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카렌 왕궁의 알현실. 그곳에서는 수십의 군관이 통신 수정구를 조작 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얼굴은, 그리고 목소리는 한없이 다급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남쪽 성벽! 무너졌습니다!"
그만큼 전세가 너무나도 불리하 게 진행돼가고 있기에.
각 군관과 참모들이 노력해보지 만 역부족이었다.
"남쪽! 적 보병대가 무너진 성벽을 넘어 밀고 들어 옵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는 건가?"
"길어봤자 한 시간. 아니, 삼십 분 조차 버틸 수 있을지…."
"동쪽 성벽과 서쪽 성벽! 무너지 기 직전입니다!"
"수도군 사령관, 아지즈 조브라니 후작이 연락이 두절된 채 응답하지 않습니다."
"남쪽이 완전히 뚫렸습니다!"
"맙소사! 동쪽 성벽이 무너집니다! 제국군이 몰려듭니다!"
애당초 이길 가능성이 없던 전투였다.
이미 예견된 결과.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 이렇게, 카렌은 멸망하는 것인 가."
"제기랄…."
하지만 아무리 예상 가능한 결과 였다 한들.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장성들과 참모들의 표정이 까맣 게 죽어간다.
카렌은 전쟁에서 패배했고, 제국은 승리했다. 이제 오늘 이후로 카 렌이라는 나라는 더 이상 그 명맥 이 끊기게 될 것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뻔한 일이다.
"우리는 모조리 처형당하겠군."
"우리본인만 죽는다면 오히려 다행인 일이다. 가문마저 멸족당하지 않기를 바라야 하네."
"아직도 우리 카렌이 멸망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군."
군관들이 하나둘 지휘봉을 놓고,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제아무리 패배가 확정되었다 한들, 그리고 조국의 멸망이 코앞이라 한들. 고위 장성과 참모들이 보이기 에는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었지 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선부대의 지휘관들과 연락이 전혀 되지 않는다."
"통제조차 되지 않는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무언가 지시를 하고, 조금이라도 더 발악해보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애초 패전이 확실시 되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 그들의 충성심을 증명했다. 그만큼 그들은 카렌이 라는 국가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들은 자긍심 넘치는 카렌의 고위 군관들. 국가에 대한 충성이 없다면 이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을 터다.
축 가라앉은 분위기.
그때였다.
"국왕 전하."
문득, 전쟁부 장관 딜라민 레바 일데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보다시피, 저희군은 버틸 수 없습니다."
그가 시선을 돌려 알현실의 가장 상석, 황금으로 치장된 옥좌를 바라 봤다.
그곳에는 한 중년인이 꺼멓게 죽 어가는 표정을 한 채 앉아있다.
카렌의 국왕.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말한다.
"정녕. 방어는 불가능한 건가."
"그렇습니다. 국왕 전하."
딜라민 장관이 천천히 고개를 끄 덕여 수긍한다.
너무나 압도적인 제국군의 전력.
그나마 있던 흑마법사들조차 모조리 나가버린 카렌에서는, 그들을 막을 전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딜라민 레바일데가 제안한다.
"전하. 항복하십시오."
그가 제안한 것은 항복이었다.
그냥 항복도 아닌, 무조건적인 항복.
"항복한다면. 전하의 목숨만은 건 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항복이라."
잠시 고민해보는 라피엘.
그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항복은 없다."
"어째서입니까, 전하. 이대로 버 티기만 하다가는 전하께서도, 그리고 이자리에 있는 군관과 대신들 마저도. 모조리 죽을 뿐입니다! 차라리 목숨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항복협상을 한다면…."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는 않군."
라피엘은 피식 웃었다. 기뻐서 웃는 웃음이 아닌, 체념해 모든 것을 포기했기에 지을 수 있는 맥 빠진 미소였다.
그가 이어 말한다.
"게다가, 제국 황제는 나를 죽이 겠노라고 장담했다."
그는 과거 제국의 황제, 아르테 니아가 통신을 통해 해왔던 말을 떠올린다.
- 이자리에서 맹세하지. 나는 한 달 안에 카렌을 멸망시킬 거다. 라피엘 네놈과, 네놈의 자식들까지 모조리 처형해주지.
- 한지훈. 이 이름을 기억하게.
- 네놈의 목을 자를 인물의 이름 이다.
그는 통신에서 자신의 목을 베어 버리겠노라고 장담했다. 한지훈이라 는, 제국 영웅 칭호를 가진 인물의 이름까지 올려가며 말이다.
