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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유닛-184화 (184/390)

184화.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쓴 인영 천 여 명이 마법을 발현했다.

암흑색 기운이 일렁이고, 수많은 검은색 궤적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상승한 검은색 기운들은 마치 비 처럼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콰르르르르릉!

터져 나오는 폭음. 저 멀리 보이 는 폭발의 흔적들.

도시 외곽에 자리해 있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무너져 내린다. 검은색 연기들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흑마법사들이 도시 게르도폴 외 곽을 타격하고 있다.

"한스 님."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최상급 흑마법사, 아텔라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바로 앞에 자리해 있는 인물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공격은 순조롭습니다."

아텔라는 그리 말하고는 고개를 들어 올려, 자신의 상관을 주시한다.

갈색 장발을 지닌 붉은 눈동자의 사내. 한스 요한바르첸.

이곳 게르도폴에 파견된 흑마법사들을 지휘하는 인물이자, 종주 크 라함의 심복.

아텔라의 말이 이어진다.

"한지훈과 놈의 부하들, 그리고 뾰족귀 놈들까지.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텔라의 말은 확신에 차있었다.

무려 천 명의 흑마법사들이다. 그들이 이곳 게르도폴까지 몰려와 마법을 갈겨대고 있다.

반면 적의 전력은 기껏해야 일반 병사와 기사들에 불과한 상황.

마법전력은 전무. 이쪽을 위협할 수 있는 엘븐 가디언들 또한 고작 해야 세 명에 불과하다.

압도적인 승리가 확정된 상황.

그가 승리를 자신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아텔라의 말에, 한스는 쯧 혀를 찼다.

"전혀 순조로워 보이지 않는다만. 아텔라."

"한스 님. 그게 무슨 말씀…."

"합동마법조차 발현하지 못하는 얼간이 천 명이라. 숫자만 많지 제대로 된 공격은 하지 못하는군."

한스의 붉은색 안광이 도시로 향 한다.

겉보기로는 압도적인 경관이다.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검은색 궤적들. 그것들은 드넓은 영역에 떨어져 폭발을 일으켜 무수히 많은 건물들을 부숴나가고 있으니 .

하지만 흑마법사의 마법 세례는 전혀 정밀하지 않았다.

대다수는 목표인 바네사가 기거 하는 저택을, 그리고 적인 제국의 병사와 기사들을 타격하지 못하고 전혀 상관없는 곳에 떨어졌다.

마치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듯한 모습.

그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하긴 어쩔 수 없었겠지. 대부분 이하급 흑마법사들이니."

흑마법사들 개개인의 경지가 그리 드높지 않았기에.

한스가 이끌고 온 흑마법사들의 수는 무려 일천에 달했다.

막대한 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하급의 경 지에 불과했다.

그리고 하급이란 전투에서 그리 유용한 전력은 아니다.

그저 공격마법을 간신히 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

"합동마법조차 제대로 발현할 수 없는 얼간이들로 놈, 한지훈을 잡아 야 한다니."

한스의 얼굴에 불만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천 명의 흑마법사를 이끌 수 있게 되었기에, 한지훈을 단숨에 처치 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했건만.

정작 받아본 흑마법사들은 그저 수만 많았을 뿐 그 질은 형편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한들 이쪽이 불리한 건 아니다.

"그래도 꼴에 마법사들이라고. 꽤 강력하군."

한스가 그리 중얼거리며 재차 도시를 바라본다.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 폭발이 일 때마다 굉음이 터지고 불길이 일렁인다.

드넓은 영역에 떨어져 내린 수많 은 폭발마법.

정교하지 않기에 단번에 한지훈 을, 놈의 세력을 전멸시킬 수는 없지만. 이런 일제 마법을 여러 번 반복한다면 놈의 세력을 모조리 찢 어죽일 수 있을 터.

그가 지시한다.

"휴식을 취하고. 다음 일제 공격을 준비하라."

"명령을 따릅니다."

"불라바아를 위하여 ."

한스의 명령에 상위 흑마법사들 이 움직이고, 하위 흑마법사들을 지휘한다.

한스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놈을 몰아넣으면 죽일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는 도시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 두고, 자신의 허리춤에 매어있는 장검을 매만졌다.

검집도, 손잡이도 모두 새카만 암흑색으로 이루어진 장검.

수많은 지성체들의 격을 갈아 넣 어 만든 세계검이다.

