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289화 (289/390)

289화.

- 오오오오오!

기플랫이 함성을 내지르며 검을 휘두른다.

공기를 뒤흔들며 뻗어나가는 검은색 궤적. 충격파가 일어 주변의 먼지가 비산하고, 녀석의 검날이 이쪽으로 쇄도해왔다.

만약 적중 당하면 나는 치명타를 입어 바닥을 기게 될 것이었다.

그만큼 놈의 검날에는 막강한 힘 이 실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모두 적중 당할 때 의 이야기.

나는 그리 어렵지 않게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부웅. 공기만을 가르고 지나가는 기플랫의 검날.

그 와증 나는 놈의 옆으로 스쳐 지나가듯 이동해, 녀석의 옆구리에 장검을 박아 넣었다.

퍼억!

검날이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파고들어간다. 손잡이를 비틀었다.

날면이 녀석의 내부를 진탕냈다.

콰드드득.

놈의 뼈와 내부 장기가 난자되는 소리.

- 끄아아아아아!

그에 기플랫은 고통어린 비명을 내지른다.

나는 숨을 고르며 나직이 읊조렸다.

"스물 하나."

여태까지 내가 녀석을 죽인 횟수였다.

광인이란 역시나 지긋지긋한 존재였다.

비록 '몰입' 스킬을 운용해 놈을 압도적으로 몰아붙이며 계속해 죽 이고 있었으나, 놈은 그때마다 살아나다시금 검을 휘둘러온다.

허나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놈은 끝에 점차 다다르고 있는 상태였다.

- 크윽 으으으으기플랫이 비틀거린다.

치이익. 소리를 내며 연기가 일 렁이는 놈의 옆구리 상처.

상처가 급격히 아물어가고 있다.

아직 놈의 내부에는 다량의 흑마 나가 남아있기에, 내가 입힌 놈의상처가 재생되어 가는 것이다.

나는 놈의 재생되어가는 상처를 주시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생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

처음만 하더라도 그 어떠한 치명 타든 바로 회복해 달려들던 놈이었다.

하지만 기플랫은 내게 열두 번에 달하는 치명상을 입었고. 그때마다 조금씩 놈의 재생속도가 느려져갔었다.

그리고 이제는 눈에 띄게 재생력 이 저조해졌으니 .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놈의 재생이 완전히 끝나기 전, 녀석의 목덜미에 장검을 박아넣었다.

퍽!

- 끄아아아아아!

놈이 비명을 지른다. 나는 검날을 비틀어 뽑아냈다.

우드득.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

상처부위에서 녀석의 암흑색 핏물이 울컥이며 뿜어져 나왔다.

"스물 둘."

- 한지훈! 네놈, 네놈이 감히…!

내가 숫자를 세자, 녀석이 다시 금 비명을 내지르며 발악했다.

놈이 검을 쥐어들고 휘두른다.

부응, 커다란 반월을 그리며 짖 쳐드는 놈의 검날.

비틀거리며 휘두른 탓일까. 놈의 검격에는 이전과 같은 날카로움이 없었다.

검로는 희미하고, 실린 힘은 빈 약. 더해 그 속도마저 느렸으니 .

피하는 것이 너무나도 쉬웠다.

나는 놈의 검날을 가볍게 회피하 며, 다시금 사각지대인 녀석의 등 뒤로 이동.

"스물 셋."

놈의 등짝, 심장이 있을 지점을 향해 검신을 틀어박았다.

퍼억. 콰드득.

역시나 이번에도 검날을 단순히 찔러 넣는 것에 멈추지 않고, 확실히 비틀어 내부 장기를 파괴했다.

놈의 갈비뼈와 심장이 난자된다.

- 으아아아아아!

치이이익. 녀석이 비명을 지름과 동시, 재차 몸에서 연기가 일며 상처가 재생되어 갔다. 기플랫이 이전 보다도 더욱 크게 비틀거렸다.

거의 다 됐다.

조금만 더 죽인다면. 놈을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다.

나는 기계적으로 반복해 기플랫을 죽여 나갔다.

"스물 넷."

콰직. 녀석의 목을 베었다. 검은색 핏물이 울컥 치솟는다. 놈이 재 차 발악하듯 검을 휘두르지만, 역시 나 손쉽게 회피.

"스물 다섯."

퍼억. 후드득. 놈의 복부에 장검을 꼽아 넣고 위로 주욱 베어낸다.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꽤나 큰 상처를 만들었음에도, 흘러나오는 놈의 혈액은 이전에 비 해 몹시 적었다.

피가 재생되는 속도보다 피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기에 저러는 거겠지.