"한지훈이라…."
과거 황제가 했던 말을 떠올리 자. 그는 얼마 전 크라함이 카렌에서 이탈하며 했던 말 또한,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 반드시 한지훈의 손에 죽어라. 그래야만 놈의 그릇이 더 성장할 수 있을 터이니.
제국의 황제도, 그리고 흑마법사 크라함도 자신이 한지훈에게 죽을 것이라는 말을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꼭 이 세상 자체가 자신이 한지훈에게 죽기를 바라는 것만 같다.
라피엘은 침통한 얼굴로 눈을 감 았다.
그는 자신의 운명, 한지훈에게 죽는 운명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때였다.
-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 거기 있는가.
갑작스레, 옥좌 옆 통신수정구에 빛이 일렁이며 통신이 연결되었다.
"뭣…!"
그에 라피엘은 놀란 눈으로 수정구를 바라본다.
아무런 전조 없이 울린 목소리. 분명 허가받지 않은 통신이었다.
과연 누구일까.
그 정체는 곧 알게 되었다.
- 크루거 연방 통령, 러셀 베티스 사인펠드다.
연방의 위대한 지도자.
러셀 베티스 사인펠드 통령.
어째서인지, 그가 갑작스레 카렌의마나통신망에 난입해온 것이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연방으로 망명하게.
"… 그게 무슨 소리이지. 러셀 통 령."
- 카렌을 멸망시킨 제국. 복수하고 싶지 않나?
"…."
라피엘은 말을 멈췄다.
제국에게 복수한다는 그의 말.
다른 국가 지도자가 한 말이었다 면 차마 믿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방의 통령이 한 말이 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힘을 가진 국가. 크루거 연방.
그들의 무지막지한 군사력이라면, 제국에게 복수하는 것도 헛된 소리 가 아니다.
- 정해진 운명에 대항하고 싶지 않나? 만약 대항하고자 한다면, '도 와달라'고 한마디만 하게. 그렇다 면 자네의 목숨을 구해주지.
나직이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응웅 알현실을 울린다.
"3번 천인대. 너희들의 좌측에 카렌 새끼들이 병력을 재정비중이다. 진형을 갖추기 전에 분쇄하라."
- 명령을 따릅니다! 군단장 각하!
내 병력이 성벽의 잔해무더기를 건너, 도시로 진입했다.
전투가 이어진다.
나는 선발대에서 약간 떨어진 후 열에서 병력을 지휘했다.
"11번 천인대. 그 앞에는 적병이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신중 하게 대응태세를 갖추고 진입하도록."
- 알겠습니다! 군단장님!
직접 현장을 보고 하는 지휘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내지시는 비교적 정확했다.
- 군단장 각하! 적 2개 천인대를 발견했습니다! 어찌합니까?!
"… 겉보기에는 제대로 진형을 갖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기는 밑바닥을 뚫고 지저로 내려박힌 놈들이다. 함성을 내지르며 돌격해라. 쫄아서 도망칠 거다."
- 명을 수행합니다!
미니맵을 바라봐 지형을 확인하고, 휘하 부대원과 참모들의 보고를 듣는다면. 머릿속에 그려진다.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해야 더 효율적으로 놈들을 죽여버릴 수 있는지.
어찌해야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지.
"아아."
작게 환희했다.
나는 이런 것을 원했다.
'지휘.'
현장에서 구르고, 목숨 걸고 개 고생 하는 것이 아닌. 안전한 후방에서, 수정구에 대고 명령을 해대는나.
나는 군단장이다.
군단 전체를 지휘하는 고급 지휘관.
야전의 스릴은 없지만, 안정적이다.
마치 모니터 속 병력을 운용하는 것처럼 편하고 쾌적하다.
"각 천인대. 여유 되는 대로 현 황 보고해."
- 보고합니다, 군단장 각하. 1번 천인대. 지시받은 구획을 완전히 장 악했습니다. 이곳에 더 이상 남아있는 적병은 보이지 않습니다.
- 2번 천인대. 교전중입니다. 증 원은 필요 없습니다. 완벽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끝나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 3번 천인대. 지시하신 적 부대 를 제압하고 다충건물을 장악, 시야 를 확보했습니다. 적 병력이 대로를 타고 퇴각중입니다. 어찌할까요?
"3번 천인대는 추격하지 말고 대기.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이어 4번 천인대부터 보고."
- 4번 천인대. 교전중입니다만, 완전히 압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또한 증원은 필요치 않습니다.
- 5번 천인대….
