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209화 (209/390)

209화.

군단장 회의가 열렸다. 그에 우리 13군단과 함께 트웨인 방면을 공략할 다른 군단장들이 내지휘부 를 방문했다.

나는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의 면면을 살폈다.

"한지훈. 오랜만이군 그래. 영지는 잘 다녀왔나? 별일 없었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북부 제 3군단의 군단장, 오스카 디 로드게리 스 후작.

그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랜만이야 오스카. 영지는 별일 없었어."

"당연히 별일이 없겠지. 누가 다 스리는 영지인데? 그러고 보니, 자네 영지가 드디어 인구수 30만을 달성했다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 가?"

"맞아. 막 30만을 돌파했지. 이주 민이 많이 정착한 덕분에."

"축하한다. 그 정도 인구에, 자네 정도로 출중한 전공이라면 후작위 로의 승격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만."

"정말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이 야."

나는 오스카와의 대화를 정리하고 또 다른 군단장들을 살핀다.

그러자 이쪽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군단장들이 하나둘 입을 열어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7군단 군단장 바텔로아 마그니 트다. 만나서 반갑다 한지훈 군단 장. 우리 함께 역사를 만들어보지."

"10군단 에이거 디 람스탈테다.

수도 공성전에서 자네의 활약, 똑똑 히 보았었네. 함께해서 다행이군."

"12군단 쥬코프 라블랑. 제국영 웅과 함께 싸울 수 있다니, 전쟁이 끝나고 손주 놈에게 해줄 이야기가 풍성해지겠군."

7군단 군단장 바텔로아 마그니 트, 10군단 에이거 디 람스탈테, 12군단 쥬코프 라블랑.

이들이 나와 함께 트웨인 방면을 공략할 군단들의 최고지휘관들이다.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자 새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고속진급하긴 했어.'

에이거와 오스카는 장성들 중에 선 그나마 젊은 중년인이었으나, 나머지 둘은 하얗게 머리가 센 노인 이다.

20대는 나 혼자뿐이다.

아무리 딸라봐야 중년인, 늦는다 면 노인이 되어야 도달하는 것이 군단장의 자리인데. 나는 아직 20대인데도 장성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이다.

그만큼 내가 능력 있기 때문이었 지만.

나는 잠시 그들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입을 열어 소개했다.

"다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은 통성명을 해야겠지. 북부 3군단 군단장 한지훈이다. 함께 서부전선 공략을 진행하게 되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군단장들.

이미 친분이 있는 오스카는 물론 이고, 다른 군단장들 또한 나를 신 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처럼 나는 군단장 등의 고위 지휘관들에게서 신뢰받고 있었다.

명백히 좋은 일이다. 그만큼 군단끼리 수월하게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이니.

나는 이어 말한다.

"소개는 이쯤이면 되었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우리 군은 서부 전선으로 진군, 트웨인 놈들과 전투 해야 한다. 참모, 지도 펼쳐."

"알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내지시에, 상급참모 빌 맥카시 가 커다란 지도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펼쳤다. 서부전선을 자세하게 기록한 군사지도였다.

지도 위에는 붉은색 화살표와 푸른색 화살표가 어지러이 얽혀있다.

그것을 짚어가며 말했다.

"보다시피. 서부전선의 현황은 그리 유쾌하지 않아."

군단장들이 시선이 군사지도로 향하고, 곧 전황을 읽은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지지부진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군."

"중요한 승리 없이 그저 손실만 쌓이고 있다. 서부가 잘 버티고 있다 들었다만, 이래서야 그저 출혈을 감수하며 버티고 있는 것에 불과하 군."

"으음…."

서부전선의 전황은, 크게 보면 백중세였으나 사실 교전비로 본다면 제국에게 불리했다.

대규모 전투가 여러 번이나 이어지며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전투들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언제나 제국군이었다.

분명 병력의 수는 제국이 훨씬 많은데도. 회전을 벌인다면 적은 적 게 죽었고, 아군은 많이 죽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트웨인 놈들은 기병이 주력이지."

트웨인. 초원의 왕국. 광활한 서부 초원에 자리 잡고 살아가는 유 목민들의 국가.

그들의 병력은 절대다수가 기병 이었다.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기병은 강하다.

일반 보병들보다 훨씬 우월한 기 동력을 갖추고 있으며, 대단한 돌파 능력 또한 지니고 있다. 더해 군마 의 질량가속으로 인해 만들어진 강 대한 충격력과 기병창의 긴 리치까 지.

기병은 전투에서 보병보다 압도 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그 기병들로 꽉꽉 채워 넣은 미친 군대가 바로 트웨인이다.

그 수가 아무리 제국군에 비해 훨씬 적다한들. 쉬운 상대가 결코 아니다.

쯧 혀를 차며 말했다.

"단 한번도 제국 서부군이 전장 의 주도권을 가져본 적이 없어."

