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 트웨인이 제국에 항복했다.
마나통신이 연결되었다.
대화하는 것은 두 국가의 군주 들. 람셀 왕국의 국왕, 마그니우트 3세. 그리고 코르자카 공화국의 대 의원 알비덴.
그들의 대화 주제는 다름 아닌 이전쟁의 전세.
- 이제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 군. 알비덴.
카렌은 멸망했고, 트웨인이 항복했다. 협상동맹의 네 기둥 중 둘이 사라지고 말았다.
코르자카 공화국과 람셀 왕국.
알비덴이 나직이 읊조린다.
- 제국 놈들이 훨씬 유리해졌군.
제국 측이 보다 수월하게 전쟁을 이끌어가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네 개의 전선 중 두 개 전선이 정리되었다. 이제 제국에는 전쟁을 이끌어갈 여유가 충만해진 상황.
그들은 남아있는 서부군과 북부 군을 운용해 동부와 남부전선을 지원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지금으로서도 간신히 백중세에 머물고 있는 전선이 끝없이 뒤로 밀리게 될 것이다.
- 이대로라면 지게 된다. 무언가 방책이 있는가? 마그니우트.
그렇기에 그들 군주들이 마나통 신으로 대화하고 있다.
이불리한 전세를 뒤집을 수를 찾기 위해서.
알비덴의 물음에, 람셀의 군주 마그니우트 3세가 입을 열었다.
- 우리들뿐이라면 이번 전쟁은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만큼 제국의 국력은 강대하니.
협상동맹의 네 국가가 모두 모여 야 제국과 해볼 만한 전쟁이었다. 그만큼 제국은 거대한 덩치를 지니 고 있는 강대국이었으며, 반면 협상 동맹에 소속된 네 국가들은 모두 과거에는 열강이었으나 정복전쟁 이후 국력이 쇠퇴했던 이들.
그들 중 절반이 나가떨어졌다.
전력은 반 토막 났으며, 아군의 사기는 날로 떨어지고 제국의 기세는 하루가 다르게 드높아지고 있으니 .
결코 이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이다.
- 우리뿐이었다면 말이야.
하지만 마그니우트 3세는 패전을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만큼 이번 전쟁에는 걸린 것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 알비덴. 나는 연방과 손을 잡을 거다.
그는 제국에게 패배하느니, 연방 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마그니우트 3세의 말이 이어진다.
- 연방 측에서 먼저 제의하더군.
이번 전쟁을 지원해주겠노라고. 막 대한 자본과 대량의 군수물자들이 이미 해협을 타고 넘어오고 있다. 그리고 기사와 마법사들도 파병 중 이지.
람셀은 남부 대륙 동부 해안지대에 영토를 두고 있는 국가. 그들은 바다를 통해 비교적 쉽게 연방과 접촉할 수 있다.
그리하여 람셀은 연방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지금쯤이면 연방에서 대량의 선 박이 출항했을 것이다. 그리 머지않 아 그는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될 것 이고, 제국과의 전쟁에 더욱 많은 전력을 투입할 수 있게 되리라.
- 알비덴. 자네는 어찌할 건가?
마그니우트 3세가 그리 물었다.
람셀은 연방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쟁을 속행할 수 있게 된 상황.
허나 코르자카는 다르다.
그들은 남부 대륙의 끝단, 다수 의 섬이 모여 만들어진 섬나라.
해안을 통해 대량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람셀과는 다르게, 코르자카는 타국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노파심이 인 것일까. 마그니우트 3세가 물었다.
- 겁쟁이 트웨인처럼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네. 알비덴.
사실, 항복하는 것이 코르자카 입장에서는 최선의 수이긴했다.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전쟁. 굳이 억지로 진행해가며 가진 국력을 갉 아먹을 필요는 없으니 .
하지만 마그니우트 3세 입장에서는 아주 다행히도, 코르자카는 항복 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항복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 우리 코르자카군은 제국의 남부도시를 너무 많이 파괴하고 약탈했다. 항복제안을 한다 한들. 제국 황제 놈이 받아들이지 않겠지.
코르자카군의 해군은 사실 그리 신사적인 군대가 아니었다.
해안가 도시를 노략질 하고, 양 민을 닥치는 대로 죽여댔다. 교역하는 선박들을 마구잡이로 약탈한 뒤 불태운 적은 셀 수도 없다.
