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98화 (198/390)

198화.

"마침내 페르트로폴 포위가 완료 되었다."

야전군 참모 회의. 수십의 군단 장과 고위 참모들이 참석해 있는 이자리에서, 데이비드 북부사령관 이 그리 말했다.

그가 지휘봉으로 지도를 짚었다.

"현재 우리 13개 군단은 놈들의 수도를 완벽히 둘러싸고 있지. 이제 놈들은 고립되었다. 증원도, 도주도 불가능하지."

나는 그의 지휘봉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페르트로폴. 카렌 왕국의 수도. 커다란 성벽으로 둘러싸인 군사도시이자, 백오십만의 인구가 자리해 있던 거대 도시.

그 도시를 우리가 완벽하게 포위했다.

이제 놈들은 도주하지도, 혹은 다른 곳에서 증원을 받을 수도 없다.

저곳 페르트로폴이 놈들의 수도였기 때문에.

이제 놈들의 성벽을 부수고 도시 로 진입, 카렌 왕궁을 파괴한다면. 카렌이라는 나라는 완전히 멸망한다.

"각 군단을 배치하겠다."

그가 깃펜을 들어 올리더니 지도 위 하나씩 표기하기 시작했다. 각 군단이 어디에 배치되어 공성전을 시작할지, 상세하게 표기되어간다.

"한지훈. 자네는 줄곧 오스카와 함께 합을 맞췄으니 . 3군단과 같은 방면을 맡는 것이 좋겠지. 같이 남 문 쪽에 배치해주마."

"감사합니다. 사령관 각하."

내가 자리한 곳은 남문이었다.

가장 저항이 치열해 격렬한 전투 가 일어날 곳으로 예상되는 구획.

"이미 공성전 준비는 완전히 마친 상태다. 공성무기의 준비를 완료 했고, 포위망도 형성되었지. 병사들 또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달그락. 데이비드 사령관이 지휘 봉을 내려놓는다.

그가 시선을 돌려, 나와 눈동자 를 마주쳤다. 부릅뜬 눈동자가 퍽 카리스마 있다.

"한지훈.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자네의 13군단이 선두다."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제국 영웅이 되었다. 전 제국민의 별이 되어 환하게 빛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가장먼저 성벽을 넘어,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의 목을 딴다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성벽이 함락된다면 남문 방면을 맡았던 다른 군단들은 13군단의 길을 터주는 것에 집중하라. 주인공은 한지훈의 13군단이다. 다들 명심해라."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새겨두겠습니다."

전적으로 보조에 맞추라는 데이 비드의 말.

어찌 보면 전공을 몰아주는 치졸 한 행위라 볼 수 있다.

허나 저들 군단장들 또한 이해하고 있다. 제국의 사기를 위해서는 내가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게 빛나 야 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별달리 반발하지 않고 순순히 수긍하는 군단장들이었다.

문득 데이비드가 내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한지훈. 자네의 부대에 엘프 전사들이 합류했다 들었다. 그게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사령관님."

"… 대단하군."

허, 하고 데이비드는 헛웃음을 내쉬었다.

이미 내가 엘프 전사들을 지휘하 게 되었단 것을 미리 보고해놨었지 만. 그럼에도 데이비드는 차마 믿기 힘든 듯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엘프가 흑마법사와 협력한 세력을 손수 벌하기 위해 참전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미 과거 제국수도 전투에서부터 계속 협력해 왔으 니까.

하지만 정말 엘프의 병력이 내 아래로 들어오다니.

대륙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참 신기한 일이야. 엘프들이 참 전하는 것도 믿기 힘든 일인데. 하물며 인간 아래에서 지휘받기를 자 청하다니…."

본디 엘프라는 종족은 오직 중앙 대륙에서만 활동하며, 인간의 역사 에는 결코 관여하지 않던 이들이었다.

헌데 그런 그들이 적극적으로 인류의 영역에 개입해오는 것도 모자 라, 인간의 지휘를 따르기까지 하니.

정말로 믿기 힘든 일이다.

"뭐, 어쨌든 좋은 일이다. 엘프들 이 합류했으니 더 적은 피해로 카 렌 놈들의 왕궁을 함락시킬 수 있겠지."

데이비드 사령관이 고개를 주억 이고는, 마지막으로 고했다.

"이번 전투는 승리가 확정되어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병력을 밀어 넣을 수는 없지. 최대한 피해를 줄일 것이다."

그의 말에 자리해있는 군단장들 이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승리가 확정되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병력을 꼴아박는다면 피해가 가중되는 것에 불과하다.

