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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64화 (264/390)

264화.

마이사가 영주성의 복도를 걷는다.

그녀가 시선을 정면으로 해, 바로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인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보기 드문 검은색 머리카락을 지 니고 있는 청년.

그가 입고 있는 고위장성 정복의 견장에는 황금색 별이 4개나 박혀 있었다.

사성 장군. 제국 북부 야전군의 사령관의 직책을 가진 인물.

한지훈.

마이사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 며 중얼거렸다.

"역시 허언이 아니었어."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아직 한지훈이 일개 백인장에 불과했고, 자신은 그저 군의 잡무를 돕는 전쟁고아였을 무렵.

그때 한지훈과 자신이 나눴던 대화를.

- …그렇다면 한지훈. 그대는 단장계급 너머, 군의 정점에서려는 건가?

- 그래.

- 일개 백인장, 그것도 평민출신 백인장이 그런 말을 하다니. 너무 먼 이야기구나.

- 맞아. 먼 이야기지. 아마 하루 이틀로는 되지 않을거다.

- 그래도. 이 정도 포부는 있어 야 네 고향을 해방시킬 수 있지 않 겠냐?

당시 한지훈은 말했었다.

백인장, 천인장, 그리고 군단장 너머. 야전군 사령관. 그리고 어쩌면 국방성 장관까지.

제국군이라는 거대한 집단의 정 점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는 그때의 대화를 계속해 떠 올린다.

- 한지훈. 그대는 신기한 녀석이 구나.

- 뭐가?

- 그대가 말하는 건 얼토당토않 은,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다. 일개 백인장이, 그것도 평민 출신이 군의 최고위층을 이야기하니 말이다.

- 왜. 허풍으로 보여?

- 그렇지 않아보여서 문제다.

당시 마이사는 내심 직감했을지 도 모른다.

- 한지훈. 그대의 눈동자를 아무리 바라봐도 절대 거짓이나 허풍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이라면 그 정도 지위에 도달할 수 있다 여기고 있어.

정말 한지훈이라는 인물이 자신 이 공언한 말들을 모두 이루어낼지 도 모른다고 말이다.

한참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녀가 피식 웃었다.

"정말로 그 모든 걸 이루어 내다 니."

한지훈은 당시 내세웠던 포부를 모두 이루어냈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자신이 이 투었던 것에 만족하고 안주하리라. 혹은 권위만을 내세우고 교만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한지훈을 처음 봤을 무렵부터 가 진 지위, 재산, 그리고 그동안 일궈 낸 세력까지, 그의 신상에 많은 것 이 변화했지만.

한지훈의 태도도, 성격도. 바뀐 것이 없다.

그저 언제나처럼 자신과 주변을 대할 뿐.

"마이사. 뭘 그리 중얼거리고 있나?"

그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본다. 눈동자가 마주쳤다.

검은색 눈동자. 처음 포트 갈레이에서 봤었을 때와 한 치도 다르 지 않은, 깊게 가라앉아있는 눈동자다.

날카로운 한편 진중한 분위기를 품은 흑안.

그가 입을 열어 말한다.

"회의실에 다 왔다. 앞으로 해야 할 게 많아."

끼이익.

문을 열고, 당당히 걸어 회의실 내부로 향하는 한지훈.

그는 언제나 똑같았다.

이룬 것이 많음에도 교만하지 않았다. 출세했음에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가진 능력에 자신감을 지닐지언정 자만하지 않았다.

언제나 노력을 경주해 더욱 드높 은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지금. 과거보다 훨씬 큰 인물이 된 한지훈이 자신의 바로 앞에 있다.

한지훈의 뒷모습. 그의 꼿꼿이 펴진 등짝이 이전보다도 훨씬 듬직 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어서 이쪽으로 와라, 마이사."

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회의실 안 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그곳에는 수십에 달하는 인영들이 도열해있었다. 마이사 그녀 자신을 포함한, 한지훈의 측근이 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

한지훈이 고개를 주억이며 말한다.

"전쟁 준비를 해보자고."

한지훈 라이젠. 제국의 위대한 전쟁영웅.

그가 움직인다.

나는 회의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테이블을 중심으로 빙 둘 러앉아있는 인영들. 하나같이 나와 깊은 관계를 가진 이들이었다.

먼저, 북부군에서 오랜 시간 함께 전장을 전전했던 이들. 선임군단 장 오스카, 볼로냐기사단장 베르겐,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장 제피르.

갓 사관학교를 수료한 내 양녀 마이사. 영지관리에 전념하고 있는 랑스와 휘하 행정관들.

수면 아래에서 나와 제국을 지원 하고 있던 엘프와, 영지에서 공업에 전념하고 있는 드워프 수장들까지.

그들 전체가 이 커다란 회의실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절로 내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든든하구만.'

제각기 분야에서 특출 난 능력을 가진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무려 수십이나 나와 함께하고 있다.

든든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감회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둘러보고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정세 파악부터 제대로 해 보자고."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수정구 를 건드렸다. 그러자 은은히 푸른빛을 발광하는 통신 수정구.

