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294화 (294/390)

294화.

"제국군 초계함에게 탐지되었습니다. 놈들이 우리의 접근을 파악했 군요."

연방 제1함대의 참모 중 하나가 그리 보고했다.

그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상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르벤테 제독님."

참모의 시선을 받은 인물, 연방 해군 제1함대의 함대사령관 다르벤 테 알베니움 제독.

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놈들이 우리의 접근을 알아차려 봤자다. 이미 우리 함대는 놈들의 해역에 접근했고, 이제는 놈들을 완전히 분쇄하는 것만이 남았지."

다르벤테의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연방의 해군은 강하다.

그들은 수준 높은 전투마법사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잘 숙련된 수 병, 그리고 선상전투에 능한 해병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제국 해군이 저토록 빠르게 성장한 것은 분명 놀라운 일이다만. 그래봤자 급하게 덩치를 키운 것에 불과하다. 실전에서는 우리가 압도 적 우위를 점하게 되겠지."

그렇기에 다르벤테는 승리를 확신했다.

잘 단련된 연방의 해군. 반면 단순 규모를 늘리는데 급급해 제대로 숙련되지 못한 제국의 해군.

역량의 차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연방 정보국에서 알려준 적의 가용전력은 전투함 200척가량에 불과하다. 300척에 달하는 우리 연방해군을 맞서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지."

더해 제국 해군은 지금 수송임무에 전념하고 있었기에, 실제 전투를 벌일 전력의 규모는 반토막이 나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허술한 적이다. 철저하게 분쇄할 수 있다. 잘하면 놈들의 수송작전을 지연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수송 그 자체를 저지할 수도 있겠군."

"꽤나 괜찮은 전공이겠군요.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그렇지. 그 정도의 전공이라면 괜찮은 훈장도 받을 수 있을테니까."

다르벤테가 고개를 크게 주억이 고는, 고개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그는 연방군 전투함대의 기함에 탑승하고 있었다.

그의 시야에 드넓은 바다 위, 기다란 궤적을 그리며 항해 중인 삼 백척의 전투함들이 보인다.

함선들이 기동하는 모습은 위풍 당당했다.

펄럭이는 연방 해군기. 커다란 돛들이 바람을 받아 크게 부풀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하부의 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꽤나 빠른 속도. 지금 연방 제1함대는 적을 향해 전속 전진 중이었다. 그리 머지않아 적과의 전투가 시작되리라.

다르벤테가 읊조린다.

"나약한 제국 해군놈들을 밀어버리고, 우리 연방 해군의 강력함을 과시하는거다."

그들이 제국 해군이 있는 방향, 항만도시 파오네를 향해 나아간다.

* * *

"전투함 당장 출항한다! 모든 승 무원들은 당장 소속함에 탑승하 라!"

"급해! 지체하지 마! 연방놈들이 쳐들어왔다고!"

"닻을 올리고, 돛을 펴라! 방향은 북동 40!"

항만에 정박 중이던 수병과 해병 들이 분주히 돌아다녔다.

갑작스러운 적 함대의 전진.

그에 수송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남아있던 예비 병력이 바쁘게 출항하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전투함에 올랐다.

"연방새끼들, 성질도 급하군 그래. 별다른 전초전조차 없이 대뜸 본대를 출격시킬 줄이야."

철그럭. 나는 옆구리에 패용한 장검을 매만지며 그리 뇌까렸다.

놈들이 마침내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고자 한다.

이곳으로 밀고들어오고 있는 전투함의 수가 무려 300척 가량. 놈 들의 함대 총 전력이었다.

사실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만약 놈들이 이쪽을 경계했다면, 적당히 작은 규모의 전초전을 몇 번 벌여 이쪽의 전력과 승산을 저울질 했을 터다.

적과 아군의 전력과 실력을 파악 하고 비교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하지만 놈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쯧. 나는 혀를 차면서 읊조렸다.

"얼마나 이쪽을 허접쓰레기로 봤 으면…."

놈들이 전초전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이쪽을 우습게 봤다는 소리다.