세심하게 병력을 운용해, 아군의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며 확실한 승리를 쟁취해내야만 한다.

"파상공격을 가해 놈들의 성벽을 함락시킬 것이다."

파상공격波狀攻擊.

현대에서는 제파식 전술이라는 말로 더욱 자주 불린다.

공격 병력을 한번에 투입하지 않고, 정교하게 조율된 간격대로 차례 로 투입하는 전술이다.

병력이 밀집된 공간에서 최대한 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 정 병력을 끝없이 밀어넣는 거다.

그렇게 된다면 피해는 줄이면서 더 수월하게 병력을 전투 장소에 밀어 넣을 수 있다.

"한지훈 군단장. 자네가 제 1파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최선봉이 되리란 사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나는 호기롭게 대답한다.

"맡겨주십시오. 사령관 각하. 놈 들의 성벽을 단번에 점거해보겠습니다."

내게는 2만의 병사가, 그리고 3천의 엘프 전사들이 있다.

그들이라면 성벽의 한쪽 면을 장 악하는 것 따위. 식은 죽 먹기다.

"자네만 믿는다."

데이비드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 인다.

곧 공성전이 시작된다.

멍하니 앞을 바라본다.

말 위에 올라타 보다 높아진 시야 속, 광활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대지를 뒤덮어버릴 듯 도열해 있는 무수히 많은 수의 병사들. 기병, 기사, 간간히 보이는 전투마법사. 사다리차와 트레뷰셋 등의 공성병 기들 그리고….

"?.?인간의 전쟁에 끼어들다니. 엘프의 수치로군."

툴툴거리는 엘프까지.

타냐와 엘프 전사들은 내가 야전군 회의에 참석해 있을 때 도착해 있었다.

중앙 대륙에서 이곳 남부대륙까지 초장거리 도약 마법을 사용해 순식간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피식 웃고는 타냐에게 말했다.

"흑마법사와 협력했던 추악한 것 들을 벌하는 거다. 좀 더 경건한 자세로 전쟁에 임했으면 하는데 . 타 냐."

"… 흥."

타냐는 쯧 혀를 차며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한스와 전투할 때의 앙 금이 남아있는 것 같군그래. 표정 좀 풀지?"

아무런 유감없는 니디아와 달리, 타냐는 내게 악감정이 남아있는 듯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엘프 여왕과 세계수의 격마저 소모시켜가며 나를 살렸었다. 헌데 정 작 되살아난 내가 그들의 요청을 무시했으니 말이다.

뭐, 그때의 감정을 여기서 맞부 딪힐 필요는 없다.

"타냐. 니디아 여왕대리의 명령을 잊었나? 너는 이제부터 내지휘를 따라야 해."

일단 지금은 내가 명목상 상관이 었으므로.

"… 망할."

그에 타냐는 이를 으득 갈며 내 손을 맞잡았다.

"잘 부탁한다. 군단장."

"이름마저 입에 담기 싫다는 건가. 참 이해가 안 되는데 ."

나는 쯧쯧 혀를 차며 그녀와 악수한다.

시선을 돌려 그녀의 배후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퍽 많은 수의 아인 종들이 자리해있다.

엘프 전사 삼천 명.

하나같이 모두 가벼운 복장을 입고 있으며, 기다란 장검과 단궁을 장비한 이들이었다.

척 보기에도 잘 단련되어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 절로 미소가 홀 러나온다.

"엘프 전사 삼천이라니. 정말 횡 재했어."

기사 삼천, 혹은 그이상의 전력을 지휘하게 된 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태껏 대륙 역사상, 엘프의 병력을 지휘한 인간 지휘관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주인공인 내가 엘프의 병력을 직접 지휘하게 되었다.

나는 잠시 그들의 모습을 살피고 는, 다시금 시선을 돌려 타냐를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문득 그녀가 말한다.

"한지훈. 네놈 때문에 우리 엘프는 약화되었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는 나를 살리기 위해 세계수 와 엘리스의 격을 소모했고. 그 여 파로 엘프라는 종족 그 자체가 약 화되었다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 엘프들의 협조를 잊지 마 라. 한지훈."

시선을 돌려 그녀의 눈을, 그리고 그녀가 품고 있는 분위기를 살 폈다.

예전이었다면. 강렬한 위압감을 품어 결코 이기지 못할 것처럼 여겨졌던 그녀였다. 그만큼 타냐는, 그리고 타냐를 비롯한 모든 엘븐 가디언들은 무시무시한 무력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명 강자이긴 하지만. 계속해 포인트를 모아 능력치를 상향시킨 다면, 그리 머지않아 그녀를 능가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그녀의 힘이, 그리고 가 진 존재감이 많이 사그라들어 있는 것이다.

