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화.
"듣던 대로다. 제국 서부 야전군 이 트웨인 군단의 공세에 직면했다."
군단 사령천막에 다수의 인물들 이모여 있다. 역시나 모두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벌써 퇴로가 막히고, 보급로 또한 완전히 약탈당했다는군."
"포위하고 있는 트웨인 놈들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서부군은 궤멸 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
지금 나와 함께 서부전선을 향해 행군하고 있는 여러 군단장들.
3군단의 오스카, 7군단 바텔로아, 10군단 에이거, 12군단 쥬코프.
그리고 나, 13군단의 군단장 한지훈 라이젠까지.
도합 5개 군단의 군단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 중이었다.
그들 중 10군단의 군단장, 에이 거가 입을 열어 말한다.
"전투의 동원된 트웨인 기병대의 숫자가 무려 10만. 서부군이 자력으로 상황을 극복하리라 보긴 힘들 겠지."
트웨인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되었다. 적은 무려 10만의 트웨인 기 병들.
트웨인 10만 대 제국 서부군 20만의 싸움이다. 단순 숫자로 비교한 다면 제국군이 압도적으로 우세하 다 판단하기 쉬울 터.
허나 그렇게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서부군이 운용 중인 기병은 2만 이 채 되지 않는다. 고작 2만의 기 병으로는 10만의 기병대를 이겨낼 수 없어."
제국군의 병력 대다수는 보병으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트웨인의 병력은 거의 전체가 기병이다. 그것 도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전사 들.
스적으로는 서부군이 우월하지만. 병력의 질까지 고려해 생각한다면 오히려 트웨인이 훨씬 유리한 것이다.
"당장 행군을 서둘러야 한다. 서부 야전군을 구원해야 해."
그렇기에 군단장들은 말한다.
행군을 서둘러야 한다고. 어서 서부전선으로 가, 제국 서부 야전군을 구원해야 하노라고 말이다.
지금 이자리에 있는 병력의 수 가 무려 10만의 보병, 그리고 1만 의 기병대다.
이 정도의 병력이 서부전선에 합 류한다면, 그리하여 놈들의 전선을 두 개로 양분시킨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허나,
"불가능한 일이야."
그것 또한 여의치 않은 일이었으니 .
오스카 군단장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거리가 너무 멀다. 우리 북부군 이 서부전선까지 향하는 데는 적어도 일주일은 걸린다. 행군 속도를 한계까지 높여도 닷새는 걸릴 터."
"… 5일 뒤에나 도착이라."
"그때쯤이면 이미 서부군은 궤멸 해 있겠군."
그렇다. 이곳 북부군과 서부군과 의 거리는 결코 짧지 않았다.
전속행군을 행한다 한들 닷새는 걸리는 거리. 그리고 닷새라는 시간 은 서부군이 궤멸당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어찌해야…."
그에 장성들이 하나둘 표정을 찌푸린다.
위기에 놓인 서부군. 북부군이 지원한다 한들 너무 늦다. 더해 서부군은 퇴로와 보급로마저 막혔기에 후퇴하기에도 힘든 상황.
누군가가 도와줘야 그들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때,
"나에게 맡겨라."
내가 나선다.
"… 한지훈. 자네가?"
"행군하는데 닷새는 걸린다는 말. 듣지 못했나?"
"절대 시간에 맞출 수 없네."
장성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인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의식하며 이어 말했다.
"그래. 일반 보병들이 행군하면 아무리 빠르게 간다 한들 닷새는 걸리겠지. 하지만 내게는 1만의 기 병들이 있다."
이전에 받았던 기병들의 임시 지휘권한. 아직 반납하지 않았다.
그들을 다시 지휘한다.
"기병의 속도는 빠르지. 서두른다면 이틀 안에서부전선에 당도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기병은 빠르다. 적은 시간으로 보다 먼 거리를 갈 수 있으니 .
기병들만으로 선발대를 꾸린다면, 이틀이면 충분하다.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기병을 잘 다룬다. 그리고 개인적인 무력에도 다소 자신이 있지."
내 말에 장성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인다.
저들은 데키타 군단과의 전투에서 내 능력을 똑똑히 확인했다.
일만의 기병들을 지휘. 정교한 지휘술로 그토록 강했던 트웨인 기 병대를 완전히 압도해 버렸다.
