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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304화 (304/390)

304화.

동부 해안가를 완전히 장악한 연 방군. 그들은 서서히 서쪽으로 진군 하기 시작했다.

연방군의 진군 경로는 무려 십여 개에 달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려 백만에 달하는 대군의 진격이었으니 .

별다른 대로가 없는 중앙대륙의 특성상, 병력을 쪼개고 쪼개 진군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방군의 중앙행군로, 연방 군사령부가 있는 장소.

- 제국놈들. 역시 이쪽의 측면을 노리고 있군.

크라함이 붉은색 보석을 쥐어들 고는 그리 읊조렸다.

파직, 파지직.

크라함이 쥐어들고 있는 보석에서는 검은색 스파크가 번뜩였다.

그가 쥐고 있는 붉은색 보석.

키메라 엘프의 눈두덩이에 박혀 있던 보석이었다.

그것은 강화된 안구임과 동시에,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는 메모리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키메라 엘프는 지성이 없으니 말을 할 수 없고, 말을 할 수 없으니 이렇듯 직접 보석 속 기록내용을 읽어 정찰 성과를 파악해야 한다.

한동안 정찰 성과를 파악하던 크 라함이 지도를 살폈다.

- 지금까지 파악된 제국군의 위치는 이곳, 그리고 이곳인가.

그가 지도위에 제국군의 위치를 표기했다.

현재 연방군이 자리해있는 동쪽 의 보다 남쪽으로 치우친 장소. 전진하는 연방군의 좌익 방향.

그쪽을 향해 제국군이 진군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라함이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역시. 엘프란 종족은 정말 괜찮은 소재로다.

그의 시선이 내려가, 바닥에 부 복해 있는 키메라 엘프에게로 향했다.

역시나 흉한 외양이다.

검은색 피부에 눈 대신 박힌 붉은 보석, 네 개에 달하는 팔.

괴물 그 자체다.

그런 키메라 엘프를 바라보는 크 라함의 시선에는 한 치의 불쾌함조 차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작품들 중 하나였으니 , 불쾌할 리 없다.

크라함이 시선을 돌려 사령부 막 사에 한켠에 자리해있는 이, 헤르베 르트 방겐하임 공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보다시피. 키메라 엘프를 활용 해 제국군의 탐지를 성공했다.

"… 그렇군."

크라함과 키메라를 바라보는 헤 르베르트의 눈동자에는, 진한 불쾌와 혐오의 감정이 담겨있었다.

다름 아닌 흑마법사가 키메라를 다루는 광경이다. 평범한 인간으로 서 혐오가 올라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헤르베르트를 바라보며 코 웃음 친 크라함.

그가 이어 말했다.

- 아직도 키메라를 사용하는 것 이 꺼려지나보군. 헤르베르트 사령관.

"생명을 재료로 한 생체 병기다. 단순히 꺼려지는 것을 넘어, 혐오감 마저 드는군. 할 수만 있다면 모조리 불태워 없애버리고 싶다."

- 이 '성과'를 보고도 아직 그런 말이 나올 줄이야.

크라함이 클클 웃으며 지도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방금 전 제국군 의 위치를 표기해놨던 지도였다.

- 너희 인간 병사들이 결코 지닐 수 없는 정찰능력을 지닌 것이 바로 이 키메라 엘프들이다. 만약 네 놈의 주장대로 키메라 엘프 대신 보병 정찰병들을 투입했다면, 놈들 의 진군을 결코 알아차릴 수 없었 겠지.

크라함의 말에 헤르베르트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차마 인정하고 싶진 않았지만. 명백한 사실이었으므로.

이곳 중앙대륙의 대산림지대에 진입한 지 벌써 일주일이다.

그리고 대산림지대는 인간 병사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가혹한 환경 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나무와 수풀무더 기.

머리 위로는 나뭇잎들이 틈새 없이 들어차있어, 햇빛이 거의 스며들 지 않아 시야가 어둡다.

노면은 울퉁불퉁한데다 온갖 잡풀이 나있어 행군에 최악이었다.

때문에 지금 연방군으로선 정찰 병을 운용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많은 수의 정찰대를 운용 한다 한들, 원체 지형 환경이 좋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정찰정보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크라함이 운용하고 있는 키메라 엘프는 달랐다.

나무를 타고 빠르게 움직이며.

안구를 대체한 붉은색 보석으로 인간의 눈보다도 훨씬 넓은 곳을 보고 어둠속에서도 선명한 시각정 보를 얻는다.

때문에 숙련된 정찰병들조차 실패할 정찰 임무를, 키메라 엘프들이 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완수해낼 수 있다.

- 그만 저항하고 이만 인정해라, 헤르베르트 사령관. 네놈의 하찮은 병사들보다도 이몸의 키메라들이 훨씬 유용하니.

"제길…."

