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화.
"컥… 커헉, 끄륵…."
알비덴이 피거품을 쏟으며 몸을 경련시켰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일까. 녀석이 팔을 휘적거리며 입을 뻐끔거렸다.
허나 나오는 것이라고는 고통 어린 신음뿐.
피거품에 목이 막히고 성대가 갈 라져 말을 할 수 있는 꼴이 아니다.
나는 장검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우드득.
녀석의 목뼈가 완전히 바스라진다. 직후 축 늘어지는 녀석의 몸.
코르자카 공화국의 대의원 알비 덴. 놈의 목숨이 마침내 끊긴 것이다.
그러자,
- 띠링!
귓가를 때리는 알림음과 함께,
[서브 퀘스트 - '코르자카 수뇌 부 말살'을 '완벽하게' 완수했습니다!]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포인트 가 추가로 정산됩니다!]
[정산 포인트 : 30pt]
[추가 정산 포인트 : 20pt]
(기존 보유 포인트는 150pt입니다.)
(남은 포인트는 200pt입니다.)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그것을 보고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200포인트라."
많은 양의 포인트를 얻었다.
무려 200포인트. 이렇게 많은 포인트를 모아본 적은 없었는데 .
이 정도면 앞으로의 일을 보다 수 월하게 해쳐나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내가 홀로그램 창을 주시 하고 있을 때였다.
"다 끝났나? 한지훈."
타닥.
내 옆으로 하나의 인영이 튀어나와 착지했다. 눈동자를 굴려 바라보니 타냐였다.
그녀가 핏물이 뚝뚝 흐르는 검날을 털며 내게 말했다.
"우리도 다 끝났다. 코르자카 의원들 모조리 처치했어. 지금은 놈들 의 수행원들을 제압하고 있는 중이다. 머지않아 이 대의사당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엘프 전사들은 민첩했다.
그들은 목표했던 의원 놈들을 재 빠르게 죽여 나갔을 뿐만 아니라, 아예 이 국가 대의사당 그 자체를 장악해버렸다.
하기야 엘프 전사들의 수가 무려 오천에 달했으니 .
나약한 코르자카 놈들 따위가 막을 수 있을 리 없었을 터.
"좋아. 그럼…."
시선을 돌려 홀로그램을 바라본다.
방금 전 보았던 퀘스트 완료창과는 다른 홀로그램이었다.
[서브 퀘스트]
[좌표교란기 파훼.] (완료)
[코르자카 수뇌부 말살.] (완료)
[유물 탈취 저지]
다름 아닌 서브 퀘스트 목록.
좌표 교란기를 파훼했고, 코르자 카 수뇌부를 완전히 밀어버렸다.
이제 남은 건….
"유물 탈취 저지."
유물의 탈취만 저지한다면, 이 징글징글한 코르자카에서의 일이 대충 마무리된다.
사실 꽤나 위험한 일이다.
"크라함과 만나게 되겠어."
이번 퀘스트에서는 흑마법사, 그것도 놈들의 종주 크라함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본래라면 가진 포인트 모두를 소모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괜찮다.
"이게 있으니까. 적어도 뒈질 걱정은 없겠지."
왼손에 끼어져있는 반지를 바라 봤다.
전 엘프여왕 카탈리에게서 받은 반지형 아티팩트.
이것이 있다면, 이번 단 한번에 한해 크라함을 수월하게 물리칠 수 있다.
철그럭.
나는 장검을 집어 들었다.
"타냐. 의사당 제압이 끝나는 대로 엘프 전사들을 불러줘. 이제 지하로 내려가자."
우리는 지하유적으로 향할 채비 를 서두른다.
"황제 폐하! 보고 드립니다!"
덜컹!
제국 황궁의 알현실. 그곳의 거대한 문을 열고 한 인물이 다급히 뛰어 들어온다. 황궁에 배치되어있 던 통신관이었다.
그가 옥좌 앞까지 달려가다급히 보고했다.
"남부 연안 전선에서 급보입니 다! 코르자카 해군이 모두 퇴각하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코르자카 해군의 퇴각 보고였다.
코르자카 해군은 강했다.
그들은 압도적인 해상 전력을 지닌 이들. 군함의 수는 많았고, 연안에 상륙하는 해병들은 하나같이 노 련했다.
