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274화 (274/390)

274화.

"폭렬폭풍 마법이다!"

창밖을 보던 데필루나의 한 전투 마법사가 외쳤다. 그에 고개 돌려 밖을 바라보는 다니안.

창밖에는 초토화된 도시의 모습 이 보인다. 그리고 그 황량한 대지 위, 허공 드높이 떠올라 있는 붉은 색 마법진.

폭렬폭풍 마법이다.

다니안은 직감했다.

'화력으로 몰아붙일 심산이군.'

쿠르르르르르….

중후한 마나의 파동음과 함께 허공에 떠올라 있는 폭렬폭풍 마법진 이중첩되어 간다.

5중첩, 10중첩, 50중첩을 넘어 100중첩까지.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은 가능한 강력한 고화력 마법을 퍼부어 데필 루나의 마나방벽을 파괴해 버릴 심 산인 것이다.

다니안이 재빨리 지시했다.

"데필루나의 전 전투마법사. 불의 장막 마법의 진행을 정지, 모든 마나를 방벽의 운용으로 돌려라."

불의 장막 마법은 삼백의 전투마법사가 모여 발현하는 고위 광역 마법. 그것을 유지하면서 방벽을 유 지할 수는 없다. 때문에 지금 당장 은 방벽 강화에 마나를 집중하려는 다니 안이었다.

그의 명령에 전투마법사들이 분 주히 움직인다.

"마나를 돌려라! 방벽마법이다!"

"놈들의 마법이 방벽을 부숴버리 면 우린 끝장이다!"

"필요하다면 부스터를 섭취해!"

그들이 마법을 발현했다.

웅웅웅웅!

진하게 일어나는 푸른색 광휘. 직후 그들이 점거하고 있던 석제건 물의 외곽을 둘러치듯, 반투명한 푸른색 방벽이 생겨난다. 데필루나의 전투마법사들이 발현한 마나 방호 벽이었다.

다니안이 창밖을 바라보며 읊조 린다.

"폭렬폭풍이라. 과연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제피르라는 인물은 다니안이 알 고 있는 그 모든 전투마법사들 중에서도 극강의 화력을 지닌 이였다.

그의 오리지널 마법인 폭렬폭풍 마법.

적게는 수 개, 많게는 수십 수백 의 폭렬구를 소환해 떨어뜨려, 적진을 유린하고 대량의 군세를 휩쓸어 버리는 마법이다.

제아무리 다니안이 삼백에 이르는 전투마법사들로 방벽을 펼치고 있다 한들,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의 폭렬폭풍 마법을 무사히 막아내리 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허나 초조하게 창밖을 바라봐 봤 자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

"방벽을 강화하라."

다니안은 잠시 후 이곳을 두드릴 폭렬구들에 대비해 보다 많은 마나 를 끌어올린다. 건물을 지키는 방호 벽의 색이 보다 진해진다.

그리고 직후.

콰르르르르릉!

마침내 폭렬폭풍 마법이 발현되었다.

붉은색 궤적 수십, 수백 개가 허공에서 이쪽으로 쇄도해 온다.

* * *

하늘에서 이글거리는 불덩이들이 쏟아져 내린다.

제피르와 라브리에 전투마법단들 이 발현한 마법. 폭렬폭풍 100중첩. 성벽과 요새마저 단숨에 날려버리는 그 고화력 마법이, 저기 눈앞의 석제건물을 향해서 나아갔다.

마치 불로 이루어진 빗물이 떨어 져 내리는 것 같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장관이네."

게임 속에서도, 그리고 이 개같은 세계관 속에 들어온 뒤에도 수도 없이 보아왔던 마법이다.

폭렬폭풍. 인간 마법사들 중 가장 강대한 화력을 가진 마법.

게임 속에서는 폭렬폭풍 마법에 공포를 느꼈었다.

당시 제피르는 적이었으니까.

1중첩으로 백인대를 박살내고, 10중첩으로 천인대를 갈아버렸다. 100중첩으로 군단단위의 대규모 병력을 뒤흔들고, 성벽을 무너뜨렸으 며, 요새를 초토화시켰다. 무수히 많은 병력이 제피르와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에 의해 희생당했다.

허나 지금 이 시나리오에서 제피르는 내 아군.

그렇기에 하늘을 수놓은 붉은색 궤적들이 너무나도 든든하게 느껴 진다.

나는 확신했다.

"방벽, 박살나겠네."

내가 아는 제피르의 폭렬폭풍 마법이라면 그 어떠한 전투마법단의 마나방벽도 결코 버틸 수 없다.

그리고 제나 그렇듯, 내 예상은 결코 빗나가지 않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무수히 많은 수의 폭렬구가 적의 방벽에 틀어박혔다.

폭발이 쉼 없이 일어난다. 모래 연기가 혹 솟구쳤다. 웅혼한 충격파 가 이곳까지 날아와 공기를 뒤흔들 고 지면을 진동케했다. 불어오는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흔들고 간다.

