 훨씬 유리하니까.

그럼에도 헤르베르트는 공략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우회하면 그만이다. 주변은 비교적 평탄한 편. 숲이 울창하긴 하다 만, 개간해 새로 길을 뚫는다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도 놈 들의 영역 안으로 파고들 수 있을 터.'

그는 우회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철저한 방비를 끝마쳐둔 적과 충돌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아무리 이쪽의 전력이 방대한들, 쓸모없는 손실을 감수해가며 정면 돌파할 필요는 없을 터.

헤르베르트는 군의 방향을 크게 돌려, 저 요새들을 우회해 진군할 심산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는 모르고 있었다.

- 사령관 각하! 정찰결과 보고 드립니다!

엘프측이 축성해놓은 요새는 저기 보이는 3개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의 품속에 넣어놨던 통신수정 구에서 한 고위 장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확인된 적의 요새는 도합 10개! 모두 예의 그이상한 형식으로 건축되어 있으며, 각각 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규모입니다.

엘프와 드워프가 미리 축성해놓 은 요새는 무려 10개에 달했다.

그것도 엘프의 숲 외곽을 빙 둘 러쳐, 각각의 진입로를 확실히 틀어 막듯이 말이다.

- 전진할 만한 길목과 골짜기에는 어김없이 요새가 건설되어있습니다.

- 우회할 만한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장교의 보고에.

"빌어 처먹을."

헤르베르트는 나직이 욕지거리를 뇌까렸다.

연방군은 반드시 요새 하나 이상을 함락해야지만 진군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헤르베르트가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요새를 노려본다.

엘프의 숲 외곽에 설치된 열 개 의 성형요새.

그중 다섯 번째, 방어선의 정 중앙에 자리해있는 요새 성벽 위.

"연방놈들. 군영을 펼쳤군."

나는 동쪽을 바라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요새의 동쪽 방향에 연방군의 군 세가 나타났다.

확실히, 놈들의 수는 너무나도 많았다.

지평선을 가득 채울 기세로 펼쳐 져 있는 연방측의 군영.

형형색색의 군용 막사가 빼곡히 들어차있고, 우수수 솟아오른 수많 은 군기가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펄럭인다.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야영을 준비하고 있다.

절로 혀가 내둘러진다.

"60만이라…."

정말 미친 숫자였다.

저 정도의 병력이 주둔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숲을 개간하고 있다.

나무를 베고, 길을 만들며, 천막을 세워댄다.

식사를 준비하는 와중일까. 하나 둘 불을 피우고 있다.

한 줄기씩 올라오는 모닥불의 연기가 하늘높이 수천, 수만 줄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60만의 대군이 지평선 가득 펼쳐 져 있는 광경이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나는 시선을 돌려 아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 미쳤어. 60만이라니."

"숫자로 들었을 때는 감이 안 잡 혔습니다만. 실제로 보니, 정말 이 길 수 있을지…."

"적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번 전쟁, 정말 우리 제국이 이길 수 있는겁니까?"

성벽 위에 올라서 있는 병사들이 두런두런 대화하는 소리가 내 귀에 잡혔다.

그들은 명백히 동요하고 있다.

60만이라는, 실로 체감하기 어려운 숫자를 직접 목도하게 되니 겁에 질릴 수밖에.

하지만 저들은 그리 머지않아 깨 닫게 될 것이다.

'숫자는 전쟁의 일부에 불과하다.'

많은 수의 병력. 역사상 모든 군 관이 바라는 승리의 요소.

하지만 전쟁이란 쪽수로만 이루 어지는 것이 아니다.

병사들의 사기, 보급, 장비, 개개인의 정예도, 지휘관의 역량.

심지어 주변의 지형과 날씨까지.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비록 놈들이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지녔다 한들, 이쪽은 가공할 만 한 정보력과 미리 준비된 튼튼한 요새를 가지고 있다.

승산은 결코 적지 않다.

나는 품속에서 통신수정구를 꺼내들어 회선을 연결했다.

"마이사. 연방군이 군영을 펼쳤다. 역시 직접 보니, 수가 더럽게 많은데."

그녀의 대답이 들려온다.

- …그래. 60만이나 되니 꽤나 압도적인 광경이겠지? 한지훈.

"어. 지평선 전체가 놈들의 군영 으로 꽉 들이찼다. 연방의 군영이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져 있어."

- 장관이겠구나.

"아주 장관이야."

- 나도 그 경관을 보고 싶었는데 . 아쉽구나.

"너는 세계수에서 대기해야지. 나중에 놈들이 쳐들어올 때 그때 보 려무나."

지금 마이사는 요새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 세계수 인근에서 대기 중인 상태였다.

물론 전략의 일환이었다.