회선을 연결한다. 목적지는 현재 제국의 제후국 중 하나인 코르자카 공화국.

곧 통신이 연결되었다.

- 오랜만이구나, 한지훈. 무슨 일 이지?

목소리가 들려온다.

카탈리. 엘리스 이전에 엘프 여왕이었고, 지금은 정체를 숨기고 코 르자카 공화국의 대의원직을 맡고 있는 인물.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코르자카가 어찌 운영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말이다."

- 꽤나 늦게 물어보는군 그래. 최근 몇 년 동안 코르자카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더니.

"나도 할 일이 많아서 말이야."

피식 웃는 그녀의 목소리. 언뜻 쾌활하게 들리는 것을 보아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닌 듯하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완벽하다. 내가 그동안 바쁘게 움직인 덕분에 코르자카에 공화정 이 완전히 뿌리내렸다. 정치 상태는 안정적이며, 지금은 이전 협상동맹 전쟁의 전흔을 모조리 회복한 상태지.

"그거 좋은데."

- 더 물어볼 말은 없나?

"그래. 그럼 계속 수고해줘."

나는 통신을 끊고는, 또 다른 곳 으로 새로운 회선을 연결했다. 이번 에도 역시나 친분이 있는 인물이었다.

- 오랜만이로군. 무슨 일인가? 한지훈.

트웨인의 수장 누르비테. 그에게 회선을 연결한 것이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진중한 목소리. 나는 그에게 묻는다.

"동부대륙 전쟁의 현상황이 궁 금해서 말이야."

- 뭐, 그대 덕분에 수월하다.

누르비테의 목소리 또한 아무런 그늘이 없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전쟁은 연승 중이다. 유목연합을 반파시켰고, 지금은 상인연합과 전쟁 중이지.

"힘든 점은 없나?"

- 전혀. 사기는 최상이고 제국측 의지원 덕분에 보급물자는 넘친다. 더해 자네가 알려준 전략을 그대로 따르니 계속해 승리하며 놈들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나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나는 간접적으로 트웨인을 지원해왔다.

대량의 보급품과 군수물자는 물론 루벤 상단을 동원해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전황을 읽어 누르비테에게 승리의 방책 또한 지속적으로 알려 주었다.

그 덕분에.

- 대략… 몇 주일만 있다면 적에 게 항복을 얻어내고 남부대륙에 영토를 확보할 수 있을거다.

누르비테는 단 몇 년만에서부대륙을 서서히 정복해가고 있었다.

- 모두 자네 덕분이다. 그대에게는 아무리 감사를 표해도 모자라군.

그에 내게 고마움의 감정을 느끼 고 있는 누르비테였다.

한때는 적이었으나. 이제는 절친 한우군이 되었다. 그들의 숙원인 고향 영토의 수복을 도와 서로의 아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씩 웃었다.

"무얼. 트웨인이 앞장 선 덕분에 우리 제국의 영향력이 서부대륙에도 미치게 되었으니 오히려 이쪽이 고맙지."

- 그대 한지훈, 그리고 그대가 선도하는 제국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로의 이익이 겹쳤기에 가능한 일이다.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 그럼 누르비테, 계속해 전쟁을 이끌도록."

- 알았다. 이전쟁이 끝나면 가장 먼저 자네에게 알려주지. 은혜를 갚아야하니 말이야.

"그거 참 기대되는군 그래. 그럼 통신 종료. 무운을 빌지."

통신이 끝났다.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제국 밖의 상황은 순조롭다."

엘프 카탈리 대의원이 다스리고 있는 코르자카 공화국. 이전의 상처 를 딛고 회복 중. 정치를 안정화시켰으며 공화정을 성공적으로 정착 시켰다.

누르비테가 이끄는 트웨인 유목 민족. 서부대륙에 진출해 유목연합 과 상인연합을 상대로 전쟁 중. 제국의 지원과 내 전략조언에 힘입어 순조로이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제국 내부. 특히나 연방과의 전쟁에 사용될 전력을 살펴야 하니.

고개를 들어올려 테이블 건너편을 바라본다.

"오스카. 베르겐. 제피르."

북부군에 있는 내 휘하 군관들. 나의 가장 절친한 전우들이자, 내 최측근인 인물들이다.

그들에게 물었다.

"지금 북부군의 상황. 제대로 알 려줬으면 하는데 ."

연방을 상대할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이 확보됐는지를 말이다.

그에 그들이 차례로 입을 열어 말한다.

"한지훈. 우리 북부군은 성장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오스카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최선인 군단 장으로서 나다음가는 지위 권한을 지니고 있는 이.

그가 지도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연방군이 상륙해 올 것으로 추 정되는 해안지방에 요새를 건축했고, 연안 경비대를 창설했다. 더해 기존 13개 군단규모였던 북부군은 지금 16개 군단까지 증원했지."

연방의 침공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연안지방에 요새를 다수 축성했다. 적의 침입을 관측하고 선제 대 웅할 연안 경비대도 창설했다.

더해 북부군의 양적 팽창 또한 이루었다.

