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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28화 (228/390)

228화.

마게브가 내놓은 답은 간단했다.

"수면을 얼려버리겠습니다."

그는 최상급에 달하는 경지를 지닌 고위 마법사. 여유가 있다면 협 소한 지역의 해수면 전체를 오랫동안 얼려버릴 수 있다.

본래였다면 말이다.

허나 지금은 힘든 일이었다.

"허나 세계수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저희 엘프의 잠재력이 약화되었 죠. 게다가 지금은 제 휘하 마법사 들의 조준유도를 해줘야 하니, 많은 힘을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게브의 두뇌 한켠에서는 치열한 연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휘하 마법사들이 날아오는 발리 스타 투사체를 격파하고 있다. 마게브의 정교한 조준유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만약 그가 조준유도를 하지 않는 다면, 이 수송선은 순식간에 수십에 달하는 발리스타에 직격당해 금세침몰하리라.

때문에 마게브는 조준유도를 그만둘 수 없었고. 그렇기에 지금 가 용할 수 있는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

마게브가 내게 제안해 왔다.

"십 분 정도 해수면을 얼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적 전투 함 다섯 척을 모조리 파괴해야 하는데 . 가능하시겠습니까?"

십 분 안에 전투함 다섯 척을 파괴하라고 한다.

사실 다른 기사들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일 터.

오러 유저의 힘이 제아무리 강대 하다 한들, 그래봤자 강한 '개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그래. 가능해."

지금 나에게는 막대한 시스템의 보정이, 그리고 드루바가 만들어준 아티팩트 보검 가르강이 있다.

십 분 안에 전투함 다섯 척을 파괴하는 것.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끌어올린다 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좋군요. 그러면 해수면을 얼리겠습니다. 명심하십시오, 한지훈 씨.

십 분입니다. 그 시간을 넘기면 이쪽이 위험해집니다."

우우우웅….

마게브가 마나를 끌어 올렸다.

화려하게 피어오르는 청색 광휘. 장엄한 기운이 그의 스태프 끝에 맺혀 환한 빛을 반짝인다.

그가 스태프를 내리그었다.

번쩍!

청아한 마나의 파장이 드넓게 퍼 져나갔다.

주변의 해수면이 순식간에 얼어 간다.

- 침입자와 교전 중입니다.

- 발리스타 포대 사격 개시.

- 연안지대를 순찰 중이던 전투 함 여섯 척이 출격합니다.

수정구가 반짝이며 여러 보고가 흘러들어온다. 모두 코르자카 연안을 경비 중이던 수비대에서 흘러들 어온 보고.

통신을 듣고 있던 인물. 코르자 카 수도경비단의 단장 멜란토가 피 식 웃었다.

"침입자라. 간덩이가 부었군."

방금 전. 멜란토는 연안 경비대에서 어떤 보고를 들었었다.

수도 앞바다에서 침입자를 발견 했다는 소식. 그에 연안 경비대가 교전을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갑작스러운 적 출현 보고였지만, 멜란토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 럴 수밖에 없다.

"고작 수송선 하나 탈취한 것으로 무얼 하겠다는 건지."

침입을 시도했던 적의 병력이 너무나도 적었다. 반면 수도 연안에는 놈들을 제압할 아군의 병력이 너무나도 많았으니 .

오히려 돌파당할까 걱정하는 것 이미련한 일인 것이다.

멜란토는 자리에 앉아 계속해 보고받는다.

- 전투함 출격, 돌진. 측면을 들 이받았습니다.

- 해병이 진입합니다. 백병전 개 시.

- 후속 전투함들 또한….

보고해오는 부하들의 통신은 너무나도 여유로웠다. 그들 또한 멜란 토처럼 적을 제압하리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적을 너무 얕봤던 것일까.

- …무슨!

- 배 안에 적 기사가 있었습니다! 진입한 해병이 모두 전사했습니다!

적의 정예는 그들의 예상 이상이었다.

- 맙소사!

- 해수면이 얼었습니다! 갑자기 이게 무슨….

기사, 마법사 할 것 없이 말이다.

- 적 기사가 얼어붙은 해수면을 따라 돌진합니다!

- 놈이 노리는 것은… 전투함!

우군의 전투함입니다!

한지훈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갑작스럽게 일어난 여러 이변들.

멜란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 * *

마게브의 마법은 대단했다.

주위 해수면을 얼려버렸다. 그에 당장 이곳으로 돌진해오던 전투함들이 얼음에 갇혀버렸다. 놈들은 움직이지 못한다.

반면, 나는 움직일 수 있게 되었 으니 .

파앙!

갑판에서 뛰어내려 얼음바닥 위에 착지했다.