지도를 살펴본다면 알 수 있다.

드넓은 영토를 이곳저곳 누비는 붉은색 화살표들. 기병으로 이루어 진 트웨인 주력군의 경로다.

놈들은 수십, 수백 킬로미터를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전선을 어 그러트린다. 아군의 뒤통수를 때린 뒤 이탈하는가 하면, 틈이 보일 때마다 보급로를 쳐 아군의 병참을 교란시킨다.

지독한 놈들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내가 지도를 살펴보고 있을 때.

"…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군."

누군가가 문득 입을 열었다.

"트웨인의 주력 대다수가 기병인 것은 알고 있다만. 너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어."

살펴보니 10군단 군단장, 에이거 람스탈태였다.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중년 군단장.

그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짓는다.

"제국 서부 야전군에도 분명 많은 수의 기병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유 린당하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단 말이네. 그동안 서부군 기병은 뭘 했는가?"

그의 말은 합당했다.

적이 기병으로 이루어진 군대라 한들, 제국 서부군 또한 대량의 기 병대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니 본래 라면 저토록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터인데.

헌데 교전비는 트웨인이 압도적인 우세를 지니고 있다.

확실히 이상한 일.

물론 나는 그이유를 알고 있다.

"기동성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놈들의 속도는 장난이 아니다.

"트웨인 기병대에 비해 제국군 기병대는 훨씬 느려 터졌어. 유린당 할 수밖에 없지."

"똑같이 군마를 타는 기병일 터 인데도?"

"그래."

"어째서 인가?"

"놈들은 무거운 철제 방어구같은 건 절대 착용하지 않으니까."

트웨인 기병들은 철제 방어구를 장비하지 않는다.

기병이든 보병이든 얇은 경갑조 차 입지 않고, 간소한 가죽갑주로만 몸을 감싼 채 말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다.

"속도에 모든 것을 건 미친놈들 이 바로 트웨인 기병대다. 그에 비 해 무거운 아군 기병대가 따라잡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

반면 제국군 기병은 경갑과 투 구, 두텁고 묵직한 철제 기병창과 예비용 장검. 그리고 유사시 먹을 전투식량까지 지니고 기동한다.

각각의 무게 차는 그리 많지 않 지만, 총합무게를 생각한다면 확실히 제국군 기병대가 무겁다.

말이 더 쉽게 지치고, 멀리 이동 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이었으니 .

"… 경갑조차 착용하지 않다니. 허, 미쳤군."

"기병을 그렇게 운용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어."

"엿같이 터프한 놈들이야."

기병은 일반 보병에 비해 훨씬 고급 병종이다. 기사나 마법사처럼 마나를 다루는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전장의 커다란 영향을 끼 칠 수 있는 이들.

그토록 귀중한 고급 병종을, 제대로 된 방어구조차 입히지 않고 운용한다는 발상. 제국으로선 좀처럼 떠올리기 힘들 터다.

"하지만 그게 놈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지. 괜히 초원의 국가가 아니야."

유목민족의 기마병은 강하다. 그 들은 거의 평생 동안 말과 함께 생활한다. 제국 평민과 달리 말에 탈 기회가 차고 넘친다.

자연히 수준 높은 기마실력을 가지고 있을 터.

방어구가 다소 모자라다한들. 차 고 넘치는 기동성과 그들의 기마스 킬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압도적인 기동력, 뛰어난 기마능력.

곤란한 상대가 아닐 수 없다.

"…어찌해야 하는가."

"압도적인 기동력이라.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기병대도 방어구 착용을 금지한다면…."

"그건 반대일세. 이미 중경갑과 장창에 익숙해진 기병들이야. 그들을 억지로 변화시킨다고 금세 적응 할 것 같진 않군. 오히려 안 하느 니만 못하는 일이야."

"하지만 한지훈의 말대로라면 기 동력이…."

이후 두런두런 대화하며 대책을 회의하는 군단장들.

골치가 아플 것이다.

적 기병을 잡아야 하는데, 정작 그 기병들을 잡을 기동력을 갖추지 못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당장 떠오르는 대응책도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기사를 운용해 추격적은 펼치는 것이 한계 이겠지.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 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한지훈. 자네는 무언가 방법이 있는 것 같군. 안 그런가?"

내 여유로운 태도를 마침내 눈치 챈 것인지. 군단장들이 하나둘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나는 대답하며 씩 웃었다.

"그래. 내게 해법이 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우묵한 눈 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군단장들.

보통은 그놈의 해법이란 걸 듣기 전까지는 의심하거나, 미심쩍어 해 야 정상일 터인데.

헌데 저들은 신뢰 넘치는 곧은 눈으로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에도 내가 활약할 것임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들이 물어온다.

"한지훈 군단장. 부디 말해주겠나? 어떻게 하면 트웨인 기병대에 게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묻는 것은 당연하게도 트웨인의 기병군단을 무찌를 방법.

