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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10화 (210/390)

210화.

"황제 폐하."

제국 황제의 알현실. 그 화려하 고도 거대한 공간 속.

엄숙한 분위기를 헤치며 한 군관 이 입을 열었다.

"한지훈이 속한 북부 다섯 개 군단이, 서부전선으로 출발했다는 소식이옵니다."

입을 연 군관은 국방성 장관 카 디르였다. 다섯 개 야전군 전체를 관리하는 제국군의 수장이자, 황제 의심복.

그의 말에 황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드디어 한지훈이 서부로 향했는가."

황제의 금색 눈동자가 돌아가 알현실 한켠에 자리해 있는 군사지도 로 향했다.

붉은색과 푸른색 화살표가 어지러이 얽혀있는 커다란 지도. 황제는 그중에서도 서쪽, 드넓은 초원지형을 살핀다.

"그가 서부로 간다면. 이 지지부 진한 전투에서 무언가 해낼 수 있겠지."

지도에 보이는 서부전선의 모습 은 엉망이었다.

가까스로 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푸른색 서부군의 모습. 그들은 명백히 수동적이었으며, 전장의 주도권을 전혀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붉은색 화살표, 트웨인은 달랐으니 .

놈들은 그 우월한 기동력을 십분 발휘해 전장 전역을 지배하고 있다.

제국 서부군은 그저 산발적으로 습격해오는 트웨인 기병들에 의해 휘둘리고만 있을 뿐.

그저 병사들의 피를 소모해 현재 전선을 유지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때문에 황제는 기대하고 있다.

한지훈이 저 전장에서 활약하기 를. 그리하여 이 답답한 전황을 뒤 집고, 확실한 승기를 잡기를 말이다.

그렇게 황제가 지도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헌데, 한지훈 라이젠이 무언가 이상한 요청을 했다 들었습니다만."

"이상한 요청이라. 그게 뭐지?"

"기병을 달라 하덥니다."

"기병?"

황제는 전혀 공감이 안된다는 눈으로 카디르를 바라봤다. 그게 뭐 가문제냐는 듯이.

그의 말이 이어졌다.

"군단장들이 더 많은 병력을 달라하는 건 언제나 있던 일 아닌가? 그의 요청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 거늘. 뭐가 이상한 요청이라는 것인 가'?"

"그게. 함께 서부로 향하는 다섯개 군단 모두의 기병 지휘권한을 달라 했습니다."

"… 다섯 개 군단 모두의? 그것도 공조 요청이 아닌 지휘권의 이양이 라고?"

"그렇습니다. 폐하."

"확실히 이상한 요청이군. 전혀 그자답지 않아."

한지훈의 요청. 확실히 전혀 그 답지 않았다.

그는 과거 십인장이었던 때부터 군단장이 된 지금까지 항상 가진 병력을 운용해 상황을 타개하고 임무를 완수해왔다. 자신의 부대 이상의 병력을 지휘하고자 한 적은 없었다.

헌데 이번에는 타 군단의 기병대 까지 자신이 지휘하고자 하고 있다.

"이상한 걸 넘어, 어찌보면 무례 하기까지 하다만. 타 군단장의 병력을 본인이 직접 지휘하겠다니 말이 야. 월권이라 간주할 수도 있지 않 나."

한지훈의 요청은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다른 장성의 병력을 자신이 다루 겠다니. 해당 요청을 받은 군단장들 이모욕당했다 여길 수도 있을 터인데.

어째서 한지훈은 그런 요청을 하였는가.

문득 황제가 묻는다.

"타 군단장들의 반응은 어떤가?"

"한지훈을 신뢰하는 것인지, 정말 그에게 모든 기병 지휘권을 이양했습니다."

"허. 그렇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폐하. 일단 군단장 들 본인이 수락했기에 허가하려 합니다만. 어찌하시겠습니까? 불허합 니까?"

"아니. 되었다. 본인들이 수긍했으니 불허할 이유가 없지. 한지훈 또한 무언가 수가 있으니 그런 요청을 한 것일 터."

황제는 턱을 괴고 다시금 지도를 바라본다.

제국 북부 3군단, 7군단, 10군단, 12군단, 13군단. 더해 볼로냐 기사단까지.

도합 10만이 넘는 수의 대군이 서부전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제 그 들은 구 카렌왕국의 수도 페르트로 폴에서 출발해, 제국 북서부 평야지 대를 지나, 서부전선으로 향할 것이다.

그리고 그 행렬에는 한지훈 라이 젠이 포함되어 있다.

일개 평민 출신 십인장으로 시작 해 지금은 군단장이 된 인물. 뛰어난 무력과 지략을 갖췄으며, 전장에서 막대한 카리스마를 발하는 이.

"일단은 지켜보지. 그가 일만의 기병으로 무슨 일을 해낼지 기대되 는군."

그 한지훈이 다섯 개 군단 모두 의 기병대 전력. 무려 일만에 달하는 기병을 지휘하게 되었다.