굳이 시간을 들여 알아볼 필요조 차 없다 여길 정도로, 제국의 해군을 쉬운 상대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정할 수는 없다.

"하긴. 제국 해군은 예전부터 허 술하다고 소문이 자자했으니 ."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고작' 코 르자카 공화국 해군에게 고전하던 것이 바로 제국 해군이었다.

그런 제국 해군이 상대라니. 연 방해군놈들이 방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

허나 내게는 좋은 일이었다.

'방심은 빈틈을 만들지.'

아직 연방놈들은 모르고 있을 것 이다.

내 전투마법사와 기사들의 지원 으로 가진 전투력이 폭증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이번 기습은 어찌 보면 기회였다.

'한번에 놈들을 쓸어버릴 수 있어.'

번거롭게 크고 작은 전투로 시간을 질질 끌지 않고, 단번에 위험요 소를 완전히 제거해버릴 수도 있다.

이번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앞으로 있을 수송 작전에는 그 어 떠한 차질도 없으리라.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군단 지휘술 활성화."

- 띠링!

['스킬 : 군단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철썩-.

파도가 인다.

직후 삐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좌우로 흔들리는 선체. 바람에 의해 돛대가 활짝 펴지고, 커다란 함선이 앞으로 나아간다.

전진하는 것은 211척의 전투함 들. 그들이 선두에 있을 초계함의 인도를 받아 가능한 빠른 속도로 항해한다.

함대의 기함에 탑승해있던 임시 부관, 버넬리 글리스턴.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한지훈 라이젠. 제국의 위대한영웅."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버넬 리의 시선이 옮겨져, 자신의 지척에 있는 어떤 한 인물로 향한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검은색 머리카락, 검은색 눈동자를 한 청년이었다.

한지훈 라이젠 북부사령관.

명실상부한 제국의 전쟁영웅이자, 공작위를 지니고 있는 대귀족이었고, 황제의 최측근 중 한명인 이.

그를 바라보는 버넬리의 눈동자에 존경심이 일렁인다.

'저분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게 될 줄이야.'

버넬리 또한 한지훈의 소문을 많이 들어 익히 알고 있었다.

평민으로서 시작해 공작까지 출세한 입지적인 인물.

그는 무수한 전쟁에서 고고한 지략과 압도적인 무력으로 결국 제국을 구원해낸 위대한 군관.

당연히 그런 한지훈을 바라보는 버넬리의 눈동자에는 존경심이 어 릴 수밖에 없었다.

버넬리 또한 한명의 제국민이자 제국 해군의 군관. 한지훈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허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복잡했다.

존경심보다는 염려의 눈빛이 더욱 진했다.

'한지훈 사령관께선 해전에 능숙 치 못할텐데.'

육지를 주 무대로 움직이던 그가 전투함대를 다룬다.

기병과 보병대가 얽히고설키는 지상전이 아닌, 커다란 전투함들을 지휘하게 된 것이다.

오직 지상에서만 활동하던 그가 갑작스레 해상전까지 손을 대게 되었으니 . 혹여나 잘못된 지시를 내릴 까 염려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

버넬리는 알터스 가빌 데이드리 온 남부사령관이 자신에게 했던 지시를 떠올려본다.

- 한지훈 사령관이 우리 해군을 지원하는 대신, 전투함대의 지휘권 한을 요청했다.

- 아무리 뛰어난 지략을 갖춘 그 라 한들 해군 지휘는 처음일 터. 해전??능숙하게 진행할 수 있으리 라 보긴 힘들지.

-그러니, 버넬리. 자네를 임시부 관으로 한지훈 사령관에게 붙일 것이다.

-그대가 한지훈 사령관을 제대로 제어해야한다. 그의 잘못된 지휘로 우리 해군이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말이다.

버넬리의 임무는 한지훈의 보좌 겸 감시였다.

해군에 익숙치 않은 그를 지원하는 한편. 잘못된 지시를 한다면 만 류하고, 필요하다면 지휘권까지 회 수하는 것이 바로 버넬리의 임무였 던 것이다.

