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화.
"다르벤테 사령관 각하께서 당하 셨다!"
"차석 지휘관이 누구야?!"
"이미 우리는 패배했다! 당장 이사지에서 벗어나라!"
"후퇴! 후퇴해!"
다르벤테의 죽음을 깨달은 연방 해군이 마침내 패배를 직시했다.
이후 그들은 모든 교전을 중지하고 함두를 돌려 후퇴를 시작했다.
부우-. 부우우-. 부우우우-.
길게 울리는 세 번의 뿔피리 소리. 이후 놈들의 함선들 이곳저곳에서 검은색 깃발이 올라온다. 무조건 후퇴를 알리는 신호기였다.
하지만 놈들은 후퇴하는 것조차 그리 수월하게 할 수 없었다.
"대열이 엉켰다!"
"망할! 부딪친다! 함두를 돌려!"
"아아아악!"
콰앙! 우지근. 콰직!
후퇴하는 연방 전투함끼리 충돌 이 일었다. 녀석들이 우왕좌왕하며 혼란에 빠진다.
나는 피식 웃었다.
"통솔할 지휘관이 없으니 . 완전 개판일 수밖에."
해군은 지상군보다도 지휘관의 능력이 중요하다. 해군 함선들은 제대로 된 통제가 없다면 조류에 흔들려 서로 부딪치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금은 연방의 전투함들 이 각자도생하기 위해 허겁지겁 전 장 밖으로 이탈하고 있는 상황.
극도로 혼잡하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수십백 척의 전투함이 최고지휘관의 통제 없이 기동하고 있으니 충돌을 피할 수가 없다.
마치 고속도로 다중 추돌사고 현장마냥, 놈들끼리 충돌에 충돌을 거듭해 혼란이 가중되어갔다.
혼란에 빠져 무방비해진 연방의 함대.
가만히 놔둘 내가 아니다.
나는 통신수정구를 집어 들고 지시했다.
"쓸어버려라."
명령은 단 한마디로 족하다.
발리스타의 일제사격이 재차 가 해졌다.
투투투투퉁!
발리스타 투사체들이 비처럼 쏟 아져 적의 전투함들을 꿰뚫어갔다.
적함 위에서성이던 놈들의 갑판 병들이 우르르 쓰러진다.
콰쾅! 콰르르르릉!
각 전투함에 탑승하고 있던 전투 마법사들 또한, 다시금 마나를 돋워 공격마법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각종 속성이 일렁이는 다수의 마법이 적함을 타격했다.
연방군의 함선이 계속해 파괴되어 가라앉고.
연방 함대는 일방적으로 제압되 어갔다.
그렇게 내가 지휘하는 제국 해군 이 연방놈들을 끝도 없이 몰아치고, 마침내 시간이 흘러 새벽노을이 떠오를 무렵.
- 띠링!
[서브 퀘스트 - '해상 저지전'을 '완벽하게' 완수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 가 추가로 정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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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산 포인트 : 20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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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제1함대를 완전히 정리할 수 있었다.
나는 퀘스트를 완료했다.
제국 남부 해군의 기함, 4층 갑 판에 자리해있는 사령관 집무실.
"사령관 각하! 보고 드립니다!"
벌컥!
한 제국군 장교가 급하게 문을 열어젖히며 들이닥쳤다.
그에 집무실 안쪽에서 서류를 들 여다보고 있던 인물, 알터스 가빌 데이드리온 남부사령관이 고개를 들어 올려 부관을 바라본다.
그가 물었다.
"보고라. 무슨 일인가?"
"한지훈 라이젠 사령관에게서 온 보고입니다, 알터스 사령관 각하!"
"으음."
알터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긴장한 눈으로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는 고개 돌려 서류를 건넨 부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안 도한 듯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표정이 좋군.'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나 절망 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해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안면 가득 들뜬 기색을 보이고 있었으니 .
들려온 보고는 분명 좋은 소식일 터다. 그리 예상하는 알터스 사령관 이었다.
팔랑.
알터스는 받아든 서류를 펼쳐들었다. 그의 푸른색 눈동자가 문자의 나열을 훑는다.
그리고 잠시 후.
"… 오오!"
알터스가 눈을 크게 뜨며 감탄했다.
그만큼 서류에 적인 보고 내용이 놀라웠기 때문에.
그가 재차 확인했다.
"부관! 한지훈 라이젠 사령관에 게서 온 이 보고. 이 보고가 진실로 사실인가?!"
그에 부관이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이미 여러 번이나 통신하며 교차검증했습니다! 우리 제국 해군은 연방 해군에게 맞서 싸워 대승을 쟁취해냈습니다!"