그리고 직후.

콰직!

적의 건물을 둘러싸고 있던 마나 방벽에 선명한 금 줄기들이 아로새 겨 졌다.

놈들의 방벽은 버틸 수 없었다.

쨍그랑!

마침내 깨져버린 적의 방호벽.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렸다.

"슬슬 시작해볼까."

제피르가 수고해줬으니 , 이제는 내가 움직일 차례다.

검을 드높이 치켜들고 크게 외친다.

"적의 방벽이 파괴되었다!"

굳이 통신수정구를 통해 지시할 이유는 없었다. 목소리에 마나를 실 어 드넓게 퍼트리면 되었으니 .

휘하 기사들은 그 누구 하나 빠짐없이 내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고 있을 것이다.

이어 고한다.

"돌진, 돌진하라! 개같은 연방의 마법사 놈들을 모조리 죽여 없애 라!"

"돌진! 들진!"

"돌진하라!"

내가 외치고, 뒤이어 각기사단 장과 전대장들이 복창했다. 나는 전투마의 배를 찼다.

콰앙! 두두두두두두!

뒷발로 지면을 박차, 앞으로 쇄 도해 가는 내 전투마. 그런 내 뒤 를 무려 오천의 기사들이 뒤따라온다.

나는 오러를 끌어올렸다.

화르르르륵!

오른손에 쥔 장검에서 푸른색 광 휘가 피어오른다. 청염이 불타고, 장엄한 기운이 일렁인다.

적 마법사놈들만 처치한다면, 이번 전투가 종료된다.

[엑스트라 퀘스트]

[도시 어딘가에 있을 적의 전투 마법사들을 처치하라.]

[남은 시간 : 07: 12]

7분 남았다.

* * *

"쿨럭!"

"커허어억!"

데필루나 마법사들이 하나둘 각 혈하며 쓰러졌다. 그들이 입에서, 코에서, 심지어 눈에서 진한 붉은색 혈액을 줄줄 흘리며 바닥을 기었다.

쓰러지는 마법사들은 일반 전투 마법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커헉…."

데필루나 전투마법단의 단장, 다 니안 또한 각혈하며 무릎을 꿇었다.

툭, 투툭.

입가에서 흐른 핏물이 턱선을 지나, 방울져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그는 손등으로 흐르는 핏물을 홈 쳐내고는, 이어 읊조렸다.

"결국 막지 못했군."

그가 고개 돌려 자신의 주변을, 정확히는 이 방안에 도열해 있었을 휘하 데필루나 마법사들을 살폈다.

그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상황이 좋지 않아."

대다수의 데필루나 마법사들을 피 흘리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리 바운드 현상이었다. 너무나 강대한 충격으로 방벽이 깨져버렸기에, 몸속의 마나가 역류해 그들에게 심대 한 타격을 입혔던 것이다.

본래라면 전투를 포기하고 휴식을 취해야 할 터.

허나 도무지 그럴 수 있는 상황 이 아니었다.

"적의 기사들이 옵니다."

휘하 마법사들 중 하나가 그리 알렸다. 그에 다니안은 창밖을 바라본다.

그러자 보이는 건, 저 멀리서 푸른색 광휘 - 오러의 잔광을 흩뿌리 며 돌진해오는 기사들의 무리.

그 수가 꽤나 많다. 대충 수천쯤 될까.

"쯧…."

다니안이 혀를 찼다.

대략 5분. 5분 정도만 있다면 불 의 장막 마법이 완전히 발현되어 저 제국놈들을 통째로 불태워 버렸을 터다.

헌데 이쪽의 위치가 발각되었고, 방벽은 깨져 날아갔으며, 기사들이 자신들을 노리고 달려오는 상황이 었으니 .

다니안은 생각한다.

'기사놈들이 이곳까지 오는데 걸 리는 시간은 약 3분.'

전투마에 탑승한 놈들의 속도는 역시나 대단했다. 마치 바람을 가르 듯이쪽으로 쇄도해오는 기사들. 대략 3분 정도면 녀석들이 이 석제 건물에 당도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불의 장막 마법의 완전발 현이 머지않았다. 대략 5분 정도 뒤라면, 불길이 제국놈들을 완전히 집어삼킬 터다.

그 말인 즉,

'놈들을 지체시켜야 한다.'

약 2분에서 3분 정도, 저기사놈 들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승리하는 것은 놈들이 아닌 그들 데필루나 전투마법단일 터다.

그리고 지연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저기사 놈들을 타격하기만 한다면 어느정 도의 시간을 벌 수 있을 터.

그가 스태프를 치켜든다.

"정신 차려라, 버러지들아. 어서 일어나서 저기사놈들에게 마법을 퍼부어!"

다니안이 항전을 준비한다.

웅웅웅웅웅웅!

