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유닛-196화 (196/390)

196화.

"남부 대륙의 정세가 심상치 않 군."

연방의 대궁전. 바닥에는 길게 붉은색 카펫이 깔려있고, 천장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려 화려한 빛을 흩뿌리는. 그 화려하고도 드넓은공간.

"… 정말. 심상치 않아."

그곳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는 커다란 옥좌 위에 앉아있던 어떤 청년이 중얼거리는 목소리였다.

청년의 외양은 신비했다.

길게 기른 은색 머리카락은 실내 광을 반사해 은은하게 빛났다. 청색 눈동자는 이지적인 안광을 머금고 있었으며, 전신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위압적이었다.

동부 대륙 전체를 통일한 이거 대국가, 크루거의 주인. 위대한 연 방의 지도자.

러셀 베티스 사인펠드 통령.

그의 눈동자가 손아귀에 들려있는 서류뭉치를 홅는다. 휘하 장성들 이자신에게 제출한 보고서였다.

그가 서류를 읽어나간다.

"제국과 협상동맹의 전쟁, 흑마법사의 개입, 엘프의 참전, 그리고 전 황의 반전이라…."

읊는 것은 최근에 남부 대륙에서 일어난 사건들.

하나하나만 보아도 유래가 없는 일들 투성이었다.

도합 백만 이상의 대규모 병력이 투입된, 역사상 가장 거대한 규모의 전쟁이 발발했다.

정복 전쟁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흑마법사의 세력이 갑작스레 등장. 하나의 나라를 파멸로 몰고 갔다.

그동안 중앙대륙 밖, 인류의 영역에 결코 개입해오지 않던 엘프가 참전했다.

헌데 그 모든 일들이 남부 대륙에서, 이토록 짧은 시간 동안 발생 하고 있다니.

"시대가 바뀌고 있군."

통령은 새로운 시대. 격동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통령이 나직이, 어떤 인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한지훈."

이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본다면 알 수 있다.

누가 전장에, 이 시대의 중심에 있는지.

한지훈 라이젠. 제국의 군관.

본래 평민 출신이었으나, 여러 전공을 세워 결국 귀족이 되었고. 지금은 군단장에 도달한 이.

아군에게는 영웅이라, 적에게는 악마라 불리는 젊은 청년.

"이자가 이 시대의 주인공이다."

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러셀 통령은 겉보기와 달리 몹시 기나긴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풍부한 인생 경험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세상에는 시대의 주인공이라는 것이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여러 사건을 일으켜 역사에 또렷한 족적을 남기는 이들.

통령은 이미 한지훈이라는 인물을 눈여겨보았다. 그렇기에 연방의 정보국을 운용해 그를 조사했다.

과연 기묘한 사내였다.

모든 중심사건에서 빠짐없이 둥 장하는 인물.

공국 전쟁에서도, 제국 수도 흑마법사의 침공에서도. 제국과 협상 동맹과의 전쟁에서도.

한지훈은 항상 등장해 활약했다.

연방의 주인인 자신이 눈여겨볼 만큼.

통령이 피식 웃는다.

"제국 황제가 신임하는 부하, 엘프와 친분을 가졌으며, 드워프를 고 용해 부리고, 세계 최대 희귀자원 산지의 영주라."

말도 안 되는 인물이다.

이토록 강대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을, 그 누가 본래 일개 평민 출신이었다고 생각할까.

통령은 서류에서 시선을 돌려 알현실 한켠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화살표가 얼기설기 복잡하게 엮여있 는, 아주 거대한 지도가 자리해 있었다.

남부 대륙 전체를 표기한 커다란 전략지도. 협상동맹과 제국의 전쟁 이 발발할 때부터 작성해온 지도였다.

그가 지도를 바라보며 읊조린다.

"한지훈. 그자가 없었다면 제국은 진작 무너졌겠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국은 너무나도 무력했었다.

저 전략지도를 본다면 그 누구라 도 단번에 깨달을 수 있다.

무려 네 개국가의 침공이었다.

동부. 대규모 일반보병을 보유한 람셀.

서부. 기병 전력이 특출난 트웨 인.

남부. 막대한 해상 전력을 지닌 코르자카.

북부. 산악병들이 강하기로 소문 난 카렌.

각 전선에서 수십만의 적병이 쳐 들어왔고, 영토를 빼앗겼다. 많은 피를 흘렸다. 제국 외곽지역의 영향력이 점차 상실되어갔다. 사기가 하락하고, 전선이 뒤로 밀려난다.

아무리 제국이 강국이라 한들, 다수의 전선에서 전쟁을 이어갈 수는 없는 법.