- 계속 대립각을 세워보려는 것 인가.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어 차피 네놈의 군대는 고기방패에 불과하니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

드르륵.

크라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령부 막사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는 크라함. 그가 출구로 향하는 천막을 걷어 빠져나가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 어차피 이전쟁의 주역은 우리 볼라바아 학파의 것이니 말이다.

펄럭.

크라함이 사령부 막사 밖으로 빠져나가고, 헤르베르트는 신음성을 흘렸다.

그가 허탈하게 읊조린다.

"… 전쟁의 주역이 우리 연방군이 아닌, 흑마법사들이라니."

헤르베르트는 시선을 돌려, 사령 부 막사 한켠에 교차돼 걸려있는 커다란 깃발을 바라봤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연방국기.

자신이 오랜 시간 몸담아왔던 국가의 깃발이었다.

"인간의 적 흑마법사와 협력하시 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통령 각하…."

그의 혼잣말이 사령부 막사를 울린다.

제국군은 계속해 진군했다.

내가 이끄는 제3군이 향하는 방향은 동쪽. 적의 후방을 치기 위해, 빙 우회해서 돌아가는 와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전진했을까.

나는 휘하 마법사들의 보고를 들을 수 있었다.

"흑마나 탐지되었습니다!"

"방향은 북 110! 개체는 하나입 니다!"

"속도가 몹시 빠릅니다만…."

그들의 보고에, 나는 고개 돌려 마법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커다란 수정구를 바라봤다.

마법사들은 커다란 회색 수정구에 쉼 없이 마나를 퍼부어가며 오랜 시간 운용하고 있었다.

저 수정구의 정체는 혹마나 탐지 기였다.

현대 지구의 레이더처럼,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물체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아티팩트.

탐지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흑마 나를 지닌 존재다.

수정구에서는 검은색 점이 북쪽 방향에서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메라 엘프로군."

수정구에 떠올라 있는 검은색 점 의 속도가 심상치 않다.

이 울창한 숲속에서, 저토록 빠르게 움직이는 단일 개체의 흑마나 를 품은 존재라.

놈이 키메라 엘프라 추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놈을 요격해야겠지."

나는 품속에서 통신수정구를 집 어 들었다.

키메라 엘프를 사냥해야 한다.

놈이 이쪽을 정찰한 뒤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이쪽의 기동 정보가 적의 손에 들어간다.

그렇게 놔둬서는 안 되니.

나는 지시했다.

"요격조를 놈들의 경로에 매복시킨다. 미리 편제해놨던 대로다."

- 궁병 50, 전투병 50, 그리고 기사 둘 맞습니까?

"그래."

-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요격 조를 매복시켜 놈을 제거하겠습니다.

"반드시 놈을 처치해야 한다."

나는 통신을 끊고는, 천천히 걸 어 행군대열의 최선두를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서는 접근 중인 키메라 엘프를 사냥할 요격조 병사와 기사들 이모여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그들을 통솔하던 기사와 장교들이 척 경례했다.

"사령관 각하를 뵙습니다! 무슨 용무십니까?"

"첫 요격전이니 직접 참관하려 고."

이번이 키메라 엘프를 '사냥'하는 첫 번째 전투였다.

첫 요격전이니 만큼, 어떤 실수 나 취약점이 있을지 모른다.

때문에 나는 직접 전투장면을 참 관해 보완할 것이 있나 확인하고자 한다.

내 말에, 기사들이 척 경례했다.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각하 께서 직접 지켜보시는 만큼 실수 없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위험하니 오지 마라는 소리는 나 오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이 활짝 펴진 것이, 내가 그들과 함께 간다는 것에 안심하는 것 같았다.

이래 뵈도 나는 제국군 최강의 무력이니.

든든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거

"좋아. 준비 다 됐으면 출발해."

"명령을 따릅니다!"

철그럭, 철컥, 저벅.

병사와 기사들이 출발했다. 나 또한 그들을 따라 이동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미니맵을 살펴 본다.

'방향은 잘 아네.'

병사들을 선도하는 기사와 장교 들의 진행 방향은 틀어지지 않았다.

하긴. 제국제 나침판과 엘프의 간이 전술지도를 지니고 있으니 .

단련될 대로 단련된 북부군에서, 길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는 허술한 장교는 없다.

그렇게 그들은 한참을 걸어갔고, 어느 지점에서 몸을 멈춰 세웠다.

"이곳에서 매복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그들의 결정에 수긍했다.

그들이 멈춰선 곳은 확실히 매복에 유리한 지형이었다.

수풀이 충분히 우거져있어 몸을 숨기기에 좋았고, 반면 주변 나무들은 나뭇가지가 비교적 가는 편이라 키메라의 행동을 제약하기 좋았다.

숨기 좋고 적을 치기 좋은 지형.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매복, 매복해!"