그의 스태프에서 푸른색 광휘가 반짝이고, 공격마법이 캐스팅되어간다.

* * *

나는 전투마를 타고 질주했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 갔다. 머리카락이 맞바람에 맞아 나 풀거린다. 전투마의 말발굽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고개를 들어 올려 전방을 바라봤다.

저 멀리, 대로 넘어 보이는 하나 의 석제건물.

본래 군사 용도로 사용하던 건물 일까. 도시의 다른 석제건물들 보다 도 훨씬 견고하게 만들어져있었는지, 폭렬폭풍의 충격파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굳건히 자리해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놈들만 죽이면 끝난다."

저 석제건물 안에 적의 마법사들 이 있다.

이제 건물 안으로 진입해, 적 마법사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마법진을 파훼하기만 한다면, 이 개같은 도시에서의 전투가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곤란하다.

고개 돌려 남은 시간을 확인한다.

[남은 시간 : 04: 41]

4분 남았다.

너무나 촉박한 시간. 아무런 방해 없이 전력질주해 달려가야만 제시간에 맞출 수 있을 듯싶다.

하지만 적이 방해해 오지 않을 이유가 없을 터.

휘하 기사들 중 하나가 크게 외쳤다.

"사령관 각하! 적의 마법입니다!"

그에 나는 다시금 시선을 돌려, 전방을 주시한다. 그러자 보였다.

번쩍. 번쩍. 번쩍.

전면의 석제건물에서 반짝이는 푸른색 광휘들. 직후 이쪽으로 쇄도 해오는 다수의 붉은색 궤적. 궤적 하나하나에는 격렬한 마나의 기운 이 담겨 있다.

명백한 공격마법. 놈들은 우리를 요격하기 위해 마법을 운용하고 있다.

적이 반격을 개시한 것이다.

허나 나는 당황하지도, 분노하지 도 않았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그럼 그렇지. 순순히 접근하도록 놔두지는 않겠다 이거지."

고작 2분 내지 3분만 이쪽을 지연시킨다면, 승리할 수 있다. 적들은 그리 판단했을 터.

그리하여 놈들이 공격마법을 운 용해 이쪽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려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유저이 자, 막대한 스킬과 능력치, 그리고 시스템의 가호를 등에 업고 있다.

내가 죽인 적이 몇 명이었고, 내가 승리해냈던 전투가 몇 번이었는 가.

놈들은 결코 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전의 모든 적들이 그러했듯이.

- 띠링! 띠링!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이 활성화 됩니다.]

점차 좁아지는 시야. 체감 시간 이 느리게 흘러간다. 사고가 극도로 가속된다.

고개를 들어 올려 전면을 바라본다. 이쪽으로 쇄도해 오는 다수의 공격마법들.

사고가 가속되어 , 체감시간이 느리게 흘러갔기 때문에 선명하게 관 측할 수 있었다.

어떤 것은 폭렬구였고, 어떤 것은 단순한 화염 세례였으며, 간혹 불화살 같은 것이 마치 탄막을 형성해오듯 밀어닥치기도 한다.

각양각색의 화속성 공격마법들.

그것의 궤적을 읽었다. 진로를 확인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모조리 피하고 파훼한다.'

나라면 할 수 있다.

고삐를 좌로 크게 당겼다.

콰앙!

전투마가 지면을 방향을 꺾고, 조금 전 내가 있던 자리에 폭렬구 가 들이닥쳐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다. 등 뒤가 후끈한 열기로 달궈졌다.

피피피핑.

불화살세례가 날아온다. 나는 장검을 꺼내 들고는 그 모든 것을 쳐 냈다.

검날을 바쁘게 놀린다.

횡으로, 수직으로, 때로는 사선으로. 내 목과 몸통, 그리고 질주하는 전투마를 노리며 쏟아진 불화살 세 례가 힘없이 반토막나 우수수 떨어 졌다. 지면에 잔불이 붙는다.

화르르르르륵!

내가 가야 할 진로에 불길이 일었다. 나를 비롯한 기사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도록, 대로 그 자체를 불태워 길을 막아내려 하는 것이다.

역시나 쓸모없는 짓이다.

나는 검날에 대량의 마나를 밀어 넣었다.

웅웅웅웅웅웅!

백열하는 장검. 웅혼한 기세가 인다. 마나의 파장이 주변 공기를 진동시켰다.

나는 강대한 힘이 응축되어있는 그 검을 수직으로 크게 휘둘렀다.

직후 굉음이 울린다.

콰르르르르르릉!

진로상에 위치해 있던 불길이, 풍압에 휩쓸려 순식간에 사그라진다. 일순 길이 열렸다.

크게 외쳤다.

"내가 선도해 길을 열겠다! 뒤를 따르라!"

기사들이 내 진로를 따라 돌진해 갔다.

목적지였던 석제건물이 바로 코 앞이다.

적의 마법사들을 숙청할 때가 머 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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