그리고 데키타와 일대일 전투로 녀석을 간단히 무력화 시키고, 무사 히 생포해오기까지했다.
이미 내 능력을 충분히 선보인 상황. 반대하는 인물은 없다.
"다시 한번 기병들을 내게 맡겨 라. 서부군을 구원해 보이지."
그렇게 내가 말을 끝맺자.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서부군을 구원하라.]
* * *
군단장 막사에서 나온 뒤. 나는 곧장 기동 준비를 서둘렀다.
기병들의 상태를 점검했고, 전투식량을 챙겼다. 말에게 줄 여물을 실을 마차를 준비했다. 병장기를 다 듬었다.
눈동자를 굴려 시야 속 홀로그램을 바라본다.
[제국 북부 제 13군단]
[군단장 한지훈]
[총원 : 21,321] (중상 : 0)
[임시합류 : 8,967] (증상 : 438)(전사 : 1,283)
[군단의 상태] (이상 : 행군으로 인한 약간의 피로 누적.)
(지휘체계에 이상은 없습니다.)
(사기는 '높음'입니다.)
(병사들의 정예도는 '다소 높음' 입니다.)
(모든 보급품이 풍족합니다.)
(현재 군단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바라보고 있는 것은 지금 내 군단 정보창.
나직이 중얼거려 본다.
"기병이 대략 구천. 그중 사백이 중상이라. 거의 다 회복했어."
데키타 군단과 전투하며 입은 소모를 나름대로 회복했다.
기병은 꽤나 고급병종. 그렇기에 그들에게도 포션이 지급된다.
물론 그리 품질 좋은 물건은 아니다. 일반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포 션을 훨씬 희석한, 조잡한 물건이었 으니 .
허나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중상을 치유하는 것은 가능하다.
때문에 기병들 중 전투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부상을 가 진 이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정도의 수라면, 해볼 만하다.
내가 그렇게 홀로그램을 주시하고 있을 때였다.
"한지훈. 여기 있었군."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역시나 귀에 익은 목소리. 홀로그램 으로 향했던 시선을 돌려, 내게 말 건 이를 바라본다.
"오스카."
다름 아닌 오스카였다. 나와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장성급 군관.
그가 천천히 걸어와 내 옆에서 서 말한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이번 일, 꽤나 무모해."
"뭐. 그렇지."
오스카의 말에 나는 스스럼없이 긍정했다. 무모하다는 것,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그의 말이 이어진다.
"기병을 먼저 보낸다는 것.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 하지만 고작 일만의 기병으로는 전황에 큰 반전을 만들어내기 어려워. 놈들은 순수 기병으로만 10만이니 말이야."
오스카는 제국군 30만이 있어야 트웨인 기병대 10만을 막아낼 수 있다고 봤다.
기병 1만. 많은 전력이지만, 그들 이미리 합류한다 한들 극적인 반전을 노릴 수 없으리라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그 트웨인 기병대이니까. 제국군보다 훨씬 높은 기량을 가진 기마전사들이니까.
"한지훈. 지금이라도 출격을 취소 하게."
때문에 오스카는 내게 출격취소 를 제안했다.
"아무리 보아도 승산이 그리 많 아 보이지 않아. 차라리 지금은 일단 후퇴한 뒤, 추후 서부군 잔당과 중앙군, 그리고 우리 북부군이 연합 해 트웨인을 상대해야 한다."
일단 뒤로 물러나다음 기회를 노리자.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잠시 오스카를 바라보고는, 피식 웃었다.
"오스카. 설마 나를 못 믿나?"
"그건 아니야. 자네의 능력이야 내가 잘 알고 있지.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상대다. 이길 수 없어."
확실히 그의 말대로 정면으로 붙 어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상대다.
순수 기병 10만을, 1만의 기병을 지휘해 제압하라니.
물론 전투에 가세할 서부군 병력들도 있지만. 그들을 포함해도 불리 한 싸움이란 건 매한가지다.
내가 1만의 기병을 이끌고 전투에 참여한다 한들. 완전한 승리를 노리기는 힘들겠지.
허나 괜찮다. 나에게도 생각이 있으므로.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오스카. 사실 이번에 나는 전투 하러 가는 것이 아니야."
"전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니. 그럼 뭘 하러…."
"나는 '외교'를 하러 가는 거다."
