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247화 (247/390)

247화.

제국의 여러 군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부전선. 새로운 전장이로군."

북부 3군단의 군단장, 오스카 디 로브게리스를 필두로 한 다수의 군단들. 그들이 동쪽 방향을 향해 행 군을 개시했다.

"제국의 영웅. 한지훈 라이젠이 우리 볼로냐를 필요로 한다."

볼로냐 기사단장, 베르겐 라 프랜 시스가 이끄는 일천의 기사들. 전투 마를 몰고 달려나갔다.

"연방놈들이라. 애송이가 상대하 기엔 버겁지. 조금 도와줘야겠군."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의 단장 제피르. 일백의 마법사들을 이끌고 초장 거리 도약 마법을 발현했다.

과거 한지훈이 북부군에서 쌓아왔 던 인연들이 그의 부름에 응답해 가 세해 온다.

물론 움직이는 것은 그들 북부군 뿐만이 아니었다.

"힘든 싸움을 앞두고 있다 들었다. 군주로서 힘을 보태주지 않을 수 없는 일."

제국의 황제 아르테니아.

그는 한지훈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기사단, 그리고 황실기사단을 일부 차출해 동부전선으로 보내 라. 한지훈 라이젠을 지원하는 거다."

"명령을 받듭니다. 황제폐하."

중앙기사단과 황실기사단의 전력 일부가 동부전선으로 급파되었다.

"마법성 장관. 전투마법단 중 정 예를 추려보게.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이 있다 하나, 그럼에도 마법사 전력이 있다면 이번 전투의 승률을 보다 높일 수 있을진저."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전투마법사들을 소집해 보겠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수의 전투마법사들이 동부전선 으로 급파되었다.

제국이 기민하게 움직인다.

람셀-연방 연합군에 맞서, 한지훈 의 깃발 아래에 막대한 전력이 모여 갔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북부의 여러 군단들. 베르겐의 볼로냐 기사단. 제피르의 라브리에 전투마법단.

더해 황제가 친히 보낸 황실기사 단과, 중앙기사단, 다수의 전투마법 단까지.

제국의 정예전력이 동부전선에 집중된다.

"… 갑작스럽군."

크루거 연방의 통령, 러셀 베티스 사인펠드. 그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그리 입을 열었다.

"제국과의 모든 정보 채널이 차단 되었다는 자네의 말. 진정 진실인가?"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의 바로 앞, 테이블 건너편에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사내를 바라봤다.

정보국 사령관이 서있다.

발쿠롬은 아니었다. 이미 그자는 이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체'되었으니까.

놈은 지금쯤 연방 남해 앞바다 깊숙한 곳에 가라앉아 있을 터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는 교체된 발쿠롬의 후임이었다.

"자비에 마일로스 정보사령관.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한번 설명해 보게."

자비에 마일로스. 바로 일주일까 지만 해도 정보국 차석이었던 이. 짧은 진청색 머리카락을 지닌, 언뜻 냉철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인물이었다.

"… 통령 각하."

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전혀 냉철하지 않았다.

뺨을 타고 내리는 식은땀. 흔들리는 눈동자. 새파랗게 죽어가고 있는 입술.

자비에 정보사령관은 지금 명백히 공포에 질려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임무를 실패 하게 된다면, 전임자인 발쿠롬처럼 교체될 것이었으니 .

하지만 애석하게도.

"송구합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는 임무를 실패했다. 이대로 가다간 전임자처럼 교체되어 목숨을 잃으리라.

허나 그렇다고 한들 언제까지나 실패 보고를 미룰 수는 없는 노릇. 자비에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억 지로 움직여, 이어 말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제국과 연방 사이에 만들어놨던 모든 첩보채널이 응답하지 않습니다. 회유해 놨던 귀족과 군관 놈들도, 침투시켜놨던 첩 자도, 은신중인 정보원들까지… 모두…."

연방이 제국에 심어둔 정보채널은 많았다.

대량의 재화를 떠넘겨주고, 때로는 협박까지 해가며 이쪽으로 회유 했던 제국의 여러 귀족과 군관들. 곳곳에 심어놓은 첩자. 음지에서 암약하는 정보원들까지.

그들 덕분에 연방은 제국의 동향을 너무나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일주일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모조리 응답하지 않습니다. 이제 제국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 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연락 채널이 끊겼다.

와야 할 정기연락은 오지 않았으 며, 모든 예비 채널은 먹통이었다. 제국의 감청망을 피해 은밀해 매설 해뒀던 마나통신 채널들 또한. 모조리 무력화되어있다.

"쯧…."

러셀 통령이 혀를 찬다.

"불쾌하군. 내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연방의 정보력은 막강하다.

대륙 곳곳, 국가가 세워진 곳이라 면 그 어디라 한들 반드시 정보원과 첩자를 침투시키는 연방이었다.