가슴을 크게 펴고 대답한다.
그에 알터스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아귀에 들려있는 서류를 재 차 홅었다.
서류엔 한지훈 사령관이 수행한 이번 해전의 결과 보고가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적함 154척을 침몰시켰고, 119척을 나포했으며, 적의 함대사령관 과 그 예하 지휘부를 모조리 척살. 반면 이쪽의 피해는 전투함 32척뿐 이라…."
대승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단순 전력만 따지자면 압도적 열 세. 200대 300의 싸움이었다.
더해 정예도 또한 연방군이 훨씬 우위였던 상황.
질적으로, 양적으로. 그 무엇 하나 유리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이번 해전이었던 것이다.
헌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한지훈 은 압도적 대승을 거두어냈다.
고작 200척을 간신히 넘기는 전투함들을 운용해 300척이 넘는 적의 함대를 쳐부쉈다. 그것도 아주 미약한 손실만을 입고 말이다.
제국 해전 역사에 길이 남을 대 승이었다.
"전투과정이 궁금하군."
팔랑.
알터스는 서류를 넘겼다. 그러자 그곳에는 해전 과정을 요약해 놓은 지도가 첨부되어있었다.
알터스는 지도를 바라보고.
"… 맙소사."
이내 감탄을 넘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전투과정이 너무나도 치 밀했기 때문에.
"해전에서 망치와 모루를 구현해 내다니. 그것도 그리 능숙하지 않은 우리 제국 해군으로…."
함선들이 제대로 대열을 이루기 만해도 만족해야하는 것이 현 제국 해군의 정예도.
헌데 한지훈은 그런 허술한 제국 해군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운용했다.
함대를 둘로 나눴음에도 제 손발 처럼 다루었다.
단종진과 단횡진의 전환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고, 화력의 투사는 홈잡을 데 없었다.
심지어 적을 기만해 유인했으며, 나누어진 함대를 섬 뒤에 매복시켜 급습하기도했다.
단언컨대 현 제국 해군 수준으로는 절대 펼칠 수 없는 고난이도의 기동이었다.
설혹 알터스 사령관 그 본인이 지휘했다 한들 결코 불가능 했을 일하지만 한지훈은 그러한 고난도 기동을 아무런 차질 없이 성공시켰다.
육전에서나 볼 수 있는 망치와 모루를 해전에서 구현시켰고, 적을 완벽하게 제압해 섬멸한 것이다.
알터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한지훈. 그자의 통솔력이 이토록 대단했다니…"
모두 한지훈의 뛰어난 통솔능력 덕분일 터다.
뒤떨어지는 해군의 숙련도를, 지휘관의 출중한 능력으로 보완해 이 끈 것이다.
팔랑, 팔랑.
서류를 꼼꼼히 훑어 모두 읽어낸 알터스 사령관.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덕분에 수송작전은 차질 없이 이루어지겠군."
지금 이 순간에도 제국 해군은 지상군의 수송에 전념하고 있었다. 150여 척의 수송함과 100여 척의 전투함이 바쁘게 대양을 가로지르 고 있던 것이다.
그런 수송작전의 유일한 위협이 바로 연방 해군의 기습이다.
헌데 그 연방 해군을 한지훈이 섬멸해내 버렸으니 , 수송작전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전무하게 된 상황.
이제 제국의 병력은 아무런 차질 없이 중앙대륙으로 진출하리라.
알터스 사령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쩌면, 이번 전쟁에서 우리 제국이 승리할지도."
분명 우려 가득했던 전쟁이었다.
모든 것이 적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기에 패배를 점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지훈은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열세인 제국 해군으로 연방 해군을 완전히 압도해버렸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승을 거둬냈다.
그런 한지훈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이런 젊은 군관이 활약하고 있는데 . 나는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가슴속 깊숙한 곳에서 절로 전 의가 끓어오르는 알터스였다.
그가 결심했다.
"좋아. 우리 남부해군 또한 중앙 대륙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전한다. 수송작전이 마무리 된 뒤, 철수하지 않고 중앙대륙 제해권 장악에 전념 하겠다."
기존 소극적인 협조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를 지원하기로 말이다.
그에 부관이 우려 어린 목소리를 내었다.
"각하. 저희 해군은 수송이나 정 찰 등 보조적인 지원으로 그치는 것 아니었습니까? 기존 계획과 다 를뿐더러,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한지훈이 달성한 업적을 보고서 도 그런 말이 나오나, 부관? 그는 분명 승리할 것이다. 그라면 능히 그리할 수 있어."
알터스 사령관이 씩 웃어 보인다.
