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276화 (276/390)

276화.

나는 검을 휘두른다.

파앙!

공기를 가르며 짖쳐들어가는 내 검날은 진한 오러를 머금어 푸르게 빛나고 있다. 깔끔한 청색 궤적이 그어졌다.

서걱.

직후 들려오는 미약한 절삭음.

적 마법사의 목덜미를 베어내는 소리였다. 붉은색 핏물이 치솟는다.

"커, 커헉…!"

자신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지는 데필루나의 마법사.

방금 전자신이 베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걸까. 그의 눈동자에 당혹이 진하게 머금어져 있다.

나는 놈의 배를 발로 찼다. 그러자, 털썩.

힘없이 절명하며 자리에 쓰러졌다. 놈의 베인 목에서 핏물이 쉼 없이 뿜어져 나와, 이 차가운 석제건물 바닥을 뜨뜻미지근한 핏물로 데워갔다.

나직이 명령했다.

"다 죽여."

간단명료한 명령이었다.

그에 내 뒤에 있는 베르겐이, 그리고 그를 따르는 단장과 전대장들 이동시에 복창하며 명령을 전파했다.

"마법사들을 모조리 죽여라!"

"가라!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해!"

"한 놈도 남겨두지 마!"

철그럭, 철그럭, 철컥!

기사들이 전신갑주의 쇳소리를 울리며 앞으로 돌진해갔다. 그들이 검을 휘두른다.

콰앙! 콰직, 서걱!

이곳저곳에서 붉은색 핏물이 치 솟고, 적의 마법사들이 죽어나간다.

기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마법사들을 참하고, 마법사들이 지면에 쓰러지며 비명을 내지른다.

나는 후욱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늦을 뻔했어.'

시선을 돌려, 시야 한군데에 떠오른 홀로그램을 주시했다.

[남은 시간 : 00: 36]

화속성 마법을 뚫고 석제건물의 계단을 올라 고작 30초의 시간을 남기고 적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운트는 더 이상 흘러가 지 않고 있었다.

기사들이 마침내 놈들을 처치하고 있기 때문에.

저 마법사 놈들은 불의 장막 마법을 더 이상 운용할 수 없게 되었고, 그때문에 남은 시간이 더 이상 흘러가지 않게 된 것이다.

피식. 작게 웃었다.

"속이 후련하네."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바라본다. 그곳에서는 기사와 마법사들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기사놈들을 막아라!"

"방호마법을 운용…."

"도약마법은 아직인가?! 단거리 도약이면 충분하다! 이 기사놈들에게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족하단 말이다!"

"파고들지 못하게 해! 방벽을 두 르고, 공격마법을 발현하란 말이 야!"

마법사들이 발악했다.

과연 엘리트라는 것인가. 놈들은 바로 코앞에서 기사들을 조우했을 지언정, 당황하지 않았다. 곧장 방 호마법을 운용하고, 공격마법을 발현해 기사들을 물리치려했다. 이곳저곳에서 푸른색 마나의 잔광이 번 쩍 인다.

하지만 상대가 나빴다.

"모조리 다 죽여버려!"

베르겐이 장검을 길게 휘둘렀다. 그의 장검에도 역시나, 푸른색 오러 의 광휘가 진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콰앙!

중후한 풍압을 일으키며 나아가는 그의 검로. 청색 궤적이 수직을 그리고, 적 마법사들이 발현한 장벽에 격돌했다.

콰지지직!

방벽이 힘없이 깨져나간다. 깨진 방벽 사이로, 베르겐이 검날이 파고 들어갔다.

퍼억!

적 마법사의 심장에 틀어박힌 그 의 장검. 그가 검을 비틀었다. 우드 득, 하고 갈비뼈가 부서지고 심장이 난자되는 소리가 혼란한 와중 들려 온다.

힘없이 쓰러지는 데필루나의 마법사. 그의 시체를 밟아 넘어가며 베르겐이 이어 외친다.

"놈들은 지쳐있다! 파고들어라!"

