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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51화 (251/390)

251화.

커다란 천막으로 이루어진 공간.

연방 원정군, 제 1군의 지휘부.

"전투는 순조롭습니다. 사령관 각하."

한 노인이 수정구에 대고 그리 말했다.

얼굴에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새 겨져있고, 눈가에는 형형한 귀기를 품고 있는 한 노인.

노인은 연방군의 고위 군관 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그의 보고가 이어진다.

"적의 전열을 쳐부쉈으며, 기병대 와 기사단을 운용해 측면을 파고들 었습니다. 놈들의 진형은 완전히 붕 괴되었고, 지휘의 통제조차 흐트러 진 상황."

제이롬 아르피니움. 연방의 상급 군단장이자, 연방 원정군 제 1군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기도 한 인물이었다.

현재 약 10만의 병력을 지휘하고 있는 이.

그가 확신하듯 말한다.

"오늘 중으로 놈들을 완전 전멸 시킬 것입니다. 승전보를 기대하십시오. 사령관 각하."

승리할 것이라고. 제국군을 모조리 전멸시킬 것이라고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0만이라는 막대한 병력. 그에 반해 상대하는 제국군은 그의 절반 가량에 불과한 6만.

더해 놈들의 전열과 지휘 체계마 저 붕괴했으며, 기사나 마법사를 비 롯한 상위 병종들은 거의 무력화된 상황이었으니 .

압도적인 전세. 패배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 그래. 수고했다, 제이롬.

직후 수정구에서 들려오는 흡족 한 목소리.

제이롬의 상관, 하밀 볼리바르 원정군 사령관이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확실히 다 이긴 전투로군. 허 나 방심하지 마라, 제이롬. 그곳에서 제국군을 전멸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원정군은 병력이 양단되어 고 립되고 만다. 반드시 승리하도록.

"명심하겠습니다. 하밀 사령관 각하."

- 통신 종료. 수고하게.

수정구의 빛이 가라앉고, 통신이 끝났다. 제이롬 군단장은 시선을 돌려 천막 안쪽을 주시했다.

"확실히 들었겠지. 제군들."

천막 내부에는 수십의 참모들과 소수의 장성들이 도열해 있었다.

10만의 연방 원정군을 이끄는 제 1군의 고급 군관들.

그들을 향해 제이롬이 강조한다.

"제국놈들을 몰아붙여라. 놈들의 전열을 뒤흔들고, 예비대를 갈아버려."

사실 굳이 해야 할 말은 아니었다. 이미 그리 하고 있었으니 .

허나 쓸모없는 말이라 한들 사기 진작과 의욕고취를 위해서는 이런 뻔한 말도 필요한 법.

그가 지시했다.

"마법참모. 전투마법사들에게 포 션을 재배급하라. 지금쯤이면 마나 가 모자를 터이니. 화력의 공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적에게 여유를 주지 말고 광역마법을 퍼부어!"

"명령을 받듭니다. 군단장 각하!"

"기사단장. 모든 기사를 운용해 전열을 관통해라. 슬슬 놈들의 지휘 부를 날려버려야 할 때가 되었으니 ."

"지시를 이행하겠습니다. 각하."

"당장 실시하도록."

제이름의 말에, 참모와 장교들이 움직인다.

이제 그들은 이번 전투를 마무리 할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마법사들에게 다시금 광역마법을 지시하고, 기사단을 운용해 적의 심장을 노릴 것이리라.

제이롬이 웃는다.

"쉽군. 너무 쉬워."

대승이 다가오고 있다.

패전을 앞둔 제국놈들이 분투하고 있다 하나, 죽었다 깨어나도 놈 들은 전황을 뒤집지 못할 것이리라.

그만큼 전세가 압도적이었으니 .

하지만,

"…제이롬 상급 군단장 각하!"

아직 제이롬은 모르고 있었다.

"뭐냐, 정찰참모. 보고할 게 있나'?"