피식. 한스가 웃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죽여주마. 한지훈."

한스가 이끄는 흑마법사의 무리 가 점차 도시로 접근한다.

공격이 멎었다.

후드드득.

천장에 먼지가 떨어져 내린다. 나는 머리 위에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내며 물었다.

"니디아. 무사해?"

"네. 마녀도 무사한 것 같네요."

니디아가 바네사를 끌어안은 채 벌떡 일어섰다. 다행히도 방금 전공격에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은 모양.

나직이 중얼거렸다.

"놈들의 마법. 생각보다 약한데."

분명 흑마법사 천여 명이 이곳 게르도폴에 당도했다 들었다.

흑마법사 천 명의 화력은 이렇게 약하지 않다.

흑마법사 일천이 합동마법을 발현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저택이 자리한 게르 도폴 외곽 지역을 말 그대로 증발 시킬 수 있었을 터인데.

헌데 어째서인지 저택의 일부가 무너지고 지면이 흔들렸을 뿐.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지하공간은 멀쩡했다.

흑마법사 일천이 발현했다기엔 너무나도 빈약한 화력.

그런 내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 한지훈 님.

수정구에서 마게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놈들 대다수가 하급 수준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합동마법을 발현 하지 못했고, 더해 발현된 공격마법 의 총량은 많았으나 명중된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러겠지."

마법사란 육성하기가 더럽게 까다로운 병종이다.

재능을 가진 이를 오랜 기간 훈련시키고, 더해 수많은 실전경험까지 거쳐야 전투에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마법사란 족속.

제아무리 크라함이 과거 시나리오의 기억을 떠올려, 급격히 세력을 확장했다 한들. 일천의 흑마법사를 이토록 단기간에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말인 즉,

"쪽수만 많지. 그 질은 그리 높 지 않다는 거로군."

말 그대로 햇병아리들로 이루어진 적의 군세.

놈들의 경지는 대규모 합동마법을 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산발적인 마법을 드넓은 공간에 흩뿌리는 것으로 공격이 끝났다.

"아마 적 사령병사들이 더 많이 죽었겠지."

정교하게 통제되지 못한 화력은 적아를 가리지 않는다.

놈들은 마구잡이로 마법을 갈겨 댔고, 분명 적지 않은 수의 사령병 사들이 죽어나갔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 이쪽의 전력이 극도로 열세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한지훈 님, 이자리에서 당장 빠져나가야 합니다.

대다수가 하급이라 하나, 그럼에 도 흑마법사다. 조잡하게나마 마법을 발현한다.

그런 흑마법사가 무려 일천.

만약 대적하고자 한다면 압도적인 화력에 밀려 단숨에 뭉개지고 만다.

잠시 생각해보고는, 결정했다.

"그래. 도주하자."

"역시 그렇지요?"

내 결정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니디아.

도주밖에 답이 없다. 지금 우리 의 전력으로는 놈들을 결코 상대할 수 없으니까.

그것이 원래 계획이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수정구를 들어올린다.

"한지훈 군단장이다. 아펠도른 천인대와 볼로냐 기사단. 들리나?"

- 들립니다. 한지훈 군단장 각하.

가지고 왔던 비콘이 다행이 파괴 되지 않은 것인지 아직 군용 마나 통신망은 살아있다.

"천인대와 기사단. 피해 보고해."

- 아펠도른 천인대. 방금 공격에 약 백여 명이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었습니다.

- 볼로냐 기사단 1번부터 3번 전대. 전사 혹은 전력외 판정 약 십여 명. 나머지는 건재합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병사들과 기사들 또한 그 피해가 그리 대단 치 않았다.

물론 결코 적은 피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무려 일천에 달하는 흑마법사의 공격에 당한 것 치고는 다행인 수준이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희들도 알고 있겠지만. 지금 흑마법사 새끼들이 우글우글 몰려 왔다. 그 수는 대충 일천으로 예상 된다."

수정구 너머에서 침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흑마법사가 일천이라. 절대 살아 남으리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수. 자연히 겁에 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괜찮다. 살아날 방법은있다.

"각 백인장과 전대장. 주목해라."

목표는 적과 교전하는 것이 아닌, 마녀를 구출하는 것.

마녀를 확보했으니 이제 퇴각하는 것만이 남았다. 굳이 저 빌어처 먹을 흑마법사 새끼들과 전투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찢어져서 움직일 거다."