나는 잠시 지도를 바라보고는,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려 그들과 시선을 마주한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스카, 바텔로아, 에이거, 쥬코 프."

군단장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입에 담으며 그들과 눈을 마주했다.

요청할 것이 있기에.

사실, 내가 하려는 요청은 다소 무례하게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보다 강한 신뢰 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쪽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들 이거절할 수도 있으니까.

각 군단장들과 한번씩 눈을 마주한 뒤. 나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대들의 군단 기병들. 모두 내 게 맡겨볼 생각 없나?"

놈들 트웨인을 이기기 위해서는 기병이, 그것도 몹시나 많은 기병이 필요하다.

눈동자를 굴려, 시야 속 한켠 홀로그램을 확인했다.

(남은 포인트는 130pt 입니다.)

130포인트가 남아있다.

이 포인트가 있다면. 그리고 대량의 기병들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놈들을 발라버릴 수 있을 거다.

단언해본다.

"내게 기병 1만, 그리고 기사 1천을 모아다오. 그렇다면 트웨인 놈 들을 철저하게 부숴주지."

군단장들의 시선이 내 얼굴에 날 아와 꽂혔다.

두두두두두.

무수히 많은 수의 기병들이 초원을 가로지른다. 말발굽소리가 우르르 울려오고, 대지가 진동했다. 흙 먼지가 뭉게뭉게 일어 하늘을 가린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선두에는 어떤 인물 앞서고 있었다.

"전진! 전진하거라! 제국 놈들이 도착하기 전, 미리 목표지점을 장악 해야 한다!"

전투마에 탑승한 채 고함을 내지 르는 한 명의 전사.

그의 이름은 데키타였다. 트웨인 의 군주 누르비테 한의 측근이자, 수만 기병과 수천 오러 유저를 거느린 대장군.

그가 거대한 군세를 이끌고 북쪽 으로 향한다.

달려가는 와중. 그는 생각한다.

'주군께서 적을 지연시키라 명하 셨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앞을. 정확히는 저 머나먼 북쪽을 바라봤다.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지평선. 창창한 푸른색 하늘. 온화 한 공기.

데키타는 상상한다.

저 탁 트인 경관 너머 더더욱 북쪽에서 제국군이 오고 있을 것이다. 적게는 수만, 많게는 십 수만의 병력을 이끌고. 자신의 고국인 트웨 인을 멸망시키기 위해 달려오고 있으리라.

무수한 적. 상황이 역전되어 양 면으로 전개된 전선. 트웨인으로서는 불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데키타는 절망하지 않았다.

"적이 올 것이다!"

그 또한 한 명의 트웨인 전사였다.

데키타는 적의 증원에 불안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이기에 더욱 전의를 끌어올릴 뿐.

그가 전투도끼를 드높이 치켜들 며 외쳤다.

"약해빠진 제국 놈들은 우리 트 웨인 전사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 다!"

"오오오오오!"

"트웨인을 위하여 !"

그런 그에 호응해 제각기 병장기 를 치켜드는 그의 측근들. 데키타는 이어 외친다.

"이곳으로 올 제국 놈들에게, 그리고 제국의 악마 놈에게! 초원의 기상을 보여주는 거다!"

한지훈이 오고 있다.

제국의 악마 한지훈 라이젠. 요 한바르첸 공국의 군주도, 카렌의 국왕도. 모조리 베어버린 이. 강력한 무력을 품은 이.

데키타는 생각한다.

'한지훈. 확실히 강한 인물일 터.'

소문에 따른다면 대륙 제일의 무력을 지녔을 거라 하던가.

허나 데키타는 한지훈의 무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또한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화르르륵!

데키타의 전투도끼에 푸른색 광 휘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놈의 무력이 얼마나 출중하다 한들. 기마전이라면…!'

그는 자랑스러운 트웨인의 전사다. 젖먹이 시절부터 말 위에서 컸 으며, 철이 들었을 때는 고삐를 쥐 고 광활한 땅을 누볐다.

거의 평생 동안 말과 함께했던 그다. 그렇기에 그는 기마술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지니고 있었다. 말 위에서 하는 마상전투 또한, 허약한 제국 놈들 따위 상대가 되지 않으 리라 여겼다.

한지훈 또한 다른 제국 놈들과 마찬가지이리라. 아무리 놈의 무력 이 출중하다 한들, 마상전이라면 자신이 압도할 수 있다. 그리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데키타는 모르고 있었다.

한지훈은 시스템의, 그리고 스킬 의 보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더해 그의 기마술 스킬은 이미 상급에 이르렀으며, 이전에 이미 단 신으로 카렌 왕실 기사단을 거의 전멸에 이르게 한 경험이 있다는 것도.

데키타의 군단이 북상하고, 제국군이 남하한다.

그들이 맞부딪칠 때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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