"… 후방에 적이 나타났습니다!"

그들과 전투할 제국군은, 오스카가 이끄는 6만의 군대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쿠르르르르르…!

장중한 소음이 울려 퍼졌다. 진동하는 공기. 천막이 흔들려 물결친다.

제이롬이 표정을 굳혔다.

"갑자기 무슨…."

오랜 시간동안 군직에 있었던 그 였기에 알고 있다.

방금 전 들려왔던 웅혼한 소음. 분명 마법의 발현음이었다. 그것도 대규모 광역 수준의.

펄럭!

제이롬이 천막 밖으로 걸어나갔다.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러자 볼 수 있었다.

"마법진…!"

타오르는 불꽃처럼 정열적인 붉은 색깔을 지닌 마법진. 중첩되어가 며 그 크기와 기세를 점차 늘려가 고 있었다.

쿠르르르르르…'

다시금 울리는 마나의 소음.

제이롬은 마법진을 바라보고는 으득 이를 갈았다.

"염병할 제국 마법사 놈들. 최소 100중첩 규모다. 아직도 마법사 전력이 남아있을 줄이야."

100중첩 규모의 광역공격마법 이라면 최소한 한 개 군단에 궤멸 적인 피해를 입힐 정도의 화력을 지니고 있다.

허나 제이롬은 당황하지도 절망하지 않았다. 그저 허공에 떠올라있는 마법진을 바라보며 성가시다는 듯 혀를 찼을 뿐.

"그래봤자다. 이쪽에도 전투마법사들이 있다."

그가 시선을 돌려 자신의 배후에 도열해 있는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당장 마법사를 호출해라. 저 염 병할 마법진을 파훼해야 해."

"알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원정군에는 당연히 전투마법사들 이 포함되어 있다. 그 수가 무려 500.

저까짓 광역 마법 따위 그리 어 렵지 않게 파훼할 것이리라.

제이롬은 그리 예상했고.

그런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번쩍!

허공에 새로운 마법진이 나타나 반짝이는 빛무리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새로이 등장한 마법진은 하나가 아니었다.

번쩍! 번쩍! 번쩍!…

다수의 마법진이, 뒤이어 등장해 웅혼한 기운을 사방에 흩뿌린다.

"뭣…."

제이롬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멍 하니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으므로.

그가 경악에 차 외쳤다.

"광역 마법이 다섯 개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

허공에 새로운 마법진 네 개가 떠올랐다. 그것들이 저마다 붉은색, 푸른색, 회색과 남색. 속성에 따른 빛깔을 반짝인다.

그리고 그 모든 마법진은 광역 마법이었다. 그것도 최소 80중첩 이상이라 추정되는 고화력의.

제이롬의 얼굴에 당혹이 스며들었다.

* * *

"내게 마나를 공조해라. 타격점을 조율하지."

제피르가 스태프를 휘저었다. 그러자 번쩍 터져나오는 찬란한 마나 의 광휘.

쿠르르르르…

마나의 울음이 공기를 울렸다. 지면이 진동하고, 허공에 떠올라있는 커다란 마법진이 그 빛의 세기 를 높여갔다.

마법진이 중첩되어가고, 곧.

"폭렬폭풍, 100중첩. 준비 완료."

마법의 발현 준비가 완성되었다.

평소였다면, 제피르는 곧장 스태 프를 내리그어 적의 전열을 타격했을 것이다.

허나 그는 그리하지 않았다.

지금 광역마법을 발현하는 것은 제피르가 이끄는 라브리에 전투마법단 뿐만이 아니었기에.

"셰르베야 마법단. 얼음세례 100중첩 마법이 완성되었다."

"카이살 전투마법단. 뇌전 80중 첩 준비 완료."

"분더 전투마법단. 바람 칼날 50연격이 준비되었다."

"베스퀼레 마법단…."