연방의 정보력이 미치지 않는 곳 은 없었으며, 연방이 알아낼 수 없는 것은 없다. 그리 믿어 의심치 않 던 통령이었다.

헌데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단 일주일 사이에 모든 정보채널 이 막혀, 까막눈 신세가 되다니.

통령이 묻는다.

"정보채널의 복구는 어찌되었지?"

"그것이…"

"거짓 없이 제대로 말하거라. 하찮은 거짓이나 낙관론 따위를 내뱉 다간, 전임자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 니."

통령의 서슬 퍼런 일갈. 자비에는 일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절대 허언이 아니다. 오랜 측근이 던 발쿠름마저 자비 없이 죽여 없앴 던 그다. 만약 이상황을 모면하고 자 거짓을 고한다면, 자신은 반드시 죽게 될 것이리라.

그에 자비에 정보사령관은 굳은 얼굴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정보국 소속 마법사들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서론이 길군. 결론만 말하게."

"… 가망이 없습니다. 저희 연방의 마법수준을 뛰어넘는 어떤 세력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선 정보망와 통신망을 복구할 가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엘프가 개입했군."

정보사령관의 대답에 러셀 통령은 단번에 그리 확신했다.

물론 이유 있는 확신이었다.

"제국놈들의 정보력은 우리 연방을 결코 능가하지 못한다. 마법적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건 엘프밖에 없다."

제국의 정보망은 기껏해야 남부대륙에 국한돼있고, 그마저도 연방의 정보력에 못 미친다.

제국의 마법적 능력 또한 좋게 봐줘야 연방의 수준과 동급. 엄밀히 보면 연방측이 보다 진보됐다.

헌데 그런 제국이 일주일 만에 모든 정보망과 통신회선을 차단시킨 다?

어떤 국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 국가들보다 훨씬 우월한 정보력, 그리고 마법적 능력을 갖춘 종족. 엘프가 아니고서는.

으득. 러셀이 이를 갈았다.

"개같은 엘프놈들.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지껄이고는 실상 은 기만이었다. 놈들은 그저 자신의 세력을 드러내 보이지 않을 뿐,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에서는 이미 암약하고 있었던 거다."

러셀이 표독스러운 표정을 짓자, 자비에는 내심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항상 겉으로나마 여유 있는 표정 과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통령 이었다. 헌데 이토록 격한 감정이라 니.

최 측근은 아니었지만 나름 오랜 기간 동안 군부 고위인사였던 자비 에조차 처음 본, 격노한 통령의 모 그런 그의 노기는 욕지거리를 뇌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콰앙!

러셀이 집무실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팔랑 휘날리는 서류뭉치 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진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렸다.

"엘프, 제국. 뭘 노리는거냐…."

통령은 도무지 추측할 수 없었다.

어째서 엘프가 한지훈이라는 놈을 저토록 돕고 있는 것인지. 어찌하여 한지훈이라는 놈은 저리 유능한 것 인지.

왜인지, 감이 좋지 않다.

무언가 자신이 만들어둔 판이 뿌리채 흔들릴 것 같은 질척한 감각. 벌써부터 패배한 기분이다.

분명 연방의 원정실패 가능성은 한없이 낮을 터인데도. 어찌하여 .

통령은 가만히 서서 눈빛을 날카 롭게 벼렸다.

그가 전황을 주시한다.

* * *

- 한지훈 씨. 부탁한 대로 모든 일을 처리했어요.

내가 군단장 천막에서 쉬고 있는 와중, 테이블 위에 올려왔던 녹색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왕대리 니디아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웃음기 머금은 채, 시원스 레 말해온다.

- 연방이 제국에 뻗어놨던 모든 통신망을 차단시켰어요. 이제 놈들은 최소 7일간, 제국의 사정에는 무 지하게 될 거예요.

"고마워, 니디아."

나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연방의 상륙거점, 덴터를 공격할 때가 머지않았다.

수많은 제국군이 기동하며 전선을 가다듬고 공격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상황.

나는 연방놈들에게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경계했다.

무려 수만 단위의 병력이 움직여 놈들의 배후를 치는 것이다. 작전이 유출된다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이쪽일 터.

그렇기에 내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실행했다.

- 뭐, 쉬운 일이었어요. 연방이 남부대륙으로 몰래 뻗어놓은 통신망 들만 모조리 무력화 시키면 됐으니 까요. 마법사들이 조금만 노력해주 면 되는 일이죠.

엘프의 힘을 빌리면 된다.

마법으로서 최고의 재능을 지닌 엘프. 그들의 조력 덕에 정보 유출 지연에 성공했다.

연방의 정보원들이 제아무리 유능 한들, 첩자가 얼마나 많다 한들, 얻 은 정보를 연방으로 보내지 못하면 말짱 도로묵이니까.

나는 고개를 주억였다.

"이걸로 시간은 벌었다."