코르자카 해군은 거칠었고, 제국 은 그런 코르자카군을 증오했다.
제국군은 그들을 소탕하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을터다.
때문에 알비덴은 차마 항복요청을 할 생각조차 가지지 못했다. 제국 측에서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 기에.
- …그렇군. 항복할 생각이 없다 니 다행인 일이다. 허면 어찌할 터 인가, 알비덴. 알다시피 제국군은 강하다. 코르자카는 지원이 없다면 버틸 수 없을 터인데.
- 확실히 그러하지. 그래서 나는 연합하기로했다.
- 연합이라니. 누구와? 자네 주변에는 다른 우호적인 국가가 없지 않나?
- 그래. '국가'는 없지. 하지만 있지 않나. 대륙 어느 곳에나 퍼져 있는 바퀴벌레같은 놈들이.
- 알비덴. 설마….
마그니우트 3세는 기함했다. 그 가 당혹 어린 음성으로 되물었다.
- 설마 자네. 흑마법사와 연합할 셈인가?!
인간의 도리를 버리고 오직 흑마 나에 심취한 이들. 세계의 적. 흑마법사.
알비덴은 흑마법사들과 연합해,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계속 이끌어 가고자 한다.
- 그건… 미친 짓이네. 알비덴, 흑마법사가 참전한다면 엘프 또한 참전한다. 이미 카렌의 예를 잊었는 가?
- 그렇긴 하지. 허나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마그니우트는 알비덴의 말에 무어라 대답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의 말 대로였으므로.
계속해 버틴다면 무너질 것이요, 항복한다면 그들 수뇌부의 목이 떨 어진다.
그렇다고 람셀처럼 타국의 지원을 바랄 수도 없다.
그들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코르자카 입장에서, 남아있는 방법은 오직 흑마법사들과 연합하는 것 밖에 없는 것이다.
-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흑마법사와 손을 잡는 수밖에….
자기합리화라도 하는 것일까. 알 비덴은 그렇게 되뇌인다.
통신이 끝났다.
"… 대단한데."
군단장 숙소에 돌아온 뒤. 나는 녹색 수정구를 바라보며 그리 읊조렸다.
"타 국가 수장들의 통신. 이렇게 쉽게 들을 수 있는 것이었나."
"이미 알고 있잖아요? 우리 엘프 의 마법은 세계 제일이에요."
나는 엘프 여왕대리 니디아와 함께 군단장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녹색 수정구에 담 겨있는 음성을 재생했다.
흘러나오는 것은 람셀 왕국의 군주 마그니우트와 코르자카 공화국 의 대의원 알비덴의 음성.
엘프는 타국의 통신을 몰래 감청 해 나에게 그 당시의 대화 내용을 들려준 것이다.
니디아가 뻐기는 듯 말한다.
"인간들이 쓰는 마법. 저희 엘프 들이 모두 만든 거예요. 신화 속 드래곤이 아닌 한 인간은 엘프들의 마법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지요."
"어련하시겠어."
누누이 말했지만. 엘프의 마법적 능력은 대단하다.
애초 지금 인간들이 쓰고 있는 마법체계 또한 엘프들이 만들었던 것이었으니 .
나는 니디아에게 물었다.
"어쨌든, 코르자카 놈들이 흑마법사에게 붙었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 그리고 놈들을 처치해야 한다는 것 도."
코르자카가 흑마법사와 손을 잡 은 이상. 놈들을 그대로 놔둔다면 카렌과 같은 참사가 다시금 재현될 것이다.
그렇게 놔둬서는 안된다. 막아 야 한다.
허나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가지?"
"어떻게라됴?"
"거리가 너무 멀잖아."
그렇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제국 서부전선과 코르자카 공화국.
그사이의 거리는 너무나도 멀었다.
애초 대륙 하나의 서부에서 남부 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한 달은 걸 리리라.
"게다가 놈들의 영토는 바다 건너에 있어. 거기까지 가는 것만으로 도 꽤나 많은 시간이 소비될 텐데."
더해 놈들의 영역은 바다로 둘러 싸인 섬이다.
놈들의 해양전력이 막강한 이상. 상륙하는 것만으로도 무지막지하게 번거로울 터.
흑마법사 놈들의 세력이 코르자 카에 뿌리내리기 전 정리하는 것. 아무리 봐도 꽤나 힘든 일이다.
