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화.
"사령관 각하. 보고 드립니다."
연방 원정군 최고사령관. 하밀 볼리바르의 집무실.
그곳에서 한 연방군 참모가 보고했다.
"본국의 수송함대가 내일 오전 무렵 도착할 예정이며,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이제 철수만이 남았습니다."
하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롬이 이끌던 10만 병력이 전 멸한지 약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하밀은 철수를 준비했다.
본국에 요청해 수송함대를 불렀다. 보급창을 정리했다. 마차와 군 량 등을 비롯, 미처 가져갈 수 없는 군사물자를 파괴했다. 병력에게 수송준비 절차를 지시했다.
그리하여 지금이 되었다.
내일 오전 무렵, 연방의 수송함 대가 도착한다면.
하밀 볼리바르와 그가 이끄는 원정군은 이곳 남부대륙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고민하던 하밀이 휘하 참모 에게 물었다.
"제국놈들의 동향은 아직도 파악 할 수 없나?"
"저, 그것이…."
"알고 있다. 아직도 정보가 차단 되고 있나보군."
쯧. 혀를 차는 하밀 사령관.
본래 연방의 정보능력은 대단했다.
대륙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그 들의 정보원들이 퍼져있으며, 대량 의 정보를 취합해 세계정세를 낱낱이 파악한다.
하지만 그런 연방의 정보력을 동원했음에도 연방 전쟁국과 정보국에서는 여전히 제국군의 동향을 파악 못하고 있는 상황.
그이유, 다름이 아닐 터다.
' 엘프년들.'
엘프가 여전히 개입하고 있다.
그들 엘프가 제국과 연방 사이에 있는 모든 마나통신들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연방의 정보원들이 현지에서 얻은 정보를 송신하지 못했고, 그리하여 제국군의 동향을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되었으니 .
하밀 사령관이 나직이 읊조린다.
"어쩌면. 남부대륙을 토벌하기 전 중앙대륙부터 치는 게 나을 수도 있겠군."
본래는 안 될 일이었다.
세계의 수호자 엘프.
그들의 영역인 중앙대륙을 감히 침공하겠다니.
하지만 엘프는 제국에 붙었다.
그리하여 놈들은 연방의 남부대륙 침공을 수면 아래에서 방해하고 있으니 .
방해꾼은 처단해야 하는 법.
"아무리 그 엘프라 한들 우리 연 방의 국력이라면 능히 중앙대륙을 차지할 수 있을 터다."
추후 중앙대륙을 쳐, 방해하는 엘프놈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그리 결심하는 하밀 볼리바르 사령관 이었다.
허나 그것은 다시 연방이 원정대 를 조직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
지금은 철수가 급하다.
하밀이 참모에게 지시했다.
"한번 더 철수 준비를 점검하라. 수송함대가 도착하는 즉시, 신 속하게 탈출해야 한다."
"명령을 받듭니다!"
척 경례하는 휘하 참모.
이제 원정군은 내일 오전 무렵. 본국의 수송선에 올라 동부대륙으로 귀환할 것이리라.
하밀이 작게 중얼거린다.
"… 드디어 이 염병할 남부대륙을 떠날 때가 되었군 그래."
안도하는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감는 하밀 사령관.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너무 일렀던 것인가.
"사령관 각하!"
덜컹!
문을 박차고, 또 다른 참모가 그 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그가 경악에 찬 얼굴로 알려왔다.
"적의 함대가 나타났습니다!"
"… 뭐라고?!"
하밀의 얼굴에 당혹의 감정이 일어난다.
"지원해줘서 고맙습니다."
나는 수정구를 쥐어들고 통신했다.
통신하는 대상은 나보다도 높은 계급을 가진 인물이었다.
"덕분에 연방놈들의 퇴로를 틀어 막을 수 있었습니다. 남부군 사령관 각하."
제국의 남부 야전군 사령관.
대규모 함대를 운용해, 코르자카 공화국과 격렬한 해전을 벌였던 인물.
알터스 가빌 데이드리온 공작.
그와 통신하고 있는 것이다.
알터스 남부 사령관의 목소리가 수정구에서 흘러나온다.
- 무얼. 우리 남부군을 도와줬던 그대의 요청이다. 당연히 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일주일 전. 나는 남부 해군에게 지원요청을 했었다.