"가라! 가서 죽여라! 이 개 같은 마법사 놈들을 전부 쓸어버려!"

내가 너무나도 강한 무력을 가졌 었기에 다소 빛바랜 감이 있지만, 베르겐의 무력 또한 그리 약하지 않다.

그는 제국에서 손꼽히는 강자들 중 하나. 과거 정복전쟁 시절부터 온갖 전장을 전전했던 베테랑 기사단장이자, 현재도 활발히 전쟁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의 최측근 중 한명이다.

그런 그가 마침내 적 마법사들의 화망을 돌파해, 마법사들의 코앞까지 접근했다.

이 압도적인 기사를 마법사라도, 베르겐 휘하 기사들이라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콰직! 후드득. 털썩.

데필루나의 마법사들이 우르르 쓰러져간다. 그들이 기사들의 오러 서린 장검에, 푸른색 광휘가 아른거 리는 창날에, 방벽째로 꿰뚫려 바닥에 고꾸라졌다.

실내라 환기가 잘 안 되는 것일 까. 진한 혈향이 혹 밀려온다.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놀고있을 수는 없지."

부웅.

장검을 휘둘러 흐르는 핏물을 털 어냈다. 후드득 떨어지는 붉은색 액 체들. 다시금 오러를 밀어 넣었다. 청색 불길이 타오른다.

시야를 돌리며 노릴 적을 찾았다.

'적의 마법단장은 어디 있지?'

나는 적의 지휘관을 노릴 것이다. 지휘관을 죽인다면 보다 확실한 전공과, 더욱 많은 퀘스트 보상을 수령할 수 있을 터이니.

그렇게 나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실내공간을 살폈고.

"찾았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적 전투마법사들의 최후미. 다른 놈들보다도 더욱 커다란 스태프를 쥐어든, 중년 얼굴을 지닌 마법사.

직감했다.

"단장 놈이로군."

놈의 얼굴 표정이, 그리고 착용 하고 있는 장비가, 품고 있는 분위기가 알려주고 있다.

저 녀석이 바로 데필루나의 단장 이다.

그런 내 직감을 긍정하듯.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다니안][데필루나 전투마법단 단장]

녀석을 죽인다.

저벅, 저벅.

나는 놈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맙소사."

다니안은 경악어린 한마디를 내 뱉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법사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단장님! 막을 수 없습니다! 어서 도약마법을… 커헉!"

"단장님만이라도 이자리에서 빠져나가십시오!"

"연방… 연방을 위하여…."

확실히 근접한 기사들의 무력은 너무나도 강대했다.

오러 서린 장검이 방벽을 파훼하고, 탄막을 흩어내 버렸다. 마법사 들은 다양한 종류의 공격마법을 발현했지만, 그들 기사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거의 모든 마법이 캐스팅을 끝내 고 채 발현되기도 전에 무력화되었 기 때문에.

기사들이 마법사들의 마법을 무력화 시키는 방법은 단순 무식했다.

퍼억!

검날이 한 마법사의 가슴팍을 꿰뚫는 소리.

"커헉! 쿨럭…!"

그에 방금 전 마법을 발현하기 위해 캐스팅에 한창이었던 마법사 가, 입가에서 피거품을 문 채 쓰러 진다. 그의 손가에서 일렁이던 마나 의 잔광이 가라앉아갔다.

제국의 기사들은 공격 마법을 캐 스팅하고 있는 마법사부터 민첩하 게 처치했다. 난전 상황임에도 불구 하고 가장 위협이 되는 이들부터 배제해가고 있는 것이다.

'역시 정예로군. 마법사를 많이 사냥해보았다 이건가.'

으득 이를 가는 다니안.

그는 확신했다. 여기 있는 제국 의 기사들은 마법사를 상대하는 것 이 너무나도 능숙했다.

방벽을 수월하게 파괴하고, 캐스 팅을 시도하는 마법사부터 먼저 처 치해버린다. 채 화력을 발휘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그리하여 , 데필루나의 전투마법사 들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갈려나가고 있었으니 .