이렇게 넓은 전선이 펼쳐진 경우 수비측은 공격측보다 병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공격측은 해당 지역을 돌파하기 위해 병력을 집중할 수 있는데 반 해, 수비측은 드넓은 영역 전체에 병력이 흩어져 있게 되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일종의 기동방어 전략을 수립했다.

10개의 요새에 각각 1만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요새를 사수토록 한다.

나머지 18만 주력군은 엘프의 숲 중앙, 세계수 인근에서 대기.

적이 쳐들어와 놈들의 전력이 한지점에 집중되었을 때, 요새는 수성전을 벌이며 적의 진군을 지연시킨다.

요새가 적을 지연시키는 동안 세계수 인근에 대기 중이던 아군 주력이 기동, 놈들을 친다.

이렇게 한다면 적이 전선돌파를 시도할 때, 아군 또한 병력을 전투 지역에 집중시켜 놈들의 전진을 막 아낼 수 있다.

'그래서 요새 건설에 꽤나 힘을 쏟았지.'

이 기동방어 전략에서 가장 중요 한 것이 다름 아닌 요새였다.

요새는 아군 주력군이 도착할 때까지 적을 저지해야 한다.

내가 지구의 지식까지 꺼내 보이 며 요새의 완성도에 열을 올린 이유가 바로 이때문이었다.

아군 주력이 도착하기도 전에 요새가 함락당해버린다면, 제대로 된 방어전을 치룰 것도 없이 전선이 그냥 돌파당하고 마니까.

요새는 가능한 튼튼하게 만들어 야 할 필요가 있었고.

다행히 완성된 요새는 썩 만족스 러웠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많은 수의 적이 공성전을 걸어온다 한들 아군 주력이 도착할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나는 다시금 시선을 돌려 동쪽, 연방의 군영을 바라봤다. 안구에 시력을 강화해 놈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본다.

아직까지 통신회선이 연결돼있는 마이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놈들이 공성장비를 만드는 게 눈에 보인다."

나무들이 우수수 사라지고 있다.

연방놈들이 엘프의 숲 초입에 널 린 나무들을 하나둘 베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공터에 만들어지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공성 병기들.

"방벽차, 공성탑, 파성추. 저건 투석기인가? 확실히, 놈들의 수가 많다보니 공성무기가 만들어지는 것도 순식간이구만."

- 벌써 공성장비를? 허, 연방의 머저리들. 성질도 급하구나. 군영을 펼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적어도 하루 정도는 단순히 군영만 펼쳐 병사들을 휴식시키리라 여겼다만….

"그만큼 마음이 급해졌다는 이야기지. 요새가 무려 열 개나 자리해 있으니 , 어서 돌파하고 싶을 것이고."

- 하긴. 초조할 수밖에 없을거야. 게다가 수십만 병력의 병참이 부담 되기도 할 테고, 기동전으로 많은 병력을 잃어 사기마저 많이 하락했을 터이니.

"한시라도 빠르게 제대로 된 승리를 거두어 사기의 반전을 얻고자 하는거지."

- 멍청하긴 한데, 이해는 되네. 물론 나라면 절대 저러지 않겠지만.

적 지휘관의 초조함이 연방군의 움직임에서 훤히 보인다.

막 행군을 마치고 군영을 펼친 휘하 병사들을, 쉴 틈조차 주지 않 고 공성병기를 만들게 하는 꼴이란.

마이사가 웃음기어린 목소리로 말해온다.

- 적 지휘관의 성향은 대충 알 것같아. 더 이상 볼 것도 없는데 ?

"그래. 연방은 시답잖은 전초전 따위로 시간을 질질 끌지 않고, 한번에 밀어붙일 심산이다."

물론 나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놈들이 간을 보듯 전초전을 벌였 다면, 금세 이성형요새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파훼법을 고심했겠지만.

전초전 따위 없이 단번에 밀어붙인다면?

놈들은 처음 마주하는 성형요새 의 악랄함 앞에서 줄줄이 갈려나갈 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놈들은 근시일 내에 우르르 쳐들어올거다. 마이사, 긴장하고 언제든지 움직일 준비를 해놔. 녀석들이 쳐들어오는 즉시 주력군 이 움직여야 하니까."

- 알았다, 한지훈. 믿고 맡겨줘.

"그래. 통신 종료."

마이사와의 통신을 끊고 나는 연 방군의 군영을 바라본다.

조금씩 해가 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연방군은 멈추지 않 고 공성병기를 만들고 숲을 개간하고 있다.

아마 하루나 이틀 뒤 놈들은 모든 전투준비를 끝낼 것이고, 이후 쳐들어올 것이다.

수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요새를 향해 전진해오겠지.

나는 그때를 기다렸고.

그리고 삼일 후.

"사령관 각하! 연방군이 대규모 기동을 실시했습니다!"

놈들이 진격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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