과연 한지훈은 어떻게 트웨인 기 병들을 상대할 것인가. 그 과정을 지켜보고자 하는 황제였다.

제국 황제 아르테니아가 한지훈 의 행보를 주시한다.

합동 군단이 전진했다.

다섯 군단, 무려 십만을 넘는 막 대한 수의 병사들이 움직인다.

훅 올라오는 흙먼지. 펄럭이는 군단기. 길게 이어진 행렬.

병사와 말이 탁 트인 평야지형을 가로지르고, 짐마차가 그 뒤를 따른다.

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장관이네."

정말 장관이었다. 무려 십만에 달하는 대군이 길게 행군하는 꼴이 란.

마치 거대한 용이 지면을 기어가 는것만 같다.

나는 행군광경을 잠시 지켜보고 는, 옆에서 있던 참모에게 지시했다.

"참모장. 지도."

"여기 있습니다! 군단장 각하!"

재빨리 지도를 펼쳐 보여주는 참 모장 엘런 폭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도 속 지형을 살피며 말했다.

"행군을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 은 되었는데 . 아직도 남은 길이 대충… 이 주일은 걸리겠어."

"아직도 이 주일이나 더 가야합 니까? 지루한 여정길이 될 것 같습니다."

"지루하다고? 걱정하지 마라."

씩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는 전혀 지루하지 않을 테니까."

"그게 무슨 뜻이십니까?"

"드디어 북부 산림지대에서 벗어나 북서부 평야지대로 진입했지. 이제 우리는 행군에만 신경 쓰지 못 할 거다. 적이 나올 테니까."

"적이라 하신다면…. 마물들을 말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각하. 이 인근 마물들 중 위협적인 최상위마 물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의 대군이 행군하는 것이니, 어지간한 마물은 도망칠 터인…."

"아니. 적은 마물이 아니야."

고개를 들어 올려 주변의 지형을 살핀다.

산악지형이 끝나고 전방으로 끝 없는 지평선이 펼쳐져있다. 탁 트인 시야. 광활한 평야지대.

그리고 평야지대는 기병이 활동 하기 가장 좋은 장소.

나는 직감했다.

"행군하는 와중 적 병력과 조우 할거다."

"트웨인 놈들 말입니까?"

"그래. 트웨인 기병 놈들이 손수 우리를 마중 나올 거다. 서부 전선에 당도하기 전, 우리 전력을 최대한 소모시키기 위해서 말야."

"… 음."

내 말에 엘런이 신음했다.

녀석의 표정을 보건데. 내 말이 그리 신빙성 있게 다가가진 않은 듯했다.

하기야. 놈들이 자리해 있는 서부전선에서 이곳 제국 북서부 평야 지대까지 그거리가 무지막지하다. 일반 보병대라면 최소한 이 주일은 내리 행군해야 하는 거리.

헌데 트웨인 놈들이, 주 전장인 서부전선을 놔두고, 우리를 견제하 기 위해 병력을 보낸다? 그 머나먼 거리에도 굴하지 않고?

대다수 군관들은 헛소리라고 치 부할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트웨인 놈들의 기동력은 상상을 초월해. 먼 거리를 움직여 우리를 견제하려는 생각. 충분히 할 수 있어."

녀석들은 그런 놈들이었다.

말을 타고 산맥을 넘나들고, 까 마득한 거리를 믿기지 않을 속도로 주파해 적의 뒤를 친다.

압도적인 기동능력. 거리의 제약 은 놈들에게 있어 별것 아니다.

"그리고 누르비테라면 우리 북부 군이 향하리라고 직감했겠지. 무언 가 대응했을 거야."

나는 놈들의 수장 누르비테라는 녀석을 알고 있다.

소름끼칠 정도의 직감과 강대한 무력으로 전쟁을 지배하는 인물.

내가 블랙 오케스트라에서 알고 있던 누르비테라면, 분명 녀석은 우리군이 서부전선으로 향하는 것을 간파. 병력의 일부를 이쪽으로 돌렸을 것이다.

그리고 우군이 행군하는 내내 유 격전을 펼치며 이쪽의 전력을 갉아 먹으려 할 터.

하지만 그래봤자다.

"유격전. 트웨인 놈들만 잘 하는 것이 아니거든."

나는 이래봬도 척후병 출신이다.

온갖 험지를 타고 오르며 적 병사들과 교전했다. 적의 거점에 침투 하거나 중요거점을 점령하기도 했고, 반대로 이쪽을 습격하는 적 보병대를 막아내 보기도했다.

유격전이라면 이골이 나있단 말이다.

"달라진 건 맨 다리로 뛰느냐, 아니면 말을 몰고 싸우냐. 그뿐이지."

시선을 돌려 다시금 지도를 바라 본다.

주로 살피는 것은 인근의 지형.

적 기병 놈들이 몰아쳐 오리라 예상되는 장소들을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트웨인 놈들. 분명 우리 제국의 기병대를 얕잡아 보고 있겠지. 지휘 체계에서부터 뒤떨어졌으니까."