다니안은 나직이 읊조렸다.

"허나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가 오른손에 쥐고 있는 스태프 를 더욱 세게 부여잡았다.

지금 그는 도약 마법을 캐스팅 중이었다. 물론 초장거리 도약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중거리 도약. 이 도시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기껏인 마법이다.

허나 도시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 갈 수 있다면, 재차 마법을 발현해 본영으로 복귀할 수 있을 터.

목숨을 건질 수 있다.

그에 식은땀을 흘려가며 도약마 법의 연산을 마쳐 가는 다니안이었다. 연산은 거의 막마지에 이른 상황. 잠시 후 도약마법이 발현될 터.

허나 당연하게도.

그가 순순히 빠져나가게 둘 적이 아니었다.

"쥐새끼 같은 놈. 도망치려 하는 건가?"

저벅, 저벅, 저벅.

이쪽으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인가. 주변은 난전 중인 상황인지라 극도로 혼란스러 움에도, 그 모든 소음을 꿰뚫듯 미약한 발걸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온다.

마치 발걸음조차 진한 존재감을 품고 있는 것처럼.

"…설마."

다니안이 시선을 돌려 발걸음이 울려오는 방향을 바라본다. 그곳에서 한 청년이, 철제 군홧발 소리를 울리며 이쪽으로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물론 다니안은 그 청년의 이름을 알고 있다.

"한지훈…."

한지훈 라이젠. 북부 원정군의 수장. 그가 자신을 노리고 접근해 오고 있는 것이다.

철그럭.

그가 장검을 들어올린다. 역시나 그의 검날에는 푸른색 오러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한지훈이 선언했다.

"뒈져라."

콰앙!

그가 지면을 박차고 이쪽으로 쇄 도해온다.

* * *

나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노리는 것은 적의 수장. 다니안. 연방의 전투마법단 데필루나는 이 끌고 있는 이.

놈이 도약마법을 발현해 도주하 고자 한다.

'그렇게 놔둘 것 같으냐!'

콰앙!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전진해갔다. 보다 가까워지는 놈의 당혹에 찬 얼굴. 녀석이 크게 외쳤다.

"놈을 막아라!"

녀석의 지시에, 놈의 인근에 있던 수하 전투마법사들이 공격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들의 스태프에서 푸른색 광휘가 하나둘 피어오른다.

스태프가 이쪽으로 겨눠졌다.

"놈을 막아라! 단장님을 지켜!"

"단장께서 도약마법을 발현하실 때까지, 아무도 접근하게 놔둬서는 안된다!"

"쏴!"

콰르르르릉!

다수의 공격마법이 발현되어 달 려가고 있는 내게 쇄도해온다.

어떤 것은 마탄 세례. 어떤 것은 불화살. 어떤 것은 단순한 불덩이.

폭렬구와 같은 폭발계열 마법은 없었다. 그야, 섣불리 폭렬계 마법을 운용했단 놈들의 아군까지 휘말 려들 수 있으니 정교한 저격계 마법을 운용해 오직 나만을 제압하고자 할 심산이겠지.

물론 놈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 띠링! 띠링!

내게는 스킬이 있으니까.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집중과 전투분석 스킬이 활성화 되었다.

가속되는 사고. 느려져가는 체감 시간. 두뇌가 가열 차게 활동하며 현장의 모든 것을 읽었다.

놈들의 시선, 발현하는 마법, 녀석들의 심리상태와 정예도. 그리고 이쪽으로 쇄도해오는 마법들의 예상 궤적까지.

'모두 읽어버린다.'

읽었다면 파훼하는 것은 쉽다.

쉬익!

내 목을 노리며 쏘아졌던 불화 살. 고개를 비틀어 피해냈다. 화살 은 아슬아슬하게 내 귓가를 스쳐지 나가다른 전투마법사의 허리를 관통했다.

콰르르르릉!