그런 내 말을 마침내 이해한 것 인지. 니디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긴 하지요. 하지만…."
"하지만?"
"제가 방금 말했잖아요? 엘프의 마법은 세계 제일이라고요."
설마.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가 이어 말한다.
"초장거리 도약 마법만 있다면. 금세 이동할 수 있어요."
역시나. 니디아는 초장거리 도약 마법을 통해 병력을 이동시킬 생각 이다.
허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저희 엘프의 마법도 초월 적인 것은 아니지요. 소수 병력밖에 이동시킬 수 없어요. 거리가 너무 머니까요."
"그래. 역시 거리가 문제겠지."
무지막지한 거리 때문에, 소수병력만을 이동시킬 수밖에 없다.
더해, 문제점은 거리뿐만이 아니 었으니 .
"이미 확인해 봤는데, 흑마법사들은 이미 코르자카 수도 카멜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수도에는 좌표교란기까지 만들어 이쪽의 초 장거리 도약 마법에 대비하고 있지 요."
"그 말은?"
"수도 안쪽으로는 병력을 도약시 킬 수 없어요. 수도 밖에서 접근해야 해요."
그녀의 말에 나는 재차 표정을 찌푸렸다.
수도 밖에서, 소수의 병력을, 수도 내부로 밀어 넣어, 놈들의 수장 알비덴을 처치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놈들의 수도에는 많은 병력이 있을 터이니.
하지만 해법은 있는 것인지.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그래서 한지훈 씨가 저희를 도 와줬으면 하는 거예요."
"내가 돕다니. 무엇을?"
"이전에, 굴라덴에서 일. 기억해 요?"
굴라덴 공방전. 요한바르첸 공국 중부도시에서 일어났던 전투.
나와 니디아가 처음 만났던 장소.
그녀는 그때 일을 끄집어내고 있다.
"한지훈 씨와 제가, 그 도시 안 으로 잠입해서, 흑마법사들의 사령 마법진을 파훼했었잖아요."
당시 니디아는 제 신분을 위장해 견습마법사 행세를 했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데리고 도시 중심지까지 잠입했다.
흑마법사의 사령 마법진을 파훼 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었다.
지금 니디아는 그때와 비슷한 일을 행하려 하는 듯했다.
"한지훈 씨와 저희 엘븐 가디언 몇 명. 이렇게 소수로 수도 내부로 잠입하는 거예요. 그리고 수도 어딘 가에 있을 좌표교란 아티팩트를 파괴하면…."
"너희 엘프들이 대규모 병력을 전이시킨다는 거로군."
"네! 맞아요. 좌표교란 마법진만 없다면, 적어도 수천 정도의 병력을 이동시킬 수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수천의 엘프 전사들이라면…."
"알비덴 대의원을 지키는 호위병력들을 돌파해, 녀석을 처치할 수 있지."
어디 알비덴뿐만이랴.
놈들의 수뇌부인 위원회 전체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코르자카라…."
나는 시선을 돌려, 군단장 천막 안에 걸려있는 커다란 전략지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코르자카 공화국. 다수의 섬으로 이루어진 해양성 국가. 막강한 해군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반대로 보병전력은 부실한 전형적인 섬나라다.
피식 웃었다.
"흑마법사가 그곳에 갔다는 건. '유물'을 노리고 있다는 것일 텐 데."
나는 흑마법사 놈들이 어째서 그곳으로 갔는지 알고 있다.
유물.
각 대륙에 숨겨져있는 초월급의 성물.
세계검을 만드는데 필요한 중요 한 재료.
흑마법사들은 그곳을 점해, 지하 어딘가에 있을 유물을 차지하려 하는 것이다.
빼앗길 수는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니디아, 네 말대로 하지. 어서 빨리 준비해줘. 나는 그전에 황제와 사령관에게 보고하지."
"네. 저희도 준비가 완성되는 즉시 연락드릴게요."
니디아가 천천히 사라진다. 엘프 들의 은신마법.
이제 그녀는 바쁘게 움직여 코르 자카를 칠 준비를 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서브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1. 코르자카 공화국 수도, 카멜 라에 설치된 좌표교란기를 파괴하라.]
[2. 공화국 위원회를 몰살시켜 라.]
[3. '유물'의 탈취를 저지하라.]
다음 상대는 코르자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