다른 마법단들 또한 광역마법의 준비를 마쳤다. 이제는 준비한 모든 화력을 쏟아 붓기만 하면 되었으니 .

씨익. 제피르가 미소 짓는다.

"연방놈들의 마법사.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이다."

연방의 마법전력은 강력했지만. 이자리에 있는 마법단들은 모두 전장에서 구를 대로 구른 정예들이었다.

마법사의 수가 동수라 한들. 결코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자, 쓸어버리자."

제피르가 스태프를 내리긋는다. 그 직후, 콰르르르르르릉!

대량의 화력이 적진을 향해 투사 되기 시작한다.

고삐를 쥐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 전방으로 보이는 것은 광활한 크기로 펼쳐져있는 적의 후방. 무수 히 많은 천막이 쳐져있고, 대량의 보병이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떨어져 내리는 것은 형형색색의 빛을 반짝이는 여러 궤적들. 제피르를 비롯한 제국 마법사들이 가한 광역마법들이다.

나는 그 꼴을 보며 작게 읊조렸다.

"이제 적 후방은 초토화 되겠고."

언제나 그렇듯, 내 추측은 틀리지 않다.

붉은색 폭렬구 수백, 수천 개가 쏟아져내렸다. 각각의 폭렬구는 산 탄처럼 흩어져 적진 곳곳에 떨어졌다.

직후.

콰콰콰콰콰콰쾅!

무수히 많은 폭발, 귀를 먹먹하 게 하는 굉음.

대량의 연방군 병사가 폭발에 휩 쓸려 쓸려나갔다.

적의 육편조각과 핏물 따위가 하늘로 비산한다. 이글거리는 불길이 드넓은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천막과 마차들이 불살라졌다.

'라브리에 마법전투단의 폭렬폭풍 마법.'

언제 봐도 화력 하나는 끝장나는 광역기다.

물론 광역마법은 폭렬폭풍만이 아니었다.

무수한 폭발의 직후, 다른 광역 마법들 또한 적진을 휩쓸어가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얼음창들이 쇄도했다. 수십 줄기의 뇌전이 내려꽂혔다. 바람으로 이루어진 칼날 수십 개가 적의 전열을 휘저었다. 땅이 꺼져 무너져내렸다.

압도적인 화력. 적의 마법사들은 이쪽의 광역마법을 파훼하지 못했 고. 놈들의 병력이 갈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적 마법사들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 …살아남은 마법사! 응답하라!

-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 이쪽 또한 광역마법을 발현….

- 전열을 갖춰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상급자를 찾아!

무수한 병사들의 시체 사이, 가까스로 살아남은 병사와 마법사들이 비척비척 일어서고 있다.

언뜻 보기에 꽤 많은 적들이 살아남아있다.

하긴, 광역마법은 그 화력이 대 단한 대신 넓게 분산되었으니 . 적병 의 밀집도가 제아무리 대단하든 완전히 쓸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우리가 모조리 쓸어버리면 되니까."

전투마의 배를 다시금 박찬다.

두두두두두두.

더욱 가속하는 기사들. 나는 왼손으로는 고삐를 쥐고, 오른손으로는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르릉. 뽑혀져 나오는 기다란 장검. 그것을 드높이 치켜들며 외쳤다.

"적의 지휘부부터 처리할거다!"

방금 광역공격에 적지 않은 수의 적이 쓸려나가고, 지휘부 또한 무너 져 내렸지만. 그렇다 한들 모든 참 모와 고급 지휘관들이 죽지는 않았을 터다.

분명 살아남은 고급 장교들이 있을 터.

놈들이 다시 지휘체계를 바로잡 아 지휘부를 재건한다면 귀찮아지고 만다. 그렇게 놔둬서는 안된다.

그러니, 놈들의 머리를 친다.

언제나 지휘관은 전투의 제 1목 표였으니까.

나는 재차 크게 외쳤다.