품속에서 어떤 서류를 꺼내들었다. 얼마 전 황제에게서 받은 서류, 예의 대 트웨인 외교권한대행 서류였다.
그것을 팔랑 흔들며 말했다.
"두고 보라고. 오스카 자네가 서부전선에 도착해 있을 때쯤에는 전쟁이 끝나있을 거다."
오스카는 의아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 * *
커다란 천막의 안. 수십의 인영 들이 자리해 있다. 모두 튼튼한 가죽갑옷을 입고, 수정구를 둘러앉아 있다.
그들은 바로 트웨인의 군관들이었다. 위대한 기마민족 트웨인을 이 끄는 전사들.
그들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누르비테! 모든 준비가 완료되 었습니다!
전투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소식 을.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계속해 흘 러나온다.
- 제국 놈들의 퇴로를 완전히 틀어막았으며, 보급로 차단 또한 완료했습니다!
- 제국 서부 놈들의 동쪽, 서쪽, 남쪽, 북쪽을 장악했습니다. 포위망 이 완성되었습니다!
- 출격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제국 놈들을 쓸어버리겠습니다!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들은 하나같이 흥분이 가득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최대한 손실을 피하고, 야금야금 제국 놈들을 상대하는 소극적 전투교리에서 벗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제국군을 쓸어버릴 참이었으니 .
전투가 기대되는 것은 당연할터.
천막의 가장 상석에 있던 이. 누 르비테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군."
그가 시선을 돌려 지도를 바라본다. 예의 조잡하게 만들어진 군사지 도. 그곳에는 제국 서부군의 군영 과, 그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10만 의 트웨인 기병대들의 모습이 그려 져 있다.
"이제 놈들을 소탕할 때다."
누르비테는 데키타 군단이 패배 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지체 없이 전군을 움직였다.
10만의 기병들을 운용해 제국군 의 퇴로를 끊었다. 보급망을 쉼 없이 약탈해 망가뜨렸다.
놈들을 완전히 포위했다.
그리고 마침내 포위작업이 완료 된 상황. 이제 남은 것은 공격명령을 내려, 사방에서 제국놈들을 쓸어 버리는 것 뿐.
"트웨인의 모든 전사들이여."
누르비테는 천천히 입술을 뗀다.
그가 공격명령을 내리는 순간. 10만의 기병들이 사방에서 들이닥 쳐 제국 서부군을 갈기갈기 찢어발 길 것이다.
"드디어 제국 서부 놈들을 지워 버릴 때가 되었다."
물론 서부군 놈들은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녀석들의 기병은 자신들에 비해 약할지언정, 장창방진은 견 고했으니까.
하지만 그래봤자다.
"놈들을 쓸어버린다."
사방에서 밀어닥치는 공격이다.
10만 기병의 일제돌격에 제국 놈 들은 분쇄되고, 와해되어 흩어질 터.
제국과 전투할 때마다 항상 있어 왔던 일. 달라진 점은 없다. 그저 그 규모가 몹시 커졌을 뿐.
"우리의 말발굽 아래 놈들이 무릎 꿇게 하라."
누르비테는 승리를 확신한다.
그가 마침내 말을 끝맺는다.
"전군. 돌격."
- 명령을 따릅니다! 위대한 초원 의 왕이시여!
- 돌격! 돌격!
-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각 군단, 급속전진! 최대한 가속해 놈들 의 방진을 무너뜨려라!
수정구 너머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달려 나가는 말발굽의 소음, 전투의 함성, 병장기 뽑히는 소리.
그렇게, 누르비테가 현황을 주시 하고 있을 때였다.
- 누르비테!
다시금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허나 이상하다.
-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전투에 잔뜩 흥분해 있는 다른 장수들과 다르게, 방금 전 보고해온 이의 목소리는 긴장해 있었다.
전혀 의외인 목소리.
그이유는 곧 알게 되었다.
- 북쪽 방면에서 적 기병대가 등장했습니다! 그 수가 약 일만…!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
- 정찰병이 보고하건데, 그 기병대의 최선두에 있는 인물이 검은색 머리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지훈, 한지훈이 새로운 적의 수장입니다!
새로운 적 부대를 지휘하는 인물. 다름 아닌 한지훈이었다.
자신의 수하, 맹장 데키타를 무 너뜨렸던 이.
그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