보고가 줄줄히 이어진다. 그중 안좋은 소식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누가 지휘했 는데 감히 패배하겠는가. 그것도 이 토록 압도적인 전력 차에서 말이다.
나는 계속해 자리에서 병력을 지휘한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한지훈."
누군가가 그리 말하며 다가온다. 나는 시선을 돌려, 내 이름을 입에 담은 이를 바라봤다.
역시나 익숙한 얼굴이다.
"타냐. 무슨 일이지?"
엘븐 가디언 타냐. 그녀는 몇 명의 엘프 전사들을 이끌고 내게 다 가왔다.
그녀가 무언가를 내민다.
"이거 받아라."
그녀가 내민 물건을 보고는, 나는 표정을 팍 찡그렸다.
썩 유쾌한 물건은 아니었기에.
"타냐. 그렇게 안 봤는데, 악취미 가 있군 그래."
타냐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잘린 모가지였다.
꽤나 공포에 떨었던 걸까, 아니 면 무언가 놀라운 사실을 알아 경악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녀가 내민 수급의 얼굴은 놀람에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내 말에, 타냐가 쯧 혀를 찼다.
"악취미라니. 적 지휘관의 머리통 이기에 네놈에게 넘기는 거다. 전공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게 필요한 게 아니었나?"
"…언제적 이야기인지. 전공을 증 명하려면 투구만 있어도 돼. 그리고 머리통만 달랑 있으니 지휘관인지 나발인지 못 알아보겠는데 ."
"그런가. 그럴 줄 알고 이것도 챙겨왔다. 이놈이 차고 있던 계급장이다."
타냐가 내게 천쪼가리를 던졌다. 카렌 장교들이 가슴팍에 차고 다니 던 계급장이었다.
나는 그것을 낚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 대어인데."
계급장은 장성계급장, 그것도 야전군단위 사령관 계급장이었다.
남쪽 성벽에서 놈을 처치했으니 , 아마도 수도군 사령관일 터.
나는 씩 웃으며 타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잘했다, 타냐. 이런 거물을 보란듯이 죽여주다니. 덕분에 군단의 커 리어가 늘었어."
"… 흥."
픽 시선을 돌리는 타냐. 아무래도 엘프인 그녀가 인간인 내게 칭찬을 받는 것이 썩 자존심 상하는 듯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 온화한 광경은 아니었다.
무너진 성벽의 잔해. 너울너울 피어오르는 흙먼지.
지면 이곳저곳에는 병사들이 죽 어 나자빠져 있고, 그들이 흘린 핏물이 대지와 파편무더기 사이사이에 흘러 스며든다.
질척하고도 비릿한 혈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나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 이고는, 중얼거렸다.
"좋아. 이로서 남쪽은 완전히 정리된 건가."
남쪽 성벽에 자리했던 놈들의 방어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눈동자를 굴려 미니맵을 주시한다.
미니맵에 나와 있는 것은 드글드 글하게 차 있는 초록색 점과 푸른색 점. 붉은색 점은 단 한 개도 보이지 않거나, 보인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죽어 사라진다.
이 정도면 수도 남쪽은 완전히 제압했다고 봐이하겠지.
절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씩 지어 진다.
"완벽해."
말 그대로, 완벽하다.
성벽이 무너져 혼란스러울 때를 노려 급습. 놈들을 일방적으로 제압했다.
성벽 뒤, 적의 잔당들을 별다른 피해 없이 수월하게 제압했다.
맡았던 남쪽 지역을 완전히 장악 했으며, 더해 수도사령관까지 처치 해 추가 전공까지 세웠다.
그야말로 차고 넘치는 전공들.
"이제 급할 것 없으니까, 여유롭 게 움직이자고."
이미 적의 주력과 가징 큰 방해 물이었던 성벽을 완벽하게 파괴했 으며, 최고 현장지휘관을 처치했다. 동쪽, 서쪽, 남쪽. 세 방향에서 제국군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전력, 기세, 진형. 그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형세.
이제부터는 병력을 안정적으로운용해, 천천히 조여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내 사색을 방해하는 건 타냐로도 부족했던 것인지.
"군단장 각하."
저벅.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내 게다가왔다. 고개 돌려 바라보니 역시나 내부군단장, 베르너 알크미 르였다.
그가 나직이 말한다.
"대단하셨습니다."
"대단하다니. 뭐가?"
"군단장 각하의 용병술 말입니다."
뭔가 크게 감명 받은 것일까. 그 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한다.
