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300화 (300/390)

300화.

중앙대륙, 동부 해안가.

엘프의 연안요새들 중 하나.

"놈들을 막아라!"

"화력을 쏟아 부어!"

"정령사, 마법사! 쉬지 말고 놈들 의 함선을 공격하라! 놈들이 상륙 하게 놔두어서는 안된다!"

그곳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푸른색 섬광이 번뜩이고, 마법이 발현되었다. 다양한 속성 마법이 공기를 꿰뚫고 날아갔다.

어떤 것은 전격, 어떤 것은 얼음 창, 어떤 것은 화염구슬.

그것들이 공기를 가르고, 바다를 미끄러지듯 쇄도해 오고있는 연방 의 함선들을 맞췄다.

콰앙! 콰콰콰쾅!

폭발이 일고 불길이 치솟았다. 연방의 전투함과 수송함들이 연안 해안가에서 하나둘 침몰해갔다.

요새를 지휘하던 엘븐 가디언들 중 하나이자, 짧은 갈색 머리카락을 지닌 남성 엘프 검사 '파에드'.

그는 해안가를 바라보며 으득 이 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연방놈들…! 드글드글 몰려오는군!"

그의 녹색 눈동자에 적의가 서렸다.

몰려오는 연방군의 전투함과 수송함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무려 백오십여 척.

넉넉잡아 십만이 넘는 적의 병력 이해안가로 상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에 엘프 마법사와 정령사들이 마나와 자연력을 끌어 모아, 각종 마법과 정령술을 부려 상륙을 시도 하는 연방의 함선들을 하나둘 침몰 시켜갔지만.

적의 물량이 너무 많았다.

덜컹!

마침내 연방의 함선들이 해안가에 닿았다. 선박의 앞뒤에 자리해있는 커다란 문짝이 쿵 내려앉는다.

직후,

- 와아아아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배에서 뛰쳐나 오는 연방의 병사들.

그들이 검과 창을 꼬나 쥐고 백 사장을 가로질러 달려온다.

놈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

새하얀 백사장이 금세 인파로 시 커멓게 뒤덮여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이곳, 엘프의 연안요새.

연방은 엘프의 연안요새를 함락 시키고 해안지역을 장악해 침공의 교두보로 삼을 심산이었다.

파에드는 크게 외쳤다.

"놈들이 상륙했다! 엘프 전사들 이여! 활과 화살을 들어 올려라! 접근하는 연방놈들을 물리쳐라!"

"놈들을 막아라!"

"활과 화살을 들어 올려라!"

파에드의 지시에 따라 엘프 전사 들이 성벽 위로 올랐다. 그들이 기다란 장궁과 날카로운 화살들을 꺼내들었다.

화르르륵!

그들이 쥐고 있는 화살에서 하나 둘 푸른색 광휘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오러였다.

엘프 전사들은 인간 기사들과 달리, 거의 모든 무기를 능숙하게 다 루며 오러를 운용했다.

일반인간 기사들이 기병창과 장검, 도끼와 할버드 등 근접무기들을 주로 다룬다면.

엘프 전사들은 장검이나 창 같은 근접무기부터, 활이나 투창 같은 원거리 무기까지. 모조리 능숙하게 다 루며 오러를 운용하는 것이다.

엘프 전사들은 오랜 수명을 지닌 만큼 더욱 오래 단련했기에 그만큼 많은 무기를 다룰 기회가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엘프 전사들 이 일제히 활 공격을 감행하려는 상황.

성벽 위에 오른 엘프 전사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놨다.

콰르르르릉!

그러자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 와 함께 화살들이 동시에 쏘아졌다.

푸른색 궤적 수천 줄기가 허공을 꿰뚫고, 오러로 강화된 화살들이 해안가를 내달리는 연방군 병력에게 쇄도했다.

퍼버버버벅!

"끄아아아아악!"

"아악! 아아아악!"

해안가에 피보라가 일었다.

엘프 전사들의 오러 화살 세례는 너무나도 강력한 공격이었다.

화살촉에 부여된 오러는 절삭력과 관통력을 극대화 시켰으며, 그렇 기에 단 한 발의 화살이 튼튼한 방패와 갑주를 지닌 중장보병 다수를 단번에 꿰뚫고 지나갔다.

엘프의 화살공격 세례가 시작되 자연방의 병사들이 우르르 쓰러져 나갔다. 그들이 핏물을 흘리며 새하 얀 백사장을 붉은색으로 덧칠해 간다.

물론 오직 엘프 전사들만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진 않았다.

"전령사! 마법사! 쉬지 말고 적을 요격하라!"

"놈들에게 화력을 쏟아 부어라!"