덴터에 있는 연방놈들이 단 한명 도 도주하지 못하도록. 함대를 움직여 달라 말이다.
물론 남부군 사령관은 흔쾌히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 전투함들을 운용해 덴터 인근 해상로를 봉쇄했네. 물론 연방의 대규모 수송함대가 온다면 철수해야 한다만, 적어도 해안을 통해 놈들이 도주하지는 못할걸세.
적의 퇴로를 막았다.
덴터에는 소수의 수송선과 함선 들이 있다.
나는 적의 사령관인 하밀이 해로 를 따라 도주할까 염려했고, 그렇기에 남부 해군을 움직여 놈의 도주 로를 막아낸 것이다.
- 이제 나머지는 자네 하기에 달렸네. 건투를 비네, 한지훈 라이젠. 통신 종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알터스 사령관 각하."
통신이 종료되었다.
가라앉는 수정구.
나는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놈들의 퇴로는 끊었다."
내 뒤에는 군대를 이끄는 측근들 이자리해 있었다.
오스카, 베르겐, 제피르를 비롯한 다수의 군관과 참모들.
그들에게 고한다.
"놈들의 전력은 일반 보병대 약 10만. 기사 3천. 마법사 3백이다. 솔직히 말해, 그렇게 쉬운 싸움은 아니지."
적은 철수를 준비 중이지만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
10만의 일반 병사들만 해도 우리 의 4만 병력을 간단하게 압도하고 있으니 .
"하지만 우리라면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쪽의 승산은 결코 낮지 않았다.
우리 제국 측의 기사 전력과 마법사 전력은 적을 압도하고 있다.
일반 보병대 병력으로는 밀리지만, 고위 병종인 기사와 마법사의 수는 오히려 놈들보다 훨씬 많으니 말이다.
더해 우리 제국의 군관들은 유능하다.
나는 자리해있는 측근들 하나하나를 돌아보았다.
'오스카, 베르겐, 제피르.'
과거 공국과의 전쟁 때부터 함께 해왔던 여러 영웅들.
저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 결코 질 일은 없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덴터는 코앞이다. 오늘 자정 무렵, 놈들을 치지."
연방군은 내일 아침까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제국군이 진군한다.
* * *
"해안선이 봉쇄되었습니다!"
"… 남쪽에서 적의 지상군 포착! 적의 군세가 이쪽으로 전진중입니 다!"
"적의 병력, 총원 약 4만! 기사 오천과 마법사 오백입니다!"
연방 원정대의 최고 사령부. 그곳에서 여러 참모들의 고성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하나같이 다 급함이 어려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국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었습니다!"
제국군이 바다에서, 그리고 지상에서. 그들 연방군을 몰아넣어가고 있으니 .
"… 빌어 처먹을 제국 놈들."
으득. 하밀이 이를 갈며 나직이 읊조렸다.
"우리 원정대를, 기어코 몰살시키 겠다는거냐."
제국군은 람셀 수도 함락까지 미뤄가며 진군해왔다.
해군을 보내 도주로를 막았고, 지상군을 전진시켜 이쪽을 압박하고 있다.
소수의 인원조차 도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완벽하게 펼 쳐진 포위망.
그들 원정대는 덴터에서 고립되었다.
제국군은 기어코 연방 원정대를 몰살시키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어림도 없다."
하밀이 시선을 돌려 지도를 바라 봤다. 척후병들이 바쁘게 움직여 기어코 완성해낸 전략지도였다.
전략지도에는 적아의 병력이 상 세히 표기되어있다.
'일반보병은 압도. 기사전력은 열 세. 마법전력은 비등.'
이쪽을 향해 진군해 오는 제국 군.
놈들은 4만의 보병대와, 5천의 기사, 5백의 마법사을 이끌고 있다.
비록 고위 병종인 기사와 마법사 의 수는 밀리지만, 일반 보병의 숫자는 압도하고 있으니 .
하밀은 확신했다.
'버틸 수 있다.'
고작 반나절만 버티면 되는 일이다.
적의 공세에 맞서, 철수 시기까지 버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 여기는 하밀이었다.
그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방어전! 방어전이다! 함대가 오 기까지 이곳 덴터를 사수하라!"
본국의 수송 함대가 오기만 한다 면, 살아서 남부대륙을 빠져나갈 수 있다.