전신에 풍기는 분위기도, 날카롭 게 선 시선도, 강렬한 위압감도.

이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어 있었다.

그녀가 나직이 말한다.

"언젠가 우리 엘프가 위기에 처 했을 때. 반드시 도와다오. "

만약 엘프가 위기에 처할 때 도 와달라는 타냐의 말.

그에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만약 엘프가 위험에 처한다면. 반드시 도와주마."

나를 되살리기 위해 종족 그 자체가 약화된 엘프다. 그런 그들의 헌신을 잊을 만큼 나는 모난 놈이 아니다.

"그래. 그러면 된 거야."

대답한 타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앙금을 털어내려는 것처럼.

그때 문득, 그녀가 물었다.

"한지훈. 공격은 언제이지? 꽤나 오랫동안 기다린 것 같다만."

나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어느새 정수리 위에 자리해있었다.

완벽한 정오 무렵.

"공격 시각은…."

나는 그녀에게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직후,

- 제국 북부 야전군 사령관, 데이비드 컴벨 하비에르다. 각 군단의 천인장 이상 상급 장교들에게 전파 한다.

내 품속에 넣어놨던 통신수정구에서 음성이 울렸다. 데이비드 사령관의 목소리였다.

- 정오. 예정된 시각이 되었다. 아직 준비가 미흡한 군단은 당장 보고하라.

- 아무도 없군. 좋아.

참모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통신수정구를 붙잡고, 기수병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기수들은 하나둘 커다란 깃발을 손에 쥐 어 들어 올릴 준비를 한다.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이어 흘러 나왔다.

- 진격한다. 다시 전파한다. 모든 병력, 진격한다.

진격신호가 떨어졌다.

"전진! 깃발 올려!"

"깃발 올려!"

참모와 장교들이 크게 복창했다. 전진신호를 의미하는 붉은색 깃발 들이 우수수 솟아오른다.

부우우우--.

뿔피리소리가 길게 울렸다. 이곳저곳에서 울려 퍼진 커다란 뿔피리 소리가 무수히 울려 청각을 어지럽 힌다.

나는 고개 돌려 타냐를 바라보며 말한다.

"공격 시각은 지금이다. 타냐."

"… 그렇군."

"자, 이제 가자고."

파앙. 말의 배를 살며시 찼다. 그에 천천히 걷기 시작하는 내 전투 마.

고개 들어 전방을 바라봤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전진하고 있는 제국군 병사들. 누군가는 발로 걸어 앞으로 향하고, 누군가는 말을 타고 돌진해간다. 흙먼지가 일렁이 며 시야를 부옇게 가린다.

쿠르르르르….

직후 터져 나오는 마나의 파동. 고개를 더더욱 젖혀 창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붉은색 마법진이 자리해있다.

라브리에 전투마법단의 공격마법. 필시 그들의 장기인 폭렬폭풍 마법 일 터다.

번쩍! 섬광이 터져 나온 직후.

그들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무수히 많은 수의 붉은색 궤적이 허공을 가르고 쇄도해간다. 이제 저 폭렬폭풍 마법은 성벽에 틀어박힐 것이다.

물론 투사되는 원거리 공격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발리스타 투사체가 공기를 찢어 발기며 나아갔다. 트레뷰셋에서 쏘 아진 커다란 바위가 묵직한 파공성을 울리며 기다란 궤적을 그린다.

하늘에서는 공격마법과 발리스타, 그리고 투석공격이 온갖 소음을 울리며 날아가고.

지상에서는 대규모 군세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전진한다.

너무나 장엄한 광경.

과거 블랙 오케스트라에서 지겹 도록 보아왔던 대규모 전장의 광경 이었다.

나는 나직이 읊조린다.

"천인대 전투지휘술."

이제 전투가 시작되었으니 . 전투 지휘술 스킬을 사용할 것이다.

물론 내 전투지휘술은 아직 천인대 수준에 불과하다. 군단을 완벽하 게 다루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

하지만 괜찮다.

"활성화."

이번 퀘스트만 완료해 포인트를 얻는다면, 내 전투지휘술 스킬을 비로소 군단장 수준으로 상향시킬 수 있을 테니까.

- 띠링!

[스킬 : 천인대 전투지휘술' 이 활성화 됩니다.]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이제 카렌 놈들을 모조리 전멸시 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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