이제 연방놈들은, 직접 전장에서 맞붙을 때까지 이쪽의 동향을 파악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말인즉 정보유출을 신경 쓰지 않고 군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였으니 .

"다시 한번 고맙다, 니디아. 너희들에게 곤란한 부탁이었을 텐데."

사실 이번 일 또한 엘프의 규율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흑마법사도, 세계의 법칙도 어그 러트러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엘프 가 도움을 준 것이니 말이다.

본래 엘프는 인간의 영역에 개입 하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까지 나 역사를 기록하고 세계수를 수호 하는 것을 그들 종족의 사명이라 여기기 때문에.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다.

- 뭘요. 물론 엘프 전사들이나 엘 븐가디언들을 투입하는 '눈에 띄는' 지원은 힘들겠지만. 이런 간접적인 도움이라면… 뭐, 괜찮지 않을까요?

니디아는 엘프의 규율을 어겨가면서까지 나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전 연방의 공작 때도 그렇고. 이번 덴터 공격작전에서도 그녀는 나를 도와 간접적인 지원을 해왔다.

내심 생각해본다.

'엘프의 태도가 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점점 시나리오를 보조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내게 협력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과거 흑마법사가 등장할 때가 아니라면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

분명 목적 없이 베푼 호의는 아닐 터다.

'그만큼 내게 은혜를 입혀서 원하는 시나리오 엔딩을 보려는 것이겠지.'

엘프는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인 것을, 내가 이름 없는 별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시나리오를 유일하게 개변시킬 수 있는 존재.

그들은 과거의 시나리오를 바꾸기 를 원하고 그렇기에 나에게 빚을 지 우려 하고 있다.

"뭐, 내게는 좋은 일이지만."

엘프의 전폭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면. 그들의 부탁을 들어나 보는 것 정도는 할 만하리라.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정구에 대고 말한다.

"좋아. 니디아, 통신 종료하지. 이제 곧 회의라서 말이야."

- 알았어요, 한지훈 씨. 건투를 빌어요.

니디아와의 통신이 끊겼다. 나는 수정구를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 섰다.

"그럼 이제 가볼까."

천막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 긴다.

펄럭. 천 쪼가리가 벌어지고, 밖 의 경관이 시야 속에 들어온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동부전선, 제국 동부 야전군의 본영이다. 시야를 메꾸는 것은 빽빽하게 자리해있는 주변의 천막들. 그 천막들 너머 본영 밖, 저 멀리 광활한 지평선이 보인다.

그리고 저 머나먼 지평선 어딘가.

나는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침 시간에 맞춰서 오는군 그래."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대량의 군세가 이쪽을 향해 행군해 오고 있는 모습.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지만. 그동안 신체 능력치가 인간의 수준을 넘어섰기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무수히 많은 깃발들.

깃발에 보이는 문양은 다양했다.

북부 야전군. 볼로냐 기사단. 황 실 기사단. 중앙 기사단. 자신의 소속을 밝히는 여러 군기가 거센 바람에 펄럭인다.

내 요청에 응해 지원 온 나의 전 우들이다.

물론 이쪽으로 가세해오는 것은 저들이 끝이 아니었다.

번쩍!

내 군단장 천막 바로 앞. 섬광이 터져 나온다. 초장거리 도약마법의 마나광이었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섬광이 쉼 없이 터져 나온다. 그러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전투마법사들의 모습.

제각기 입고 있는 로브의 색과 문양은 달랐지만. 모두 농밀한 마나 를 심장 가득 담아 강렬한 존재감을 풍기는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 전투마법사들의 제일 선두. 개중에서도 특히 강대한 무위 를 지닌 인물이 있었으니 .

역시나 익숙한 인물이었다.

"오랜만이군 그래. 애송이."

화륵.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제피르가 연초에 불을 붙이며 말 한다.

"이번 상대는 연방놈들이지. 네놈 이 조금 힘들어 할 것 같아서. 도와 주러 왔다."

내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번 져간다.

연방의 상륙거점, 해안가 도시 덴 터 파괴.

확실히 해내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대량의 적의 전력을 상대해야 할 터이니.

하지만 어째서인가.

실패하리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성공을 확신한다.

그동안 나와 신뢰를 쌓아온 저들 의도움이 있다면.

압도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다.

나는 손을 뻗어 제피르에게 악수 를 청했다.

"와줘서 고맙다. 제피르."

물론 제피르뿐만이 아닌 다른 이 들도. 모두 고맙다.

그에 피식, 웃으며 내 손을 맞잡는 제피르.

"애송이를 챙기는 건 어른의 덕목 이지."

그가 손을 흔든다.

"우리가 기꺼이 장기말이 되어줄 테니, 어디 네놈이 마음껏 휘둘러 보거라. 한지훈."

모든 준비는 끝났다.

연방과의 전투.

이제 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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