"한지훈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 으니 . 그에 맞춰 이쪽 또한 전력을 다할 수밖에."
제국 남부 해군이 한지훈을 지원 한다.
중앙대륙, 엘프의 숲. 거대한 영물 세계수가 자리해있는 곳.
전대 여왕 엘리스는 세계수의 앞에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밤하늘이 보인다. 새카만 하늘 위로 점점이 수많은 별들이 떠올라 있다.
그렇게 그녀가 한참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엘리스 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자신을 부른 인물은 과거 엘븐 가디언이었고, 지금은 자신을 대리 해 엘프 여왕이 된 인물.
"니디아. 무슨 일인가요?"
녹색 머리칼을 가진 엘프 정령 사. 니디아였다.
니디아는 엘리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뒤, 바로 서서 입을 열었다.
"별을 보고 계셨나요? 엘리스님."
"그래요. 니디아. 별을 보고 있었 죠. 언제나처럼."
"… 엘리스님은 더 이상 각본을 읽을 수 없게 되지 않으셨나요?"
니디아의 말에 엘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행위. 이 세계의 시나리오를 읽는 일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 엘리스는 한지훈을 구원하기 위해 너무나도 큰 힘을 소모했다.
그리하여 엘리스는 격의 대부분을 잃었고, 그렇기에 밤하늘을 바라 본다 한들 이전처럼 시나리오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
허나 그럼에도 그녀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엘리스는 매일 밤마다, 세계수의 앞에서서 밤하늘을 바라 보는 것이다.
더 이상 세계의 각본을 읽지 못 하는데 . 어째서 밤하늘을 관찰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니디아의 물음에 엘리스가 대답했다.
"버릇이지요."
"버릇… 인가요?"
"네. 저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밤하늘을 매일 보았어요. 매일매일, 세계의 각본을 읽고 앞으로의 일을 예측했지요."
시나리오를 읽는 것.
그녀가 여왕이었고, 가진 격이 건제할 적. 매일 해 왔던 일.
"덕분에 완전히 몸에 붙은 버릇 이 되어버렸어요. 더 이상 각본을 읽지 못해도 습관처럼 보게 되네 요."
그녀는 그리 말하고는 싱긋 웃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니디아. 뭔가 말하기 위해 온 것 같은데."
엘리스의 물음에 니디아는 곧장 대답했다.
"제국군이 남부대륙에서 출발했어요."
그녀가 알려오는 소식은 다름 아닌 지원군의 출병 소식.
니디아의 말이 이어진다.
"한지훈이 35만의 제국군 병력을 이끌고, 이곳 중앙대륙으로 오고 있어요. 지금은 바다를 건너고 있고요. 다행히도 연방의 침공군보다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한지훈. 그가 오고 있다고요…."
엘리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 고는, 시선을 들어 올려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익숙한 별.
"이름 없는 별."
한지훈의 운명을 나타내는 별이 자 이명이었다.
이 세상의 주인공, 그가 중앙대륙으로 오고 있다.
무언가 생각하는 것일까.
밤하늘을 주시하며 한참이나 침묵하던 그녀가 문득 입을 열어 말했다.
"아마도, 이름 없는 별은 이곳 중앙대륙에서 '격'을 각성할 거예 요."
"… 엘리스 님?"
엘리스의 말에 흠칫 놀라는 니디 아.
그녀가 물었다.
"세계의 각본을 읽으신 겁니까?"
"아니요. 저는 각본을 읽을 격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어째서 그리 생각하신 건가요?"
'격'을 각성한다는 것은 결코 예 삿일이 아니다. 그리고 엘리스는 한지훈의 각성이 그리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어떤 근거로 그리 생각했던 것일 까.
니디아의 물음에 엘리스는 미소 지었다.
"그냥 직감이에요."
"직감이라니…"
"니디아. 그대가 한지훈을 많이 도와줘야 할 거예요."
허탈해 하는 니디아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엘리스가 길게 말을 이었다.
"격을 각성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승리하겠지만, 격을 각성하기 까지 여러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대의 도움이 절실하겠 죠."
어째서 일까.
니디아는 격을 잃었음에도, 그리하여 시나리오를 읽지 못함에도.
한지훈의 각성이 머지않았다 확신하고 있었다.
마치 예지라도 받은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싱긋 웃고는 대화를 마무리했다.
"밤공기가 춥네요. 이만 들어가 죠, 니디아."
"…네. 엘리스님."
니디아와 엘리스가 엘프의 숲속 으로 사라진다.
한지훈이 군대를 이끌고 중앙대륙으로 오고 있다.
중앙대륙 전쟁이 곧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