"그거 아십니까? 이번 공성전에 참여했던 모든 군단 중, 저희 13군단이 가장 적은 손실을 입었습니다. 가장 높은 전공을 올렸음에도 말입 니다."
"그럴 수도 있지."
"아닙니다. 저도 군 경력이 짧은 편은 아닙니다만. 이런 적은 처음입 니다. 하물며 베테랑도 아닌 신생 군단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전공이 라니…."
사실 세심하게 병력을 운용하긴했다.
성벽이 무너지고, 천인대 단위의 병력들이 잔해 넘어 도시로 진입한 이후에도.
계속해 수정구를 붙잡고 병력을 컨트롤 했으니 말이다.
"역시. 군단장 각하를 만나게 된 건 제 행운이었습니다."
절로 픽 웃음기가 올라온다.
어째 만나는 휘하 군관들마다 저런 소리를 해온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오글거리는 소리 하지 말고. 전투에 집중해라. 아무리 이쪽이 압도 적 우세를 쥐고 있다 한들.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니 말이야."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긴장을 풀지 말라는 것이군요. 과연, 알 겠습니다! 군단장 각하!"
그가 척 경례하더니 제 위치로 돌아간다.
나직이 중얼거려본다.
"앞으로 매 전투가 이렇게 편했 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솔직히 말해 너무 좋다.
압도적인 병력을 쥐고, 궁지에 몰린 적을 천천히, 확실하게 요리한다.
확정된 승리. 환희하는 아군. 뛰어난 전공.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 들.
매 전투가 이렇게 쉽고 편안하다 면 더 바랄게 없는 것 같다만.
물론, 당연하게도.
이 세상은 그리 쉬운 곳이 아닌 듯했다.
- 한지훈 씨.
손에 쥐고 있던 수정구가 녹색으로 빛나고, 목소리가 들렸다.
녹색은 엘프가 자연력을 운용할 때의 색.
수정구를 들어올려 대답한다.
"무슨 일이지? 니디아."
- …문제가 생겼어요.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일단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항상 니디아가 저런 소리를 할 때마다 무언가 일이 생겼다.
나는 쯧 혀를 차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타국이 이번 전투에 개입했어 요.
"타국이라. 그게 어디지? 람셀? 트웨인? 코르자카? 다 카렌의 동맹 이니 개입할 가능성이 있긴 한데, 설마 망해가는 동맹을 도울 줄이야. 그렇게 의리 넘치는 놈들로는 안 보였는데 ."
- …모두 아니에요. 한지훈 씨.
"그게 무슨 개소리지?"
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카렌의 동맹국인 람셀도, 트웨인 도, 코르자카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설마 서부 대륙 세력인가? 유목 연합, 아니면 상인 연합?"
- 다 틀렸어요. 한지훈 씨.
카렌의 동맹국들도, 서부의 세력 도 아니다.
남은 것은 동부 대륙뿐.
"설마."
- 네. 그 설마가 맞아요. 한지훈 씨.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시나리오 변경. 퀘스트 내용이 수정됩니다.]
[서브 퀘스트]
[카렌의 국왕,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이 도주하기 전 처치하라.]
[남은 시간 : 60: 00]
- 연방이 개입했어요.
니디아의 말이 이어진다. 나는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
"… 어째서 연방이."
어째서 연방이 지금 개입하는 것 인가. 아직 놈들이 본격적으로 시나리오에 등장하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남아있을 터인데.
-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 방이 라피엘을 자국으로 망명시키 려는 것 같아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남은 시간 : 58: 32]
벌써 1분 지났다.
남은 시간 약 58분.
"…제기랄!"
나는 니디아와의 통신을 끊고, 군단의 장교들에게 연결했다.
"제 13군단장, 한지훈 라이젠이다. 군단의 전 병력에게 전파한다."
으득 이를 갈았다.
그만큼 화가 났기에.
개같은 연방새끼들.
"비열한 카렌의 국왕 새끼가 타 국으로 도주하려 한다. 그전에 놈을 잡아 족쳐야 해. 전 병력, 지금까지 내가 부여한 전술목표는 잊어 라. 새로운 임무를 하달한다."
후욱.
숨을 고르고, 힘주어 말한다.
"새로운 임무는 왕궁의 점령, 그리고 국왕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의 포획 및 제거다."
시간이 없다.
서둘러 움직여야한다.
"1번 천인대부터 마지막 기병 연 대장까지. 각각 내가 지시하는 곳까지 가능한 빠르게 이동하라."
라피엘 새끼가 도망치게 놔둘 수는 없다.
나는 병력을 지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