때문에 제국은 코르자카 해군과 의 접전에서 그리 큰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해양국가인 코르자카의 해군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에 놈들을 격 퇴하기는커녕, 연안 도시들을 보호 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벅찼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인지.
"놈들이 기껏 장악했던 모든 영역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미 연안에서 모든 적 상륙군이 철수했고, 군함들 또한 모조리 남쪽으로 떠나 고 있습니다!"
코르자카 해군이 퇴각하고 있다. 그것도 한창 약탈 중이던 연안 도시들까지 포기해가며 말이다.
"그래. 한지훈이 해냈군."
제국의 황제, 아르테니아 가이나 스 비 오르페우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한지훈이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그가 엘프와 연합해, 코르자카의 수뇌부들을 완전히 쓸어버린 것이다.
이에 코르자카 해군들은 본국의 이변에 당황해 일제히 퇴각하고 있는 것일 터.
아르테니아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국방성 장관."
"국방성 장관 카디르. 폐하의 부 름에 응답합니다."
척. 알현실 한켠에 대기하고 있던 카디르가 한발자국 걸어 나온다.
아르테니아가 그에게 지시했다.
"남부사령관에게 퇴각하는 코르 자카 해군들을 추격, 섬멸하라고 전하게. 코르자카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다."
"명령을 따릅니다. 황제 폐하."
카디르가 고개를 주억이고는, 품 속에서 통신 수정구를 꺼내들었다.
이제 그는 남부사령관에게 코르 자카 해군의 추격섬멸 명령을 내릴 것이다.
어차피 수도가 뭉개져 지휘체계 가 뒤흔들린 적이다. 더해 그들은 당황해 대열조차 흐트러트리며 무 질서하게 후퇴하고 있는 상황.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괴멸시킬 수도 있을 터.
아르테니아는 황금 옥좌 깊숙이 몸을 묻었다.
"이로써 남부 전선도 정리된 건가."
그가 시선을 돌려 지도를 바라보았다. 이곳 남부 대륙 전체를 표시 해둔 광역 전략지도였다.
제국을 중심으로 네 개의 전선이 보인다.
동부의 대규모 보병국가 람셀.
서부의 기마민족 트웨인.
북부 산악지방의 패자 카렌.
그리고 남부 해양국가 코르자카 까지.
얼마 전까지 다수의 국가와 동시 다발로 전쟁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북부 카렌은 멸망해 제국 총독령 이 되었으며, 서부 트웨인은 제국의 제후국으로 편입되었다. 더해 남부 코르자카 공화국은 곧 멸망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니 .
모두 한지훈이 이뤄낸 일이었다.
그는 네 개국가와의 전쟁에서, 세 국가를 멸망시키거나 포섭했다.
가장 최전선에서 제국을 보호했 고 영토를 확장시켰다.
기특하고도 고마운 인물이 아닐 수 없으니 .
황제는 작게 읊조렸다.
"후작위 자리를 하나 만들어놔야 겠군."
이번 일이 마무리되는 그때, 황제는 한지훈의 작위를 상향시킬 생각이다.
아르테니아의 금색 눈동자가 반 짝인다.
"대의사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저벅, 저벅.
타냐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한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주변 경 관을 둘러보았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곳은 코르자카 공화국 대의사당의 안.
"의원들 전부를 처치했고, 놈들의 수행원들과 경호원들마저 모두 죽 이거나 제압했다. 이제 이곳에서 반 항할 수 있는 적은 없다."
이거대한 건물 안은 지금 난장 판이었다.
이곳저곳에 시체들이 굴러다닌다. 걸을 때마다 철퍽거리는 핏물이 밟히고, 붉은색 발자국이 쩍쩍 찍혔다.
공기 중에 진동하는 혈향. 이곳저곳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신음 소리. 구석에 포박되어있는 포로 놈 들이 불안한 시선으로 이쪽의 눈치 를 살핀다.
나는 중얼거렸다.
"잘 했네."
상황이 이렇기에, 그저 겉보기에는 퍽 잔혹한 광경이지만. 실상 가 해자는 코르자카 쪽이었다.
놈들이 먼저 전쟁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하다못해 중간에 항복해 오거나, 흑마법사와 협력하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시선을 돌려 타냐에게 묻는다.
"타냐. 대의사당을 경비하려면 엘프 전사 몇 명이나 필요하지?"
"음…."
고심하는 타냐.
