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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71화 (271/390)

271화.

포트 알파란을 함락시킨 제국군 은 계속해 북상했다.

행군하고 있는 병사들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본래 정예로서 똘똘 뭉쳐있던 데 다, 원정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끝 마쳐놨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반나절 만에 적의 요새를 함락시켰으며, 손실은 경미.

너무나도 수월하게 대승을 거두 었으니 제국군의 사기가 안정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허나 정작 큰 공을 세웠던 마이 사의 얼굴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표정이 안 좋은데. 마이사, 그렇게 불쾌한 경험이었나?"

"… 토할 것 같더군."

"뭐. 익숙해 져야지. 힘내라 마이 사. 이번 전투의 주역이 그렇게 침 울해서야 되겠나."

그녀의 얼굴 표정은 시종일관 찌푸려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난생 처음 사람을 죽여 봤으니 , 아무리 적이라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필요한 일이었고, 게다가 마이사 또한 그리 유약한 성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 믿음에 보답하 듯.

"그래. 침략자를 처치한 것뿐이다. 고작 버러지 한명 처형한 것으로 이렇게 침울해져서는 안 되겠지."

그녀는 그리 어렵지 않게 멘탈을 회복했다.

이후 행군에는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제국군이 북으로, 북으로 계속해 나아갔다. 30만이 넘는 대량의 군 세가 행군한다.

그렇게 북부군은 자치령의 중부 도시, 란트베이안까지 행군했고.

우리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도하 게 된다.

"란트베이안의 소거는 어찌되었지?"

자치령에 파견된 연방군의 장성 이자, 지금은 총독을 대리해 모든 자치령군을 지휘하고 있는 인물, 기 플랫 랜드바론.

그가 나직이 입을 열어 물었다. 그에 그를 보좌하고 있던 참모가 대답했다.

"란트베이안 소거는 완료되었습니다. 도시를 불태우고 모든 물자를 파괴했습니다. 제국놈들은 이 땅에서 단 한줌의 자원조차 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훌륭해."

클클클, 기플랫이 입가를 비틀어 질척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지금 청야전술을 운용하고 있었다.

방어군이 퇴각 전, 공격군이 유 용할 만한 모든 물자를 불태우고 파괴해 적에게 보급의 한계를 강요 하는 전술.

물론 청야전술을 쉬이 운용하긴 어렵다.

드넓은 국토와 농지를 불태우다 보니, 설사 성공적으로 적을 격퇴한 다 한들 국가에 장기적인 피해를 입히며 대량의 전쟁난민을 발생시킨다.

국력이 무너지고, 경제가 초토화 되며, 물자의 유동이 틀어 막히게 된다.

그야말로 지금 당장의 국력을 깎 아침공군에게 피해를 입히는 전술.

제정신이 박힌 위정자였다면 시 행 전 숙고해야 하는 전술.

허나 기플랫은 망설임 없이 청야 전술을 시행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자치령이 멸망한다 한들 우리 연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자치령은 연방의 일개 식민지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후 불어 닥칠 후폭풍 따위에 아랑곳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기플랫은 제국군이 밀어 닥치고 있는 자치령 중부 거점도시, 란트베이안을 불태웠다.

농지와 창고를 불살라버렸다. 민간인들이 지니고 있는 식량 또한 모조리 빼앗아 후방으로 이송시켰다.

이제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백만에 달하는 전쟁난민이 발생해 터 전을 잃고 방황할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의 자치령 백성이 굶어죽을 것이다.

너무나도 잔혹한 처사.

허나 기플랫은 여기서 멈출 생각 이 없었다.

그가 통신 수정구를 쥐어들고는 통신했다.

"준비는 어찌 되었지?"

직후 수정구에서 들려오는 통신.

- 준비는 완벽합니다. 기플랫 사령관 각하.

"최대한 많이 죽여."

그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 이건 대체."

야심한 밤, 드높은 언덕 위.

마이사는 북쪽 방향을 바라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시각은 이미 자정. 본래라면 시야가 어둠 속에 파묻혀 먼 곳을 바라보지 못할 시간이다.

허나 자정에 이른 시간에도 불구 하고 마이사는, 그리고 나를 비롯한 모든 북부군 병사들은 환한 시야를 얻을 수 있었다.

"란트베이안이 불타고 있다."

자치령의 중부 거점도시, 란트베이안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란트베이안의 모든 것이 불살라 져 사라져가고 있었다.

크고 작은 건물들. 드높이 솟아 있는 성벽. 불길이 뒤덮어 스러져갔다.

도시 밖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비옥한 옥토도 화마에 휩싸여 불태 워지고 있다. 지평선 전체를 아우르 듯 불길에 휩싸여 연소해간다.

연기가 피어올라 밤하늘을 가득 메운다.