때문에 연방의 고위 장성들은 하나같이 제국의 패배를 예견했다.

허나 그들의 예상은 최근 깨져버리고 말았다.

"설마 제국이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을 줄이야."

상황이 급변했다.

각 지역에 투사되던 협상동맹의 공세가 점차 시들어갔다. 그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행군 속도가 하락했다. 종심을 돌파하지 못하고 공세종 말점에 도달한다.

반면 제국군은 날로 그 사기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

각 방면에서 제국군이 분전하며 외적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전선이 고착화되었고, 점차 잃었던 영토마 저 되찾아가고 있으니 .

그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한지훈 때문이었다.

"오직 한지훈 단 하나에 의해 제국군 전체의 사기가 유지되고 있다."

한지훈은 이미 제국 전역에서 그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상태였다.

제국 국방성에서 쉼없이 그의 활 약과 전공을 선전했기에. 그는 제국 의 명실상부한 영웅으로 부상해 있었다.

하긴 대중들이 관심가질 만한 인물이긴했다.

일반 병사"보잘 것 없던 평민 출신인 인물이 끝없이 전공을 세워 진급을 거듭. 이제는 제국군의 군단 장이자 백작 귀족작위까지 가진 인물이 되었으니 .

그 어떤 제국민들이 그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한지훈은 명실상부 제국의 영웅 이 되었다. 제국민들은 그의 소식에 열광하며, 그의 승전소식에 더더욱 사기를 드높일 것이다.

"… 곤란하군."

러셀 통령은 눈가를 찌푸리며 턱을 괴었다. 그의 푸른색 눈동자가 여전히 지도를 주시한다.

"한지훈이 있다면. 우리 연방의 진출이 불편해질 터인데."

사실, 연방은 남부 대륙 침공을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그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 슈베츠 왕국마저 무너뜨려 연방 자치령으로 삼았었다.

협상동맹과의 전쟁이 끝난다면, 그리하여 제국이 무너지게 된다면 대량의 군대를 밀어 넣어 피폐해진 남부 대륙을 손쉽게 차지하고자했다.

허나 한지훈의 분전 때문에 예상 이 변화하고 있다.

이래서야 전쟁이 끝난 뒤에도 제국은 어느 정도 여력이 남아있게 된다.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하던 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지훈을 어떻게 해야겠 군."

결론은 한지훈이었다.

그만 처리한다면 제국은 사기를 잃어 모래성처럼 가라앉을 것이고. 전후 남부 대륙이 훨씬 더 피폐해 지게 될 것이요.

결과적으론 연방의 남부 대륙 침공이 보다 수월해지게 된다.

통령은 옥좌 옆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우우웅….

수정구에 빛이 일렁이고, 통신이 연결된다.

러셀 통령이 누군가를 호출했다.

"전쟁국 발쿠롬 정보사령관."

그가 부르는 것은 온갖 공작을 담당하는 군부의 정보사령관. 발쿠 롬 에반스테일 후작.

- 통령각하의 부름에 답합니다. 무엇이든지 명령하시옵소서 .

곧 수정구에서는 믿음직스러운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통령이 지시했다.

"사령관. 당장 한지훈 라이젠의 주변에 공작원들을 파견하라."

- 공작원들이라….

천천히 말꼬리를 늘리는 발쿠롬 사령관. 그가 되물었다.

- 공작원들이라 하시면. '어떤' 임무를 원하십니까? 정보수집입니까, 아니면 제거입니까?

그가 묻는 것은 다름 아닌 파견 할 공작원들의 종류.

통령이 씩 웃었다.

"전부다."

- …그 말씀은. 아직 어떻게 처 분할지 결정된 건 아니라는 것 같 군요.

"그렇지."

통령은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버러지같은 평민 출신이지 만. 그 능력과 수완은 대단하다. 회 유할 수 있다면 회유하는 것이 좋겠지. 우리 연방의 발전을 위해서 말이다."

- 그렇다면.

"약점이 될 정보를 수집하라. 그리고 접선해 회유하고, 협박해라. 그마저도 안된다면 처치하라."

통령은 일단 한지훈을 연방 측에 회유해볼 심산이었다.

물론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회유였다.

제아무리 제국보다 훨씬 거대한국가인 연방이라 하나. 쉽사리 자신 의 모든 기반을 포기하고 연방에 붙을리 없을 터이니.

허나 괜찮다.

"이쪽에 합류한 인재는 축복이지만, 타 세력에 있는 인재는 재앙이 니. 제거해야 하겠지."

연방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저 제거하면 될 뿐.

