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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49화 (249/390)

249화.

"한지훈. 이런 말하기 조금 그렇다만……"

회의를 끝내고 막사로 돌아가는 길. 내 옆에서 걷고 있던 오스카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네가 말한 전 략, 나는 회의적으로 본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베르테에게 제시한 전략. 낫질 작전. 사실 그리 견실한 전략 은 아니다.

성공했을 때 이익은 극대화 되지만, 실패했을 때 전황이 극도로 불 리해지는.

어찌 보면 도박수라도 볼 수 있는 작전인 것이다.

그런 오스카의 우려에 나는 대답했다.

"도박인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것 외에는 딱히 시도해볼 만한 게 없지 않나."

"… 뭐. 그렇긴 하다만."

오스카는 표정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주억여 긍정했다.

확실히 연방의 지원은 대단했다.

벌써 20만의 병력이 상륙했으며, 더해 놈들의 교두보인 덴터에 뒤이 어 병력이 수송되고 있으니 .

"기동전. 그것도 적의 허를 날카 롭게 찔러들어가는,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탈피한 기동전 능력이 필요 해."

더 많은 적의 병력이 상륙하기 전. 한시라도 빠르게 교두보를 파괴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낫질 작전.

'2차대전에서 가장 튼 성과를 낸 기동전이지.'

내가 블랙 오케스트라를 플레이 할 적.

나는 현실의 실제 역사에서 이루 어졌던 전투들을 많이 참고하곤했다.

블랙 오케스트라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게임이었기에 실제 전투를 응용하면 보다 나은 결과를 볼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어지간한 전쟁 기록들은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오스카. 낫질 작 전은 반드시 성공할 거니까."

"…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한지훈."

허나 아직도 염려되는 것인지 오스카가 불안한 기색을 내비친다.

"조공이 두 개에, 주공은 험지를 돌파해 우회해간다니. 이런 작전은 듣도 보도 못했어. 유래 없는 작전 아닌가."

그의 불안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제정신이 있는 군관이라면 쉬이 생각해내지 못할 작전이긴했다.

뭉쳐서 몰아쳐도 부족한 병력을 나누고 나눠, 조공 두 개, 주공 하나, 도합 세 개의 군으로 쪼개버리 다니 말이다.

허나 그는 모를 것이다.

"유래 없는 작전은 아닌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사관 생도일적에도, 그리고 정복전쟁 당시에도 이런 도박성 짙은 작전은 듣도보도 못했어."

"그럴 수밖에 없지. 이 세상에서 일어났던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게 무슨."

"뭐, 그런게 있다 오스카. 어쨌든…."

나는 발걸음을 멈춰 서고는, 자신만만하게 웃어보였다.

"보면 알거야. 이전략, 어떤 성 과를 내는지 말이야."

"낫질 작전이라…"

야심한 밤. 동부군 사령관 막사 내부.

가베르테는 흐릿한 촛불의 조명에 의지한 채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를 주시했다. 아까 전 한지훈이 두고 간 지도였다.

한참이나 지도를 바라보던 그가 나직이 읊조렸다.

"확실히,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 성과는 대단하다."

한지훈의 작전. 그것은 기만전술 임과 동시에 적의 급소를 파고드는 우회공격이기도 했고, 더해 속도가 생명인 기동전이기도했다.

다양한 요소를 모조리 충족해야 하니 그 난이도가 한없이 높은 전 략.

아무리 군사 체계가 섬세하게 가다듬어져 있는 제국군이라 한들 완 벽하게 실현하기 어려웠다.

허나 한지훈은 장담했었다.

- 저라면 할 수 있습니다. 가베 르테 동부군 사령관 각하. 제게 지휘권을 주십시오.

- 람셀은 5주 안에 무너지고, 연 방 원정군 놈들은 몰살당 할 겁니다.

자신이라면 할 수 있다고. 람셀을 무너뜨리고 연방 원정군을 소탕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솔직히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이토록 도박성 짙은 데다 극도로 섬세한 작전을 진정 실현시킬 수 있다니.

만약 다른 군관이 그런 말을 했다면 단숨에 묵살해버렸으리라.

허나 제안한 인물이 다름 아닌 한지훈이었다.

위대한 제국의 영웅. 그 어떠한 전장이든 기어코 승리를 쟁취해내 는. 황제의 신임과 제국민의 칭송을 한몸에 받는 존재.

북부 13군단 군단장.

한지훈 라이젠.

"으음…."

가베르테가 다시금 시선을 내려 지도를 살펴본다. 그러자 낫질 작전 의 전체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 졌다.

현재 동부전선에 있는 모든 전력을 세 개의 군으로 나누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제1군. 가베르테가 이끄는 동부 야전군 25만.

전선에서 람셀군과 대치하며 적의 전력을 묶어둔다. 적극적인 전투는 벌이지 않는다. 오직 놈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견제한다.

제2군. 오스카 군단장이 이끄는 북부 야전군의 지원군 6만.