광활하게 펼쳐진 불길이, 붉은색 잔광을 사방천지로 흩뿌리고 있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청야전술이로군."

적은 우리군이 당도하는 것에 맞 춰 농지를 불태우고 도시를 소각했다. 모든 식량을 뒤로 빼돌리는 한편 미처 회수하지 못한 물자들을 모조리 파괴해 이쪽이 유용하지 못 하게했다.

쯧, 혀를 찼다.

"멍청한 놈들. 청야전술이라니 쓸 데없는 짓을…"

청야전술이라. 다른 그저 그런 국가였다면 꽤나 먹힐만한 전술이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이끌고 있는 제국군 은 다르다.

제국은 남부대륙의 맹주. 막대한 국력과 극강의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군에 들어가는 자원과 보 급은 상상을 초월하며, 견고한 보급 망을 지니고 있다.

그런 제국군에게 청야전술이라 니?

"제 살 깎아먹는 것에 불과한데 말이야."

우리 원정군의 보급망이 견고한이상 청야전술을 시행한다 한들 별 다른 타격을 가할 수는 없다.

즉, 놈들은 제 손으로 자기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렇게 내가 불타오르는 대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한지훈. 보다시피 적은 도시를 소거했네. 청야전술을 운용하고 있어."

저벅. 누군가가 그리 말하며 다 가왔다.

내 측근이자 원정군의 선임 군단 장, 오스카였다.

그가 이어 말한다.

"기병대를 운용해 주변을 정찰해 본 결과 이 주변에 적의 군영이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놈들은 소각을 완료하고 모조리 철수해 버린 듯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야전설을 펼친 자치령놈들이 이 주변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야 지켜야할 도시를 아예 파괴 해 버렸으니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제안했다.

"한지훈. 저 도시를 통과해 계속 진군하면 될 것 같다만."

"도시를 통과해서?"

"그래."

오스카의 말이 이어진다.

"어차피 적이 철수해버린 상황이다. 적이 없으니 안심하고 행군할 수 있겠지. 자리해 있는 대로를 따 라 도시를 통과하듯이 행군한다면, 예정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걸세."

그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해보았다.

적이 모조리 불태워버린 도시. 남아있는 적병은 없고 기습의 우려 또한 적었다 하지만 어째서 이토록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인지.

썩 내키지 않다.

허나 이어진 오스카의 말에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란트베이안을 우회해서 전진한 다면 대로에서 벗어나 며칠의 지연 이 생길 것이다. 한지훈, 자네도 알 가시피 우리는 시간이 없어."

그렇다. 우리 제국군에게는 시간 이 없었다.

"연방 놈들이 언제 중앙대륙에 상륙할지 모르는데 . 이곳 자치령에서 시간을 소모할 순 없지 않나?"

동맹 엘프가 연방에게 공격당 할 위기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움직여야한다.

오스카의 말대로 저 도시를 우회 하거나 혹은 안전이 완전히 확보된 뒤 통과한다면 다소의 시간이 추가 로 소요될 터.

반면 지금 당장 도시의 대로를 가로질러 행군한다면 며칠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결정했다.

"좋아. 도시를 통과해서 전진한다."

그리고 나는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 각하. 제국군이 란트베이안 코 앞까지 당도했습니다.

자치령 총독성의 회의실. 다수의 군관들이 도열해 있는, 묵직한 분위기의 공간.

그곳 중앙에 자리해있는 비콘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놈들이 도시를 통과해 갈 때 공격하겠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기플랫의 휘하 병력들이었다.

불타오르고 있는 도시, 란트베이 안에 매복해 있는 이들.

불타고 있는 도시의 도심지역에 숨어있는 와중이다. 당연히 그리 많은 수를 매복시킬 수는 없을 터.

- 이번 기습으로 제국 놈들은 심 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헌데 그들은 적디 적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제국군의 대량 손실을 확신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백 단위의 이들이 수십 만을 상대하게 되는 것일 터인데.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데필루나 전투마법단. 네녀석들 의 활약을 기대하지."

- 맡겨만 주십시오. 사령관 각하.

도심지역에 숨어있는 연방군의 매복 병력 모두가 전투마법사 들이 었기에.

제국군이 소거 중인 대도시, 란 트베이안을 향해 접근한다.

우리 제국군은 동틀 무렵까지 기다렸다.

그러자 란트베이안 전체를 휘감 았던 화마가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대지를 드넓게 불사르던 화염도, 무수히 많은 건물과 가옥을 무너뜨 렸던 불길도. 꺼져가 짙은 연기구덩 이 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탈 물건이 모조리 불타 재로 화 했기 때문에 미약한 잔불만을 남기 고 불길이 꺼져버린 것이다.

덕분에 큰 위협 없이 진군을 지시할 수 있게 된 상황.

"대로를 따라 란트베이안을 통과.

계속 북상하라."