버넬리는 책임감에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한지훈이 합당한 지시를 내리는지, 혹여나 그가 실수를 하지 않는 지 말이다.

그렇기에 버넬리는 한지훈의 작은 실수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버넬리의 세심한 관찰이 의미 없게도.

"선두 초계함들을 통신범위 아슬 아슬한 지점까지 전진시켜. 연방놈 들보다 빠르게 적을 포착해야 한다."

-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한지훈의 지휘는 너무나도 능숙했다.

"17, 18번 전투함. 속도를 좀 더 높여라. 조금씩 뒤쳐지려 하는군."

- …알겠습니다. 속도를 좀 더 높이겠습니다.

"내가 따로 지시하기 전까지 북 동 45도로 항로 유지해. 가능한 빠르게 가야한다. 놈들보다 유리한 지점을 선점해야 해."

마치 숙련된 해군 제독처럼 막힘 없이 함대를 지휘하니, 항행은 아무런 차질 없이 원활했다.

버넬리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

'어지간한 제독보다도 함대를 섬 세하게 다루는데 ?'

함대를 지휘하는 것은 지상군을 지휘하는 것과는 그 종류가 달랐다.

일렁이는 파도. 불안정한 갑판.

시시각각 변화하는 조류에 따라 대열이 구불구불 흐트러지며, 풍향 과 노끈의 컨디션에 따라 속도가 뒤죽박죽된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런 해군을 너무나도 수월하게 다루고 있었다.

초계함을 바쁘게 움직여 정찰을 멈추지 않았다. 멀찍이 떨어져있는 다른 함선들 하나하나의 방향과 속도를 세심하게 지시하기도했다.

덕분에 조류가 있음에도, 파도가 쳐도, 대열은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잘 숙련된 해군 제독과도 같은 노련함.

한지훈의 해상지휘는 분명 초짜 의 그것이라 보기에는 힘들었다.

정작 지휘를 보좌할 버넬리 임시 부관이 멍하니 서 있을 정도로 그 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으니 .

놀라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곧 바람의 방향이 바뀔거다. 돛을 우현 40도로 맞추고, 노를 저어서 전진하라."

- 바람이 바뀐다는 말씀이십니까? 하지만 지금은….

"곧 바뀐다니까? 지시대로 해. 기껏 맞춰놓은 항로가 흐트러지기 전에 말이야."

- 으음… 알겠습니다.

한지훈은 바람의 방향이 바뀔 것 이라 '예지'했고.

- …실제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 었군요. 돛을 미리 돌려놓은 덕분에 속도 손실은 예상보다도 낮습니다.

"좋아."

그의 예지는 거짓이 아니었다.

한지훈의 지휘는 점차 노련해져 갔다.

"진로상에 조류가 있군. 너무 거 세. 통과하는 와중에 대열이 흐트러 지지 않도록 주의하라."

초계함조차 제대로 발견하지 못 했던 조류를 미리 확인, 통보했으 며.

"역풍이 불어오는군. 이대로 가다 간 제시간에 도착하기 힘들겠어. 비 텅(Beating)을 시도한다. 내지시에 따라 선두함부터 순차적으로 돛의 방향을 전환하도록. 먼저 1번함…."

역풍에서 원활한 항해를 위해 세심하게 돛의 방향을 조율하기까지했다.

버넬리 임시부관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비팅 (Beating) 지시까지 저토록 능숙하게…!'

비팅 (Beating)이란, 역풍에 맞서 범선을 전진시키기 위해 돛의 방향을 반복적으로 바꿔 지그재그로 항 해하는 기술을 뜻한다.

범선 항해에 반드시 필요한 기초적인 기술이지만, 한편으로는 어려운 기술이기도했다.

태킹(Tacking)과 웨어링(Wearing)을 반복해 역풍을 거슬러 항해하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211개의 범선 하나하나에게 세심히 지시했다.

언제, 얼마나 돛의 방향을 전환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달했다.

덕분에 지금 함대는 역풍이 불어 오고 있음에도, 나름의 속도와 대열을 유지한 채 원활히 전진하고 있었으니 .

