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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203화 (203/390)

203화.

"침입자다!"

"막아!"

카렌의 왕궁 안. 병사와 기사들 이 창칼을 뽑아들며 소리쳤다.

그들의 시선이 전방으로 향한다. 그러자 그곳에는 평소 그들이 보지 못했던 존재들이 자리해 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아름다운 외양을 지닌 이들이었다.

눈처럼 새하얀 피부. 섬세하게 자리해 있는 이목구비. 영롱한 눈동자와 기다란 속눈썹까지.

그들의 귀는 인간들과 달리 뾰족했다.

"어째서 엘프들이 이곳에…!"

엘프. 중앙 대륙에 기거하는 이 인종. 세계수를 수호하는 종족.

엘프 전사들이 카렌의 왕궁에 둥 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타냐. 쓸어버려."

나는 엘프들의 지휘관 타냐에게 지시하고.

"… 돌진! 흑마법사에게 협조한 저 부정한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버 려라!"

타냐가 돌진한다. 그녀가 기다란 붉은색 생머리를 휘날리며 앞서나 간다. 엘프 전사들이 뒤따랐다.

그들은 강했다.

콰콰콰콰쾅!

"끄아아아악!"

"막을 수 없…."

엘프 전사들이 오러를 돋우고, 기다란 장검을 휘둘러 육박했다. 푸른색 검광이 아로새겨질 때마다 적 기사와 병사들이 쓰러진다.

물론 엘프들이 다루는 무기는 장검뿐만이 아니었다.

"쏴버려. 아군 사격에 유의하라."

과연 엘프라는 것인지. 그들은 활을 다루는 것에도 능했다.

배후의 엘프들이 단궁을 꺼내들고, 시위에 화살을 메겨 발사한다.

파앙! 피잉! 쉬익.

화살촉이 공기를 가르며 놈들에게 쏘아져 간다.

활 공격. 본래라면 오러와 전신 갑주로 신체를 보호하는 기사들에게는 큰 효용이 없는 공격이다.

일반 화살들은 힘없이 전신갑주에 튕겨나오거나, 혹 갑옷 사이를 맞춘다 한들 오러로 강화된 피부를 꿰뚫지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엘프들이 가한 활 공격은 달랐다.

그들이 쏘아 보낸 화살촉에는 하나같이 오러가 가미되어 있어 무지 막지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다.

기사의 전신갑주와, 오러로 강화 된 피부를 관통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퍼버버버벅!

기사들이 하나둘 활에 꿰뚫려 쓰 러져 간다.

"커헉!"

"오러로 강화된 화살이라니! 이 딴 건 듣도 보도 못 했다!"

"피해!"

단 하나의 화살이 병사 다수를 관통해 죽여버렸으며, 또 다른 화살 은 기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카렌의 방어군이 화살공격에 쓰 러지고, 육박해온 엘프전사들의 검격에 목이 달아난다. 그들이 핏물을 뿜으며 우르르 쓰러진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전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역시 엘프 전사들은 강해."

인간보다 훨씬 드높은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다. 그런 엘프들 중 전투에 특화된 엘프 전사들이 무려 삼천. 막을 수 있을 리 없다.

전투는 길지 않았다.

왕궁 복도를 지키던 병사와 기사 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자빠졌다. 진 한 혈향이 내리깔리고, 바닥에 깔려 있던 카펫은 핏물을 머금어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갔다.

나는 성큼 앞으로 걸어간다.

철퍽. 철퍽.

지면에 워낙 많은 피가 고여 있는지라.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물 소리가 났다. 대리석 바닥에 내 붉은색 발자국이 찍힌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던 와중 검날을 아래로 내리꽂았다.

콰직. 우드득.

"꺽… 꺼헉…."

치명상을 입어 경련하던 적 기사 의 목덜미에 검을 박아 넣고, 비틀 어, 숨통을 확실히 끊어버렸다.

축 늘어지는 기사의 시체. 그것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린다.

"거의 다 왔어."

미니맵을 본다면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카렌의 왕궁에 진입한 이후. 잠시도 멈추지 않고, 가로막는 적 병력을 해치워가며 계속 왕궁 중앙으로 전진했다.

그에 놈의 알현실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끝이 머지않았다.

"자, 가자."

파앙!

검을 뽑아들고, 휘둘러 핏물을 털어냈다. 털어낸 핏물이 후드득 왕 궁의 바닥에 흩뿌려진다.

"라피엘 목 따러."

놈은 이제 곧 죽을 것이다.