기존 13개 군단, 약 25만 병력에서 16개 군단, 약 33만까지 그 병력 수를 충원한 것이다.

물론 북부군의 성장은 단순 양적 팽창으로 그치지 않았다.

"… 그리고 전투 경험이 풍부한베테랑 병사와 사관들을 주축으로 레인저들을 양성하고 있다. 일반 병력들의 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 지금 우리 북부군은 네 개의 야전군 중 가장 정예이고, 더욱 정 예화될 거다."

질적인 성장 또한 이루었다.

애시 당초 북부군은 제국에서 가장 실전 경험이 풍부한 야전군이었다.

과거 제국의 정복전쟁. 그이후 공국전쟁과 협상동맹과의 전쟁, 연 방 원정군과의 전투까지.

이토록 실전 경험을 축적한 군대였으니 약간의 손을 보는 것만으로 도 정예화시키가 어렵지 않았을 것 이다.

다음으로 입을 연 것은 베르겐이었다.

"기사들을 확충했다. 이제 북부군 의 기사는 약 오천에 달한다."

베르겐이 이끄는 볼로냐 기사단을 비롯해 다수의 기사단이 북부에 합류했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 볼로냐 기사단 외에도 아 드네, 고르간트, 파라블렘, 스프링 필드까지. 모두 전장에서 활약한 것으로 유명한 기사단들이다. 믿음직 한 놈들이지."

베르겐은 북부군에 합류하는 기사들의 수준을 신경 써 최정예 기사단을 만들어냈다.

오천. 하나의 야전군이 보유한 전기사 병력이라 치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전장에서의 무훈으로 드높은 명성을 쌓았던 명 문 기사단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 진다.

"이 오천 명의 기사들만 있다면, 연방의 기사가 일만이라 한들 능히 상대게다."

베르겐이 저리 자신감을 내비칠 정도로 출중한 전력인 것이다.

직후 제피르가 입을 열었다.

"이쪽도 만만치 않다고, 한지훈."

후욱.

연초 연기를 내붐으며 클클 웃는 제피르. 그의 말이 이어진다.

"낫질작전 당시 종군했던 우리 라브리에와 나머지 네 개의 전투마 법단. 그대로 북부군에 합류했다."

제피르가 이끄는 라브리에 전투 마법단을 비롯.

세르베야, 카이살, 분더, 베르퀼레 전투마법단 까지.

도합 오백의 전투마법사들이 북부군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전투마법사 오백의 화력.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방 원정군과의 전쟁에서 그들 다섯 개 전투마법단의 강대한 화력을 잘 보았다. 이제 와서 부족하게 느껴질리 없다.

"좋아. 그럼 준비는 이제 대충 완성된 것인가."

모든 기반이 갖춰졌다.

병력과 물자를 운송할 도로망.

막대한 군수물자. 적의 상륙을 지연 시킬 연안 요새들. 그리고 일반 병사들부터 고급 전력까지. 병력의 확 충과 정예화까지.

이 정도 준비라면 연방놈들과 싸 워봄직 하다.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연방놈들이 언제 쳐들어 오냐가 관건인데."

먼저 움직여 연방을 칠 생각은 없다.

본래 전쟁이란 서로 동일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칠 때, 공격보다는 방어가 유리한 법이니까.

하물며 연방의 전력은 현재 제국을 압도한다. 먼저 공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

때문에 개전 초기에는 방어전을 펼칠 것이요, 이후 방어전을 성공적 으로 끝마친 뒤 연방의 국력이 쇠 락해진 후에야 적극적인 공세를 취 하기로 내심 결정해둔 상태였다.

그러니 연방을 기다려야 한다.

"놈들이 언제 움직일 것인가."

국방성의 첩보에 따르면, 연방 또한 원정 준비를 끝마친 상태.

놈들은 그리 머지않아 움직일 것 이다.

하지만 그때가 과연 언제일까.

몇 달, 몇 주, 혹은 바로 내일일 수도 있다.

- 한지훈 씨. 연방군이 기동하기 시작했어요.

오늘 당장일 수도 있고 말이다.

나는 시선을 돌려 테이블 위 통신수정구를 바라본다. 녹색 잔광이 아른거리고 있다.

중앙대륙. 엘프 여왕 니디아에게 서 들어온 통신.

그녀가 알려온다.

- 연방 원정군이 편성되어 일제 히 서쪽으로 기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동부대륙의 서쪽에는….

"중앙대륙. 너희 엘프의 영토가 있지."

- 맞아요. 한지훈 씨.

내 예상과 달리, 연방은 남부대륙 침공 이전 중앙대륙부터 차지하 려는 듯했다.

니디아의 통신이 이어졌다.

- …그리고 연방군의 원정대 행 렬에서 강력한 혹마나의 파장을 감 지 했어요.

"흑마나의 파장을 감지했다라…. 그 말인즉."

- 흑마법사가 연방군과 함께 중앙대륙을 침공해오는 거예요!

니디아의 목소리가 회의실에 쩌 렁쩌렁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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