그에 나는 병력의 전진을 명했고, 제국군이 도시 안쪽으로 진입한다.

나는 마차에 탑승한 채, 병사들 과 함께 도시 안쪽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까이에서 란트 베이안의 참상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의 광경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처참하구만."

소거 처리된 란트베이안의 모습 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이곳저곳 완전히 불타 뼈대만 남 아있는 건물들. 무너져 내린 건물파 편. 짙게 내리깔려있는 연기. 후각을 자극하는 탄내.

다행히 도시의 주민들은 제때 피 신했던 건지 불탄 시체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전진했을까.

"한지훈, 저걸 봐라."

함께 마차에 타고 있던 마이사가 그리 말하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에 나 또한 시선을 돌려 그곳을 바라봤고. 확인할 수 있었다.

"전쟁난민들이군 그래."

대로 옆, 크고 작은 주택들이 있던 자리. 지금은 그저 건물 파편무 더기라고 불러야 할 건물터에서 사람들이 검댕을 묻혀가며 내부를 헤 집고 있었다.

마이사가 그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미처 챙기지 못한 재산을 추스 르러 온 것 같은데."

그녀의 추측은 아마도 사실일 것 이다.

자치령군의 갑작스러운 퇴거조치에 미처 챙기지 못했던 자신의 남 은 재산을 찾아 건물 무더기 사이를 뒤지고 있는 것이리라.

검댕과 흙먼지를 온몸에 묻혀가 며 파편무더기를 뒤지는 난민들.

그들을 퍽 딱하게 여겨졌던 것일 까. 마이사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 한다.

"한지훈. 이곳의 전쟁난민들도 루 벤에 수용할 수 있나?"

"루벤에 이송하라고?"

"그렇다. 가진 터전을 부당하게 잃어버린 난민들이다. 저들을 루벤 으로 보내 수용한다면 그대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고, 더해 민생 또한 안정화 시킬 수 있지 않겠나?"

"음…."

마이사의 말에 나는 작게 신음했다.

사실 이미 루벤의 성장은 거의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전쟁난 민들을 수용한다면, 치안이나 경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나는 확답할 수 없었다.

"뭐, 여유가 된다면 수용하도록 하지."

다만 여지를 남길 뿐.

그렇게 우리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며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대로를 타고, 이 도시 란트베이안을 가로지르기 위해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도시의 중심부로 다가갈수록 주변의 광경은 점차 처 참해졌다.

드문드문, 제때 피신하지 못해 불타 죽어있는 시체들이 눈에 띄었다. 파괴되어 방치 중인 건물들이 훨씬 많아졌다. 때때로 전쟁난민들 이 약간의 식량을 두고 몸싸움 하는 모습을 보기도했다. 난민들이 행군중인 병사들에게 다가와 식량을 구걸하기도했다.

그 꼴을 보고 있던 마이사는 결국 욕지거리를 뇌까렸다.

"개같은 연방 새끼들."

본래 슈베츠 왕국의 왕녀였던 마 이사다. 그런 그녀가 과거 자신의 백성들이었던 이들이 저토록 고생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수밖에.

그렇게 나와 마이사는 주변의 광경, 철저히 소각 처리된 란트베이안 의 모습을 주시하며 행군했고.

그때 문득.

'…이상해.'

나는 석연찮은 기색을 감지했다.

다시금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소각처리 되어 파괴되어 있는 도시. 처참한 경관. 그에 반해 비교적 멀쩡한 도시의 대로.

어떤 의문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청야전술을 펼쳤으면서 어째서 대로는 파괴하지 않았던 거지?'

청야전술. 미처 회수하지 못해 적이 유용할 모든 물자와 자원을 불태워, 공격군의 행군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술이다.

그렇다. 지연이다.

청야전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적의 진군을 조금이라도 힘겹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헌데 도시를 가로지르는 대로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이렇게, 마차를 타고갈 수 있을 정도로.

놈들이 정말 우리군의 행군을 지연시키기 위함이라면.

쓸데없는 농경지와 건물 따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닌, 이대로부터 못쓰게 완전히 망가뜨려야 할 터인 데.

헌데 대로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마치 방심하고 도심 깊숙이 들어 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순간 나는 직감했고.

"염병할."

바로 옆의 마이사처럼, 욕지거리 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수정구를 쥐어들고 입을 열었다.

"모든 전투마법단에 전파한다."

통신하는 것은 전투마법사들. 그 들을 운용해야 이자리에서 제국군 이 살아나갈 수 있다.

"함정이다. 모든 전투마법사는 당장 전투태세를 갖춰라. 포션을 섭취 하고, 필요하다면 부스터 또한 복용 하라."

내가 그리 지시하는 그때.

쿠르르르르르….

웅혼한 마나의 파동이 이 도시 전체를 울렸다.

적의 공격마법이 발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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