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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62화 (262/390)

262화.

이후 나는 바쁘게 움직였고,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먼저 내 작위가 변화했다.

"공작이 된 걸 축하하네, 한지훈 라이젠. 이제는 자네도 제국의 최고 귀족 중 하나일세."

나는 기존 후작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공작위에 도달했다.

공작. 황제와 황가의 인물들 바로 아래에 위치한 자리.

이제국에서도 몇 없는 명문 중 의 명문 가문의 가주가 된 것이다.

평민으로 시작해, 하급 귀족을 거쳐, 백작과 후작을 지나, 마침내 도달한 지위.

이 이상 가는 작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광활한 영지를 하사받았으며, 황 족 다음가는 권위를 지니게 되었다.

나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국의 실세가 되었다.

더해 군에서의 내 위치 또한 변화하게 되었다.

"북부 사령관으로의 진급. 축하드 립니다. 한지훈 라이젠 사령관 각하."

북부 야전 사령관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과거 데이비드의 자리였으나, 국 방성 장관으로 영전하며 공백이 되 어버린 자리.

이제 나는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제국 북부군을 지휘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얻은 지위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 신임 람셀 총독 각하시군요.

미리 통신으로나마 인사드립니다. 수석행정관 라캄펠 이라고 합니다. 오시는 대로 새로운 관저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람셀의 총독이 되었다.

제국령 람셀. 한때 협상연합의 일원으로서 제국과 전쟁했으나, 이제는 제국의 식민지 중 하나가 되 어버린 국가.

내가 통치하게 되었다.

일국의 국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손에 넣게 되었다.

과거를 돌이켜보니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 이 세계에 끌려들어올 때만 해도 일개 병사에 불과했던 내가 이제는 공작이 되었고, 수십만의 병력을 지휘하게 되었으며, 한 신민지 의 총독이 되기까지했다.

모두 고작 몇 년만에 일어난 일 이다.

나는 성공했다.

이제 나는 제국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만약 내가 이 세상의 평범한 지 성체에 불과했다면 이자리에 만족을 느끼고 안주했을 터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시나리오는 끝나지 않았 어."

연방의 야망. 유물. 세계검. 크라 함의 암약. 그리고 시스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나는 바쁘게 움직여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빠르게 처리해 나갔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 * *

- 몇 년 동안 수고 많았다. 이제 제군들은 우리 제국의 정예 사관으로서….

드넓은 연병장.

우렁찬 군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사관학교장의 연설이 흘러나오는 그곳에 수백의 인영이 도열해있다.

하나같이 제국 사관생도용 정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자들.

이들은 제국 수도 사관학교의 생 도들이며, 지금은 그들의 졸업식 겸 임관식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 임관식을 진행하겠다. 참모과정 수석, 대표 사관생도 마이 라이 젠. 앞으로.

사관학교장이 한 인물을 짚어 앞 으로 호출한다. 그에 생도들 중 가장 선두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여성이 움직였다.

찬란한 금색 단발머리에, 바다처럼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를 한 여인이었다.

마이사 슈베츠. 슈베츠 왕궁의 후예.

지금은 신분을 숨기고 '마이'로서 한지훈의 양녀이자 사관생도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저벅, 저벅.

그녀가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 간다.

연단 앞으로 걸어 나간 마이사.

그녀가 경례하고, 사관학교장이 그녀의 목덜미에 계급장을 달아주 며 읊기 시작했다.

- 제국 수도 사관생도. 대표생도 마이 라이젠 외 사관생도 254명. 위대하신 황제폐하의 윤허 아래, 국 방성 장관의 승인을 받아 그대들을 제국군 하급 참모로서 임명한다. 제국수도 사관학교장 가터스 알베니 오.

직후 흘러나오는 군악 소리. 마 이사는 경례하고, 사관학교장이 그녀의 경례를 받았다.

달칵.

학교장이 증폭된 음성을 끄고, 바로 앞에서있는 마이사에게 나직 이 말했다.

"드디어 임관이구나. 축하한다, 마이 라이젠 생도. 아니, 이제는 하급 참모관이구만. 사령장을 받았으니 ."