우리는 대의사당을 완벽하게 장 악했다. 적의 수뇌부를 쓸어버리고 이곳에 배치된 병력마저 완전히 갈 아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의 전력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수도 외곽에 배치되어 있을 다른 부대, 혹은 바다에 나가있는 적의 전력이 복귀한다면 대의사당 탈환을 노리고 공격해 올 수도 있다.
만약 우리가 지하로 내려간 와중 대의사당을 빼앗긴다면 뒤에서 공격받게 될 터.
경비 병력을 배치해 지하로 내려 갈 아군의 배후를 봐야한다.
잠시 생각하던 타냐가 대답했다.
"이천 정도는 떼어내야 할 것 같은데."
"그럼 지하에는 삼천 정도가 들어갈 수 있겠군 그래."
"그 말대로야."
끼이익.
타냐가 말하며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드러나는 것은 커다란 홀.
마치 현실 지구의 국회의사당 마 냥, 동그란 방안에 수많은 책상과 의자들이 자리해있는 공간이 드러 난다.
대의사당의 중앙 회의장이었다.
그녀가 계속해 걸어가며 말한다.
"일단 이천 명을 대의사당에 배치하고, 삼천의 엘프 전사들이 지하 로 동행할 거다."
"엘프 마법사들은?"
"함께 내려가. 유물의 취급에 필요할 테니까."
저벅, 저벅.
타냐가 성큼성큼 걸어 회의장의 중앙으로 향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주변에서 다가오는 또 다른 엘프들.
역시나 아는 얼굴이었다.
"한지훈 님. 이제 유물 탈취만이 남았군요."
"맞아 마게브."
역시나 엘븐 가디언인 마게브와 그를 따르는 엘프 마법사들이었다.
나는 마게브에게 물었다.
"마게브. 지하로 향하는 통로, 찾 았나?"
그에게는 지하 유적으로 향하는 길을 찾도록 지시해 뒀었다. 마법사 이니 수색에 좀 더 수월하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 기대는 충족되었다.
"당연히 찾아두었지요. 코르자카 마법사들이 나름대로 잘 위장해놨 었습니다만, 그래봤자 어림도 없지 요. 제 탐지마법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마게브가 잔잔히 미소 짓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스태프 를 높이 치켜들었다.
직후 은은하게 일렁이는 마나의 잔향.
"저희의 바로 아래. 이곳 대의사 당의 회의실 바닥에 비밀통로가 있었습니다."
번쩍!
환한 빛이 터져 나온다.
그러자 이변이 일었다.
쿠르르르르….
우리가 밟고 있는 지면의 한켠이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있었네."
대의사당의 바닥 아래에는 숨겨진 계단이 자리해 있었다.
저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면 유적이 나을 것이고, 그곳에 유물과 크라함이 있을 것이다.
시선을 돌려 비밀 계단을 자세히 살펴본다.
꽤나 오랫동안 방치된 것인지. 그 흔한 마나둥 하나 없이 어두컴 컴한 공간이 보인다.
피식 웃었다.
"분위기만은 그럴싸한데."
마치 지옥으로 가는 입구가 아가 리를 벌리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쫄지 않는다. 나에게는 그동안 상향시켜왔던 스킬과 능력치가, 모아왔던 포인트가. 그리고 훌륭한 장비들이 있기 때문에.
작게 읊조린다.
"내 정보."
- 띠링!
그러자 떠오르는 상태창.
[한지훈][북부 제 13군단장]
[스킬 : 군단 전투지휘술]
[스킬 : 제국 검술(중급)]
[스킬 : 기마술(상급)]
[스킬 : 투창(입문)]
[스킬 : 은신술(하급)]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엑스트라 스킬 : 전투분석]
[근력 50]
[민첩 167]
[내구 7刀[체력 64]
[마나 134]
(남은 포인트는 200pt 입니다.)
눈동자를 굴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주시한다.
크라함. 흑마법사 학파 볼라바아의종주. 이전 시나리오에서는 나의 든든한 아군이자,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내 앞길을 가로막는 이.
결코 방심할 수는 없는 적이다.
때문에 나는 모아둔 포인트 전부 를 이번 전투에서 소모해 버릴 심 산이다.
"200포인트."
과연 이 포인트들로, 어떤 능력 이나 스킬을 상향시켜야 보다 유리 하게 전투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와 엘프들이 지하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