마치 밑빠진 독에 물을 쏟아 붓는 것처럼 말이다.

"스물 여섯."

상관하지 않고 재차 놈을 베었다.

서걱. 우득. 옆구리에 장검을 박 아넣고 길게 그었다. 갓 재생되었던 상처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놈이 고통에 몸부림친다.

그렇게 나는 쉴 새 없이 발악하 듯 내지른 놈의 공격을 피하고, 그때마다 빈틈을 찾아 반격하며 놈을 공략했다. 온몸의 급소를 차례로 찌 르고 베며 난자했다.

그리고.

"… 서른 하나."

내가 서른 번이 넘도록 놈을 베 었을 때.

- 쿨럭, 커헉!

녀석이 각혈하며 바닥을 굴렀다.

나는 눈동자를 굴려 내 발치에서 기고 있는 기플랫의 모습을 바라봤다.

놈은 어느덧 만신창이였다.

전신에서 일렁거리던 암흑색 오 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 이상 신체가 재생하지 않아 상처부위에서는 검은색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으며, 신체 또한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인지 온몸이 경련하고 있확신했다.

"이제 끝이네."

암흑색 오러가 사라졌다. 놈의 신체가 더 이상 재생하지 않는다.

그말인 즉, 녀석의 신체 내부에 자리해있던 흑마나가 고갈되었다는 이야기.

마지막 일격을 먹인다면 이제 놈 의 생명활동은 정지할 것이다.

철그럭. 검날을 들어올렸다.

- 내가 , 강화된 내가 지다니, 말 도 안….

아직까지 패배가 믿기지 않는 것 일까.

기플랫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본인의 장검을 주워 반항하려 한다.

물론 녀석은 반항할 수 없었다.

퍼억!

내 장검이, 놈의 목을 절삭하는 것이 훨씬 빨랐기 때문에.

툭. 투둑. 데구르르.

녀석의 목이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그러자 놈의 목 없는 시체가 털썩 무너져 내렸다.

직후 잔잔한 적막감이 주변을 감 쌌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육편조 각들. 바닥을 구르고 있는 병사와 기사들의 시신들. 피로 진창이 된 복도. 무너져있는 벽과 지면들까지.

혀를 찼다.

"이놈 하나 때문에."

많은 병사와 기사들이 희생되었다.

제국 측에서만 기사 백여 명과 병사 수백이 갈려나갔다.

물론 놈이 날뛰며 적아에 상관없이 검을 휘둘렀기에 연방 측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는 일.

어찌되었든, 나는 마침내 놈을 처치했고.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전투를 끝낼 일만 남은 상황.

부웅!

장검을 휘둘러 검날에 묻은 핏물을 털어냈다.

후드득 떨어지는 검은색 핏방울.

나는 저 멀찍이서 이곳을 주시하고 있던 연방놈을 향해 크게 외쳤다.

"네놈들의 최고지휘관이 죽었고, 너희 연방군은 패배했다!"

연방놈들이 움츠러든다.

놈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기야, 밀리고 밀려 지휘부 바로 코앞까지 우리 제국군이 진출한 것으로도 모자라.

자신들의 최고 지휘관인 기플랫 이 스스로 흑마나의 정수를 섭취해 괴물로 변한 것까지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패배했다. 목이 잘려 쓰러졌다.

덕분에 놈들은 최고지휘관이 죽 어 구심점을 잃었고, 더해 방금 전 까지의 소란으로 진형마저 완전히 붕괴했으니 .

승산 따위 없다는 걸 진즉 깨달 았을 터.

그들에게 이어 외친다.

"순순히 투항해라! 그렇다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물론 놈들의 고위 지휘관들과 참 모들은 모조리 처형해야겠지만.

투항하는 적까지 죽일 생각은 없다. 이미 이긴 자치령 전쟁이다. 굳이 더 많은 피를 흘릴 필요는 없으 니까.

내 항복 권유에 적 병사와 기사 들이 하나둘 자신들의 무기를 바닥에 버렸다.

챙그랑! 철그럭. 철컹.

금속 병장기들이 석제 바닥을 두 들기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마침내 전투가 끝났다.

- 띠링!

[업적 달성!]

[업적 : 광인 제압'을 달성했습니다! 포인트가 수여됩니다.]

[정산 포인트 : 3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225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255pt입니다.)

업적창이 떠오른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제국의 사령관이시여!"

"제게는 처자식이 있습니다!"

"부디 목숨만은…!"

포박당한 연방군 포로들이 그리 애원했다. 전투 후, 생포한 적의 고위 지휘관들과 참모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인솔해온 병사에게 물었다.

"생포한 적 지휘관과 참모진은 이걸로 끝인가?"