"놈들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카렌 군관이 그리 외쳤다. 그에 알현실에 자리해있는 인물들은 하나둘 초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엘프 전사들이 너무나 강하다."

"기사로도 막을 수 없다니! 엘프 라는 종족이 본래 저토록 강했던 것인가?!"

그들은 명백히 당황하고 있었다. 그만큼 엘프의 등장은 명백히 예상 외의 일이었다.

오직 중앙 대륙에서만 기거하고, 인간의 영역에서는 모습을 드러내 지 않던 종족. 엘프.

그들이 무려 삼천이나 이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니.

"파보나!"

옥좌 위에 있던 라피엘이 입을 열어 누군가를 불렀다.

파보나 림볼랜드. 연방의 지원군을 이끌고 온 이.

그에게 묻는다.

"초장거리 도약 마법은 아직인 가'?!"

라피엘의 질문에, 파보나는 잠시 마법사들 쪽을 바라보고는 대답했다.

"십 분 정도 남았군요."

"십 분이라니?! 저놈들은 바로 코앞까지 왔단 말이다! 더 빨리 못 하겠는가?!"

"마법이란 닦달한다고 더 빠르게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라피엘 님."

파보나는 대답하고는 쯧 혀를 찼다.

비록 연방 통령의 명령에 의해 그를 망명시키려 하고 있다만. 라피 엘이라는 인간은 그리 훌륭한 군주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당장 군주가 중심을 지켜야 할 이때. 저토록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다니 말이다.

"으음…!"

라피엘이 신음하며 옥좌 위에 앉 았다. 파보나는 라피엘을 안심시키 기 위해 입을 열었다.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라피엘 님. 무사히 연방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찌 그리 장담하는가? 지금 달 려오고 있는 적은 다름 아닌 '그' 한지훈이다! 이길 수 없단 말이다!"

라피엘이 발작하듯 말하고, 파보 나는 그저 피식 웃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한지훈이라.'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인물이었다.

출중한 배경도, 혈통도 없는 이 가 그토록 훌륭한 전공들을 세워 군단장이 되었다? 그것도 일개 병사 출신이었던 인물이?

불가능한 일이다.

'놈은 만들어진 영웅에 불과할 터.'

때문에 파보나는 한지훈이 제국 의 프로파간다 공작으로 만들어진 영웅이라 생각했다.

제국민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인 위적으로 만든 영웅.

물론 제국의 영웅으로 추켜세워 질 정도이니, 나름의 무력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허나 나 또한 오러의 길을 걷는 이."

파보나 또한 충분히 강자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연방 통치국 직속, 렉시턴 기사단의 단장 자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여러 전장을 전전하며 수많 은 적을 베었고, 평생 동안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라면 상대할 수 있다."

때문에 자신이라면, 거짓된 영웅 한지훈 쯤이야 이겨낼 수 있다. 그리 추측하는 파보나였다.

화르륵.

그의 장검에서 푸른색 불길이 일어나, 검신을 휘감았다.

오러의 발현. 그는 곧 들이닥칠 한지훈과의 전투에 대비해 기세를 끌어올린다.

그의 오러가 막 절호조에 이르렀을 때.

- 엘프! 엘프다!

- 막아라! 막아…!

알현실의 문밖에서 사람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울리는 파 공성, 피륙이 부서지는 소리. 전투 의 소음.

파보나는 직감했다.

"왔군."

그가 그리 읊조리자,

콰앙!

알현실의 문짝이 박살나고 다수 의 인영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한지훈과 그가 이끄는 엘프 전사 들이었다.

* * *

콰앙!

나는 검을 휘둘러 커다란 문을 부숴버렸다. 퍽 튀어나가는 문짝의 파편무더기. 먼지가 혹 일어나고, 그 자욱한 파편먼지 너머 보인다.

카렌 왕궁, 알현실의 광경이.

천천히 내부로 걸어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지랄 맞게 화려한 공간이다.

천장에 커다랗게 자리해있는 샹 들리에, 길게 깔린 레드카펫, 카펫 의 좌우로는 여러 군관과 대신들, 그리고 기사들이 도열해 있고. 그 끝에는 커다란 황금옥좌가 있다.

그리고 그 황금옥좌 위에는 한 인물이 앉아있었다.

"결국, 여기까지…."

갈색 머리카락을 기른, 마치 사자처럼 커다란 덩치를 지닌 사내.

놈의 머리 위에는 반짝이는 왕관 이 보란 듯이 올려져 있다.

"여기까지 온 것인가. 한지훈!"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 카렌 왕국의 군주.