"돌진! 내 뒤를 따르라!"

연방군의 지휘부는 바로 코앞이다.

오천의 기사들이 달려나간다.

"쿨럭! 쿨럭!."

제이롬은 피를 토한 직후, 눈을 떳다.

그가 작게 읊조린다.

"… 완전히 당했군."

그가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은 바로 개판이 된 지휘부 인근 군영의 모습이었다.

뿌연 시야. 이글거리는 화염. 시야를 가리는 연기.

주변의 천막들에는 모조리 불이 붙어 타들어가고 있으며, 이곳저곳 에는 시체들이 널브러져있다.

참혹한 광경.

그는 입가에 흐르는 피를 훔치고 는, 발악하듯 외쳤다.

"염병할 제국 새끼들! 감히, 우리 연방군을…!"

전혀 예상외의 일격이었다.

제국의 전투마법사들. 언제 그리로 당도했던 것일까.

놈들은 지휘부가 있는 후방 근처에 자리해 있었고, 이쪽으로 다수의 광역마법을 갈겨댔다.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천막이 불타간다. 호휘하던 병력 이 죄다 죽어나갔다. 참모와 장성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죽거나 다쳤다.

그에 단숨에 흔들린 지휘체계.

하지만 제이롬은 포기하지 않았다.

비틀. 그가 간신히 일어서며 외 친다.

"지휘부를 재건한다! 각 장성과 참모들, 살아남은 놈들이 있다면 응답하라!"

수장인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 더해 모든 참모와 장성들이 죽어나 가진 않았을 터. 반드시 살아있는 이들이 있을 터다.

그들을 모아, 다시 지휘부를 재 건한다면. 원활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지휘가 가능할 터.

그에 병력을 추스르고 지휘체계를 바로세워, 전투를 속행하려는 그였다.

으득. 제이롬이 이를 간다.

'제국놈들. 반드시 복수해주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 공격 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비록 일시적인 혼란이 있었지만 아직 그들에게는 수만에 달하는 병력과, 여전히 적을 압도하는 기사단 전력이 있다. 그들을 제대로 운용한 다면 예정된 승리를 차지할 수 있을 터다.

제이롬은 그리 생각했고. 다른 참모들의 생각 또한 다르지 않았다.

"지휘천막을 이전하겠습니다!"

"통신을 복구하라! 지휘망을 다시 이어야 해!"

"전투마법사! 반격 준비하라! 놈 들에게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

제이롬의 주위에 참모와 고위 장 교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연방군은 유능했다. 그들은 지휘부의 갑작스러운 소멸에도 당황하지 않고 재건에 착수한다.

유능한 군관과 무수한 전투 경험 이 있기에 가능했던 기민한 대처였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유능하든.

반드시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다.

- 두두두두….

말발굽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제이롬의 얼굴이, 그의 주변에서있던 다른 참모와 장성들의 얼굴 표정들 또한 창백하게 굳었다.

분명, 이곳 후방 본대에 있던 모든 기병과 기사들 거의 대다수가 이번 공격에 의해 무력화 되거나 전사했다.

헌데 저토록 웅장한 말발굽 소리 라니.

어디서 오는 것인가.

제이롬은 고개를 돌려 말발굽소 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불 타 무너지고 있는 지휘부의 천막 너머 아군의 최후방 방향. 그곳에서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어떤 이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번뜩이는 전신갑추. 흉험하게 일 렁이는 푸른색 오러광. 가공할만한 속도로 이쪽으로 달려오는 전투마.

기사들이 오고 있다.

연방의 기사들은 아니었다.

놈들이 치켜든 깃발은 연방기가 아니었으니까.

기사들은 제국기를 치켜들고 있었다.

"제국의 기사들…. 어째서, 어떻게 우리의 후방에…."

제국 기사들이, 광역공격으로 초토화된 연방군의 후방으로 밀어닥 치고 있는 것이다.

제이롬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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