"창칼은 꺼낸 채 천으로 감싸 반 사광을 억제하라. 쇳소리 내지 말 고."

"궁수, 시위에 화살을 먹여 놔라. 신호하는 즉시 사격해야 한다."

"적의 청각 또한 극도로 민감하다. 조금이라도 소음을 내서는 안된다."

병사들이 바스락거리며 수풀 안쪽으로 몸을 숨긴다.

나는 그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약간 떨어진 장소에 몸을 숨겼다.

이제 저들은 키메라 엘프를 기다 릴 것이고, 놈이 등장한다면 일제히 일어나 기습할 것이다.

그렇게 나와 병사들은 몸을 숨긴 채 키메라 엘프를 기다렸다.

기다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키아아아아아!

북쪽 방향에서 울려오는 괴이한 소리.

'키메라 엘프.'

놈이 오고 있다. 나는 내 시야를 가린 수풀을 살짝 젖혀, 병사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기다 리고 있다.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적이 자신들의 바로 위를 지나가기를.

적막 속, 오직 키메라 엘프의 괴 성만이 고막을 자극한다.

- 키이이이이? !

놈의 괴성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등장하는 녀석의 모습.

파악! 팍! 파악!

녀석은 원숭이처럼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가며 빠르게 남쪽 방향 으로 향하고 있었다.

놈이 퍽 빠른 속도로, 병사들이 매복해있는 수풀 위를 지나가려 한다.

그리고 그때.

"지금! 지금이다!"

병사들을 지휘하던 장교의 목소리가 울리다.

그러자 수풀 속에서 우수수 일어 서는 제국군 병사들.

궁병들이 재빨리 시위를 당겨 활을 조준했다.

- 키익?

갑작스러운 제국군 병사들의 등장에, 순간 주춤한 키메라 엘프.

아무래도 당황한 것 같다.

그 잠깐의 당황은 치명적이었다.

"사격!"

피피피핑!

수십의 화살이 놈에게 쇄도했다. 하지만 녀석은 기민했고, 팔 또한 네 개였다.

- 캬아아아악!

놈이 네 개에 달하는 팔뚝으로 화살들을 쳐내고, 몸을 비틀어 화살 들을 피해냈다.

직후 녀석의 붉은 시선이 이쪽을 돌아본다.

급격히 진해지는 녀석의 핏빛 안 광.

자신을 공격한 적의 병사들이 고작 백여 명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 차리자, 전투의지에 불이 붙은 것이다.

본래 키메라란 놈들의 습성이 저렇다.

비록 정찰임무를 부여받았다 할 지라도, 자신을 공격한 이들을 충분히 죽여 없앨 수 있다 여긴다면 주 저 없이 전투에 진입하는 것이다.

흑마나에 침식된 키메라가 원체 호전적이기 때문에 지니게 된 습성 이었다.

궁병대를 지키기 위해 나머지 오십의 병사들이 창칼을 꺼내들었다.

- 캬아아아아악!

키메라 엘프가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려와 병사들을 향해 쇄도해왔다. 놈이 네 개에 달하는 팔을 번 쩍 치켜들고 공격해온다.

하지만 저들 병사들은 키메라의 시선을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으니 .

키메라가 병사들을 향해 돌진해 갈 때.

"… 오오오오오!"

그들의 좌우에 숨어있던 기사 둘 이 함성을 내지르고, 동시에 오러를 끌어올렸다.

화르륵.

일렁이는 청색 불꽃.

청아한 오러의 광휘가 어둑한 음 영 속에서 피어오른다.

그제야 키메라는 저들 중 기사들 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만.

놈의 깨달음은 너무 늦었다.

콰직! 서걱! 우드득.

기사들이 달려들어 장검을 휘둘 렀다.

푸른색 궤적이 그어지고, 키메라 엘프의 팔다리가 잘렸으며, 목이 떨 어졌다.

놈의 검은색 핏물이 후드득 지면에 쏟아져 내린다.

나는 만족해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

궁병대가 시선을 끌고, 근접보병 이놈을 방심시켜 유인케 한 뒤, 인근에 숨어있던 기사들이 나서 놈을 제압한다.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강한 무력을 지닌 키메라 엘프이지만, 녀석은 전투력보다는 민첩에 집중한 개체다.

그렇기에 두 명의 기사라면 능히 제압할 수 있다.

나는 바닥을 구르는 키메라 엘프 의 머리통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별다른 보완점이 필요 없겠는데 ."

단일개체의 정찰용 키메라 엘프 라면, 이 정도의 조치만으로도 놈들을 사냥하고 정찰을 막을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시했다.

"좋아. 저 키메라 시체 불태우고, 본대로 복귀한다."

이렇게 적의 키메라 엘프를 탐지하고, 요격전을 반복한다면.

연방측에게 들키지 않고 놈들의 배후로 파고들 수 있다.

요격조가 본대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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