트웨인 기병대는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그들의 기병군단의 규모는 크다. 하나의 장군이 일만의 기병 전체를 통솔하며, 유기적인 계획 하에 습격 과 이탈을 반복한다.

하지만 제국 기병대는 다르다.

"우리 제국군은 놈들의 기병공격에 유기적으로 반응할 수 없어. 각 군단장이 지휘할 수 있는 기병은 기껏해야 이천. 반면 적은 일만의 기병을 지휘하니까. 대응력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

"군단장 각하. 설마 다른 군단의 기병들을 모조리 가져오신 이유가, 혹시…."

"그래."

눈치 빠른 녀석. 나는 씩 웃는다.

"사공의 대가리가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니까."

기병의 수에서 총합은 밀리지 않을 터이지만. 그들 기병들은 이천기씩 각각의 군단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상대가 될 수 있을리 없다.

한 명의 장군이 통솔하는 일만의 기병이, 다수의 장군이 통솔하는 동 수의 기병보다 훨씬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은 자명한 일.

이렇듯 제국군과 트웨인의 기병 운용능력은 군사 편제단위부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괜찮다.

"이쪽도 사공의 대가리를 나 하나로 제한했다."

최고 지휘권자를 나 하나로 제한해, 분산된 지휘체계에 의한 불이익을 상쇄했다.

물론 아직 기병 개개인의 전투력 이 트웨인 기병대보다 약하다는 문제는 남아있었지만. 그것 또한 해결 할 수 있다.

"내지휘능력은 그리 만만치 않 아."

개개인이 약해도, 드높은 지략으로 놈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리라.

나는 다시금 고개를 내리깔고 지도에 시선을 집중했다.

놈들의 예상 경로. 주의해야 할 지점. 그리고 최적의 동선.

지형을 암기했고, 상상했다.

그렇게 내가 지도를 살피고 있을 때.

- 군단장 각하!

품속에 넣어두었던 통신수정구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처음으로 듣는 음성.

그 정체는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 3군단, 12번 기병 연대장 네이 번트. 정찰 중 이상 발견, 긴급히 보고드립니다!

내가 지휘하고 있던 타 군단의 기병들 중 하나였다. 그가 보고해온다.

- 본대 행군로 북서방향, 정체불 명의 대규모 기마집단을 발견했습니다. 그 수 약 일천.

"그래. 무장하고 있었나?"

- …네. 무장하고 있습니다. 가죽 갑옷에 긴 기병창이나 장검을 장비 하고 있습니다.

"트웨인 새끼들이네."

역시 내 직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우웅! 우웅! 우웅!

수정구가 갑작스레 점멸하고, 다수의 통신이 우르르 밀려들기 시작했다.

- 7군단 3번 기병 연대장! 행군 로 남쪽에서 기병 수백이 매복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행군로 서쪽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그 수 약 이천.

- 망할! 놈들이 이쪽으로 돌진해 옵니다! 수적 열세! 퇴각! 퇴각하 라!

- 행군로 사방에 놈들이 매복해 있습니다!

정찰기동을 실시하던 기병들이 거의 동시에 트웨인 기병대를 발견했다. 그리고 이제는 놈들이 돌진해 오는 상황.

"… 맙소사! 정말 트웨인 기병대 입니까?!"

"진정 놈들이 여기까지 병력을 보낸 것인가… 그 먼 거리를…."

"빌어먹을! 사방에서 보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서쪽에서, 동쪽, 남쪽, 북쪽…! 이 평원 전체가 놈들에 의해 장악 되어있습니다!"

"군단장 각하! 어찌합니까?!"

참모들이 다급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어서 명령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모습.

다른 군단장들이었다면 이상황에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것 이다. 그만큼 밀어닥쳐 오는 보고의 양은 많았고, 상황은 갑작스러운 매 복에 혼란스러웠으니까.

하지만 나는 다르다.

[천인대 전투지휘술]

나에게는 스킬이 있다.

시야 속 홀로그램의 형태로 떠올 라있는 미니맵. 그곳에 자세하게 표시되어있다.

등장한 적의 규모. 놈들의 위치 와 진형. 그리고 우왕좌왕 움직이는 아군의 모습까지.

피식 웃었다.

"트웨인 기병 일만 삼천. 아주 작정을 하고 매복했구만."

다른 군단장들과 달리, 미니맵이 있는 나는 현상황을 보다 빠르고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미니맵이 있다면 저 트웨인 기병대 놈들을 손쉽게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스킬의 보조는 유용했고, 내지휘능력은 탁월했으니 .

허나 나는 놈들을 단순히 몰아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전투지휘술. 상향."

- 띠링!

만약 내가 천인대 전투지휘술이 아닌, 군단 전투지휘술을 다루게 된다면?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을 상향합니다.]

[상향에는 100pt가 필요합니다.]

[수락/거절]

예상컨대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체하지 않고 대답했다.

"수락."

- 띠링!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 이 '스킬 : 군단 전투지휘술' 로 상향 되었습니다!]

진정한 군단장이 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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