동쪽 수도 방향으로 급속 전진하 며 적의 후방 예비대와 교전을 벌 인다. 조공이지만 주공이라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하게.

그리하여 적의 예비대를 유인시킨다. 3군이 돌파할 영역을 공백지 대로 만든다.

제3군. 한지훈이 이끄는 기사 오 천여 명.

조공으로 위장시킨 진짜 주공. 높은 기동력과 돌파능력을 십분 활용, 예비대가 빠져 공백지대가 되어 버린 적의 영역을 깊숙이 파고든다.

적의 퇴로를 차단하고, 제2군과 연계해 포위-섬멸 작업을 벌인다.

즉, 적에게 조공과 주공을 착각 시켜, 이쪽의 진짜 공격을 숨기는 전략인 것이다.

가베르테가 읊조린다.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군."

성공한다면 적을 포위해 손쉽게 갈아버릴 수 있고. 실패한다면 이쪽 이 각개격파당해 동부전선 그 자체 가 무너져 내리리라.

이번 전투가 제국의 운명을 가른다.

가베르테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 웠다.

* * *

- 하밀 사령관 각하.

연방 원정군 사령관의 막사. 그곳에서 근무 중이던 하밀은 어떤 통신을 받았다. 전선에 나가있는 연 방군 지휘부의 통신이었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 제국군이 기동을 실시했습니다.

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

그에 하밀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히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기동을 실시했다라. 정확히는?"

- 새로운 부대가 나타났습니다. 전선에 대치 중이던 제국 동부군 전력은 그대로인 채, 새로이 나타난 다수의 군단이 람셀 수도 방향으로 진격중입니다.

"새로운 군단이라… 분명 놈들의 지원군이겠군."

펄럭.

하밀은 지도를 펼쳤다. 섬세하게 그려진 람셀 전역의 모습이 시야에 잡힌다.

그가 펜을 꺼내들어 지도 위에 여러 선을 그어대기 시작했다.

"전선에 대치 중인 전력은 그대로. 새로운 군단은 우측으로 우회, 수도방향으로 진격이라…."

주변이 있던 참모들이 달려와 지도를 보완하기 시작한다.

곧 지도 위에 적아의 병력, 그리고 예상되는 적의 경로가 하나둘 그려진다.

지도를 살피며 하밀이 물었다.

"움직이는 제국놈들의 전력은?"

- 세 개 군단. 약 6만 정도로 추 정됩니다.

"6만이라. 25만이 전선에서 대치 중인데도 꽤 많은 수군. 이토록 빠르게 지원군을 불러올 줄이야…."

그가 피식 웃었다.

"제국놈들. 꽤나 다급해 보이는 군."

아마 제국은 연방의 참전을 눈치 챘으리라.

그리하여 보다 많은 연방군이 상 륙해오기 전, 최대한 빠르게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람셀 수도를 노리는 것이리라.

거의 발악에 가까운 무리한 공격.

하밀은 그리 확신했고. 덕분에 지시에는 주저가 없었다.

"전선에 있는 람셀군은 움직이지 못하겠지. 대치 중인 상황이니…우 리가 도와줘야겠군."

- 어찌하시겠습니까? 각하.

"덴터에는 20만 병력이 주둔중이지. 그중 10만을 빼내어 수도방면 으로 보내라."

- 우리 군을 움직이는 겁니까?

"그래."

상륙해온 연방군 병력 20만의 예비대. 그중 10만을 움직여 수도를 방어하라고 말이다.

하밀은 고개를 주억였다.

"10만의 병력이 있다면, 놈들의 수도를 향한 진격은 틀어막을 수 있겠지."

그러면서도 덴터를 방어하기에 충분한 병력은 남아있게 된다.

덴터는 람셀의 최후방 지역. 제국놈들이 좀처럼 파고들지 못하는 장소다.

그곳을 지키는 병력의 일부를 빼 내어 수도를 방어한다 한들, 그럼에 도 10만의 병력이 남아있으니 . 괜 찮으리라 여기는 하밀 원정군 사령관이었다.

그가 재차 지시한다.

"수도로 진군하는 적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라. 전투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기사단이 함께하는지. 가급적 빠르게 말이야."

- 명령을 받듭니다. 사령관 각하.

통신이 끊겼다. 하밀 사령관은 작게 읊조렸다.

"멍청한 제국놈들. 너무 다급했어. 차라리 보다 많은 전력이 모일 때까지 기다릴 것을."

쯧쯧 혀를 차던 하밀. 그가 픽 웃으며 말을 잇는다.

"물론, 놈들이 전력을 모으면 모을수록, 우리 연방 원정군의 규모도 더더욱 늘어나있을 테지만 말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연방군은 덴터에 상륙해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많은 병력을 지니게 되는 것은 람셀-연방 연합군.

제국놈들이 이길 가능성은 없다.

그리 여기는 하밀이었다.