"그렇습니다! 사령관 각하."

"좋아. 모두 죽여."

"안 돼 제발 살려…"

내가 그리 지시하고, 사로잡혔던 놈들이 목숨을 구걸하려는 그때.

퍼억! 서걱. 후드드득.

병사들이 포로들을 처형했다. 그 들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핏물이 튀고, 포로들의 비명소리가 크게 울렸다. 실 끊긴 인형처럼 놈들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다.

- 띠링!

그러자 머릿속을 울리는 알림음 소리.

[서브 퀘스트 - '자치령 지휘부 제압'을 '완벽하게' 완수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 가 추가로 정산됩니다!]

[정산 포인트 : 35pt]

[추가 정산 포인트 : 2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255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310pt입니다.)

퀘스트 완료창이 떠오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치령 전쟁은 끝났다.' 마침내 우리 제국군은 연방 자치령 제압에 성공했다.

연방군 사령관인 기플랫 랜드바 론, 더해 놈을 따르던 연방 고위 장군과 군관들, 그리고 참모진들을 모조리 처치했다.

살아남은 연방군 정규군을 모조리 무장 해제시켰고, 징집되었던 민간인들 또한 해산시켰다.

사실상 자치령에서 연방군을 몰 아낸 것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지금 내가 서있는 장소는 자치령 총독성 오 충에 위치한 연방놈들의 사령부. 그곳에서 창밖을 바라보자 총독성 밖 대광장이 보였다.

광장에서는 불길이 일고 있었다.

화르르륵.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검은색 연기.

붉은색 불길이 일렁이고, 병사들 이 무언가를 불길 속에 던져넣어 소각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소각하고 있는 것들은 다름 아닌 시체들이었다.

기플랫 랜드바론이 흑마나의 정 수를 섭취했었으니 , 흑마나에 오염 된 놈들의 시체들이 있을 수 있다 판단 하에 전투 현장에 자리해있던 시체들을 모조리 거두어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전쟁. 여러모로 수상한데."

이전에 죽었던 제피르의 동료, 다니안의 완벽한 소생.

그리고 이전 시나리오보다도 훨씬 이른 시기에 등장한 흑마나의 정수까지.

분명 수상한 점들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고는 나직이 읊 조렸다.

"연방놈들의 지원 덕분에 흑마법사 놈들의 세력이 훨씬 강성해졌다는 것인가."

이전 시나리오에서 흑마법사들은 막강했다. 당시 제국을 집어삼킨 내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나는 수많은 흑마법사들을 운용 했으며, 무수히 많은 키메라와 사령 병사, 마도병기들을 다루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온갖 흑마법이 거대한 전장을 뒤흔들고는했다.

하지만 그것은 제국의 지원으로 성장했을 때였고.

지금 흑마법사놈들의 물주는 다름 아닌 연방.

그리고 연방은 제국의 수 배에 달하는 , 거대한 국력을 지닌 초강대 국이다.

"당연히 더 크게 성장했겠지."

이전보다 더 큰 물주를 문 만큼, 흑마법사 놈들은 보다 빠르게 세력을 팽창시켰을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덧 놈들은 흑마나 의 정수를 생산하고, 완벽한 사자 소생술을 지니게 되었으니 .

후우. 절로 한숨이 나온다.

"중앙대륙에서의 전투. 예상보다 도 더 힘들 수도 있겠어."

이번 자치령 전쟁은 연방놈들과 의 전면전 서막에 불과하다.

중앙대륙에서 놈들의 주력군인 원정대를 마주해 싸울텐데. 벌써 부터 이런 이변들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

좀 더 긴장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해야 할 일. 일단 지금은 전후처리가 먼저다.

그리고 그전후처리 과정이, 어찌 보면 이번 자치령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으니 .

수정구를 집어 들고 휘하 군관에 게 지시했다.

"한지훈 라이젠 야전군 사령관이다. 하급 참모, 마이사 슈베츠를 총 독성 최상층 알현실로 불러라."

- …알현실이라니? 설마…! 사령관 각하! 정말 마이사 참모에게 왕국을 넘기실 심산이십니까?

"그래. 원래 녀석의 것이었으니까. 되돌려줘야지."

이전에 나는 마이사에게 약속했었다.

그녀의 고국인 슈베츠를 연방의 그늘에서 해방시키고, 본래 주인인 그녀에게 되돌려준다고 말이다.

그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다.

나는 수정구의 통신을 끊고는, 피식 웃었다.

"마이사의 반응이 기대되는군."

마침내 고국을 되찾아 비원을 완 수한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어보일까?

곧 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왕 궁의 알현실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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