"축하 감사합니다. 학교장 각하."

마이사가 절도 있는 말로 대답했다. 그에 학교장은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었다.

"마이. 자네는 북부군에 배속되기 를 희망했지."

"그렇습니다."

"인맥이 있어서인가?"

학교장의 말에 마이사는 눈썹을 찌푸렸다.

북부사령관인 한지훈 라이젠이라는 인맥에 기대 출세하려 한다.

그녀가 가장 기분 나빠하는 말이 었기에.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본 학교장은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하하! 그럴 리 없지. 자네가 인맥에 기댈 정도로 나약한 인간은 아니란 건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 이니. 하지만 궁금해서 말이네."

"궁금하단 말씀은."

"어째서 굳이 힘든 북부로 가려 는지 말이야. 수석 생도인 자네라면 충분히 중앙군 참모로 배속될 수 있을 지언데."

학교장은 지그시 마이사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인맥에 기대려 하는 것도 아니고, 그곳에 고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헌데 어째서 북부군으로 가려는 건가? 마이 하급 참모."

"… 북부군으로 가려는 이유."

마이사는 학교장의 물음에, 자신 의 가슴속에 품어놨던 포부를 떠올렸다.

'슈베츠 왕국의 해방.'

과거 한지훈을 처음 만났을 적 그가 자신에게 해줬던 소리.

자신을 따른다면 슈베츠 왕국을 해방시킬 수 있다. 연방 자치령이 되어 일개 식민지가 되어버린 자신 의 조국을 되찾을 수 있다.

그녀는 그 포부를 가슴속에 품어 왔고 마침내 제국군 참모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을 순순히 밝히기에는 힘든 일.

그녀는 결국 입을 다물었고. 학교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자네의 표정을 보아하니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목표가 있나 보구만. 그것도 결코 순탄치 않은."

툭툭. 학교장이 격려하듯 마이사 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가 씩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걱정 마라. 자네는 내가 보아왔던 그 어떤 생도보다도 훌륭 한 인재다. 자네라면 그 목표가 무엇이든지, 능히 이룰 수 있을 터다."

"학교장 각하."

"사관학교 생활은 끝났다."

학교장이 마이사와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말한다.

"알고 있을 거다, 마이. 지금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아. 이제부터 자네는 전장으로 가겠지."

"… 그렇습니까."

"그래. 자네도 생도 생활을 해본 만큼 현재 대륙의 정세를 잘 알고 있지 않나."

세계의 정세는 지금 순탄치 않았다.

동부, 연방.

호시탐탐 남부대륙과 중앙대륙을 노리고 있다.

그들은 군비를 증강했으며, 전성 기에 준할 정도의 막대한 군사력을 축적했다. 언제든지 남부대륙과 중앙대륙을 침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서부, 유목연합과 상인연합.

지금 제국-트웨인 연합군과 전쟁 중이었다.

제국군과 트웨인 기마민족의 혼 성부대가 서부대륙에 상륙해 격전을 이어가는 중.

남부대륙 및 제국 본토는 아직 조용했으나, 언제든지 전쟁의 겁화에 휩싸일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

학교장이 말을 이은다.

"그래. 자네처럼 훌륭한 군관이 중앙군이 아닌 북부군을 선택한 걸 내심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는지 모 를걸세. 전장에서 활약할 엘리트 군 관들이 하나같이 변경군이 아닌 중앙군으로 배속되니."

본래 높은 성적을 기록한 사관학 교 졸업생 대부분은 중앙군으로 간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중앙으로 가야만 출세할 수 있기 에.

비합리적인 일이었다.

사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 던 엘리트 군관들은, 전투가 없는 중앙군으로 간다.

정작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격렬한 변경의 전장일 터인데.

정교한 제국의 군사체계에서 몇 없는 병폐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마이사는 달랐다.

그녀에게는 포부가 있었고. 그렇 기에 사관학교 수석자리를 꿰찼음 에도 중앙군으로 가지 않고 북부군을 희망했다.

이제 그녀는 전장에서, 다른 동기들보다 더욱 농밀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학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언했다.