- 찢어져서 움직인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군단장 각하.

"말 그대로 각 백인대와 편대 단위로 나뉘어 흩어지는 거다. 조금이 라도 많은 수가 살아남기 위해서."

천이 넘는 수가 우글우글 뭉쳐있 다면 흑마법사 놈들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차라리 뿔뿔이 흩어져 놈들의 화력을 적게 감당하는 것이 훨씬 나 으리라.

"1번 백인장."

- 1번 백인장 엘락 빌레펠트. 군단장 각하의 명령을 기다립니다.

"너는 백인대를 이끌고 동쪽 대로를 타고 이동하라. 교량 너머에서 다른 백인대와 합류해."

- 알겠습니다.

"2번 백인장."

나는 지휘관들에게 하나하나 가 야 할 방향을 짚어줬다.

- 2번 백인대장 맷 마이어스. 지시하십시오. 군단장 각하.

"너는 남동쪽이다. 대로를 타지 말고, 주택 사이 골목길을 통과해 움직여. 길 잃지 않도록 조심하고. 완전 외곽으로 빠져나온 뒤에 1번 백인대와 합류하라."

- 명을 따릅니다. 군단장 각하.

1번 백인대는 동쪽, 2번과 3번 백인대는 동남쪽. 4, 5번 백인대는 남쪽 대로….

1번부터 10번 백인대. 그리고 1번 편대부터 30번 편대까지.

그들을 흩어져 움직이게 해 공격 이 집중되지 않게 한다.

"집결지점은 우리가 진입한 도시 남쪽 외곽지역이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진 이들은 남쪽 외곽에서 합류. 후 제국령까지 후퇴할 것이다.

내가 휘하 지휘관들에게 모든 지시를 마쳤을 때.

- 군단장 각하. 질문이 있습니다 만.

1번 전대장 레벤스턴 베 딜랑트. 그가 문득 질문해왔다.

- 방금 전공격으로 많은 수의 사령병사들이 죽어나갔습니다만. 그럼에도 이 도시 이곳저곳에는 사령 병사들이 널려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흑마법사 놈들은 합동마법을 발현하지 않고, 그저 산발적인 공격마 법을 아무렇게나 갈겨댔다.

덕분에 많은 수의 사령병사들이 소멸했지만. 아직도 무척 많은 수의 사령병사들이 도시 안에 득시글거 릴 터.

- 뿔뿔이 흩어져 움직인다면, 사자들에게 포위되어 전멸할 가능성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그럴 바에 그냥 전체가 한번에 움직이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때문에 레벤스턴은 제안해왔다.

병력을 나누지 말고 한꺼번에 움직이자고. 놈들의 공격이 집중되는 것을 감수하고 뭉쳐 기동하자고 말이다.

"아니. 흩어져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사령병사들.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문제되는 사령병사 놈들을 처리 할 방법이 있으므로.

- 방법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 십니까?

"레벤스턴. 우리가 이곳 게르도폴에 온 이유를 잊었나?"

레벤스턴의 의문에 피식 웃어보였다.

우리 제국군이 이곳에 온 이유.

마녀 바네사를 구출하기 위해.

마녀 바네사를 구출하는 이유.

그녀가 사령병사들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는 테이블 위, 소중하게 놓여 있던 회색 수정구를 집어 들었다.

이 수정구의 정체.

알고 있다.

"아직 프로토 타입이겠지만, 이곳 의사령병사들을 무력화시키는 데는 충분하지."

내가 그리 중얼거릴 때.

- 띠링!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신호교란기]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흑마법사들은 방출기를 사용해 사령병사들을 지휘한다.

마치 곤충 집단이 호르몬을 이용해군체를 다루는 것처럼. 특수한 혹마나 신호를 뿌려 시체들을 조종 하는 것이다.

헌데 그 신호를 방해한다면?

"사령병사들을 말 그대로 허수아 비로 만들 수 있지."

물론 아직은 미완인 상태이기에, 과거 게임 속에서 보던 것처럼 완 벽한 성능을 발하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자리에서 빠져나가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을 터.

나는 수정구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웅웅웅웅웅!

회색 기운을 일렁이는 수정구. 마나의 파동이 울리고, 이형의 기운 이 드넓게 퍼져나갔다.

이변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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