"모든 마나와 자연력을 소비해도 좋다. 최대한 많은 적을 죽여라!"

한참이나 선박을 요격하고 있던 엘프 정령사와 마법사들 또한, 목표 를 바꾸어 백사장을 가로질러 달려 오는 연방 병사들을 공격하기 시작 한 것이다.

콰콰콰콰콰쾅! 콰르르릉!

크고 작은 마법과 정령술이 난무했다. 불덩이가 백사장을 불태우고, 얼음 창이 쇄도했다. 흙으로 이루어진 돌창들이 지면에서 솟구쳐 오르 기도했다.

연방의 병사들이 갈려나간다.

"잘 해주고 있군."

상황을 지켜보던 파에드의 입에서 안도 어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압도적인 병력 차에도 마나와 자연력을 소모해 적을 쓸어갔다.

연방의 병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안가에 육편과 피안개를 흩뿌리 며 쓰러져가고 있었으며, 엘프는 그 들을 한없이 요격했다.

하지만 그런 엘프들의 선전이 언제까지나 이어쩔 수는 없었다.

"기사! 기사가 상륙했다!"

연방측의 기사가 상륙하기 시작 했으므로.

놈들은 일반 병사들을 고기방패 로 소모해버린 뒤, 엘프측의 마나와 자연력이 거의 다소모되었을 때를 노려 뒤편에 있던 기사들을 상륙시켰다.

기사들이 수송함에서 하나둘 내려, 오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화르륵.

일렁이는 푸른색 광휘.

기사들이 자리해있는 곳에서 마나어린 음성이 터져 나왔다.

- 엘프의 요새를 함락시켜라!

- 가라! 가서 죽여라! 엘프를 죽 이고 놈들의 요새를 차지해 연방의 위대함을 알리는거다!

- 크루거 연방을 위하여 !

직후 돌진을 시작하는 연방의 기사들.

그들이 오러광을 흩뿌리며 지면을 박찬다.

피로 물든 백사장을 가로질러 달 려가는 기사들의 모습은 날카롭고 도 웅장했다.

파에드는 직감했다.

"…이 요새는 함락되겠군."

일반병 십만이라면, 이쪽은 가진 마나와 자연력을 모조리 소비해 아 슬아슬하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전력이었다.

하지만 후발대로 도착한 적의 기사전력은 결코 막을 수 없을 터였다.

놈들은 엘프 전사들처럼 오러를 다루는 이들이니.

파에드는 으득 이를 갈며 지시했다.

"요새는 포기한다! 전군 철수! 철 수하라! 서쪽으로 물러나는거다!"

엘프의 전력이 해안가 철수를 시작했다.

연방 통령의 집무실.

넓은 방안,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자리해있는 공간.

- 각하. 보고 드리겠습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는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연방의 중앙대륙 원정군 사령관, 헤르베르트 방겐하임 공작의 목소리였다.

그의 보고가 이어진다.

- 중앙대륙 동부해안을 장악했습니다. 놈들의 요새를 함락시켰으며, 엘프 이천을 죽이거나 포로로 사로 잡았습니다.

들려오는 보고는 다름 아닌 승전 보고.

헤르베르트 사령관이 이끄는 원정군이 성공적으로 중앙대륙 동부 해안에 상륙했으며, 엘프를 밀어내 고 해당 영역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러셀 통령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수고했다, 사령관. 꽤나 많은 적을 제압했군. 아군의 피해가 어떻게 되지?"

- 일반병 사만이 죽었고, 기사는 삼천이 전사했습니다. 적의 화력이 예상보다도 강력했기에 많은 피해 가 났습니다.

"상관없다. 상정한 정도의 손실이 로군."

통령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전투에서 엘프 이천을 처치했다.

그로인해 사만의 전투병과 삼천 의 기사가 소모되었으나, 미리 감수했던 피해였다.

엘프 전사는 강하다.

원거리, 근거리 가리지 않고 온갖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인간을 압도할 수준의 마나감응과 자연력을 선천적으로 타고난다.

그런 엘프를 무려 이천이나 처치했다. 그에 칠천 명의 목숨 값이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는 대가였다.

통령이 여유롭게 웃어보인다.

"이쪽의 병력은 많으니 말이다."

연방에게는 병력이 썩어 넘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당장 이번 전쟁에만 백만의 병력을 밀어 넣고 있다.

그만큼 가장 거대하고 많은 인구 수를 보유한 국가가 바로 크루거 연방이다.

그런 연방에게 있어, 몇 만 정도 의 손실은 엘프 수천을 처치하는데 감수하지 못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통령이 나직이 지시했다.

"사령관. 병사를 아낌없이 소모해라. 병사의 피를 갈아 넣고 또 갈 아넣어, 최대한 많은 엘프를 죽이는 거다."