"그래. 마이. 북부에서 전공을 세 워라. 제국의 영웅이 되어라. 우리 제국의 대 영웅이자, 자네의 양아버 지. 한지훈 라이젠처럼 말이다."

마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도록 노려하겠습니다."

"좋아."

그에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사관학교장.

그가 씩 웃으며 말한다.

"그럼 내려가 보게. 이제 임관식을 마쳐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학교장 각하. 해주 신 조언.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척 경례하고 뒤돌아서는 마이사.

저벅, 저벅.

그녀가 계단을 걸어 단상 아래를 향해 내려간다.

그 와중 그녀는 눈동자를 움직여, 이쪽을 주시하고 있던 다른 사 관생도들을 주시했다.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계급을 가진 이들.

처음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를 생각해본다.

당시 저들은 자신을 무시했었다.

여자임에도 사관학교에 왔다고.

그것도 일개 평민 출신에 불과한 자신이, 양아버지인 한지훈의 힘으로 수도 사관학교에 입교했다고 말이다.

허나 그 후 벌써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마이사는 자신의 우월한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몇 년간 수석생도의 자리를 단 한번도 놓쳐본 적이 없었다.

전술과 전략으로 압도했고, 기마술 또한 훌륭했다.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또한 타 동기들을 아득히 능 가했다. 뛰어난 리더십으로 사람들을 장악했다.

그리하여 이자리에 있다.

제국 수도 사관학교. 수석 생도 자리에.

마이사는 다시금 눈동자를 움직여, 이쪽을 바라보는 동기 생도들을 주시한다.

그들의 눈빛을 읽었다.

동기 생도들의 눈빛에는 오직 존경과 부러움, 그리고 약간의 질투들 뿐이었다.

처음 그들을 보았을 때는 오직 무시와 비웃음밖에 없었는데 .

피식.

마이사가 웃는다.

'지금부터다.'

그녀는 사관학교를 졸업했고, 임 관식이 끝났다. 마침내 장교가 되었다. 북부군 하급 참모관으로서 배치되었다.

'지금부터 시작이야.'

이제는 그 재능을 펼칠 일만이 남았으니 .

저벅, 저벅.

마이사가 단상 아래로 내려간다.

제국 수도 사관학교의 정문.

나는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 고 있다.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사 관생도들. 그들이 힐끔거리며 내 옆을 스쳐지나간다.

아마도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옷차림이 고위 장성용 정복이기에. 이토록 어그로가 쏠린 것이겠지.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에 그들의 시선을 무시한다.

"언제나오냐."

다만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한마디 불만을 뇌까렸을 뿐.

내가 그렇게 멍하니 서있었을 때였다.

"기다리고 있었나? 한지훈."

누군가가 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순간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못 알아 볼 뻔했다.

"마이."

그 외양이 많이 바뀌어 있었기 에.

마이사 슈베츠. 과거 내가 공국 과의 전쟁에서 주웠던 전쟁고아.

몇 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키도 자랐고, 머리카락 또한 많이 길렀다. 눈가에는 진중한 빛이 머금어져있었으며, 이목구비 또한 보다 성숙해져 있다.

완연한 성인이 되어있는 모습.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많이 자랐구만. 마이."

"그대는 바뀐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

"내가 좀 동안이긴 하지."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사관학교 수료 축하한다."

마이사는 마침내 제국 수도 사관 학교를 수료했고, 제국의 장교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내가 이끄는 북부군 참모부에 소속 될 것이다.

나는 내심 기대되었다.

'마이사 슈베츠.'

강력한 리더십과 천재적인 지략을 가졌던 이.

여성이라는 성벽을 극복하고, 연합군의 대장군 직을 수행했던 인물.

이전 시나리오에서 나의 가장 강력했던 대적자.

허나 이번 시나리오의 그녀는 내 아군이었다.

이제 그녀는 사관학교를 수료했 고. 내 휘하로서 합류하게 되었다.

과연 그녀는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이고. 어떤 전공을 세울 것인가.

나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

"슈베츠 왕국 해방. 제대로 해내야지? 마이사."

그녀가 활약하고, 그녀가 품었던 염원이 이루어질 때가 그리 머지 않았다.

연방과의 전쟁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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