놈의 얼굴을 확인하자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

[카렌 국왕]

녀석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왔다. 목을 내놓을 준비는 되었나? 라피엘."

"저, 저 감히…!"

분한 듯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라 피엘.

나는 녀석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 하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알현실 내부에 자리해 있는 이들이 면면을 살폈다.

주로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저기, 라피엘의 주위를 둘러싸듯 도열 해있는 기사들.

쯧 혀를 찼다.

'아직도 기사 놈들이 저토록 많이 남아있었다니.'

라피엘을 보호하고 있는 기사들 의 수가 대충 수백은 되어 보인다.

이곳 알현실까지 오는 와중 다수 의 기사 전대들을 격파했음에도, 아직도 남아있는 기사들이 있는 것이다.

놈들을 바라보며 고뇌했다.

'숫자로 밀어 붙일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이끌고 있는 것은 무려 삼천의 엘프 전사들. 그들이라면 저 수백의 기사들 따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눈동자를 굴려 시야 속 홀로그램을 주시한다.

[남은시간 : 05: 27]

5분 남짓한 남은 시간.

단순히 엘프 전사들을 밀어 넣어 숫자로 쓸어버리기에는 촉박하다.

그렇기에 결심했다.

'돌진해서 단숨에 처치해야 한다.' 엘프 전사들과 함께 돌진. 압도적인 민첩을 살려 저놈들의 전열을 돌파해, 라피엘의 지척에 이르기만 한다면. 녀석의 목을 딸 수 있다.

나는 나직이 지시한다.

"엘프들. 돌진 준비."

자세를 낮추고 눈을 가늘게 떳다.

노리는 것은 라피엘. 놈을 지키는 기사 놈들을 돌파해, 녀석의 모 가지를 따버려야 한다.

기세를 돋웠다. 감각을 민감하게했다. 허리를 숙이고, 하체를 긴장 시킨다.

나는 돌진 준비를 마쳤다.

그때였다.

"네놈이 한지훈인가."

철그럭. 철컥.

막 돌진하려하는 그때. 적 기사 들 사이에서 한명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녀석 또한 기사용 전신갑주를 입고 있었다. 놈이 걸을 때마다 철컥 이는 쇳소리가 울린다.

"네놈은 내가 상대하지."

"허."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그만큼 어이없는 발언이었기에

"네 주제에 나를 상대한다고?"

"그래."

화르르륵.

놈이 두르고 있는 오 러의 세기를 더욱 진하게 한다. 녀석의 존재감이 보다 강해진다.

"한지훈. 나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녀석이 내 돌진에 대비해 자세를 취한다. 양 다리는 넓게 벌리고, 허리를 낮춘다. 검신은 위로.

전형적인 방어자세.

"네까짓 놈을 우리 연방의 통령 께서 직접 관심을 가지시다니."

"… 잠깐. 연방통령이 나를? 그게 무슨 소리지?"

"만들어진 영웅 주제에 과분한 대우다."

신경 쓰이는 소리가 나왔기에 그 에게 물었지만, 놈은 대답하지 않고 제 할 말만했다.

저 싸가지 없는 새끼.

후욱! 그가 심호흡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한지훈! 네놈을 죽여! 너의 소문 이 허명뿐임을 통령 각하께서 깨달 으시도록 할 것이다."

녀석이 외치며 전신에 힘을 주었다. 근육이 팽창한다.

명백한 전투태세.

"죽을 준비 하거라! 한지훈!"

녀석의 그 박력 넘치는 호통에, 나는 입가를 비틀어 웃었다.

"나를 죽이겠다니. 거 참 꿈도 야무지셔."

녀석의 꼴값이 썩 재밌기에 계속 보고 싶었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나직이 지시한다.

"타냐. 돌진해. 하지만 저 멍청이는 가만히 놔둬라. 내가 직접 처치 하지."

"… 알았다, 한지훈."

타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콰앙!

앞으로 달려 나간다. 엘프 전사 들이 그녀의 뒤를 따른다.

나는 다시금 앞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파보나라고 했나. 나를 죽여버린 다 했지?"

오러를 끌어올렸다.

내 검신에 푸른색 불길이 타오르 기 시작한다.

강렬한 기세가 순식간에, 이 드넓은 알현실 전체를 장악해간다.

화르르르륵!

격렬하게 타오르는 푸른색 불꽃.

"어디 한번 죽여 봐라."

죽일 수 있다면 말이야.

- 띠링!

['엑스트라 스킬 : 집중' 이 활성화 됩니다.]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나는 지면을 박차고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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