- …병사들의 생명을 아끼지 말 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사령관."

목숨을 소모하는데 주저하지 말 라고.

오직 더 많은 엘프를 처치하는데 전념하라고 말이다.

씨익.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등한 병사들의 목숨이 몇 개 나 사라지던, 개의치 말거라. 놈들 의 세계수를 차지하고 중앙대륙을 정복하기만 한다면 이쪽의 승리이 니."

통령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던지, 중앙대륙을 정복하기만 한다면 감내 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에게 있어 일반 병사들의 목숨 은 그저 서류상에 표시되는 숫자에 불과했다.

살아 숨쉬는 생명이 아닌, 자신 의 뜻을 이루기 위한 일개 장기말.

필요 없다면 자신의 측근조차 거리낌 없이 숙청하는 통령이었다.

하물며 말단 병사 따위, 언제든 지 소모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 .

"피와 살점을 깔아 진군하라! 원 하는 것은 오직 승리! 승리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떠한 대가든지 감당 할 수 있다. 나의 연방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으니 ."

통령의 눈동자에 탐욕이 어린다.

그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 한다.

세계에서 최초로 두 개의 대륙을 차지한 거대한 국가, 크루거 연방의 주인.

동부대륙과 중앙대륙을 동시에 지배하며, 세계수와 엘프를 손아귀에 쥐고, 흑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영생을 누린다.

그 어떤 정복자도 도달하지 못했던 압도적인 권력의 끝에 도달하는 것이다.

통령은 자신이 그린 미래를 위해 서라면 그 무엇이든지 대가로 치룰 준비가 되어있다.

러셀의 입가에 질척한 미소가 어린다.

"아아아아악!"

엘프 전사가 창에 관통 당해 고통어린 비명을 토해냈다.

그가 각혈하며 붉은색 피를 내뱉고, 기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장검을 휘둘렀다.

댕정-!

붕 떠오르는 엘프의 모가지.

핏물이 치솟았다.

아무리 향기로운 체향을 지닌 엘프라 한들, 내부의 피까지 향기롭진 않았던 것일까.

비릿한 혈향이 훅 올라온다.

"엘프를 죽여라!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려라!"

"요새 안을 수색해!"

"놈들을 죽여서 전사한 전우의 복수를 하는거다!"

"여기! 엘프가 있다!"

연방의 기사와 병사들이 요새 안 의 엘프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철수를 했음에도 제시간 안에 도망치지 못한 엘프들이 많았다.

결국 요새에 고립되었던 엘프의 수가 대략 이천.

그리고 그이천의 엘프들은 연방 원정군에 의해 모조리 학살당하고 있었다.

콰악! 우득. 후드드득.

병사들이 창칼을 내지르고, 엘프 전사들이 힘없이 쓰러져갔다.

방금 전까지 기세 좋게 화살을 쏘아내고, 푸른색 광검을 휘둘러대 던 엘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들은 오랜 격전을 치르며 모든 마나를 소모하게 되었고, 마나가 없다면 오러를 발현할 수 없다.

그리고 오러를 발현할 수 없는 엘프전사란, 결국 체력과 근력이 출중한 일반병과 다를 것이 없는 존재였으니 .

때문에 기사가 아닌 병사들이 상대라 한들, 밀려드는 창칼의 세례에 쓸려나가는 엘프 패잔병들이었다.

털썩. 후드득.

엘프 전사들이 힘없이 쓰러진다.

요새 내부에 핏물이 흐르고, 비릿한 혈향이 그득 메워진다. 비명과 고함소리가 커다랗게 울려댔다.

그런 혼란스러운 공간 속.

저벅, 저벅.

누군가가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 겼다. 검은색 로브를 깊숙이 뒤집어 쓴 인물이었다.

- 드디어… 드디어 도착했군.

흘러나오는 메마른 목소리.

로브 후드의 음영 속, 붉은색 안 광이 번뜩인다. 크라함이었다.

그가 읊조린다.

- 오랫동안 준비했다, 한지훈. 네 놈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크라함이 시선을 돌려 자신의 배 후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크라함 그 자신처럼 검은색 후드를 머리끝 까지 뒤집어쓴 인물들이 자리해있었다.

연방의 지원을 받아 재건한 볼라 바아 학파의 흑마법사. 그의 측근 들.

그들이 연방군과 함께 중앙대륙에 상륙했던 것이다.

-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내가 승리를 거머쥐게 될거다.

크라함이 연방의 힘을 빌어, 세계수를 차지하고 한지훈을 노리고 자 한다.

그들이 전쟁에 참전했다.

크라함의 붉은색 안광이 더욱 진 한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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