"보병대를 출진시켜라! 기사는 측면을 엄호, 마법사는 후방에서 화력지원이다! 모든 물자를 아낌없이 투입하도록!"
어차피 버리고 가야 할 물자들이다.
하밀은 그 물자들을 모조리 소모 해, 최대한 시간을 버텨볼 심산이었다.
"동이 틀 때까지 버틴다면 이곳 남부대륙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것 이요, 버티지 못한다면 몰살될 뿐이다. 최대한 버텨라! 병사들의 목숨을 갈아 넣어서라도 버텨!"
연방군이 철수 전, 마지막 전투 준비를 서두른다.
* * *
다그닥, 다그닥.
야심한 밤. 내가 타고 가는 전투 마가 서행한다.
그런 내 옆에서 똑같이 전투마에 탑승한 채, 보폭을 맞춰 따라오는 오스카.
그가 입을 열어 말한다.
"저기가 덴터로군. 꽤나 커다란 해안도시야."
그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앞을 바라봤다.
어둑한 시야 너머 보이는 커다란 구조물. 높게 자리해있는 성벽.
그 건너 빽빽이 세워진 건물들 과, 창가에서 일렁이는 수많은 불빛 들까지.
우리 제국군은 마침내 람셀 동쪽 끝에 자리해있는 연안 대도시, 덴터에 도착했다.
오스카가 이어 말한다.
"하밀 사령관은 저곳, 덴터에서 동틀 때까지 버티려고 할 터. 절대적극적인 공세를 취해오지 않을거야."
아마도 그럴 것이다.
놈들의 목표는 병력의 철수이지, 이쪽의 섬멸이 아니다.
때문에 적은 도시의 성벽을 방어 벽 삼아 계속해 버티려고 할 터.
즉, 놈들은 지연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다. 시간 이, 그리고 병력이 부족해."
오스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 여 긍정했다.
동이 트고, 연방의 수송함대가 도착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 야 반나절.
시간이 부족하다.
더해 적의 병력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솔직히 말해 제시간 안에 놈들을 전멸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한 일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자리에는 자네가 있지. 한지 흔 라이젠."
오스카가 고개 돌려 이쪽을 바라 본다.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의 갈색 눈동자에는 어떤 감정 이 일렁이고 있었다.
'신뢰.'
오스카는 나를 신뢰하고 있다.
내가 있기만 한다면, 그 어떤 전투라도 이겨낼 것이라는 확신.
그가 싱긋 웃으며 말해왔다.
"자네가 지휘한다면, 이번에도 대 승을 거두고 목적을 이룰 것이야. 그런 생각이 드는군."
"물론이지."
나는 오스카의 말에 단번에 수긍했다.
그럴 자신이 있었으니까.
"내가 지휘하는 군대에 패배는 없어. 오스카."
이 개 같은 세상에 떨어진 뒤. 그 어떠한 전투에서도 진 적이 없다.
공국 전쟁 때도. 카렌, 트웨인, 코르자카, 그리고 람셀과의 전쟁에서도.
항상 열세인 상황에서 승리했고.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오스카, 베르겐, 제피르."
내 측근들이 주변에서 대기 중이었다.
다섯 개의 전투마법단들을 통솔 하는 제피르.
5천의 기사들을 지휘하는 베르겐 라 프랜시스.
그리고 4만의 보병대를 지휘하는 디 로드게리스까지.
그들을 향해 고했다.
"통신 상태를 항상 유지해. 계속 해 지시사항을 일러주지."
이번 전투에서, 나는 저들 모두 를 지휘할 심산이다.
군관들이 하나 둘 통신수정구를 점검한다.
우웅… 웅….
그러자 일렁이는 푸른색 광휘. 은은하게 들려오는 마나의 파동.
이미 비콘을 설치해 두었기에 마나통신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측근들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고는, 작게 읊조렸다.
"군단 지휘술 활성화."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르고,
['스킬 : 군단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스킬이 활성화되었다.
나는 확신에 차 말한다.
"연방놈들을 싸그리 몰살시켜버 리자고."
하밀 볼리바르 휘하, 연방의 원정대 10만 병력.
놈들은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이곳 남부대륙에서 모조리 죽어 나자 빠질 것이다.
협상동맹과의 전쟁, 그 마지막 전투.
덴터 공방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