시야를 가리며 이쪽으로 쇄도해 오던 수십, 수백의 마탄 세례를 장검을 휘둘러 소멸시켰다. 내 전신을 타격할 뻔했던 그것들이 힘없이 사 라진다.

번쩍! 화르르륵!

불덩이들이 쏟아져 진로를 가로 막는다. 척 보아하니 마나로 만든 불길이다. 일단 옮겨 붙으면 시전자 가 마나를 끊기 전까지 결코 꺼지 지 않을 터다.

허나 그것은 일단 옮겨 붙었을 때의 이야기.

나는 좌우로 뛰어가며 불길을 밟 지 않고 전진했다. 불덩이에게 옷깃 조차 그을리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적 마법사들 의 코앞에 도착할 수 있었고.

"방해된다, 꺼져."

내게 했던 공격을 되갚아줄 수 있었다.

콰아아앙!

검날을 수평으로 길에 휘둘렀다. 주우욱 그어지는 반월 모양의 궤적. 푸른색 오러광이 터져 나오고, 뒤이어 피안개가 치솟는다. 다니안을 지키기 위해 가로막았던 적의 마법사 두셋이 동시에 베여 나자빠졌다.

"다니안! 내가 도망치게 놔둘 것 같나?!"

재차 검을 휘두른다. 이번엔 수 평이 아닌 사선으로.

콰직!

가로막는 또 다른 마법사의 어깨 부터 옆구리까지, 주욱 베어버렸다. 놈이 사선모양으로 반토막 나 철퍽 쓰러졌다.

그 시체를 밟고 전진.

다니안에게 다가간다.

"먼저 선빵 쳐놓고 도망치면 많이 섭하지. 안 그래?"

다른 데필루나의 마법사가 내 진로를 가로막는다.

퍼억! 우드득!

녀석의 가슴팍에 검날을 박아 넣었다. 손잡이를 돌려 검날을 비틀었다. 놈의 심장이 터져나가고, 갈비 뼈가 우득우득 부서졌다.

절명한 마법사의 시체를 발로 차 쓰러뜨리고. 더더욱 전진.

"그나저나, 휘하 마법사들이 목숨 바쳐 시간을 벌고 있다니. 충성심이 대단하군 그래. 아니, 어쩌면 네가 세뇌마법이라도 걸어 놓은걸지도 모르겠어."

파앙!

검을 휘둘렀다. 또 다른 마법사 의 목덜미를 베었다. 놈이 꺽꺽거리며 몸을 경련한 뒤, 털썩 쓰러졌다. 핏물이 울컥울컥 흘러나오며 바닥을 적셔간다.

철그럭.

나는 장검을 고쳐 잡았다.

"이제는 그 휘하 마법사조차 없지만."

"크윽…!"

방금 전 죽였던 마법사가, 놈을 지키던 마지막 부하였다. 이제 녀석 의지척에는 지켜줄 아군이 없다.

그 말인 즉, 방해하는 적이 더 이상 없다는 소리.

나는 검날을 들어올려, 놈의 목을 향해 조준했다.

"아, 안 돼…!"

다니안의 눈동자가 격렬히 흔들 린다. 녀석의 눈동자에서 드러나는 감정은 경악과 당혹, 그리고 공포.

대다수의 인간들이 죽기 직전 흔히 내비치는 눈빛이었다.

나는 작게 고했다.

"죽어라, 다니안."

검날을 그대로 밀어 넣는다.

퍼억.

"꺼헉… 끄륵…."

목뼈를 부수며 관통하는 내 장검. 놈의 목덜미에서 핏물이 울컥 치솟는다. 그 상태에서 나는 장검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우드드득.

놈의 목뼈가 부서지고, 신경이 난자되는 소리. 다니안이 순식간에 절명해 놈의 몸이 축 늘어진다.

그리고 직후.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엑스트라 퀘스트 - '마법사 수 색 섬멸'을 '완벽하게' 완수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 가 추가로 정산됩니다!]

[정산 포인트 : 40pt]

[추가 정산 포인트 : 25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260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325pt입니다.)

325pt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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