연방의 세력은 강하고 정보부의 능력은 뛰어나다. 일개 장성 하나를 제거하는 것 따위. 외교적 마찰을 감수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 …명령을 따릅니다. 통령 각하.

통신이 끊겼다.

다시금 적막해진 알현실. 통령이 중얼거렸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 군 그래. 한지훈."

연방 통령이 한지훈을 주시한다.

내가 군단장이 되었고, 마침내 이만에 달하는 병력을 움직이게 되었다.

본격적인 카렌 본토 침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것을 침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는 멍하니 앞을 바라본다.

그러자 불바다가 보였다.

"폭렬폭풍마법. 80중첩. 발현."

제피르가 그리 읊조리고.

콰콰콰콰콰콰쾅!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붉은색 궤 적이 떨어져내렸다. 폭음이 고막을 유린하고, 불기둥이 치솟았다. 이글 거리며 타오르는 불길이 대지를 뒤 덮어갔다.

장엄한 광경이다.

산이, 숲이, 그리고 커다란 대도시가 불타오르고 있다.

나는 청각을 돋워 들려오는 통신 들에 집중했다.

- 전방에서 이쪽으로 접근 중이 던 사령병사 무리. 소탕했습니다.

- 약 삼 만 가량을 처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 불길이 가라앉는 대로 계속해 진군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제국군은 데이비드 북부사령관이 이끄는 본대와 합류. 가로막는 사령병사들을 제압해가며 북으로 향하는 와중이었다.

사실, 제압이라기보다는 청소라는 단어가 걸맞은 일이었다.

사령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든다면 모든 전투마법사들을 동원해 쓸어 버린다. 폭발이 일 때마다 무수히 많은 시체가 불타오르고, 도시의 건물이 우르르 쓰러진다. 붉은색 광휘 가 산과 들을 뒤덮었다.

물론 평소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 이었다.

아무리 약해빠진 사령병사들이라 한들. 쪽수를 믿고 몰려든다면 순식간에 포위당해 피해를 강요받게 될 터이니.

허나 이쪽에는 바네사가 있다.

"한지훈 님. 교란기는 아직 여유 로워요."

마녀 바네사가 내게 그리 알렸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그녀가 쥐어들고 있는 수정구를 바라봤다.

회색 수정구.

과거 게르도폴에서 보았던 예의 그 신호교란기 아티팩트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쥐고 있는 아티팩트는 당시보다도 훨신 진보 해 있었다.

"이전 물건보다 줄력도, 발현 영역도, 그리고 한계 내구도까지 훨씬 진보했어요."

드워프들이 그녀의 아티팩트를 손봐준 덕분이었다.

드루바가 이끄는 드워프들은 아티팩트 제작에 뛰어난 실력을 지니 고 있었고. 덕분에 바네사는 기존 지식을 살리는 한편 더욱 완성도 높은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드워프들이 흑마법사 에게 대항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연구개발하고 있는 상황.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바네사, 물건은 합격점인 것 같은데."

"네. 드워프들의 실력이 뛰어나네 요."

"하지만 그렇다고 연구개발을 게 을리 하지 마."

지금은 이런 아티팩트가 잘 먹히 고 있지만. 나중에는 달라진다.

흑마법사들은 바네사의 아티팩트 를 분석할 것이고, 그리 머지않아 파훼법을 찾아낼 것이다.

신호 방출기의 출력을 극도로 강화해 교란이 힘들도록 한다든가. 혹은 신호 주파수 도약을 운용해 암 호화 한다든가.

그것마저 아니라면 아예 사령병 사를 운용하지 않고, 키메라를 주로 양산할 수도 있다.

"명심할게요."

바네사는 순순히 긍정했다.

그녀 또한 알고 있다. 자신이 만든 아티팩트가 언제까지나 통하진 않으리란 것을.

계속해 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 기 위해서는 끝없는 연구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나와 바네사가 불타는 대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한지훈."

저벅.

누군가가 다가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고개 돌려 살펴보니 다름 아닌 북부사령관, 데이비드 공작이었다.

나는 척 경례했다.

"사령관 각하."

"으"

?[-그에 마주 경례하는 데이비드 사령관. 그가 내 옆에서서 불타는 대지를 주시한다.

문득 그가 말했다.

"미안하군. 한지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령관 님."

"흑마법사."

데이비드의 눈길이 불길로, 아니, 정확히는 불길 속에서 버둥거리며 타들어가는 사령병사들에게 향한다.

본래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흑마법사들의 꼭두각시가 된 불쌍한 지 성체들.

데이비드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과거 정복 전쟁 당시. 그리고 정복 전쟁이 끝난 뒤에도. 흑마법사 소탕에 주력했지."