버넬리는 한지훈을 멍하니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해상전 지휘경험이 없는 게 맞단 말인가?"

나는 함대를 지휘하는 와중, 피 식 웃었다.

'놀라고 있구만.'

슬쩍 고개 돌려 내 뒤에서있는 버넬리 임시부관을 바라보니, 녀석 은 그저 멍하니 내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제 임무도 망각하고, 오히려 뭐 라도 배우겠다는 듯 내지시 하나하나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새.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나는 꽤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바람이나 조류를 미리 예지하기 도 했으며, 여러 항해지식을 살려 함대를 세심히 조율하기도 했으니 .

놀랄 수밖에 없을거다.

난생 처음 함대를 지휘하는 놈 이, 평생 동안 해군에 복무했을 제 독녀석들보다 수월하게 함대를 지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요소는 바로 두 가지.

[스킬 : 군단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먼저, 내가 발현한 군단 지휘술 스킬.

전장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선명 하고도 확실하게 느껴졌다.

파도가 얼마나 거세게 치는지, 바람의 방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 지, 조류의 흐름이 어찌 흘러가고 있는지.

모조리 다 알 수 있었다.

군단 등급에 다다른 지휘술 스킬 의 효과였다.

다음으로.

'미리 쌓아놨던 지식과 실력.' 현실에 있을 적 모니터 너머로 축적했던 실력 또한 있었다.

과거 블랙 오케스트라를 플레이 할 적, 육지전만큼이나 해전 또한 극도로 사실적이었다.

바람의 방향과 조류에 따라, 그리고 승무원들의 숙련도에 따라 항 해 속도와 전투 능률이 달라졌다.

덕분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바람의 방향이 조금만 바뀌어도 엉망진창 흐트러지는 것이 해군이다.

그런 해군놈들을 어찌어찌 이끌 고 연방놈들과 맞상대하던 것이나였다.

'덕분에 해군운용에는 아주 이골 이 났었지.'

모니터 너머 전투함 하나하나를 직접 컨트롤 했었다. 그리하여야지 만 연방군을 상대로 해전에서 승리 할 수 있었으니까.

대열을 지키며 범선을 선회시키는 것도, 역풍을 거슬러 나아가는 것도. 당시 해군을 지겹도록 컨트롤 했기에 체득할 수 있었던 기술이었그정도로 블랙 오케스트라에 심취했던 나다.

비록 이 세상에 떨어진 뒤 '직접' 해군을 운용해보는 건 처음이나 , 지휘술 스킬의 보조만 있다면 능숙하 게 해군을 다룰 수 있다.

나는 잠시 미니맵을 바라보고는, 작게 읊조렸다.

"일단 준비운동은 끝났고."

전투가 일어날 예상지점까지의 항해 동안 서로 합을 맞췄다.

승무원들의 숙련도와 운용 중인 함대의 성능을 나름대로 파악했고, 휘하 전투함들이 이쪽의 지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잠시나마 길을 들 여놨던 것이다.

그리고 길들이기는 성공적.

다행히 승무원들의 기량이 그렇게까지 허접하지는 않은지, 내 세심 한지시에 어떻게든 잘 따라주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전투."

방금 전투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 되는 지점까지 진입했다.

즉, 이제부터는 앞으로 일어날 전투를 대비해야 할 때.

나는 미니맵을 노려본다.

지도 위로 무수히 많은 푸른색 점들이 보인다. 지금 내가 이끌고 있는 함대의 배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미니맵에서 붉은색 점이 등장하는 것과 동시.

- 사령관 각하! 최선두 초계함에서 들어온 보고입니다!

통신수정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적의 함대를 발견했습니다! 놈 들이 순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접근중입니다! 적함의 수 약 삼백! 연방의 제1전투함대입니다!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이해역에서 연방 해군놈들과 조우할 수 있었다.

나는 지시했다.

"전 함대, 전투준비. 내지시에 따라 기동한다."

워밍업은 끝났고, 이제는 실전만 이 남았다.

연방의 제1함대는 이곳에서 모조리 가라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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