쿠웅. 우드득. 군화 밑창이 얼음에 금을 내며 커다란 소음을 울린다.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바라봤다.

"전투함 다섯 척."

다섯 척의 커다란 배가 보인다.

저것들이 내가 파괴해야 할 적의 선박들이다.

오러를 끌어올린다.

화르륵 일어나는 청색 불길. 웅 흔한 파장이 일렁이고, 감각이 날카 롭게 벼려졌다. 전투의 흥분이 올라 온다.

지금 나는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스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지면을 박차 도약했다.

콰앙!

얼음바닥이 와장창 깨져나가고, 그 반발력에 내 몸이 앞으로 쇄도 해 간다. 오러로 신체를 강화해 빠르게 내달렸다. 커다란 전투함의 모습이 점차 시야를 가득 채워간다.

그러자 하나둘 보이는 갑판 위의 적들.

"갑자기 수면이 얼다니, 이게 무슨 일…."

"적에게는 대마법사라도 있던 것 인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적의 해병들이 당혹한 채 허둥거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난데없이 해 수면이 얼어버리다니. 난생 처음 겪 어보는 일일 터이니.

하지만 과연 수도를 경계하는 정예병력이라는 것인가.

놈들 또한 금세 상황을 파악했고, 이쪽에 대응하고 있다.

"…적 기사가 해수면 위를 달려 옵니다!"

"무슨! 저토록 빠른 속도라니…."

"활! 활을 쏴라! 저놈은 우리의 배를 타격할 심산이다!"

적 병력이 하나둘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해병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피피핑!

산발적으로 쏟아져 내리는 화살 무더기. 하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더해 속도 또한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려 터졌으니 .

당연히 맞을 리 만무.

피잉!

화살 하나가 투구 옆을 스쳐 지나갔다. 미약한 마찰음이 울린다.

파앙!

내 가슴팍으로 쇄도해오던 화살을 검으로 쳐내버렸다. 꽤 정확하게 쏘아졌던 그 화살은 허공에서 반 토막이나 힘없이 떨어진다.

퍼벅!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다른 화살들이 얼음바닥에 부딪혀 튕겨 나간다.

놈들이 쏘아낸 모든 화살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피하고 파훼해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적의 전투 함 선두 부분까지 접근한 상태.

"전투함. 확실히 더럽게 크네."

아티팩트 보검 가르강에 최대한의 마나를 담았다. 검날에 어렸던 청색 기운이 보다 격렬해진다.

"하지만 오러라면. 이깟 나무배 따위 그리 어렵지 않게 부술 수 있단 말이지."

완전히 파괴하는 것은 힘들겠지 만. 제대로 된 항해가 힘들도록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농밀한 오러가 실린 검을 부응 휘둘렀다. 콰르르릉 울리는 파공성. 청색 궤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선 명하게 그어졌다.

직후 울리는 커다란 굉음.

콰콰콰콰콰쾅!

전투함 선두 부분이 박살난다. 나무파편이 비산하고, 커다란 균열 이 쩌저적 나 배의 측면까지 이어 졌다. 그러자,

"배! 배가 기울어집니다!"

"아아아악!"

아랫단에 큰 충격을 받은 전투함 이 기울어진다. 평형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직이 읊조렸다.

"일단 하나는 무력화 시켰고."

하부에 저 정도로 심한 충격을 입었으니 . 이제 저 전투함은 우리 수송선을 추격해올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또 다른 방향을 바라봤다.

"이제 네 척 남았다."

무력화시키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 * *

- …전투함 전부 기동 불능!

- 적의 선박이 계속 해안가로 이동합니다.

- 발리스타가 맞지 않습니다! 마법사, 마법사가 필요합니다!

- 안 돼…J 수정구에서 정신없이 음성이 들려온다. 하나같이 당혹과 경악에 찬 목소리들.

으득. 멜란토가 이를 갈았다.

"이게 지금 무슨 일인 것이냐! 고작 배 하나를 막지 못하고 있다 니!"

지금 전혀 예상외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연안에 진입했던 적의 수송선. 금세 제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헌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적은 신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마법 능력으로 모든 발리스타 공격을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해수면을 얼리고 배를 공격해 추격하던 전투 함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지금은….

- 단장님! 적의 선박이 연안에 상륙했습니다!

- 지상군을 출격시켰습니다! 현재 교전 중!

- 적의 화력이 너무나 강대합니다! 아군 보병대가 쓸려나갑니다!

해안가에 상륙해 지상군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으니 .

수도 경비대는 그들을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적의 마법 전력이 너무나 강대했 기에.