데이비드가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척 보기에도 독해보이는 럼주였다.

포옹, 소리를 내며 코르크마개를 잡아 뽑는 사령관. 그가 병나발을 불어 몇 모금을 삼키더니 말한다.

"그때 나는 흑마법사 놈들을 뿌리뽑은 줄 알았지. 어리석었어. 놈 들이 몸을 숨기고 세력을 불리고 있었을 줄이야."

으득. 그가 이를 갈았다.

과거에 흑마법사와 엮여 안 좋은 꼴을 보았던 것일까. 그의 표정에는 분노의 기색이 떠올라 있다.

"그래서 미안하네."

"아직도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 지 모르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흑마법사와 놈들의 폐기물을 상대하는 것은 질척하고, 기분 나쁜 일이지."

그가 다시금 술을 몇모금 넘긴다.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찌르는 저 독한 술을 물처럼 넘겨대고 있다니. 도대체 주량이 얼마나 되는 것인지.

"나는 그런 기분 나쁜 일을 내 후배 군관들이 하지 않았으면했다. 그래서 흑마법사를 뿌리뽑기 위해, 내 젊음을 바쳤지."

데이비드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일까. 그의 시선은 어느새 아득해져있었다.

"그래서 미안하단 거다. 그것도 정식 군단장이 되어 첫 번째로 마주하게 된 적이 흑마법사라니. 염병 할. 과거의 내가 한심하군."

자신을 책망하는 듯한 데이비드 사령관.

의외의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도, 그리고 과거 게임 속에서도. 그는 언제나 우직하게 서 서 오직 강한 면모만을 보여왔었는데 .

헌데 지금 데이비드는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흑마법사 를 완전히 소탕하지 못했던 것에 대하여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에 나는 나직이 말한다.

"아닙니다. 사령관 각하."

나는 알고 있다.

"사령관 각하의, 그리고 제국 군 관들의 흑마법사 소탕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게임 속에서 크라함과 함께 동맹 했었기에 알고 있다.

"만약 제국이 흑마법사 소탕을 포기했다면. 지금쯤 훨씬 더 많은 국가가 놈들의 손아귀에 떨어져 있었겠지요."

녀석들이 지금 다시 모습을 드러 낸 세력조차 과거에 비해 훨씬 약 화된 것에 불과했다.

제국이 정복 전쟁 직후, 막대한 군비를 동원해 흑마법사들을 소탕 하지 않았다면.

만약 데이비드같이 흑마법사를 소탕하던 군관이 없었다면.

그렇다면 지금 멸망한 것은 카렌 이 아닌 제국이었을 것이다.

"… 그런가."

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비드 사령관.

그는 우묵한 눈으로 불타는 대지 를 바라보며 침묵한다.

그렇게 얼마나 입을 닫고 있었을 까.

"일주일 뒤. 우리군은 페르트로폴에 당도한다."

문득 그가 말했다. 그러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드는 데이비드.

"이걸 보게."

그가 꺼내든 것은 서류였다.

익숙하게도, 온갖 화려한 금박이 입혀진 조그마한 서류.

서류에는 제국 황제 아르테니아 의 직인이 선명하게 박혀있다.

"… 이건."

나는 그것을 받아들어 읽어본다. 그리고,

"제가 선봉이군요."

고개를 들어 올려 데이비드를 바라본다. 그는 어느새 손에 들린 럼 주를 다 먹고, 빈 병을 거꾸로 털 어내고 있었다.

그가 피식 웃는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명령하셨다.

자네를, 그리고 자네의 군단을 페르 트로폴 공방전 최선두에 세우라고 말이야."

사실, 반쯤 예상했던 일이었다.

나는 제국의 영웅. 그리고 이제 막 군단장이 되었다.

"아마도 황제께선. 자네가 활약했 으면 하는 것이겠지. 이전처럼 말이다."

그럴듯한 전공을 세워, 제국민들 의사기를 드높였으면 할 터.

"한지훈. 자네가 카렌 국왕의, 그 인류를 버린 변절자의 목을 베어 라."

쨍그랑!

데이비드가 빈 술병을 던져 깨비렸다. 그가 내게 이어 말한다.

"군단장이 된 네 활약이 멈추지 않았음을 전 제국 국민들에게 알려 라."

내게 맡겨진 임무는, 인류의 배 신자인 카렌 국왕을 제거할 것.

놈을 죽이고. 이전쟁을 끝낼 것.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명령을 따릅니다. 사령관 각하."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서브 퀘스트]

[카렌의 국왕, 라피엘 데이고르 카렌을 제거하라.]

일주일 뒤.

나는 카렌의 국왕을 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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