찰칵. 화륵.

그가 연초에 불을 붙이며 읊조렸다.

"이 시시한 전쟁. 어서 빨리 끝내고 귀국했으면 좋겠군."

허나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는 결코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연방이 병력을 움직인다.

나는 전투마를 탄 채 주변을 돌아보았다.

많은 수의 기사들이 보였다.

보이는 기사들의 소속은 몹시 다양했다.

베르겐이 이끄는 볼로냐 기사단.

황제가 손수 지원한 황실 기사단과 중앙기사단. 그리고 본래 동부대륙에서 활동하던 여러 기사단들까지.

그 수가 무려 오천에 달했다.

기사 외에 보이는 것은 그들을 보좌할 시종과 짐을 나를 짐마차 뿐. 온통 기사들 천지다.

일반 보병도 아닌, 기사들이 무려 오천이라. 무지막지한 수가 아닐 수 없다.

내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 한지훈. 들리나?

통신이 들어왔다. 동부군 사령관 가베르테였다. 그가 진중한 목소리 로 말해온다.

- 예정 시각이다. 이제부터 기동 하면 되겠군.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머리 꼭대기에 정확히 위치해있는 태양. 정오. 예정시각이다.

그가 이어 말한다.

- 자네의 요청대로, 동부전선에 있는 람셀놈들의 발을 묶어두지. 나머지는 자네 하기에 달렸다. 그대를 믿겠네. 한지훈.

나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베르 테 동부 사령관 각하."

- 무운을 빌지.

통신이 끊겼다. 나는 수정구를 들어올렸다.

이번에 통신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오스카였다.

제2군. 적을 꾀어내는 미끼 역할. 도합 6만의 병력을 통솔하고 있는 인물.

통신이 연결되었다. 나는 곧장 요청했다.

"오스카. 예정 시간이다. 바로 전 진해줘."

- …알겠다. 이제 출발하지.

부우우우우-.

저 멀리서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시선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니, 전진을 시작하는 오스카의 모습이 보였다.

우수수 솟아올라가는 여러 군단 기와 신호기들. 수만 대군의 전진으로 인해 일어나는 뿌연 먼지기둥.

- 작전대로, 적의 주력군을 유인 하겠다. 우리가 전멸하기 전에 가세 해주리라 믿네.

"…그래. 몸 조심해라, 오스카."

- 자네도 조심하게.

오스카가 이끄는 제2군이 선행한다. 나는 잠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제 오스카는 일주일 내내 수도 방향으로 진군. 후방에 있는 적을 끌여 들일 것이다.

하지만 절대 오래 버틸 수는 없다.

아무리 분투한다 한들, 마법사와 기사들의 수가 극도로 적은 제2군 이다. 적의 주력과 정면대결 한다면 순식간에 갈려나갈 터.

그전에 우리 군이 우회기동을 마쳐야 한다.

내가 제2군의 행군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슬슬 우리도 출발하지 한지훈."

누군가가 그리 말해왔다. 나는 시선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익숙한 인물이었다.

"베르겐."

"오스카가 출발했으니 . 우리도 가 야하지 않나."

말을 걸어온 인물은 베르겐이었다. 이번에 나와 같이 행동할, 볼로 냐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인물.

철컹.

그가 투구의 바이저를 닫았다.

피식.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웃어 보 일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내내 행군만 할건데 벌써부터 전투태세인가? 베르겐."

"기사는 전투마에 오르는 순간 부터가 전투라네. 굳이 긴장을 풀 필요는 없지."

역시나 베르겐은 천생 기사였다. 저토록 사명감 넘치는 모습이라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베르겐의 저 투철한 사명감. 이해 못할 노릇은 아니다.

우리 제3군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니까.

적의 허리를 자르고, 실질적인 공격력을 지닌 주공. 우리가 실패한 다면 제국은 전쟁에서 패배한다.

긴장될 수밖에.

철컹.

나 또한 베르겐을 따라 투구의 바이저를 닫았다. 시야가 좁아진다.

"베르겐, 그리고 각기사단장과 전대장들. 내 뒤를 잘 따라와야 한다. 절대 지연되어서는 안 되니까."

우리는 가장 빠른 경로로 험지를 돌파, 이후 오스카가 있을 곳까지 빙 우회해 가 적의 배후를 쳐야한다.

물론 힘든 일이었다. 이곳은 적 지였고, 그렇기에 지리에 능통한 인물을 좀처럼 찾기 힘들었으니까.

자칫하면 시간을 맞출 수 없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스킬이 있다.

"군단 지휘술 활성화."

주변의 지형과 드넓은 전장 전체 를 감지할 수 있는, 개사기 스킬이.

군단 지휘술 스킬이 있다면. 기사들의 험지 돌파와 길찾기 따위, 그닥 어려운 일도 아니다.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스킬 : 군단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적의 뒤통수를 치러 갈 때다.

파앙!

나는 전투마의 배를 박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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