과연 엘프 마법사들이라는 것인 지. 그들은 손쉽게 공격을 막아내고 지상군 병력을 그리 어렵지 않게 상대하고있었다.

고작 열 명에 불과한데도.

때문에 휘하 장교들이 요청해왔다.

- 마법을 막을 수 없습니다! 마법사, 전투마법사가 필요합니다!

마법사를 파견해달라고.

쿠웅! 멜란토가 답답한 듯 책상을 내려쳤다.

"전투마법사?! 네놈들은 지금 이곳 수도에 전투마법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애석하게도 지금 수도에는 전투 마법단이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 제국 본토에서 전투 중이었기 때문에.

마법사도 없고, 일반 보병들은 그들에게 쓸려나가고 있는 상황.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멜란토가 지시했다.

"기사. 기사들을 동원하라! 중앙 기사단을 출격시켜!"

그 수가 얼마 없는 마법사들은 모조리 제국 남부전선에 있었지만, 기사들은 약간이나마 수도에 주둔 중이었다. 그들을 운용한다면 제국 놈들을 막아낼 수 있을터다.

그리 생각하는 멜란토였다.

기사들이 한지훈을 요격하기 위해 출진한다.

* * *

"막아! 막아라!"

"놈들이 도시 내부로 침투하게 해서는 안된다!"

병사들이 우글우글 몰려온다. 수도 연안지대를 방어하고 있던 적의 병력들.

그 수가 꽤나 많았다. 척 보아도 일개 백인대 정도에 달하는 병력이 었으니 .

물론 나는 그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일반 병력을 쓸어버리는데 최적화된 병종이 바로 내 옆에 있었기 때문에.

"고개 숙이십시오. 한지훈 씨."

마게브가 그리 말하며 스태프를 휘저었다. 그러자 번쩍 터져 나오는 청색 광휘. 광역공격 마법이 발현된다.

콰콰콰콰콰쾅!

수십에 달하는 폭발이 울리며 전 방이 초토화 되었다. 일백에 달했던 적의 병력이 피 안개를 흩뿌리며 순식간에 증발한다.

나는 나직이 읊조렸다.

"일단 상륙은 했는데 ."

나와 엘프 마법사들이 마침내 수도연안에 상륙했다. 지금은 놈들의 지상군과 교전하고 있는 상황.

쯧 혀를 찼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야."

아직까지는 버틸 만했다. 워낙 엘프 마법사들의 경지가 드높았기 에. 일반 병사들로 이루어진 군대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또한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나가 거의 고갈되어갑니다. 한지훈 씨."

화르르르륵.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대지 위. 마나를 갈무리하던 마게브가 그리 알려왔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게브는, 그리고 그를 따르는 엘프 마법사들은 정말 잘 싸웠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진작 수송 선이 발리스타에 터져나가 침몰했을 터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닿았다.

마나가 고갈되어 간다. 더해 그리 머지않아 마법사나 기사같은 상 위 병종들이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출격해올 터.

그렇게 된다면 정말 전멸이다. 이쪽의 수준이 아무리 높다 한들, 그 수가 십여 명에 불과했으니 .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어쩔 수 없군요. 일단 안전가옥으로 가 재정비해야겠습니다."

"안전가옥이라니. 그게 뭐지? 마게브."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나는 되 물었다. 그에 마게브가 대답했다.

"한지훈 씨도 알고계시겠지만, 저희 엘프들은 정체를 숨기고 대륙 곳곳에 파고들어있지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공국전쟁 당시 보았던 상단 주 마일루, 그리고 견습마법사로 위장하고 있던 니디아까지.

엘프들은 대륙 곳곳 여러 나라에 파고들어 생활하고 있다.

"이곳 코르자카 공화국에도 저희 엘프들이 몇 정체를 숨기고 생활하고 있지요."

콰콰콰콰쾅!

마게브가 마법을 발현하며 이어 말한다. 그의 안색이 조금씩 안 좋아지는 것을 보아, 확실히 마나 고갈이 목전인 상황.

그가 힘겹게 말했다.

"일단, 저희 동포의 거처로 가죠. 그쪽으로 간다면 저희를 잘 숨겨줄 겁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게브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어 말한다.

"아마 한지훈 씨도 잘 아는 인물 일겁니다. 전생의 기억이 있다면 말 입니다."

내가 아는 엘프, 코르자카 공화 국에 숨어 사는 인물.

단 한 명 알 것 같긴 하다.

내 눈가가 절로 찌푸려진다. 그런 내 표정을 본 마게브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만나기 꺼려지는 인물이란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상황이 이러 니 어쩔 수 없군요."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 녀석이 아니었으면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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